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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의 제보체크/신문보도 편

유인촌 전 장관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 당했다고?
등록 2017.08.23 14:20
조회 1702

민주언론시민연합에는 시민 여러분들의 다양한 제보전화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제보 내용을 확인한 후 민언련 보고서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빠르게 보고서에 반영되지 못한 제보에 대해서는 묶어서 아래와 같이 정기적으로 제보 내용을 확인해 전하겠습니다. 언론 개혁을 위해 관심갖고 제보해주신 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블랙리스트 옹호하려 허위사실 유포

제보 내용 8월 19일 중앙일보 지면에서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과 인터뷰를 했는데,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문화계에 블랙리스트가 있었고 명계남, 문성근 등의 인물이 주도했으며 이 때문에 유인촌이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제보 확인 중앙일보의 <김진국이 만난 사람/반성 않는 보수, 10년 뒤에도 재집권 쉽지 않다>(8/19 김진국 칼럼니스트 https://bit.ly/2vjVeRA)에서 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정병국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기자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하실 때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없었나요”라고 묻자 정병국 전 대표는 “있었죠. 전임 유인촌 장관이 영화인이니까 그전 정권에서 한 행태를 척결한다면서 역으로 또 그런 현상이 벌어졌더라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 진보진영이 아니라 명계남․문성근․이창동… 몇 사람이 주도 했어요. 같은 진보진영 사람들조차 비난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 씨는 “유인촌 장관은 얼마나 당했겠어요. 장관이 돼 탕평한다면서 역으로 선을 그어 버린 거예요. 진보와 보수로. 그러니까 시끄럽죠. 저는 진짜 탕평하는데 중점을 뒀어요”라며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 때처럼 리스트를 만들지는 않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기사와 함께 실린 정병국 씨 사진의 캡션에는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도 예술인을 차별지원하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처럼 ‘리스트(문서)’를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라는 설명이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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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국 씨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발언을 실은 중앙일보(8/19)

 

문제점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적발되고 판결에 들어가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도 문화계에 편향적으로 지원했다’는 주장들이 나왔습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앙일보는 올 초 <사설/실체 확인된 블랙리스트, 수사로 진실 밝혀내야>(1/10 https://goo.gl/6hg9PW)에서 박근혜 블랙리스트를 언급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엔 진보 성향 예술인들에게 지원이 집중돼 논란이 끊이지 않지 않았는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이념을 기준으로 예술인들을 편 가르는 구태는 지양할 때”라는 주장을 덧붙였습니다. 이번에는 정치인 정병국 씨의 인터뷰를 빌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한 셈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와 같은 주장의 근거는 ‘카더라’일 뿐입니다.


정병국 씨는 구체적으로 유인촌 씨가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이창동 전 문화부장관이 재임했던 2003년 9월 유인촌 씨는 산림청에서 산림홍보대사를 지냈습니다. 또한 2004년에는 서울문화재단의 대표를 맡았습니다. 당시 유인촌 씨는 서울문화재단 대표 선임 과정에서 공모하지도 않았는데 발탁되어서 당시의 이명박 서울시장과의 친분 때문이라는 의혹도 받았고요. 이명박 정부에서는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돼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장은 알아서 물러나라”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입기도 했습니다. 


또한 정병국 씨는 문화예술인들의 생계가 걸려 많은 공분을 샀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이전 정부에도 그랬다는 식으로 물타기했습니다.  역시 근거 없이 타인을 모함하는 발언은 명예훼손성 발언입니다. 게다가 정병국 씨는 “노무현 정부에서 명계남․문성근․이창동 등 몇 사람들이 주도해서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했습니다. 


명계남, 문성근, 이창동 씨가 ‘블랙리스트’ 제작이라는 심각한 범죄 사실을 모의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도 “노무현 대통령 5년 동안 문화계 지배하던 황태자가 두 사람 있었다. 그 사람들이 군기를 잡아서 당시 이회창 총재 도와주던 연예인들은 5년 내 방송 출연을 못했다”면서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 씨를 지목했습니다. 


이처럼 근거조차 대지 못하면서, 실명을 거론하며 특정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정치인의 발언은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하는 정치인보다 더 책임이 무거운 것은 언론입니다. 중앙일보는 이를 인터뷰하고, 그렇게 주장할 근거가 있는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치 사실인 양 지면을 꾸몄습니다. 정치인의 문제적 발언을 객관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이런 언론의 행태는 더욱 심각한 명예훼손 행위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1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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