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SBS 회장 사임, TV조선은 또 ‘노조 탓’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보도지침을 내려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세영 SBS 회장이 11일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할 것”이라며 사임의사를 밝혔습니다. 윤 회장의 아들 윤석민 씨도 SBS 이사회 의장과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키로 했습니다.
앞서 언론노조 SBS본부(이하 SBS노조)는 윤 회장이 보도본부 간부들에게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지 말라”고 말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10월 10일에는 “모든 부서에서 협찬과 정부광고 유치에 적극 나서라”는 등의 지침이 담긴 ‘SBS 뉴스 혁신’ 문서를 내려 보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후 SBS노조는 ‘리셋 SBS 투쟁결의문’을 채택하고 소유와 경영의 완전한 분리, 방송 취재·제작·편성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섰는데요. 윤 사장의 결정은 이 같은 내부 비판과 지상파 재허가 심사 등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SBS노조 측은 윤 사장이 이사 임면권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임이 책임 추궁을 피하려는 꼼수일 뿐이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KBS는 사측 입장만 나열․MBC는 자유한국당 ‘방송장악’ 논리 덧붙여
우선 관련 보도는 채널A와 MBN을 제외한 5개 방송사(지상파 3사와 JTBC, TV조선)가 내놓았는데요. 이 중 KBS의 <윤세형 SBS 회장 사임…“소유․경영 분리”>(9/11 https://goo.gl/gJcMDW)는 사측의 입장만을 단순 나열한 25초짜리 단신입니다.
나머지 방송사들은 사측의 입장과 이에 대한 노조 측의 반박을 모두 전하고 있는데요. MBC는 <“소유 경영 분리”…노조 “미봉책 불과”>(9/11 https://goo.gl/dodxRk)라는 보도 말미에서 자유한국당의 억지를 거듭 소개해줬습니다. “윤 회장의 사임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인 MBC와 KBS의 경영진 장악 시도에 이어, 좌파 노조를 내세워 민영방송인 SBS를 노영화 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방송 장악 음모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라며 굳이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정부 방송장악’ 주장을 담아준 것이죠.
윤 회장 사임, 보도지침이 아닌 노조 탓으로 몰아가는 TV조선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윤 회장의 사임 원인을 ‘보도지침’이 아닌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는 TV조선의 보도였습니다. 실제 관련 보도는 제목부터가 <11월 재허가 앞두고…노조 공격에 사임>(9/11 https://goo.gl/VoQcpB)입니다. 마치 아무런 잘못도 없는 윤 회장이 노조의 극성으로 어쩔 수 없이 쫓겨났다는 인상을 주는 제목입니다.
△ SBS 윤세영 회장 사퇴를 노조 탓으로 돌리고, 나아가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와 엮어 보도한 TV조선(9/11)
보도 내용에서도 이런 주장은 그대로 반복되었습니다. 먼저 전원책 앵커는 도입부에서 “방송가에선 공영방송에 이어 민영방송에서도 노조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라고 언급했고요. 박지호 기자는 “민영방송인 SBS가 노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노영방송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옵니다”라고 재차 전했습니다.
과연 SBS는 노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곳이었을까요? 그렇다면 윤 회장이 유신시대에나 봤을 법한 불법적이고 구시대적인 내용들이 담긴 보도지침을 하달하고, 앵커 클로징 멘트까지 개입할 수 있었을까요? 무엇보다 TV조선은 SBS가 ‘민영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민영방송에서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는 있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영방송인 SBS가 노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노영방송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옵니다”라는 말은 도무지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도 없는 말이라서 민망할 지경입니다. 타사의 노사 갈등을 보며 불똥이 튀지 않을까 같은 민영방송으로서 지레 겁먹은 것이거나, 조선 미디어계열사가 공유하고 있는 ‘노조 혐오증’이 또 도진 것으로 보일 뿐입니다.
또 박 기자는 이 뒤에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교수의 “종사자들의 결정권은 당분간 커지겠죠. 문제는 편집권을 종사자들이 확보하더라도 계속 그렇게 가기는 쉽지 않을 거다”라는 의미가 다소 불분명한, 그러나 대체로 이번 상황에 대한 부정적 해설로 보이는 발언을 덧붙여 놓고 있기도 합니다. 해당 보도는 “현재 KBS와 MBC 경영진도 노조와 여권에서 퇴진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설명으로 마무리됩니다.
본질은 KBS․MBC 적폐 경영진․이사진 문제와 엮어 ‘방송장악 음모론’ 설파
이 보도는 일차적으로는 윤 사장의 사퇴 원인으로 노조의 반발을 전면에 지목함으로서 방송사 사장의 보도 개입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입니다. 그러나 사실 더 큰 문제는 TV조선이 SBS 사장 사임 문제를 은근슬쩍 KBS와 MBC 경영진에 대한 퇴진 요구와 엮어 마치 이들이 ‘노조와 현 정권 및 구 야권 인사들로부터 부당한 탄압’을 당하고 있는 양 보도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제 최근 TV조선은 공영방송 적폐 경영진과 이사진에 대한 사퇴 요구를 ‘부당하고도 폭력적인 압박’으로 묘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이번 SBS 사장 사임 보도는 바로 전 날 방송문화진흥회의 유의선 이사 사퇴 ‘원인’을 짚은 <사퇴…“물병 던지고 폭언에 멱살”>(9/8 https://goo.gl/FTr2Ku) 보도와 꼭 닮아 있기도 합니다. 위 보도에서도 TV조선은 ‘왜 유의선 이사에 대해 사퇴 압박이 일었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그의 사퇴 원인이 ‘구 야당 추천 이사들의 폭언’과 ‘언론노조의 정파성’ 때문인 것처럼 전하고 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MBC노조는 노보에서 유 이사의 사퇴는 MBC 정상화의 물꼬라고 반겼습니다. 하지만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등 구 여권 추천 이사 5명은 ‘임기 중간에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구 여권 추천 이사 중 한명이라도 더 사퇴할 경우 현 여권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여권이 바라는 대로 MBC 경영진 교체가 가능해 집니다”라며 마치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등 구 여권 추천 이사들이 ‘투사’라도 되는 양 묘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즉 MBC가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인 MBC와 KBS의 경영진 장악 시도에 이어, 좌파 노조를 내세워 민영방송인 SBS를 노영화 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방송 장악 음모를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그대로 읽어주었다면, TV조선은 이를 내면화해 보도의 형태로 풀어 내놓은 셈입니다. 이런 행태만 보면 MBC와 TV조선이 어느쪽이 더 한국당의 ‘기관지’ 역할을 잘 수행하는지 경쟁이라도 붙은 것 같아 보일 지경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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