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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열에 칼 빼든 정부, ‘강남 불패론’으로 맞선 채널A8월 2일, 문재인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정부가 지난 6월 19일 발표한 첫 부동산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자, 고강도 규제 대책을 내놓은 겁니다. 이른바 ‘8.2대책’으로 불리는 이번 부동산 대책은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습니다.
8‧2 부동산 대책은?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2012년 이후 모두 해제된 투기과열지구 재지정 △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및 재당첨 금지 등 재건축·재개발 사업 개선 △다주택자 등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세제·금융 규제 강화(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에 대하여 LTV(담보인정비율)·DVI(총부채상환비율) 40% 적용) 등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뚜렷합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3일 “현재 강남권을 포함한 일부 부동산 가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며 “지금은 불을 끌 때다. 불을 끄면 적절한 장소와 계층을 대상으로 공급이 본격화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의 거주권 보호는 물론, 경제의 근간에 해당하는 부동산 시장이 ‘가진 자들의 투기장’으로 변질된 상황을 본질적 문제라 본 것입니다.
나흘간 보도량은 MBN 17건으로 최다, TV조선 7건으로 최소
‘역대급’으로 평가되는 규제가 쏟아지자 방송사들도 보도를 많이 냈습니다. 8월 2일부터 5일까지 보도량만 보면, MBN이 나흘간 17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습니다. 다음으로 JTBC(14건), SBS(13건)가 뒤를 이었습니다. TV조선은 7건으로 보도량이 가장 적었습니다.
일자별로는 8월 2일 당일은 모든 언론사가 관련 내용을 톱보도로 보도했고, 3일에는 KBS, SBS, MBN이 관련 내용을 톱보도로 내면서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4~5일의 경우, 7개사 모두 관련 보도를 1~2건씩 낸 가운데 MBC만 5번째 보도로 전반부에 배치를 했고 타사는 모두 후반부 배치였습니다.
TV조선은 보도량도 7건으로 가장 적을 뿐 아니라, 주말인 5일에는 1건도 보도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동산 대책’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
08월 02일 | 4(1~4) | 4(1~4) | 6(1~5,8) | 6(1~4, | 3(1~3) | 3(1~3) | 8(1~8) |
2부 2~3) | |||||||
08월 03일 | 5(1~5) | 1(9) | 4(1~4) | 5(7~11) | 2(21~22) | 3(3~5) | 5(1~5) |
08월 04일 | 1(14) | 2(4~5) | 1(10) | 2(17~18) | 2(19~20) | 1(9) | 2(23~24) |
08월 05일 | 1(14) | 1(4) | 2(5~6) | 1(16) | 0 | 2(4~5) | 2(18~19) |
총 보도량 | 11 | 8 | 13 | 14 | 7 | 9 | 17 |
△ 8.2 부동산 대책 관련 7개 방송사 보도량 비교(8/2~8/5) ⓒ민주언론시민연합
경제의 토대 흔드는 부동산 투기 문제, 방송사는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
보도의 내용은 크게 △8‧2 대책 내용 △시장의 반응 및 일부 지역‧투자자 불만 △여야 공방으로 나눠집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8‧2 대책의 내용을 전달하는데 많은 보도를 할애했습니다. 눈에 띄는 방송사는 MBC와 TV조선인데요. 두 방송사만 유독 8‧2 대책의 내용보다 시장 반응과 일부 투자자 불만에 더 많은 보도를 냈습니다. 특히 TV조선은 시장의 반응만 4건으로, 8‧2 대책 관련 정보 2건보다 2건을 더 할애했습니다.
그러한 TV조선의 보도는 싸늘해진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스케치하고 일부 지역 주민과 부동산 업자들의 ‘불만 인터뷰’를 부각하는 구성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는 이번 부동산 대책의 의미와 취지, 추후 과제라는 기본적 정보를 외면한 채 부분적이고 편향된 정보로 국민의 불안을 부추길 우려가 큽니다. TV조선이 강조한 ‘불만’과 ‘진단’ 역시 주관적인 감정 토로에 가깝습니다. TV조선이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에 대한 불만을 자극하기 위해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
8.2대책 기조, 내집마련, 대출조건 등 구체적 내용설명 | 6 | 3 | 8 | 9 | 2 | 4 | 12 |
시장반응 및 일부 지역‧투자자 불만 | 4 | 4 | 4 | 3 | 4 | 4 | 4 |
여야 공방 | 1 | 1 | 1 | 2 | 1 | 1 | 1 |
총 보도량 | 11 | 8 | 13 | 14 | 7 | 9 | 17 |
△ 8‧2 부동산 대책 관련 7개 방송사 보도량 상세 비교(8/2~8/5) ⓒ민주언론시민연합
타사 역시 8.2 대책 관련 상세한 정보를 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부동산 대책은 시장과 세재, 금융 등 복잡한 요소가 얽혀 있어 기본적인 설명이 필수적입니다. 게다가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시장은 투기로 얼룩졌기 때문에 국민적 불신도 큰 상황이죠. 그러므로 부동산 관련 보도는 현재 우리 부동산 시장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투기의 해악은 무엇인지, 이번 대책의 취지는 무엇인지 짚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방송사들 대부분이 아주 표면적인 정책의 내용과 투기 억제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를 전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무주택‧실수요자 보호 관련 내용은 8‧2 대책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MBC‧TV조선은 아예 관련 보도가 없었습니다.
대책 나온 첫날부터 ‘부동산 시장 냉각 우려’ 쏟아낸 MBC‧TV조선
보도 내용을 상세히 톺아보면 MBC‧TV조선‧채널A의 경우 부동산 과열을 야기한 일부 투기 세력의 입장을 지나치게 대변했다는 문제점이 나타납니다.
먼저 MBC와 TV조선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2일부터 ‘부동산 시장 냉각 우려’부터 쏟아냈습니다. MBC <투기 수요 차단 주력…“살 집만 사세요”>(8/2 https://bit.ly/2va6RfG)에서 “민간 주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면서 “거래절벽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급하게 거래할 사람들조차 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위축이 예상됩니다”라는 심교언 건국대 교수의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TV조선도 비슷합니다. TV조선 <매도 문의 ‘빗발’…가격 안정 ‘기미’>(8/2 https://bit.ly/2uf3eI2)는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초 강남 송파 이른바 강남 3구는 벌써 가격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며 안정 국면에 접어든 시장 반응을 전하는 듯 했지만, 곧바로 “강남 재건축 조합원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을 조명하면서 “새정부 들어왔으니까 보여주기 위한 포퓰리즘이예요 이게 말이 됩니까”라는 재건축 조합원의 불만 가득한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결론은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거래 절벽과 가격 하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 3구 등에 대한 가격 안정화는 8.2 대책이 목표로 하는 ‘무주택‧실수요자 보호’의 단초입니다. MBC는 이러한 투기 지역의 가격 하락에 “경제 전반의 위축”까지 우려했으나 ‘투기판’으로 전락한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동안 우세했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현재 6억 원을 넘어선 상태로 무주택‧실수요자가 대부분인 서민들은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감세와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주택 전셋값이 63개월 연속 폭등하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죠. 2009년 주택 전세가격 지수는 76을 기록했지만 불과 5년 만에 40%가 뛰어 2014년엔 106.8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절실하게 집이 필요한 무주택‧실수요자들은 전세조차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고 주택 공급이 과잉인데도 미분양 사태가 빈발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MBC‧TV조선은 오히려 ‘시장 냉각 우려’만 강조한 겁니다.
TV조선은 ‘중랑‧강북의 불만’ 조명, 현실은 ‘중랑‧강북’도 ‘갭투자’ 기승
TV조선은 일부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강조하는 보도에서도 단연 압권입니다. TV조선 <“강남 잡으려다 강북까지 잡나”>(8/4 https://bit.ly/2fhtACq)는 “중랑구, 강북구처럼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던 일부 서울 동북권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꼬리표를 달면서 강력한 규제에 묶이자 주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강남 쪽 전셋값의 반의 반도 안되는 것을, 집 한 채 있는 것을 투기지역으로 묶는다는 것 자체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라는 중랑구 주민의 인터뷰와 “이제 팔리기 시작하는데 과열 지구로 묶어버리니까 황당한 것”이라는 중랑구 공인중개사의 인터뷰도 덧붙여 ‘지역의 불만’을 부각했습니다. TV조선은 “서울 신내동의 이 아파트는 3.3제곱미터당 매매가가 1200-1300만원 정돕니다. 송파 용산구의 반값, 강남구 서초구의 3분의 1 수준”, “올해 서울 강동, 송파, 강남구의 아파트는 최고 11%까지 치솟은 반면, 강북, 중랑, 도봉구는 1~3 % 밖에 안 올라 서울 전체 평균에도 못미쳤습니다”라며 중랑구‧성북구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강북의 불만‘ 강조한 TV조선(8/4)
물론 TV조선이 보도한대로 중랑‧강북의 집값과 그 상승세는 투기지역으로 분류된 강남‧송파 등에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8.2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미 해명을 했습니다. 8.2대책 전문을 보면 “강남 11개구 뿐만 아니라 강북 14개구의 상승률도 높으며, 두 지역 모두 상승폭이 확대되는 등 서울 전역에 과열이 발생”해, “과열현상은 서울 전역, 과천, 세종시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으로 판단했다는 겁니다. 강북‧중랑을 포함한 서울 8개 지역은 전세가율이 75~80%에 이르러 기형적 투기 현상으로 지목된 ‘갭투자’가 기승을 부리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SBS <내일 대책 발표…‘갭투자’ 방지책 유력>(8/1 https://bit.ly/2uewVJn)은 “성북구와 중랑구 등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는 곳에서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고 “갭투자의 경우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이마저도 저금리로 쉽게 조달할 수 있어,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 때문에 강북‧중랑 등의 지역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겁니다. 심지어 TV조선에서도 <“1억5천 내려도” 거래 ‘꽁꽁’>(8/3 https://bit.ly/2uf3eI2)에서도 기자가 “갭투자 성지로 뜨면서 거래가 활발하던 서울 성북과 동대문 등도 어제부터 발길 뚝 끊겼습니다”라고 멘트했습니다. TV조선도 노원구가 갭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중랑‧강북처럼 투기과열지구로 선정된 지역과 강남‧송파 등 투기지역은 규제의 강도와 선정 요건에서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2개월 간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한 지역”등의 요건을 지니고 있고 투기지역은 “직전월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직전월 전국소비자물가상승률의 1.3배보다 높은 지역”, “직전분기 지가상승률이 직전분기 전국지가상승률의 1.3배보다 높은 지역” 등 훨씬 더 엄격한 요건에 해당합니다. 규제와 강도 역시 투기지역은 부동산 양도시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가액으로 과세하고 탄력세율까지 적용하여 중과세를 하는 등 수위가 높지만, 투기과열지구는 분양권 전매 제한, 신규주택의 5년 이상 무주택세대주에 대한 우선 공급, 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등 예방적 조치가 가해집니다. 즉 중랑‧강북 등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부동산 거래 자체에 대해 과세 등 직접적인 규제가 가해지지는 않는 겁니다. TV조선이 굳이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문제 삼고 싶었다면 이런 구체적인 차이도 언급했어야 합니다.
‘강남 부동산 불패론’만 2건…채널A는 강남 부호를 대변하나
채널A는 2건의 보도에서 ‘강남 불패론’에 목소리를 높여 사실상 ‘강남 다주택자’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채널A <“떨어질 일 없으니 안 팔면 그만”>(8/4 https://bit.ly/2v9d90x)은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예고한 상태. 하지만 하지만 시장에서는 ‘안 판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진단했습니다. 이어서 “강남은 떨어질 일이 없기 때문에 갖고 있는 게 맞다… 나중에 경기 좋아 사려면 이것보다 돈 더 주고 사야 한다”는 강남 다주택 보유자의 발언을 전했고, “공급 자체가 부족해 가격이 안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 새 정부 들어 외고, 자사고 폐지가 거론되면서 학군이 좋은 강남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고 부추기기도 했습니다. 여기다 “투기자들 치고 다 빠졌어요. 지금 있는 사람들 실소유자에요.” “이곳 재건축 아파트들은 완공될 때까지 팔 수가 없게 됐습니다. 다주택 보유자들도 팔지 않고 버티겠다는 응답이 많습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못 팔고 안 판다는 겁니다” 등 부동산 업자들의 주장도 나열했습니다. 결론은 “집을 팔라는 정부, 안 팔거나 못 파는 사람들. 부동산 거래절벽만 촉발하진 않을지 우려”라는 겁니다. 이는 사실상 ‘강남 부호는 집을 안 팔고 버티면 된다’는 ‘강남 불패론’을 주창한 겁니다.
△ 부동산 투기 억제책에 ‘강남 불패론’으로 맞선 채널A(8/4)
다음날에도 비슷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채널A <집 여러 채 땐 “집중 세무조사”>(8/5 https://bit.ly/2hzI0i8)는 “정부가 연일 다주택자들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고 전하더니 또 다주택 보유자들의 주장을 모았습니다. “내가 부정이나 비리나 그런 걸로 다주택 소유한 것도 아니고 물어야 할 세금은 다 물었고…”, “근거나 내용도 없이 세무조사한다고 하면 개인의 권리 갖고 저항할 수밖에 없는 거죠”라는 강남 지역의 분노 섞인 발언과, “이자 부담이 크지 않고 당장 급전이 필요하지 않은 이상 굳이 팔 이유 없다고 생각하고요. 부동산은 끝까지 갖고 있으면 앞으로가 더 낫다고…” 등 양천 지역의 반응을 나열했습니다. 이런 보도들에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놔도 부동산 불패론은 꺼지지 않는다’는, 신앙에 가까운 믿음마저 느껴집니다.
‘갭 투자자’의 입장 조명한 공영방송
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는 일제히 일부 투자자들의 불만을 조명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KBS‧MBC는 투기 현상인 ‘갭투자’를 다루면서도 ‘갭투자자들의 불만’만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KBS <세금 오르고 집값 ‘뚝’…‘갭 투자자’ 노심초사>(8/4 https://bit.ly/2utMojF)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KBS는 이미 보도제목에서 ‘갭투자자’들의 불만을 명시했습니다. 김민정 앵커는 먼저 ‘갭투자’가 무엇인지 설명해줬습니다. “매매가가 4억 원 전세가가 3억 7천만 원인 아파트가 있다면 두 값의 차이 3천만 원이 갭”인데, “전세를 주고 집을 살 경우 이미 있는 전세보증금에 내 돈 3천만 원만 투자하면 4억 짜리 한 채를 살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주택 여러 채를 산 뒤 값이 오르면 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법이 갭투자”라는 겁니다. KBS가 잘 설명한대로 이렇게 편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기는 다주택자들을 규제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인데요.
그런데 KBS는 ‘투기’의 문제는 외면한 채, “집값이 떨어지면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며 “갭투자를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투자자들은 지금 초비상”이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재희 기자는 “2~3년 전부터 갭투자 광풍이 불었던 서울 구로구, 한 때 아파트 전세가가 매매가의 80%를 넘어 이를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지만, “다주택자를 겨냥한 8.2 부동산 대책 뒤 투기 행렬이 뚝 끊겼”다고 현장을 전했습니다. “5년간 집값이 2억 원 올랐지만 이제는 오히려 떨어질까봐 노심초사”인 “수도권에 아파트 세 채를 산 이 모 씨”의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내년 4월부터 조정대상지역에 집이 세채 이상인 사람은 양도차익의 최대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사실을 덧붙였고 “3년 이상 집을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줄여주는 장기보유 특별 공제 대상에서도 빠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도 설명했습니다.
MBC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MBC <메가톤급 규제…직격탄 누구에게?>(8/4 https://bit.ly/2fh37Vv)는 “8.2 부동산 대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대상은 이른바 '갭' 투자자”라면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산 경우 집값이 오르더라도 이제 양도소득세를 수익의 최대 60%까지 내야”하고 “집값이 하락한다면, 시세 차익은커녕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전셋값이 떨어질 경우에도 타격”이라며 “대출 한도가 집값의 최저 30%까지 줄어든 만큼 자칫 전세금을 내주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열을 올렸습니다. KBS와 똑같이 정부 대책의 주요 타깃이 된 ‘갭 투자자’들의 불만을 집중 조명한 겁니다.
비정상적 투기 과열의 대명사인 ‘갭투자’…투자자 불만만 조명할 문제인가
이렇게 유독 ‘갭 투자자’의 입장을 적극 대변한 방송사는 KBS‧MBC 두 공영방송 뿐입니다. 놀랍게도 KBS는 대책이 발표된 2일에는 ‘갭투자’를 분명히 투기로 규정했습니다. KBS <실수요자 중심으로…“투기 세력 감시 강화”>(8/2 https://bit.ly/2ucwprf)는 이번 대책을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꿈을 키울 수 있는 정책”으로 소개하면서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갭투자 등 투기 세력에 대한 감시도 강화”된다고 보도했는데요. 분명 ‘갭투자’를 ‘투기 세력’으로 명시했으나 불과 이틀만에 ‘투기’는 쏙 빼고 ‘투자자들의 불만’만 강조한 겁니다.
그러나 ‘갭 투자’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비정상적 부동산 투기의 대표적 현상입니다. KBS는 ‘시세차익’만 언급하며 마치 ‘갭 투자’가 정상적인 투자 방법 중 하나인 것으로 설명했지만 이는 분명한 투기입니다. 갭 투자는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일관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전셋값이 유례 없이 폭등하면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전세를 끼고 집을 구매할 수 있다 보니 매우 적은 자본만으로도 집을 살 수 있고,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전제 하에 이를 되팔아 차익을 크게 남기는 방식입니다. 심지어 아파트 일반분양에서도 갭 투자가 성행해 실수요자들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분양에 당첨될 경우 분양가의 10%인 계약금만 지불하면 분양권을 확보할 수 있는데요. 일부 투자자들이 중도금을 일단 집단 대출로 충당하고 잔금을 지불하기 전에 분양권을 비싼 값으로 전매해 차익을 챙긴 겁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도금 대출 규제도 이미 강화한 상태입니다. 이런 현상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세 제도가 있는 한국에서만 발생했고 자본이 풍부한 다주택자들의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전체 주택구매량 가운데 이미 집을 1채 이상 가진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2007넌 31.3%에서 2013~2017년에는 43.7%로 늘었습니다.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구매하는 비중도 2015년 이전에 비해 2016~2017년 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했죠.
이렇듯 갭 투자는 분명 투기 목적의 수요로서 주택 시장을 어지럽히는 현상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8.2대책에서 바로 이런 ‘다주택자의 투기용 주택 구매’를 문제의 근원으로 파악한 겁니다. 갭 투자는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믿음 하에 투자자 본인이 리스크를 떠 안고 투기에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투기를 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KBS와 MBC는 이런 문제점과 대책의 의미를 외면한 채 오로지 ‘갭투자자들이 집값이 떨어지면 큰 피해를 본다’고 우려를 표한 겁니다.
고작 이틀지난 부동산 대책,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시각의 보도 절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과열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대책에 벌써부터 반발에 가까운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책이 발표된 지 고작 이틀이 지난 시점임을 감안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우려를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의 이번 부동산 대책의 효과와 기대, 부동산 투기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큽니다.
그나마 SBS가 이런 부분을 조명했습니다. SBS <“참여정부보다 강력”…후속책 필요>(8/4 https://bit.ly/2vztM67)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를 짚으면서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건 최근 집값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서 “내놓은 대책의 골간은 양도소득세와 대출규제, 청약가점제 등 참여정부와 비슷”하지만 “참여정부 때는 정책이 실패했는데,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참여정부에서는 그때그때 시장이 반응하고 나서 정책이 나와서 효과가 많이 떨어졌던 부분”이 있었지만, 현 정부는 “강력한 규제를 한꺼번에, 그것도 집권 초기에 쏟아냈”다는 겁니다. “참여정부는 규제책을 내놓는 중간에 건설 경기 활성화책을 내놓는 등 정책에 일관성이 떨어졌”던 것과 달리, “문재인 정부가 정권 내내 일관된 정책을 펼치기로 공언한 것도 정책효과를 높게 보는 이유”로 들었습니다. SBS는 “다른 투자처로 자금을 유도하고, 기준금리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는 후속대책도 제안했습니다.
이어지는 SBS <분양 시장, 실수요자 위주로 바뀐다>(8/4 https://bit.ly/2vBNjE2)는 “무주택 서민의 집 장만이 쉬워진 가운데, 건설사들도 서둘러 분양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기대 효과를 보도했습니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발표된 날에 청약을 진행하면서 흥행실패가 우려됐지만, 20대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 청약 접수 현장을 보여주면서 이번 대책이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임을 강조했습니다. SBS는 “청년층이나 신혼부부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면서 “신혼부부만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25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정부 대책도 덧붙였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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