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MB 블랙리스트’, 이틀간 동아․중앙은 무보도, 조선은 단 1건
등록 2017.09.14 16:29
조회 777

11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의 퇴출을 압박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 82명을 적시해 이들에 대한 퇴출 공작을 펼쳤으며, ‘VIP 일일보고’ 형식으로 청와대에 보고까지 했다는 내용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블랙리스트가 ‘지원 배제’의 형식을 띄었다면 이명박 정부 시절의 블랙리스트는 직접 ‘퇴출 압박’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방송의 ‘편성 개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또한,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이었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을 ‘종북인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비판 활동을 지시했다는 내용도 발표되었습니다. 

 

‘MB 블랙리스트’ 언급되지 않은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12일 보도

1건

0건

1건

0건

4건

2건

13일 보도

3건

0건

0건

0건

0건

1건

소계

4건

0건

1건

0건

4건

3건

△ 12일 ~ 13일 ‘MB 블랙리스트’ 관련 매체별 보도 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처럼 심각한 사안이 발생한 이후 이틀(12일~13일)간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신문사가 있습니다. 바로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입니다. 조선일보도 12일 단 1건을 보도했을 뿐입니다. ‘MB 블랙리스트’는 정보기관이 노골적인 방송장악과 민간인 사찰 등 범죄행위와 반인권적 행태를 벌였다는 것이 밝혀진 매우 주요한 사안입니다. 조중동은 보수진영에 불리한 내용은 감추거나 작게 보도한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런 수준의 보도는 도를 넘어서는 묵살한 행위입니다.  

 

가장 충실하게 보도한 곳은 한겨레
반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양일동안 각각 4건, 4건, 3건의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 건수는 비슷해 보이지만, 보도 속에 담아야 할 내용을 다 담은 신문사는 한겨레 정도였습니다. 


이번 사안은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들에 대한 압박 활동 지시했다는 사실 △블랙리스트 인사들이 출연하거나 정부 사업과 관련된 경우, 방송 내용과 편성에 개입했다는 사실 △국정원이 청와대에 직접 일일 보고하여 사실상 MB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 △민간인이었던 박원순 당시 변호사를 사찰하고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을 만들려고 지시했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습니다.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들에 대한 압박 활동 지시했다는 사실

O

X

O

X

O

O

블랙리스트 인사들이 출연하거나 정부 사업과 관련된 경우, 방송 내용과 편성에 개입했다는 사실

X

X

X

X

O

O

국정원이 청와대에 직접 일일 보고하여 사실상 MB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

O

X

X

X

O

X

민간인이었던 박원순 당시 변호사를 사찰하고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을 만들려고 지시했다는 사실

O

X

O

X

O

O

△ ‘MB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보도 여부 (9/12~13)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런데 이 4가지 사안을 모두 충실하게 보도한 곳은 한겨레뿐이었습니다. 한겨레는 1면 종합기사인 <MB 국정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만들어 VIP보고>(9/12 김보협 기자 https://bit.ly/2woPbvO)에서 앞서 나온 4가지 지점들을 모두 보도했습니다. 이어지는 세 건의 보도는 각 사안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설명한 보도였습니다. <‘광우병 집회 연예인’ 적극가담 A급․단순동조 B급 분려 제재>(9/12 김보협․남지은․김태규 기자 https://bit.ly/2fhigU3)에선 국정원이 문화․연예계 인사들에게 압박을 가한 사실과 해당 인사들이 출연하는 방송 편성 등에 대한 개입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검찰 칼끝, MB청와대로 더 가까이>(9/12 서영지 기자 https://bit.ly/2fhj1fR)에선 국정원이 해당 사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것이며, 해당 사안이 청와대에 직접 ‘일일보고’형태로 문서가 작성돼 전달되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진중권 “대학 세 번이나 옮겨야 했어” 조정래 “있을 수 없는 일…MB 수사를”>(9/12 김보협․남지은․김태규 기자 https://bit.ly/2jmVn6g)는 당시 피해를 봤던 문화․연예인들의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국정원 블랙리스트.jpg

△ ‘MB 블랙리스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한 한겨레(9/12)

 

조선일보는 5면 하단에 <국정원 개혁위, 원세훈 수사의뢰 권고 “박원순․좌파 연예인 압박 지시” 주장>(9/12 박국희 기자 https://bit.ly/2h1MEFy)라는 제목으로 605자 분량의 보도를 낸 것이 전부였습니다. 당시 국정원이 문화․연예계 인사들에게 압박 활동을 했다는 내용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사찰 및 비판활동 재개에 대한 내용만을 담았습니다. 당시 인사들이 직접 방송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이 사안이 청와대에 보고가 된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본문 속에 단 한번 언급되었습니다.

 

‘방송 개입’이 보도되지 않은 경향과 ‘청와대 보고’가 보도되지 않은 한국
경향신문은 ‘방송 개입’사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MB 정부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정원 앞세워 ‘좌파 퇴출’ 공작>(9/12 김재중 기자 https://bit.ly/2x0lPqN)에서 “2009년 7월에는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 주도로 문화․연예계 대응을 위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했다. 이 조직은 정부 비판 연예인의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및 소속사 대상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의 인사조치 유도 등 전방위로 퇴출을 압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 한 부분이 국정원의 ‘방송 개입’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특정 연예인들이 실제로 방송에서 하차하게 된 정황을 상세하게 보도한 다른 보도들에 비해선 해당 내용을 부족하게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이 중점적으로 보도한 부분은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였습니다. 경향신문은 <검찰, “이명박 정부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도 수사”>(9/13 정대연 기자 https://bit.ly/2xYgfTK), <사방에서 적폐… MB ‘사면초가’>(9/13 정환보․정대연 기자 https://bit.ly/2xkpWP0), <국정원에 좌편향 인사 파악 지시, 이동관․권재진 등 수사 가능성>(9/13 유정인 기자 https://bit.ly/2xkfKpS)에서 국정원의 발표로 인해 검찰 조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한국일보는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다는 내용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제목과 기사 내용에서 ‘MB’나 ‘이명박’이란 단어는 자주 등장하지만, 위 사안이 ‘일일보고’의 형태로 보도되었다는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국일보는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보도했습니다. <“MB 국정원, 김미화․김제동 찍어내려 했다”>(9/12 김회경 기자 https://bit.ly/2f5eUGZ), <김제동 출연 ‘환상의 짝꿍’ 국정원 보고 후 돌연 폐지>(9/12 양승준 기자 https://bit.ly/2fiBIzZ), <탁현민․이준기도 문화계 블랙리스트>(9/13 정지용 기자 https://bit.ly/2xYWoE3)의 제목들에서 볼 수 있듯이 관련된 모든 제목에 연예인의 이름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번 사안의 중심에 이들이 있는 것은 맞지만, ‘유명인’에만 중심을 잡으면 중심을 잡고 보도할 부분이 가려질 우려가 있습니다.
 

지면에서 사라진 ‘SBS 방송 개입’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6개 매체 모두 보도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SBS에서 이뤄진 방송 개입입니다. 대부분의 신문 보도에선 MBC 김제동 씨가 출연한 ‘환상의 짝꿍’ 프로그램 폐지를 방송 개입의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JTBC <MB 국정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9/11 https://goo.gl/NDF3JF)에선 “SBS의 경우, 2010년 '물은 생명이다'라는 특집행사에서 4대강 사업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협조를 요청”했다고 언급했습니다. SBS는 최근 윤세영 회장이 사임하면서 “부득이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다”고 말했기에 충분히 언급할 만한 사례였습니다. ‘연예인’ 들에 가려져서 오히려 구체적인 방송 개입 사안이 보도되지 못한 것은 유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2일 ~ 1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0914_46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