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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추진된 해외 공장 이전이 내년도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등록 2017.07.2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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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2018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자 일부 언론은 ‘과도한 인상’, ‘부작용 우려’ 등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서민의 생계 보장과 소득 주도 경제를 이끌 수 있다는 최저임금의 취지는 조명되지 않았습니다. 주로 자영업자를 내세워 부작용 우려를 부각하던 보수언론은 급기야 ‘1호 상장회사 경성방직(이하 경방)도 최저임금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는 자극적인 보도를 내놨습니다. 25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상당수의 경제지들이 김준 경방 회장의 인터뷰를 근거로 그런 주장을 폈는데요. 사실관계를 조금만 확인해도 거짓임을 알 수 있는 논리이지만 같은 날 저녁, MBC와 TV조선도 이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경방은 정말 최저임금 때문에 한국을 떠나나
동아일보는 25일, 1면 머리기사 <“최저임금 너무 올라”… 한국 떠나는 기업들>(7/25 장세진·곽도영 기자 https://goo.gl/8hqyWK)를 통해 “최대 10%로 예상했던 최저임금 인상 폭이 16%이상 되면서 더 버티기 힘들 것으로 판단돼 오늘 이사회를 열고 광주공장 일부 시설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했다”는 김준 경방회장의 주장을 대서특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2면까지 할애해 <눈덩이 인건비 부담에… 기업들 더 못버티고 탈한국 러시>(7/25 장세진·김현수 기자 https://goo.gl/ro6MLP)라는 보도를 추가했고 “최저임금에 따른 위기감”을 부각했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최저임금 때문에… ‘100년 기업’ 경방이 떠난다>(7/25 곽래건 기자 https://goo.gl/yLnCAm)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기업 탈출 러시’의 원인으로 지목했죠. 


과연 김준 회장과 조선‧동아의 주장처럼 경방의 공장 해외 이전이 오로지 최저임금 인상 때문일까요? 엄밀히 말하자면 김준 회장과 그의 주장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모든 언론이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경방은 이미 2008년 저임금의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베트남에 ‘KB-VNMCO’라는 해외완전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베트남에서 설립 허가를 받은 후, 2012년 3월에 착공해 2013년부터 공장을 가동했고 뒤이어 2015년에도 2차 공장이 완공되어 7만 여추 규모의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최저임금의 상승과 관계없이 이미 경방은 공장의 해외 이전을 상당 부분 진행하고 있던 겁니다. 또한 민주당 김병관 의원에 따르면 경방의 2016년 매출은 2593억에 원가 2124억, 당기순이익 294억으로 이익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경방 전체 급여 총액 134.4억(섬유사업기준)을 16.4%(최저임금 인상분) 올려준다고 가정해도 연간 22억의 비용만 상승한다”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베트남 공장 이전 비용 200억을 감수한다는 김준 회장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뻔한 거짓말…더 자극적으로 받아쓴 TV조선
김준 회장의 주장은 25일 저녁, 방송사 메인뉴스에도 등장했습니다. 가장 자극적인 보도를 낸 것은 TV조선입니다. TV조선 <‘100년’ 경방 해외 이전…왜?>(7/25 황민지 기자 https://bit.ly/2tBwAf3)에서 전원책 앵커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였습니다”라는 말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백년 역사를 지닌 경방의 면방 공장이 베트남으로 떠납니다. 안 그래도 가라앉은 섬유산업에 최저 임금 인상까지 악재가 겹쳤기 때문입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보도 시작부터 사실관계를 왜곡한 겁니다. 황민지 기자는 “지난 1919년 창립된 국내 첫 상장기업 경방. 국내 섬유산업을 이끈 1세대 기업으로 국내 산업과 재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경방을 최대한 띄워줬습니다. 이어 “내년부터 시간당 7530원으로 오르는 최저임금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광주에 있는 면사공장 절반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남는 직원 150 여명의 고용 피해가 우려됩니다”라고도 덧붙였고 “맏형격인 경방 공장의 해외이전으로 면방업계에선 국내 엑소더스가 본격화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방직협회는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가 13% 상승해 8개 회원사가 약 270억 원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는 방직협회의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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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때문에 공장이전한다는 TV조선(7/25)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이 경방은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부터 베트남 이전을 본격화했고 지금은 베트남 생산설비의 규모가 국내의 70%에 이릅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던 2008년의 최저임금은 3770원에 불과했고 경방 베트남 공장이 본격 가동된 2013년에도 4860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경방이 한국의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오로지 인건비를 감축하기 위해 이미 예전부터 베트남 이전을 본격화했음을 보여줍니다. 2013년부터 베트남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이번에 이전이 결정된 광주 공장 등 전국 3곳의 경방 공장이 올린 순익은 30억 원에 그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경방의 전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에만 294억 원에 달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방은 한국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대신 인건비가 더 싼 베트남으로의 이전을 확대하고 있는 겁니다. 즉 경방 광주 공장의 해고 가능성 역시 이윤만을 우선시하는 경방의 결정 때문이지, 최저임금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경방의 베트남 이전부터 한국 직원들의 고용 불안까지, 모든 책임을 최저임금에 전가했습니다.

 

MBC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까지 추가
MBC도 비슷한 보도를 1건 냈습니다. MBC는 최저임금에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더해, ‘한국은 기업하기 어렵다’는 왜곡된 인식을 주입했습니다. MBC <“베트남이 낫다”‥떠나는 ‘1호 기업’>(7/25 장유진 기자 https://bit.ly/2vHoUcV)은 경방의 베트남 공장 이전의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과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지목했습니다. 


MBC는 최저임금과 관련해서는 “저희가 아예 베트남에 뭐가 없었는데 최저임금이 올라서 그냥 거기에 새로 차린다는 게 아니고, 원래 (공장이) 있었는데 설비를 새로 추가하는 거죠. (최저임금 인상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겠죠. 인건비가 좀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라는 경방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TV조선에 비하면 ‘원래 베트남에 공장이 있었다’는 사실관계를 어렴풋이 언급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조금 덜 왜곡한 셈이죠. 하지만 기자는 “최저임금 인상 역시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하는 등 MBC 역시 최저임금을 탓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MBC는 여기다 “인건비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도 이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업계의 주장을 추가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근거가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료는 1kWh당 107.4원 정도입니다. 반면 베트남의 국영전기회사(EVN)가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베트남의 110kV 이상 평균 산업용 전기 단가는 1kWh당 1388동, 원화로 약 68.43원으로서, 한국의 63% 수준입니다. 결국 이 역시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의 전기료가 예전부터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공장을 이전했음을 보여줍니다. MBC는 ‘비용이 저렴한 베트남’이라는 결정적인 원인을 ‘한국의 최저임금 및 전기료 인상’으로 비틀어 버린 겁니다. 

 

근본적 원인을 최저임금으로 바꿔버린 MBC‧TV조선
경방의 베트남 이전은 10년 전부터 추진됐다는 사실, 그 이유가 인건비 등 모든 비용이 훨씬 저렴했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경방은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 과거부터 베트남을 공략한 것이고 여기에는 섬유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경방 등 섬유산업의 해외 이전은 근본적으로 과거부터 이어진 업계 전반의 불황과 이윤 확대를 원하는 기업 논리에 기인합니다. 최저임금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MBC와 TV조선은 근본적인 원인을 최저임금으로 바꿔버린 겁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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