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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휴가’ ‘트럼프 통화’에 집착하는 조선일보, 이유는?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 고조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미중 간 빅딜설’ ‘대북 군사 옵션’ ‘코리아 패싱’(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된다는 의미) 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위기 상황에도 휴가나 즐기며 미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하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부는 안보에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부각하려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조선, 트럼프 통화 문제 언급만 하루에 5건
야권의 안보 공세에 발맞춰 ‘휴가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 여부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이날 조선일보는 총 4건의 보도와 2면 Chosun Today 코너 기사 광고 1건에서 두 정상 간의 통화 문제를 지적했는데요.
같은 날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아예 이 문제를 지면에 언급하지 않았으며,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각각 1건의 청와대 기자 브리핑 관련 보도에서 이를 언급했습니다. 동아일보도 2건의 보도에서만 이를 다루었는데요. 조선일보를 제외한 이들 매체 중 기사 제목에 ‘통화’를 언급한 매체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안보 위기’와 ‘대통령 휴가’를 엮어 보도한 것 역시 조선일보가 광고 포함 5건, 동아일보와 한국일보가 야권의 ‘휴가 비난’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1건이었습니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대통령 휴가를 문제 삼는 보도를 아예 내놓지 않았습니다.
6면에 기사 쓰고 2면에 그 기사 광고까지
반면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휴가를 즐기느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주 심각한 사안으로 부각했습니다. 제목에 ‘통화’를 언급한 기사만 두 건인데요.
특히 6면의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는 미뤄놓고 휴가지서 장관 만난 문대통령>(8/3 김진명 기자 https://goo.gl/X2Nm8J)에서는 문 대통령이 2일 방한 중인 랴미자르드 랴쿠두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한 것을 전하며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통화하기를 휴가 뒤로 미룬 것이 다시 부각됐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일은 다 처리하면서 가장 시급한 한·미 정상 간 소통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 휴가중인 문 대통령의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문제를 다룬 보도를 2면에 재차 홍보한 조선(8/3)
조선일보는 이 기사가 아주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일종의 기사 광고 코너인 2면 <Chosun Today>에서 이 내용을 <문대통령,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만나면서…>라는 이름을 붙여 재차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광고 속 기사 요약 문구는 “여름휴가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경남 진해에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과 환담을 나눴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는 이날도 이뤄지지 않았다”이기도 합니다.
제목에 ‘통화’를 언급한 또 다른 보도는 같은 6면의 <야3당 “안보가 위기인데… 문대통령, 트럼프와 통화해야”>(8/3 박수찬 기자 https://goo.gl/n5WRfj)입니다. “야 3당은 2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초유의 안보 위기 상황인 만큼 휴가 중이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해야 한다’고 일제히 주문했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기사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김영우 최고위원의 ‘미국 정상과 통화 한 번 안 한 상황은 대통령의 자세가 아니다’라는 등의 ‘비판’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사설에서도 ‘왜 전화 안 하냐’ 닦달은 계속
기사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요? 조선일보는 이날 무려 두 개의 사설에서 재차 ‘휴가와 통화 문제’를 언급하고 나섰는데요.
먼저 <사설/미서 ‘전쟁’ '미북 협상'이라는데 “한미 정상 간 의제 없다”니>(8/3 https://goo.gl/QDsq18)에서는 “이 중대한 시기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대통령이 의제도 없는데 무조건 통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황당한 변명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전쟁’이 나오고 국무장관은 한국을 뺀 미·북 직접 협상을 말하는 것 이상의 의제가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을 만났다. 안보 위기 중에 휴가를 갔다는 비판을 의식한 일정으로 보이지만 한·미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곡절을 더 궁금하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대로 가다가는 미국이 강경책을 쓰든 유화책을 사용하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반도 운명이 결정될지 모른다” “안보 지형이 격동하는데 정부가 국민에게 하는 말은 대통령 휴가 변명이 거의 전부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 불안에도 미 대통령과 통화 한 통 하지 않고 휴가나 즐기고 있다’는 식의 비아냥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설 <사설/또 미적대는 사드 배치, 한다는 건가 만다는 건가>(8/3 https://goo.gl/EYyY4B)에서도 조선일보는 “한·미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사드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한반도 안보 불안의 근원이 마치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통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文정부 안보무능 프레임 부각 위한 선택과 집중
대통령간의 통화가 양국 간 소통의 유일무이한 통로는 아니며, 각종 문제 해결의 ‘만능열쇠’인 것도 아닙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청와대와 외교부는 “충분히 데일리 베이스(매일 단위)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향후 조치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됐고 이후 상황은 주시하고 있다” “각급에서 북핵ㆍ북한문제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해 어느 때보다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이렇게 ‘미국 대통령과 통화 없음’에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 ‘휴가니 뭐니 핑계를 대며 미국과 전화 한 통 제대로 못 해 일을 키우는 무능한 문재인 정부의 안보 능력’을 부각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관계나 주장의 합리성과는 무관하게 정치적 목적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를 언론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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