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성주투쟁위 이탈에 ‘과도한 의미부여’ 나선 MBC․TV조선․채널A지난 15일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이하 성주투쟁위)가 6개 사드 반대 단체 협의체에서 공식 이탈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드 반대 단체 협의체는 지역을 기반으로 구성된 성주투쟁위, 사드 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 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3개 단체와 사드 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사드 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 배치저지 부산울산경남대책위원회 3개 단체, 총 6개 단체로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이 중 한 곳인 성주투쟁위가 투쟁 방식에 있어서 그간 다른 5개 단체와 의견이 맞지 않았다며 독자적 투쟁을 예고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MBC와 TV조선, 채널A가 영 수상한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들 방송사들은 성주투쟁위의 사드 반대 단체 협의체에서의 이탈 소식을 전하며 이를 ‘균열’ ‘투쟁 동력 상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보도만 보고 있자면 성주투쟁위의 이탈로 사드 반대 투쟁 자체가 무너지기라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이탈’‘불법’‘균열’ 부각하며 ‘투쟁 동력 상실’ 전망 쏟아내
먼저 각 방송사의 보도 양상을 살펴보겠습니다. 해당 이슈를 저녁종합뉴스를 통해 전한 곳은 7개 방송사 중 MBC와 TV조선, 채널A 뿐인데요. 이들 방송사들의 보도는 △사드 반대 투쟁에 있어서 성주투쟁위의 ‘가치’를 부각하고 △성주투쟁위 이외 단체들의 투쟁 방식이 ‘불법적’이었다는 정보를 전달한 뒤 △성주투쟁위의 협의체 탈퇴를 투쟁 동력 상실과 곧바로 연결 짓고 있다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MBC의 <‘집행부’ 전원 사퇴… ‘내홍’은 계속>(8/14 https://goo.gl/qPMUjv)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대표 단체인 성주투쟁위의 집행부가 전원 사퇴했습니다. 성주투쟁위는 다른 반대 단체들과의 협의체에서도 탈퇴하기로 해서 내부에서 균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됩니다. 협의체 구성 단체 중 한 단체인 성주투쟁위를 굳이 ‘대표 단체’라 지목하여 성주투쟁위의 이탈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어지는 기자 리포트에서는 “가능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려 했지만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나머지 5개 단체와 합의에 이르기 어려웠다”는 성주투쟁위 측 ‘익명의 전 집행부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고 있는데요. 나머지 5개 단체가 ‘불법적 투쟁’을 강요해왔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는 주장인 셈입니다.
△ 성주투쟁위의 사드 반대 단체 협의체 이탈에 ‘투쟁에 큰 영향 끼칠 것’이라며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TV조선(8/14)
이어 기자는 “지난해 9월 성주 골프장이 사드 포대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뒤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한 성주 주민투쟁위의 내홍은 사드 반대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는 ‘해설’로 보도를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TV조선의 <성주 투쟁위 사실상 해체… 반대단체 ‘기로’>(8/14 https://goo.gl/sPf2VB)도 “사드 배치 반대를 주도해 온 성주 투쟁위원회가 사실상 해체했습니다. 주민 주체로 이뤄지지 않는 등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사드 반대 투쟁에 변화가 예상됩니다”라는 앵커 발언으로 시작되는데요.
이어지는 내용도 똑같습니다. 먼저 “주민이 주체가 되지 않는 사드 반대 투쟁이 문제였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불법검문을 하지 말자고 주장해 강경파와 갈등을 겪은 것”이라는 성주투쟁위 측 주장을 소개하고, 그 뒤에 “성주 투쟁위는 지난해 9월 국방부가 사드배치를 골프장으로 변경한 직후 가장 먼저 반대운동을 시작한 단체” “성주 투쟁위가 동력을 잃으면서, 성주의 사드 반대 움직임도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라는 ‘해설’을 붙여 사드 반대 투쟁 자체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하는 식이거든요.
채널A <사드반대 협의체 붕괴 조짐>(8/14 https://goo.gl/QVyncf)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던 6개 단체들의 연대가 무너지는 조짐입니다. 중심축이나 다름 없던 성주투쟁위가 차량 검문검색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겪다 탈퇴했습니다”라는 앵커 멘트로 시작해 “성주 주민들로 구성돼 중심축 역할을 했던 성주투쟁위가 탈퇴한 것” “사드 반대 활동에 핵심축이 떨어져 나가면서 나머지 단체에 노란불이 켜졌습니다”라는 기자 리포트로 마무리됩니다.
물론 “서북청년단 왔을 때도 집회신고 행정신고 다 했는데 그것을 못하게 막으니까 우리가 불법이고 저쪽이 합법이 돼 버린 거야”라는 성주투쟁위 측 발언을 소개함으로서 여타 단체가 ‘불법 투쟁’을 추진해왔다는 점도 빠트리지 않고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주투쟁위의 이탈이 ‘사드 반대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는 이 같은 주장에는 별다른 근거가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성주투쟁위도 ‘투쟁 방식’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입장일 뿐, ‘사드 찬성’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며, 6개 단체 중 단 한 단체의 이탈이 상황이 완전히 뒤집을만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5단체 ‘대체 왜 성주대책위 일방 주장만 나열하나’
실제 다른 5개 단체는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조은숙 원불교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교육팀장의 주장에 따르면 “소성리 사드배치 지역은 성주와 김천의 경계지역이며 원불교 성지와 순례길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성주, 김천, 원불교 3단위가 직접당사자인 주체로 활동”해 왔다고 합니다. 이는 국방부에 대한 부작위행정소송 등을 진행하면서 공개된 사실이기도 한데요. 때문에 ‘성주대책위’가 사드 반대 투쟁의 ‘핵심축’인양 말하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라는 것이지요.
사드 반대 단체 협의체가 경찰과 충돌을 야기할만한 행동을 먼저 한 적도 없고, 오히려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방송사가 사드 반대 단체 협의체의 기존 투쟁 방식이 마치 모두 ‘불법적인 투쟁’이라도 되는양 보도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조 팀장은 주민 검문의 경우 지난 4월 26일의 사드 날치기 배치와 이 과정에서의 ‘미군의 웃음과 촬영’ 문제를 계기로 주민들이 마을의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인데, 이를 무작정 ‘불법’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사안의 맥락을 무시한 주장이라는 입장입니다.
또 서북청년단 문제의 경우 초기 서북청년단의 행진 등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았으나, 이들이 집회장소와 무관하게 마을 곳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난동을 부렸고, 이를 경찰이 방치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민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을 뿐이라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합법 집회’ ‘불법 집회’의 프레임으로 바라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간 사드 반대 투쟁 단체들의 반대 사유보다는, 이들의 ‘투쟁 강도’나 ‘단체의 성격’에 집중하던 MBC와 TV조선, 채널A가 유독 사드 반대 단체 협의체에서 이탈한 성주투쟁위의 주장을 이렇게 ‘전적으로 받아쓰기’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보도 내에서 언급했던 ‘사드 투쟁 동력 약화’가 현실로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이렇게 ‘투쟁 단위의 내분’을 중점적으로 전달할 경우, 각 단체가 투쟁에 대해 내놓는 주장보다는 ‘자기들끼리 싸운다’라는 인상만이 부각되기 십상입니다. 주요 세력이 떠났다는 사실을 강조하면, 남아 있는 ‘사드 반대 투쟁’ 세력은 ‘나머지 외부 소수 세력’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참으로 속 보이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14~1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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