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순수한’ 성주 주민과 ‘외지인’…한결같은 종편의 외부세력 프레임국방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차원의 전자파ㆍ소음 조사를 지난 12일 진행했습니다. 국방부는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인체보호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측정되었으며, 소음 역시 2km 떨어진 마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조사가 불투명하고 단편적으로 진행됐다며 반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단 1번 고작 6분간 측정한 평균값에 불과하고, 기밀이라는 이유로 레이더의 출력, 안테나 이득, 레이더 빔의 각도 등 세부 제원마저 공개하지 않았으며, 주민들이 추천한 전문가는 조사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종편 시사 프로그램 역시 이 사안을 비중 있게 다뤘는데요. 국방부의 조사 결과를 정당화하면서 반발하는 주민들을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성주 주민들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발언까지 나왔고 ‘외부세력 프레임’ 역시 건재했습니다. 반면 주민들이 어째서 반발하는지, 구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됐습니다.
전자파 측정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순수성이 없다?
채널A <정치데스크>(8/10)는 사드 전자파 측정을 이뤄지기 이틀 전에 나온 방송인데요. 이미 이때부터 성주 주민들의 ‘순수성’을 의심했습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사드를 반대하는 어떤 분들이 나름대로 애국적인 결단으로 저렇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자파 검출을 반대를 한다는 것 이것은 그들이 그동안 해 왔던 어떤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신인균 씨는 “왜냐하면 전자파 검출을 하면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 수준으로 검출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지 않습니까? 그렇게 될 때 앞으로의 투쟁 명분의 동력을 상실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의구심을 자아낼 수 있기 때문에 기왕에 전자파 때문에 이러한 일들이 시작됐으면 한번 그럼 제대로 밝혀보자, 이렇게 하는 것이 순수성을 인정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요컨대 ‘전자파 검사를 거부하는 성주 주민들의 투쟁에는 ‘순수성’이 없다‘는 겁니다.
△ 전자파 검사를 거부하는 성주 주민들의 투쟁에는 ‘순수성’이 없다는 신인균 씨,
채널A <정치데스크>(8/10) 화면 갈무리
환경영향평가의 차이점 설명조차 하지 않고 주민만 비판하는 종편
이는 주민들 요구의 본질을 은폐하면서 주민들을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로 매도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성주투쟁위원회와 김천시민대책위원회가 애초에 요구한 것은 ‘전략환경영향평가’였습니다. 환경영향평가법 제2조(정의)를 보면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전략 환경영향평가’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계획을 수립할 때에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 여부 확인 및 대안의 설정ㆍ분석 등을 통하여 환경적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여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 번째 ‘환경영향평가’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실시계획ㆍ시행계획 등의 허가ㆍ인가ㆍ승인ㆍ면허 또는 결정 등을 할 때에 해당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ㆍ예측ㆍ평가하여 해로운 환경영향을 피하거나 제거 또는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란 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이나 난개발이 우려되어 계획적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서 개발 사업을 시행할 때에 입지의 타당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조사ㆍ예측ㆍ평가하여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환경영향평가가 비슷한 것 같지만, 종류마다 취지와 평가의 질이 다릅니다. 이번에 국방부가 실시한 전자파 측정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일환으로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자체의 정당성은 전제한 채 환경보전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춘 약식 조사에 해당합니다. 주민들은 이보다는 사업 자체, 즉 사드 배치 자체의 정당성을 재검토할 수 있는 전략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이전부터 주장했던 것입니다.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전자파 측정을 거부하니 순수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기만이자, 주민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다름없습니다.
△ 환경영향평가 등의 분야별 세부평가항목 (출처: 법령정보센터)
꺼지지 않는 ‘외부세력 프레임’, 외부세력이 주민 선동한다는 김병민 씨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최종 결정된 순간부터 쏟아져 나왔던 성주 주민들에 대한 ‘외부세력 개입’이라는 프레임도 여전히 건재했습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1)에 출연한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객원교수는 “지금 이 경북 성주에 와서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단순한 주민들의 반대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측면들이 보여요. 시위 전날에 누가 왔느냐 하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와서 시위에 같이 참여를 하고 있고요”라고 말했습니다. 성주 주민보다는 노동단체 등으로 구성된 연대 단체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한 겁니다.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김 씨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줄여서 ‘한대련’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사실상 반미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시민단체들, 학생단체들이 모여서 뭐라고 얘기하느냐 하면 사드 대신 평화,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이거 누가 주장하고 있는 겁니까?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바와 다를 바가 없는 주장이잖아요”라며 대학생들까지 끌어들여 ‘종북‧반미’ 낙인을 찍었습니다.
△ 사드배치 반대 시위에 종북·반미 프레임 씌우는 김병민 씨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8/11) 화면 갈무리
김병민 씨는 국방부의 전자파 측정 다음 날, 채널A <선데이 모닝쇼>(8/13)에도 출연했습니다. 여기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는 지역주민들만이 여기에 가담하고 있는 것들이 아니라 외지인들이 함께 와서 이 사실상 반대투쟁을 선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겁니다”라며 ‘외부세력이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노골적인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방송인 김제동 씨도 ‘외부세력’의 한 명으로 지목됐습니다. 김 씨는 “작년에 그렇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경북 성주 참외. 레이더 참외라고 해서 얼마나 세상을 뜨겁게 만들었습니까?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고 방송인 김제동 씨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올해까지도 경주 성주에 가서 투쟁에 함께 참석하면서 무슨 얘기를 하냐면 ‘국방이라는 레이더 범위 내에서 일한다는 불안감을 가지지 않게 해야 된다…’ 이게 뭐냐 하면 결국 레이더 때문에 불안하게 주민들이 살 수밖에 없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여기에 대해서 전자파, 소음 등으로 사실상 주민들의 불안을 부추겼던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는 경북 성주에 내려가서 주민들의 불안을 거둬들이고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서 손을 잡을 수 있는 출구전략을 좀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김제동 씨를 주민들의 불안을 부추긴 외부인으로 규정한 겁니다.
신효섭 조선일보 부국장도 진짜 주민과 외부인 ‘갈라치기’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14)에서 신효섭 조선일보 부국장은 “전자파 측정만 해도 이게 주민들이 반대한다. 그런데 주민이 그게 진짜 주민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부 시민단체들이 반대를 한다고 하니까 계속 늦추면서 확정을 안 줬잖아요. 그런 식의 어떤 미온적이고 불분명한 태도가 지금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보기 때문에 정부의 책임은 저는 분명히 짚을 부분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 프로그램들은 전자파 측정을 다루면서 조사 과정의 문제는 외면한 채, 일관적으로 ‘진짜 주민이냐,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냐’만 따지고 있는 겁니다. 이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들에 대한 ‘갈라치기’이자, 사드 배치의 여러 본질적 문제를 은폐하는 프레임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10일~8월 14일 채널A, MBN, TV조선의 8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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