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조선일보 ‘민주당 문건’ 보도, 가장 신난 건 역시 MBC9월 8일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KBS와 MBC를 언론 적폐로 규정하고, 시민단체와 방송사 구성원 중심의 범국민적 운동을 통해 이사장과 이사진 퇴진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만들었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자유한국당은 곧바로 이를 ‘언론 장악 문건’이라 규정하며, 이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명분으로 현재 진행중인 보이콧 철회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민주당 측은 해당 문건은 지난달 25일 워크숍 상임위별 분임토론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되었던 ‘정세 보고’ 자료 중 하나로, 당 지도부의 뜻과 무관하게 실무자가 작성한 비공식 문건일 뿐 로드맵이 아니며, 워크숍 당일에는 이 문건 내용으로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정조사를 하고 싶다면 민주당 당내 비공식 의견 자료에 대해 ‘방송장악 국정조사’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의 방송장악 기도, 불법, 부당행위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의제를 다루는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MBC 관련 보도량 3일간 7건 달해
조선일보의 보도와 자유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을 가장 ‘격렬하게 반긴’ 방송사는 역시 MBC였습니다. 이는 보도량에서도 드러나는데요. 9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MBC는 총 7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직접적 관련 보도로 분류하지는 않았지만, EBS 사장 인사와 관련한 ‘문재인 정권 코드인사 비판’ 보도까지 합치면, 이른바 ‘언론 장악’ 프레임 관련 보도는 8건에 달합니다. 이는 그 뒤를 이은 KBS나 TV조선의 보도량(4건)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반면 JTBC는 3건, MBN은 2건, SBS와 채널A는 각각 1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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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9/8 |
2건 (11․12) |
4건 (5․6․7․8) |
- |
1건 (12) |
2건 (4․5) |
- |
- |
9/9 |
1건 (5) |
2건 (4․5) |
1건 (15) |
1건 (4) |
2건 (8․9) |
1건 (12) |
2건 (9․10) |
9/10 |
1건 (5) |
1건 (4) |
- |
1건 (3) |
- |
- |
- |
총 보도량 |
3건 |
7건 |
1건 |
3건 |
4건 |
1건 |
2건 |
△ 민주당 문건 관련 보도량․괄호안은 보도 순서(9/8~9/10) ⓒ민주언론시민연합
MBC, ‘지침’ ‘가이드라인’ 부각하며 ‘방송장악’ 음모론 강조
보도 내용에서도 MBC는 해당 문건을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목표한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문건”이라 규정하고, 이 문건대로 일이 진행되어가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KBS와 MBC 내부 구성원들의 경영진 퇴진 운동과 총파업 등의 움직임을 모두 정권의 ‘로드맵’에 따라 추진되는 것인양 말한 것인데요. 방송사 내부 구성원들과 시민단체, 학계의 공영방송 정상화 요구를 ‘지침에 따른 것’으로 폄훼한 셈입니다. 이는 이후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방통위 등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경우 ‘공정하게 한 것이 아니라 결과를 다 정해놓고 한 일’이 아니냐는 압박을 가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입니다.
실제 MBC는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파문 확산>(9/8 https://goo.gl/v1DY6y)에서는 “KBS와 MBC의 사장 등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정리된 문건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며 문건이 “재허가 심사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 있다 강조했습니다. 이어지는 <‘퇴진운동’ 부터 ‘사퇴’까지… 속속 현실화>(9/8 https://goo.gl/iG8565)에서는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가 “정권 차원의 각본대로 치밀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는 이미 실행됐고 현재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는 추정”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충격적 음모”…“실무자 의견”>(9/8 https://goo.gl/PjPpwF)에서는 이 문건으로 야당이 “정권의 방송 장악 의도가 낱낱이 드러났다면서 강력한 투쟁 의지를 밝”혔다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국정 조사와 청문회 개최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했습니다.
△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시나리오’를 다 짜놓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기정사실화하여 보도한 MBC(9/8)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작성 배경은?>(9/8 https://goo.gl/yD5SJH)은 더 노골적입니다. 보도에서 MBC는 해당 문건이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정책 방향이 이런 것이란 걸 보여주는 문건”이라며 “단순히 당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나 정부와 상당한 교감 속에 만들어진 것” “사실상 여당이 ‘재허가’ 관련 지침을 방통위에 내린 것” “시민사회단체와 학계를 동원한 정황” 등의 일방적인 추정을 나열하고 있는데요.
특히 천현우 기자는 “공영방송 파업이 시작된 바로 지난 5일, 언론학회와 방송학회, 언론정보학회 명의로 MBC와 KBS 사장은 물러나라는 성명이 발표”되었는데 “이 성명이 이번 문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 <EBS 사장에 장해랑 세명대 교수 임명>(9/8 https://goo.gl/Z8XTkq)에서는 “EBS 신임 사장에 KBS PD 출신인 장해랑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임명된 것에 대해 바른정당 측의 “정연주 전 KBS사장의 비서팀장이었던 장 사장을 임명한 것은 전형적인 친정부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덧붙이고 있기도 합니다.
‘KBS 적폐 이사가 창립한 단체’ 항의 성명 읽어주기도
9일과 10일에도 MBC의 관련 보도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먼저 9일 <한국당, 핵 인질 방송장악 규탄 대규모 집회>(9/9 https://goo.gl/HqMkaQ)와 10일 <한국당 “방송장악 문건 국정 조사 응해야”>(9/10 https://goo.gl/mjC7C9)는 한국당의 ‘공세’를 전면에 부각한 보도입니다.
또 <변호사 단체, 여당 ‘방송장악 로드맵’ 항의 성명>(9/9 https://goo.gl/k9er2P)은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이하 자변)의 ‘정부 여당은 방송 장악 시도 중단하라’라는 내용의 항의 성명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자변은 ‘좌파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구현하겠다며 일부 변호사 등이 발족한 변호사 단체인데요. 창립멤버 중에는 KBS의 구여권 추천 이사로 대표적 ‘적폐 인사’로 꼽히고 있는 차기환 이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KBS도 ‘로드맵 담은 문건’ ‘파문’ 강조
보도량은 적었지만 KBS도 내심 이 문건으로 인한 ‘파문’이 커지길 기대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를테면 8일 <‘공영방송 경영진 퇴출’ 여 문건 파동>(9/8 https://goo.gl/pGrb9U)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경영진 교체와 관련해 진행 절차와 순서, 일명 로드맵을 담은 내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며 “방송사 내부 구성원의 퇴진 운동과 촛불 집회 개최 야당 측 이사들의 개인 비리를 부각시켜 퇴출시키자는 등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해당 문건이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와 관련한 로드맵 문서’라는 주장은 자유한국당 등의 일방적 주장일 뿐, 정확하게 사실관계로 밝혀진 내용이 아님에도, 단정지어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외 나머지 3건의 보도에서는 주로 자유한국당 측의 주장을 부각하며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TV조선도 ‘문 정부 코드인사․방송장악 시도’ 부각
TV조선도 이 문건을 문 정부의 방송 장악 및 코드인사의 명백한 근거라도 되는 양 보도했습니다. 이를테면 8일 TV조선 전원책 앵커는 오프닝을 통해 우선 “야당은 여당에게 방송을 도구화한다, 권력의 나팔수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하지요. 그런데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게 하는 문건이 드러났”다 “KBS MBC를 언론적폐로 몰아 경영진과 야당 측 이사들을 축출하는 시나리오”라며 문건의 의미를 한껏 부풀렸습니다.
그리고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공식 문건이 아니라 워크숍 준비용이라고 변명”하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당의 워크숍이 이런 일을 꾸미는 행사인가”라며 민주당의 행보를 ‘내로남불’이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9년에 걸쳐 이어져온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언론 장악 행태를 민주당의 내부 문건 하나로 ‘그게 그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물타기일 뿐입니다.
TV조선은 또 같은 날 <민주 ‘퇴출’ 문건…야 “언론장악 시도”>(9/8 https://goo.gl/UQGtdE)에서는 “민주당이 KBS와 MBC 경영진을 언론 적폐로 규정하고, 퇴출시키는 방안까지 담은 문건을 만든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이어지는 <사퇴…“물병 던지고 폭언에 멱살”>(9/8 https://goo.gl/FTr2Ku)에서는 이에 대한 한국당의 “국정 조사 추진” 주장을 부각하여 전했습니다.
또 다음날에는 <한국당, ‘방송장악 규탄’ 집회…여야 비판>(9/9 https://goo.gl/LVWJp9)에서는 “미중일러 4강 대사에서부터 공영방송 사장까지 요즘 친문재인, 친정부 인사들이 연이어 발탁”되고 있다며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의 “이것을 내버려두면 지금 YTN 사장부터 시작해서 EBS 사장, MBC 사장 또 KBS 사장 계속 연결되고…”라는 ‘언론 장악 우려’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방송 금융 외교 분야 친문 인사 줄줄이 낙점>(9/9 https://goo.gl/SYcUHW)에서도 TV조선은 “인격 모독의 사퇴 압박”을 받아 사퇴하게 된 것이라는 방송문화진흥회의 유의선 이사 발언을 전하며 보도 말미 “구 여권 추천 이사 중 한명이라도 더 사퇴할 경우 현 여권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여권이 바라는 대로 MBC 경영진 교체가 가능해 집니다”라는 해설을 덧붙였습니다.
JTBC는 ‘국회 복귀 위한 명분’이라는 분석 덧붙여
반면 MBC와 KBS, TV조선을 제외한 여타 방송사들은 민주당 내부 문건이나 이와 관련한 한국당의 주장 자체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JTBC는 8일 민주당 내부 문건 문제를 유의선 이사 사퇴 문제를 다룬 <유의선 이사 사퇴…‘방송 정상화’ 시동?>(9/8 https://goo.gl/xCBYB7) 보도 말미에 덧붙여 전하는 수준에 그쳤는데요. 그나마 보도 순서 역시 민주당 측의 “당 차원의 공식적인 문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먼저 상세히 전한 뒤, 그 뒤에 “여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가 사실로 드러났다”는 주장을 짤막하게 덧붙이는 식이었습니다.
그 외 9일과 10일 관련 보도 역시 한국당의 민주당 문건 관련 비판이 아닌 국회 복귀 결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특히 9일 <한국당, 일주일 만에 국회 복귀 결정>(9/9 https://goo.gl/KV99H5)에서는 “한국당은 그동안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에 항의해 장외투쟁에 나섰지만 여론의 지지가 크지않아 오늘 집회를 계기로 국회 복귀를 위한 명분찾기에 나선게 아니냐는 분석”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SBS․채널A․MBN, '무관심' 기조 이어나가
그 외 SBS와 채널A, MBN은 아예 이 이슈 자체에 대해 ‘무관심’ 기조를 이어나갔습니다. 세 방송사 모두 조선일보의 보도 당일인 8일에는 아예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고, 9일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철회를 다룬 보도에서 이를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실제 SBS는 <국회 보이콧 철회키로…모레 확정>(9/9 https://goo.gl/MwVp9h)에서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장악 문건을 만들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며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 국정조사 해보고. 누가 그리 (문서 작성을) 시켜서 했느냐 확인해보고, 시킨 사람은 그냥 안 둘 겁니다”라는 발언을 먼저 소개한 뒤, 그 뒤에 민주당의 ‘태극기 집회가 연상된다’는 비판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한국당은 직무유기 멈추라’라는 비판을 덧붙여 보여줬습니다.
채널A도 한국당의 주장에 특별히 힘을 싣지 않고, 이를 여야 공방 정도로 처리해 보여줬습니다. 실제 <강남 거리서 “언론장악 탄핵감”>(9/9 https://goo.gl/dThLqq)에서 채널A는 한국당이 “공영 방송 경영진 교체까지 언급된 여당의 이른바 ‘언론장악 문건’ 논란에 대해선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홍준표 대표의 “언론의 자유 침해한 아주 중대범죄입니다. 만약 박근혜가 이랬다면 당장 탄핵한다고 대들었을거예요”라는 발언을 붙여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 뒤에는 ‘여당의 역공’이라며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방송개혁을 막아서고, 서명운동을 통해 국민을 핵 공포로 몰아넣겠다는 선언입니다. 자유한국당이 있어야할 곳은 국회 밖이 아니라 국회 안”이라는 발언을 덧붙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MBN 역시 <대규모 장외집회>(9/9 https://goo.gl/eaP5X7)에서는 한국당의 보이콧 행보를 전한 뒤 이어지는 <“국회로 돌아오라”>(9/9 https://goo.gl/EqQbT4)에서는 한국당의 행보에 대한 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비판’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8일~1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