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TV조선 ‘1인 왁싱숍 은밀한 영업’ 보도, 왜 하필 지금?지난 18일 TV조선 <1인 왁싱 숍 ‘은밀한’ 영업>(8/18 https://goo.gl/t156QF)은 ‘적지 않은’ 1인 왁싱숍이 유사 성행위 업소로 변질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왁싱숍의 퇴폐․불법 영업 실태를 보여주고 단속의 어려움을 지적한 이 보도에는 보기에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2014년부터 기사화 됐던 문제, 왜 지금 또 꺼내들었을까?
오피스텔 등지에 차려진 1인 왁싱숍의 퇴폐영업 문제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미 2014년 7월 인천남부경찰서는 오피스텔에 1인 왁싱숍을 차려 놓고 유사 성행위 영업을 한 혐의로 업주와 성 매수 남성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2015년 10월 서울 수서경찰서는 오피스텔 1인 왁싱숍에서 유사 성행위를 한 업주 7명을 성매매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보도는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TV조선이 왜 새로운 추가 사례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러한 이슈를 보도 소재로 삼았을까요?
추측하건데 지난 7월 5일 왁싱샵 살인사건 이후 1인 왁싱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살인사건 이후 유사 성매매라는 선정적 이슈를 더하는 방식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보려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보도가 과거 유사보도와 비교해 어떤 차별점도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정보 제공보다 모방이나 동기유발이 우려되는 TV조선 보도
보도는 “최근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도 제모를 하기 위해, 왁싱업소 가는 분 많습니다. 그런데, 제모만 하는 게 아니고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업소로 변질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단속도 어려워 사실상 불법 영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라는 앵커멘트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유사 성행위를 하는 업소로 변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앵커의 이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나 근거는 보도 어디를 봐도 없습니다. 보도는 기자가 찾아간 단 한 곳의 왁십숍과 나눈 SNS 문자와 대화를 기준으로 1인 왁싱숍 전반이 ‘유사 성매매 업소로 변질’되어 버린 듯한 인상을 주고 있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이 보도에서 구민성 기자는 유사성매매를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시청자에게는 엄청나게 도움이 될만한 팁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퇴폐 사절’이라고 광고하지만, 예약하면서 성매매를 뜻하는 은어인 ‘마무리는 되죠?’라고 묻자 ‘관리 중 자연스럽게’라고 답합니다”라고 멘트해주는 식입니다. “‘사후관리’, ‘트리트먼트’, ‘테라피’라는 이름으로 유사 성행위가 이뤄집니다”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패키지 하면 테라피랑 트리트먼트랑 같이 받을 수 있는 패키지도 있고요”라는 퇴폐 영업 왁싱샵 업주의 발언도 실어줬습니다.
그러나 유사 성매매도 범죄라는 점에서, 범죄의 상황을 이렇게 자세히 알려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방송심의규정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 ②항에는 “방송은 범죄의 수단과 흉기의 사용방법 또는 약물사용의 묘사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이 같은 방법이 모방되거나 동기가 유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특정 약품이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환각효과가 있어 암암리에 이 약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그런 약품이 있으니 관련 규정이 정비되고 단속이 이루어져야한다는 점은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그 약품을 사려면 약국에서 뭐라고 말하면 살 수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모방범죄 또는 동기 유발이 될 수 있어 전하지 말아야 합니다. TV조선의 이 보도는 불필요하게 상세하게 관련 내용을 전한 셈입니다.
△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1인 왁싱샵에서도 사용하는 용어를 퇴폐업소의 ‘은어’로 소개한 TV조선(8/18)
‘마무리’․‘트리트먼트’ 등의 용어를 ‘성매매 은어’로 치부해도 될까?
심지어 이 정보는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트리트먼트’나 ‘사후관리’ ‘테라피’ ‘마무리’ 등은 유사 성매매 업소에서만 사용하는 은어가 아니라,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1인 왁싱샵에서도 시술 직후 피부진정, 미백, 보습을 위한 서비스 등을 일컫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런 보도를 무분별하게 내놓을 경우 ‘같은 이름의 정상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당수 1인 왁싱샵들이 모두 ‘불법 퇴폐 업소’인 것처럼 오해를 받아 영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TV조선은 새로운 정보 하나 없이 흥미 위주로 ‘1인 왁싱숍=유사 성매매 서비스 제공’이라는 편견만을 부추김으로서,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해낼 수 있는 보도를 내놓은 셈입니다.
채널A는 멀쩡한 데이트폭력 보도에 ‘노출 탓’ 제목 달아
TV조선의 보도가 민감한 이슈를 무책임하게 다뤄서 문제였다면, 채널A의 <“짧은 치마 안돼”도 폭력?>(8/20 https://goo.gl/BYJWuY)은 ‘수준 미달의 제목 짓기’가 문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 보도는 “국제기구와 법조계에선 옷차림 지적이나 모임 감시처럼 연인의 행동을 강제로 통제하는 것도 데이트폭력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연인 간 가벼운 행동 통제로 발생한 갈등이 물리적 폭력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하고 있습니다.
즉, 보도의 실제 내용은 ‘연인간의 통제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황당하게도 이 기사의 온라인판 제목은 <“노출 심해서 통제”…옷차림 때문에 데이트 폭력>입니다. ‘노출’ ‘옷차림’을 부각함으로서, 마치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기 때문에 그런 폭력을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몰아가는 듯한 제목인 것이지요. 채널A는 아무래도 기사를 읽어보지도 않고 제목을 뽑은 것이 아닐까요? 그야말로 ‘다 된 밥에 코 빠트리는’ 제목 뽑기 기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18~2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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