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북한 ICBM 재진입 기술 90% 완성’? TV조선만의 환상북한은 지난 4일에 이어 28일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급 화성-14형을 또 발사하자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이 세계적 이슈가 됐습니다. 사거리에서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방송사들도 모두 이 부분을 빼놓지 않고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탄두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과 고각 발사는 실제 발사와 다른 만큼, 재진입 기술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달랐습니다. TV조선은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이 재진입 기술이 9할 정도 완성됐다고 단언했습니다.
‘내열 기술 확보했으니 재진입 기술 90% 완성’? 그야말로 TV조선의 ‘뇌피셜’
TV조선 <긴급분석/북, ‘ICBM’ 동북아 ‘격랑’>(7/29 https://bit.ly/2vdSM2N)에서 이상목 앵커는 “대기권 재진입하는 기술이 있냐 없냐 이걸로 ICBM이다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 상황이라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대담자로 나온 조선일보 유용원 북한전문기자는 “저는 내열 기술은 이제 어느 정도 북한이 확보했다고 봐야되는 것 아니냐고 판단한다”라며 “북한이 ICBM 100%성공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9부 능선까지는 왔다고 본다”라고 답했습니다. ‘내열 기술’은 완성했다는 근거를 들어 북한의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90%는 완성됐다고 단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내열 기술’이 완성됐다는 주장에 근거는 전혀 달지 않았습니다. 아직 한미 군 당국과 여러 전문가들도 북한의 재진입 기술을 미완성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주관적인 판단만으로 북한의 ICBM을 거의 완성단계로 묘사한 겁니다. 아무리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진일보했다고 해도,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인 만큼 언론은 확실한 사실만 보도해야 합니다.
유용원 기자는 조선일보 <北 ICBM, 24일만에 3000㎞ 늘어…언제 어디서든 타격 능력>(7/31 https://bit.ly/2vkgLhq)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유용원 기자는 조선일보에서는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화학적 삭마 기술은 몰라도 내열(耐熱) 기술은 상당 수준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내열 기술 완성’을 내세웠는데요. 여기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부 전문가’를 내세워 ‘내열 기술 완성’을 주장했습니다.
△ 북한이 재진입 기술 중 내연 기술을 확보했다는 TV조선(7/29)
타사는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에 ‘물음표’, MBN은 ‘내열 기술’에도 ‘확보 못했다’
다른 방송사들은 모두 북한의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에 유보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채널A를 제외한 6개사 모두 29일과 30일 이틀 간, 1~3건의 보도를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 분석에 할애했는데요.
MBN <뉴스추적/1차 때보다 성능 향상>(7/29 https://bit.ly/2tVXhQ0)은 북한의 이번 발사 실험에서 기술 수준이 진보했음을 인정하면서도 “8천도를 견디는 물질은 보유하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이런 특수물질을 개발할 수도 없고 수입할 수도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내열 기술을 확보했다’는 TV조선의 주장을 반박한 겁니다.
KBS <北 재진입 의도적 과시…“성공은 의문”>(7/29 https://bit.ly/2f0isJT)에서는 “5,500킬로미터 이상 실제로 날려 보내지 않았”다는 점, “탄두를 직접 수거해 조사해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아직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타사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재진입 기술 여부는 아직 불확실, 언론이라면 객관적 사실만 보도해야
꼭 방송 보도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외교안보학과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비행시간이 47분 정도라는 점을 들어 “속도가 그만큼 늦어졌기 때문에 재진입 기술은 더 시간이 조금 남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진입 기술이 확보되었다면 비행시간이 30분 정도로 훨씬 더 짧아야 한다는 겁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영상을 끝내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 상공의 일정 지점에 기폭 장치가 폭발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핵탄두의 중량과 사거리만 확보한 ICBM ‘급’의 미사일”이라 분석했습니다.
이와 같이 현재 대부분의 언론과 많은 전문가들이 북한의 재진입 기술이 확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유독 TV조선과 조선일보만 ‘내열 기술 확보’를 마땅한 근거도 없이 주장하며 ICBM이 완성된 것처럼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겁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왜곡된 정보로 혼란을 야기하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29~3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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