방송 모니터_
MBC, 자기 집에 불났는데 ‘KBS새노조’ 비난만지난 12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강규형 KBS 이사가 교수로 재직 중인 명지대학교를 찾아, 학생들과 함께 강 이사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는데요. 14일에는 김경민 KBS 이사가 재직중인 한양대학교를 찾아 한양대 청년동문회와 함께 김 이사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또 이날 KBS새노조는 이원일 KBS 이사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 앞에서 그의 이사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세 이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구 여권 추천 KBS 이사로, 정권의 방송 장악을 감시·견제하기는커녕 비호하고 옹호해 왔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KBS 이사로서 어떠한 공적 책무도 수행하지 않았던 이들에 대한 KBS새노조의 사퇴 요구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방송사가 있습니다. 바로 MBC입니다.
12일 명지대 방문 당시 보도와 ‘판박이’
실제 MBC는 KBS새노조의 지난 12일 명지대 방문 당일에도 <사퇴 압박하러 일터까지 찾아가>(9/12 https://goo.gl/TFGgyw) 보도를 내놓고 ‘노조가 일터에까지 찾아가 압박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는데요. 14일 한양대와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 방문 당일에도 거의 똑같은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문제의 보도는 <“KBS 이사회 해체할 때까지 항의”>(9/14 https://goo.gl/pF2dZq)입니다.
보도는 “이틀 전 KBS이사 사퇴를 요구하며 학교에 갔던 언론노조 소속 KBS노조원들이 오늘은 또 다른 이사들이 있는 변호사 사무실과 대학을 찾아갔습니다. 부담을 느낀 해당 변호사는 지난주부터 출근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이어 백연상 기자는 KBS새노조가 법무법인 바른을 찾아 이원일 변호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모습과 한양대를 찾아 김경민 교수의 사퇴를 요구하는 모습을 연달아 보여준 뒤 “지난 12일에는 KBS노조원들이 명지대학교 강규형 교수가 수업하는 교실 앞까지 찾아가 사퇴의사를 묻기도 했”다고 소개했는데요.
황당하게도 이 뒤에는 KBS새노조의 행동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노조원들이 이사들의 일터를 방문해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을 덧붙여 놓고 있습니다. 보도는 장재원 법률사무소 행복 변호사의 “직장에 몰려가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2회 3회 반복된다면 충분히 수사권에서도 기소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을 자료화면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 KBS새노조의 KBS이사 직장 항의 방문을 ‘업무 방해’라 지적한 MBC(9/14)
보도는 “KBS 내의 또 다른 노조인 KBS공영노조는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에게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대로 움직이는 홍위병 노릇을 멈추고 국민에게 사죄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라는 설명으로 마무리됩니다. 사실상 사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KBS 공영노조 측의 입을 빌려 ‘노조가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지요.
학내단체와의 기자회견과 인터뷰 요청이 ‘업무방해’?
MBC의 이 보도만을 보면 KBS새노조가 이사들의 학내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한 것 같아 보이는데요. 실상은 학내 단체와 연대하여 교내 개방된 장소에서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기자회견을 진행했을 뿐입니다. 또한 MBC는 노조원들이 “명지대학교 강규형 교수가 수업하는 교실 앞까지 찾아가 사퇴의사를 묻기도 했”다며 마치 이를 업무방해의 증거인양 제시하고 있는데요. 실제 KBS새노조는 강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는 강의실 앞 복도에서 대기하다가 강 교수가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 밖으로 나오자 인터뷰를 요청했을 뿐입니다. 이를 “직장에 몰려가서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라 떠드는 것은 어불성설이지요.
‘MBC 장악 문건’이 나왔는데 딴 소리만
무엇보다 지금 MBC가 KBS새노조의 적폐 이사 사퇴 촉구 행보에 이렇게 분개하고 있을 때인지도 의문인데요. 지금 MBC가 당장 보도해야 할 것은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이명박 정권 국정원이 MBC를 장악하기 위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등 관련 문건을 만들고, 각종 외압을 행사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피해를 입은 자사 구성원들이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점 아닐까 싶습니다. 자사 이야기는 차마 부끄러워서 할 수 없으니, 옆 동네 KBS의 투쟁 상황이라도 깎아내리며 물타기를 해보고 싶은 걸까요? 한심한 일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