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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전방, ‘최저임금 탓 눈물쇼’에 동원된 언론
등록 2017.07.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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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해외 이전을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기업 회장들의 ‘눈물 인터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5일에는 동아일보(1면)와 조선일보가 경방 김준 회장의 ‘최저임금 때문에 광주 면사공장의 절반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대대적으로 받아썼는데요. 28일에는 조선일보(1면)와 중앙일보가 전방 조규옥 회장의 ‘정부만 믿고 국내투자에 집중하며 해외에 나가지 않았는데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가 막심하게 되었다’는 주장을 적극 소개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결정타’ 맞았다는 조 회장
조선일보의 1면 <“해외로 떠나는 공장 욕하던 나였는데… 최저임금 때문에 버틸 여력 없습니다…”>(7/28 곽래건 기자 https://goo.gl/Vjjx2r) 기사는 “남들 다 한국을 떠날 때 국내 공장에 1300억원을 투자하며 한국을 지켰고, 해외로 떠나는 공장 욕하던 내가 최저임금 때문에 더는 버틸 여력이 없어졌습니다”라는 조 회장의 “울분”어린 발언으로 시작됩니다. “해외 저가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섬유 업계는 결국 인건비가 문제였는데,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던 상황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결정타를 맞았다”는 것이지요. 


이어지는 2면 머리기사 <“공장직원 강제 해고 안했는데… 국내서 버티다 이런 꼴 당해”>(7/28)에서도 조 회장은 “인건비를 제외하면 원가를 줄이기 쉽지 않은 구조” “남들 다 해외로 나갈 때 함께 보따리 쌌어야 했는데 괜히 버티다가 지금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 “2020년까지 계속 최저임금이 오르면 더는 버틸 여력이 없다” “섬유업계가 인건비 때문에 난리인데 경총이 한 게 무엇이냐”는 푸념을 끊임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600여명을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하자 한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그동안 고마웠다’며 울먹였다’” 노조는 “현재 회사가 원하는 것은 대부분 수용하겠지만, 감원 폭이 너무 크다는 입장”이지만 회사로서는 “지금 상태론 직원 모두를 끌고 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전방의 구조조정으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때문임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용 전기료가 올라갈 가능성도 크게 우려”된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기업의 큰 골칫거리인 ‘전기료 인상’에 대한 우려도 빠지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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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공장 이전과 해고가 불가피해졌다 주장하는 전방 회장의 목소리를 ‘감성적’으로 전달한 조선(7/28)

 


중앙일보도 비슷합니다. <“최저임금 올라 직원들 해고해야 한다니…”>(7/28 문희철 기자 https://goo.gl/zgsrP4)는 “조 회장은 울다가 웃기를 반복했다”며 “새 정부의 일괄적 최저임금 인상에 조 회장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해외에 나가지 말고 국내에 있으라고 독려했던 정부를 믿고 투자했는데 이렇게 큰 데미지를 볼 줄 몰랐다” “옛일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던 조 회장은 ‘그때도 감원하지 않았는데,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1600명 중 600여 명을 해고할 판’”이라는 조 회장의 ‘울분’을 생생하게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 입장을 대변하지도 못하는 경총이 너무나도 무능하다”는 경총 무능론과 “탈원전·탈석탄 정책으로 전기료가 인상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공장 문을 닫겠다’”는 탈핵 기조 비판론도 빠지지 않습니다. 기사는 “‘평생 3만원이 넘는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고, 자녀들에게 나이키 신발 한 번 안 사주면서 경영했다’는 조 회장은 ‘(지금 해고하지 않으면) 다 죽는데 어떡해’라며 울먹였다”는 감성적 문장으로 마무리됩니다. 
 


전방의 광주 공장 통폐합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없다
경방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전방의 광주 공장 통폐합은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과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습니다. 경향신문 <“업계 위기를 ‘최저임금 탓’으로 호도”···전방·경방 광주공장 통폐합 진실은?>(7/28 강현석 기자 https://goo.gl/uNj8Aq)은 전방이 광주에서 운영하고 있는 임동과 평동공장 중 “5만추 규모의 평동 공장은 자동화가 돼 있고” “생산성이 낮은 임동 공장(6만추)은 이미 지난해부터 절반인 3만추만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무엇보다 광주시 관계자가 전방의 지역 책임자를 만나 확인한 결과 “‘임동 공장 통폐합은 최저임금 인상과 상관이 없다”고까지 말했다는 겁니다. 광주시는 “수년간 이어진 업계 전체의 위기를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경향신문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현재 방직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부사원이 그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어 해당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며 “전방의 경우 주부사원들은 평균 25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원들이 수십 년 간 근속했기 때문에 내년도에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연차가 낮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전방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이전부터 이미 수익부진을 겪었다  
또한 전방은 경방과는 달리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이 나오기 이전부터 계속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왔던 회사입니다. 경향신문이 대한방직협회의 ‘회원사별 경영실적’을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2268억원을 기록했던 전방의 매출은 2016년 1861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전방은 2014년 227억원의 순손실을 봤고 2015년 233억, 지난해에도 160억원의 순손실”을 입었습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지 않던 시기에도 이미 수익부진의 늪에 빠져있었던 전방이 이제와 ‘다 최저임금 때문’ ‘정부만 믿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인건비를 제외하면 원가를 줄이기 쉽지 않은” 업종 운영주들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힘들어졌’다는 호소는, 엄밀히 말하면 외부 요인으로 업계 경쟁력과 수익성이 하락해도 정부가 무조건 ‘낮은 인건비’로 계속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어떻게든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주장에 다름 아닙니다. 실제 조 회장은 계속 ‘정부를 믿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요. 그러나 오직 ‘낮은 인건비=경쟁력’인 이런 기업들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동결하거나 이들 업체가 주로 이전하는 베트남 등의 인건비 수준으로 국내 임금을 끌어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순번표라도 받은 양 하나씩 나와 ‘눈물의 인터뷰’를 쏟아내는 기업주와 이런 기업주들의 사연을 ‘더 눈물 나게’ ‘처연하게’ 포장해주는 언론의 ‘최저임금 문예대결’이 대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28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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