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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청문회, ‘사법개혁’보다 ‘동성애 찬반’에 집중하는 언론
등록 2017.09.18 13:16
조회 237

12일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지요. 판사 블랙리스트가 불거진 현 상황에서 야당은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을 할 적임자인지보다, 김 후보자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연구회 회장 경력을 문제 삼거나 동성애 및 성소수자를 인정하느냐 등 ‘사상검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일부 방송사들은 질의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기는커녕, ‘동성애 찬반’으로 대표되는 야권의 부적절한 질문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인 양 전달하고 있습니다. 

 

 

KBS․MBC․TV조선은 ‘동성애 입장’에 주목
보도 제목에 아예 ‘동성애’를 명시한 방송사는 KBS와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블랙리스트 동성애 거센 공방>(9/13  https://goo.gl/wVeEC1)에서 “김 후보자가 서면 답변에서 동성애를 옹호한 것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 후보자는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 옹호하는 취지의 서면 답변과는 달리 오늘도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의 “군대를 의무복무로 가게 돼있는데 그 공간에서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고삐가 빗장이 풀리는 겁니다”라는 질문을 덧붙여 전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김 후보자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서면 답변을 했다고 단정하고 보도했으며, 이는 심각한 결격사유라도 되는 양 표현한 것입니다. 


KBS 역시 <‘동성애’ 쟁점…“답변 회피” “질의 부적절”>(9/13 https://goo.gl/oKoH8m)에서 “김 후보자의 이념 편향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며 야당 의원들의 군대 내 동성애 등에 대한 김명수 후보자의 입장 표명 요구 목소리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특히 KBS는 야당 의원들이 “지난 2012년 김 후보자가 주도한 학술대회에서 청소년 성교육에 ‘남성 간 동성애 방법’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발제까지 있었다”고 지적한 것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MBC는 별도 보도없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관련 <‘부적격’ 채택…“상황 추이 지켜볼 것”>(9/13 https://goo.gl/CQwnrD)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간략히 전하는 수준이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이틀째 계속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동성애 문제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김 후보자의 태도가 논란이 됐습니다”였습니다. 고르고 골라 청문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안이 ‘동성애 문제 답변 회피’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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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청문회에서 ‘동성애’ 관련 질의를 주요 쟁점으로 부각한 KBS(좌)와 TV조선(9/13)

 


성적 소수자에 대한 노골적 차별행위로 비춰지는 사상검증성 질문
동성애 관련한 언급만 나오면, ‘논란’이나 ‘부적격 사유’로 부각하는 현재의 보수적 언론보도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요. 당시 김이수 재판관은 옛 군형법의 제92조의 5(현 제92조의 6) 관련해서 ‘추행’과 ‘음란한 행위’를 엄격히 구분하지 못하고 처벌 규정이 ‘남성 간의 추행만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여성 간의 추행이나 이성간 추행도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하다’고 지적하면서 ‘예측 가능성이 없고 자의적 법 해석의 가능성을 빚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소수의견을 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보수언론과 일부 야당은 이를 동성애 옹호로 몰아갔습니다. 

 

한번 ‘재미’를 봤다고 생각해서인지 언론은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서도 똑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사실 김명수 후보자는 김이수 재판관과는 조금 더 다르게 동성애 관련 재판이나 판결에 관여한 적이 없는데도 언론은 별 근거도 없이 김 후보자의 동성애 논란을 부각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군인의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과 동성결혼 불허에 대한 입장에 대한 입장을 집요하게 물은 야당의원들의 ‘사상 검증 행태’에 일차적 책임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김 후보자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시절이던 2012년 성 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학술대회를 개최한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그러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성 소수자 인권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나요? 인권법연구회라는 이름을 가진 학술단체에서 그런 세미나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트집을 잡는 것이며, 이런 공격은 그 자체가 소수자 인권을 침해하는 차별적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이 이를 판단해서 야당의 부당한 공격을 비판하거나, 최소한 이 논쟁을 부각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런데 TV조선, KBS, MBC는 마치 야당과 짜기라도 한 듯, 그들의 부당한 공격을 주요하게 부각하고, 그 질문에 대해서 김 후보자가 “동성애, 동성혼 관련 부분은 사회적 논의가 많고 의견 대립이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 특별히 공부하거나 생각한 바 없다”고만 말했음에도 답변을 회피했으니 문제라고 몰아붙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현재 법원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동성애 논란이 아니며,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 등 사법부 독립성 확보입니다. 따라서 김 후보자가 사법개혁을 할 적임자인지 여부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야당이 만든 ‘물타기 성’ 논란을 그대로 쫓아가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대법원장을 검증하는 자리에서 당면 과제인 사법개혁 의지 대신 ‘이념과 성향’만을 따져 묻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양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SBS․JTBC․MBN은 ‘우리법연구회 경력’ 공방 전달
SBS와 JTBC, 채널A, MBN은 이날 ‘동성애’ 관련 질의는 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법연구회 등의 경력을 둘러싼 공방에 집중했는데요. 이 중 JTBC는 <‘우리법연구회 경력’ 정면 충돌>(9/13 https://goo.gl/dLYqPV)에서 먼저 장재원 한국당 의원과 주광덕 한국당 의원의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의 사법부 장악 주장을 전하고, 뒤에는 이에 대한 여당과 김 후보자의 반박을 야권의 공세와 거의 같은 비중으로 전했습니다. 또 JTBC는 <잇단 낙마 속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주목>(9/13 https://goo.gl/iKi6Nr)에서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 당 내에서도 “김 후보자의 신상이나 도덕성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는 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MBN은 <이틀째 이념 논쟁>(9/13 https://goo.gl/QZhLbE)을 통해 야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이념 편향성을 또 문제 삼았”다고 말하며 주광덕 한국당 의원의 “사법부 및 사법기관의 주요 보직의 특정 단체나 특정 성향 출신 인사들이 너무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라는 발언과 이에 대한 김 후보자의 “몇 분 중에 요직으로 갔다고 인정을 합니다만 저는 그 당시에 고등부장에 탈락하고 중앙지방법원으로 북부지방법원으로…”라는 발언을 나열했습니다.

 

 

SBS․채널A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공방 및 결정 여부에 집중
SBS는 ‘우리법연구회’ 등의 이념편향 논쟁을 언급은 하고 있습니다만, 청문회에서의 공방 그 자체보다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결정’에 주목하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실제 <몸 낮춘 추미애…국민의당 ‘역풍 고심’>(9/13 https://goo.gl/dhJZBY)은 “국회에서 이틀째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는데 여당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야당을 강하게 성토했던 어제(12일)와 달리 오늘은 인준안 표결에 대비해 야당에 협조를 구하며 몸을 낮췄습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은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습니다”라는 앵커멘트로 시작됩니다.

 

보도 내에서도 청문회 질의 모습은 장제원 한국당 의원의 “노무현 정부 당시의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사법부 내의 주요 요직을 맡으면서 사법부 권력을 장악하고 들어갑니다”라는 지적과 이에 대한 김 후보자의 “몇 분은 요직으로 갔다는 것도 제가 인정합니다만, 저는 그 당시에 어제 말씀드린 것처럼 고등부장에 탈락하고…”라는 반박을 보여주는 수준이고요. 보도 말미에는 다시 국민의당의 ‘속내’와 ‘우려’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채널A도 정치권의 공방과 김명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여부에 주목했는데요. <골목대장 노릇 VS 큰코다칠 것>(9/13 https://goo.gl/Hefjyc)에서는 내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감정의 골’ 소개한 뒤, 보도 말미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에도 난항이 예상됩니다”라고 덧붙였고요. 박성진 장관 후보자 불합격 판정 관련 보도인 <“박성진 부적격” 여당도 첫 거부>(9/13 https://goo.gl/CYQQvA) 말미에는 “민주당이 박 후보자까지 포기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구하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라고 설명하는 수준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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