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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 된 ‘증세 논의’, 초장부터 왜곡하는 TV조선‧채널A‧MBN역대 정권에서 논의는 됐으나 사실상 금기시됐던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20일,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민주당 대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등 당‧정‧청이 모인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부자 증세’를 골자로한 세재개편을 착수하기로 결정했고 곧바로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공식 발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증세 대상을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한다고 밝혔고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다.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정권의 큰 부담을 안겨준다는 이유로 역대 정부들이 외면했던 증세 문제를 새 정부가 과감히 꺼내들자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좌파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했지만 대선에서 증세에 동의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국민 동의’와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정의당은 ‘복지 확충에 따른 증세는 필연’이라며 환영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한정된 증세로는 복지 재정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부과해 늘릴 세수는 고작 연간 3조 8천억 원에 불과하고 다른 증세 논의를 봉쇄하기 때문에 포괄적 증세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각계에서 정책적인 논쟁이 오가는 가운데, 이를 전하는 일부 방송사들은 ‘문 대통령 공약 철회’, ‘김동연 부총리 왕따’ 등 본질에서 벗어난 프레임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복지와 조세 정의 등 중대한 가치를 실현할 증세 논의의 초점을 흐리고 정치적 논쟁으로 해석하는 왜곡입니다.
보도 대부분은 ‘여야 대립’, ‘문 대통령 공약 철회’‧‘김동연 왕따’까지 나와
문 대통령이 증세를 선언한 21일부터 23일까지, 7개 방송사 모두 증세 논의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3일간 KBS‧MBC‧MBN가 4건, SBS‧TV조선 5건, JTBC‧채널A는 6건을 보도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증세 논의의 의미, 역대 정부 조세 정책과의 차이점, 앞으로의 과제 등 정책적으로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은 방송사는 없었습니다. 다만 예상되는 증세 대상자와 세수 확대 규모 등 기초적인 분석만 나왔습니다.
7개 방송사 모두 전반적으로 여야 대립에 큰 비중을 뒀습니다. MBC‧JTBC‧MBN은 전체 보도의 절반을 여야의 엇갈린 반응을 전하는데 할애했고 KBS‧채널A 1건, SBS도 2건의 보도가 있습니다. TV조선은 따로 여야 대립을 전하지 않았으나 21일, 문 대통령의 발표를 전하는 첫 관련 보도에 아예 야권의 반발을 붙여 보도했습니다.
KBS | MBC | SBS | JTBC | TV조선 | 채널A | MBN | |
문 대통령 발표 | 1 | 1 | 1 | 1 | 1 | 1 | |
증세 의도 | 1 | 1 | 1 | ||||
증세 대상 및 규모예상 | 1 | 1 | 1 | 2 | 2 | 1 | |
여야 대립 | 1 | 2 | 2 | 3 | 1 | 2 | |
재계 반발 | 1 | ||||||
문 대통령 공약 철회 | 1 | 1 | |||||
김동연 왕따설 |
1 | 2 | |||||
총 보도량 | 4 | 4 | 5 | 6 | 5 | 6 | 4 |
△ 문재인 정부 증세 논의 관련 7개 방송사 보도량 상세 비교(7/21~23) Ⓒ민주언론시민연합
눈에 띄는 것은 종편 3사(TV조선‧채널A‧MBN)에서만 나온 보도입니다. TV조선은 문 대통령의 증세 기조가 ‘오락가락’한다는 보도를 1건 냈습니다. MBN은 1건에서 아예 ‘문 대통령이 공약을 뒤집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증세에 부정적이던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여당의 압박에 논의에서 밀려났다’는 이른바 ‘김동연 왕따설’도 TV조선이 1건, 채널A가 2건이나 냈습니다. 채널A는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재계의 반발을 따로 1건 조명했습니다. 이런 보도들은 ‘조세 정의’라는 증세 문제의 본질적 의미를 흐리면서 대통령 개인의 오류와 정치적 다툼으로 묘사한다는 공통된 문제점을 지닙니다.
문 대통령이 증세에 ‘오락가락’? TV조선 보도야말로 ‘오락가락’
이중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의 공약을 뒤집었다는 보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TV조선 <“신중” 이틀 만에 “증세”>(7/22 https://bit.ly/2uPAapk)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이 그동안 증세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는 시기마다 조금씩 달랐”다면서 “문 대통령은 증세 공약은 했지만 부각시키진 않았”고 “국정기획위도 사흘 전만 해도 신중론을 내세웠”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TV조선의 문제의식은 “(국정기획자문위) 발표 이틀 만에 여당 대표와 일부 장관들이 증세론을 꺼냈고, 문 대통령이 이를 전격 수용했”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런데 TV조선의 리포트를 뜯어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TV조선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을 공약했”다면서 지난 4월 KBS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또 과표 500억 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등으로 증세가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하고요”라고 말하는 문 대통령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증세에 신중했다’는 스스로의 주장과 어긋납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 직전까지도 ‘증세’를 주장한 것입니다. 그러나 TV조선 김정우 기자는 “하지만 이를 강조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공약집엔 ‘법인세 최저한세율 상향’과 ‘재원 부족 시 최고세율 원상복귀’로 표현”했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어서 여당이 주축이 된 국정기획자문위에 대해서도 “증세엔 신중한 입장”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 근거로는 지난달 29일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과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과 같은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들은 국민적 합의와 동의를 얻어서…”라고 말하는 박광온 대변인 발언과 “지난 19일 발표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재원조달의 필요성과 실효 세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진한다’고만 언급”된 점을 들었습니다. 요컨대 TV조선은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그 결론을 뒷받침 할 관련 발언만 발췌했고, 그마저도 그리 적절하지는 못했던 셈입니다.
△ 21일, 증세 논의 선언하자 ‘문 대통령이 공약 뒤집었다’고 보도한 MBN
한 술 더 뜬 MBN,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었다”
MBN은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문 대통령이 공약을 뒤집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극적이었다’는 TV조선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묘사입니다. MBN <국민약속 뒤집나>(7/21 https://bit.ly/2vzL1SB)는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는데요. 김주하 앵커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습니다”라고 운을 띄운 뒤, “먼저 재정지출에서 낭비되는 부분을 줄이고 음성적인 탈루 소득을 바로 잡아 돈을 마련하는데, 그래도 안 되면 세금을 올린다고요. 세금을 올리는데도 순서가 있어서 고소득자의 최고세율을 조정하고 법인세는 맨 마지막에 올리겠다고 약속했죠. 그것도 후보시절에는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증세 내용을 밝히지 않았고 엊그제 5개년 계획을 발표할 때도 세금을 올려 재원을 마련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랬던 정부가 하다하다 안 되면 손을 대겠다는 그 증세카드부터 꺼내 들었으니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벌써부터 나옵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TV조선과 마찬가지로 대선 당시 공약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는 점, 19일 발표된 국정기획위의 5개년 계획에도 증세안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었다’고 주장한 겁니다. 김주하 앵커는 이런 주장을 내놓은 후 곧바로 <“세금 폭탄 공화국 될 판이다”>(7/21 https://bit.ly/2vzL1SB)라는 제목으로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이어서 보도했습니다.
논란의 여지 있지만 일관된 ‘증세 기조’ 엿보여…‘트집 잡기’식 비난은 무의미
TV조선과 MBN의 주장과 달리 과연 문 대통령은 대선 이전부터 일관적인 ‘증세 기조’를 보여왔습니다. TV조선은 KBS 대선후보 토론회만 거론했지만 문 대통령은 4월 13일 SBS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우선은 부자증세, 그래서 고소득자·고액상속·고액증여자들에 대한 과세 강화, 또 자본소득 과세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그리고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 이렇게 제시하면서 국민들에게 동의를 받아나가겠다”며 이번 증세 선언과 사실상 동일한 공약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또한 TV조선과 MBN이 일제히 공약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했지만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방 중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세부담 인상 △자산가 자본이득 과세 강화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 증세 기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시 TV조선과 MBN이 ‘공약 철회’의 근거로 제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과세형평 제고’라는 항목의 구체적인 방안 중 ‘대주주의 주식양도차익 등 자본이득·초고소득·금융소득 과세 강화’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는 문 대통령과 여당이 일관적으로 증세 기조를 유지했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TV조선이 문제 제기를 한 것처럼 ‘소극적이었다’거나 ‘공식화하지 않았다’는 부분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 공약집의 증세 관련 내용은 최우선적인 정책 과제라기보다는 ‘조세 정의 실현’ 차원의 원칙적 내용을 기술한 것이었고 19일 ‘5개년 계획’에서도 ‘재원 마련 방안’에서는 증세가 없었고 ‘과세 형평’이라는 원론적인 항목을 따로 다뤘기 때문입니다. 대선 직전인 4월 28일, “증세 내용 밝히는 게 득표에 도움 안돼”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운 윤호중 민주당 의원 역시 ‘복지 공약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실을 감안한다고 해도,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뒤집었다’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공약집과 ‘5개년 계획’에 들어 있는 증세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도 ‘이제와 말을 바꿨다’는 식으로 보도한 TV조선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입니다.
‘체면 구긴 김동연’, ‘정권 코드 맞추는 장관’…‘조세 정의’ 흐리는 프레임들
‘조세 정의’라는 본질적 의미를 은폐하는 프레임은 또 있습니다. 바로 문재인 정부 장관들간의 증세 관련 논의를 ‘알력 다툼’으로 묘사하는 보도들입니다. TV조선과 채널A가 이런 프레임에 앞장섰습니다. TV조선 <체면 구긴 경제 사령탑>(7/22 https://bit.ly/2eH6WDj)은 이미 보도 제목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체면을 구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근거는 매우 자의적입니다. TV조선은 “김동연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증세는 아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증세론을 꺼냈고 “이후 추미애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증세론에 힘을 보태고 청와대가 호응하면서 이미 증세는 공식화된 상황”이었다는 점을 들어, “경제컨트롤 타워인 김 부총리가 소신이 배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이어서 “(증세에)반대한 건 아닌데요”라는 김동연 부총리의 반론을 싣기는 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다면서 “증세 논의에서 주도권을 놓친 경제부총리, 경제컨트롤 타워로서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까지 거론했습니다.
채널A는 유일하게 이런 보도를 2건이나 내놨는데요. 그 중 채널A <‘코드 맞추기’ 총대 멘 장관들>(7/23 https://bit.ly/2uoVzoZ)은 증세론을 처음 꺼낸 김부겸 장관을 향해 ‘코드 맞추는 장관’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채널A는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제 좀 정직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표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 이야기를 안 하고, 언제까지나 이 상태로 갈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한 김부겸 장관의 모습을 보여더니 이를 “갑자기 증세 문제를 꺼낸” 것으로 묘사했고 “불과 하루 전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할 때도 없었던 증세 문제가 등장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전문가들의 우려”라면서 “인사와 행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는… 독립적인 활동에 심각한 훼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정연정 배재대 교수의 인터뷰를 덧붙였고 “집권여당에서 차출된 정치인 장관들이 자신의 소신발언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문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 증세 문제를 ‘김동연 VS 김부겸’의 대결로 묘사한 채널A
‘김부겸 VS 김동연’의 주도권 다툼? 경제는 경제부총리만 주도해야 하나
TV조선과 채널A는 증세 논의를 김부겸 행자부 장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대결’로 치부하면서 ‘김부겸은 문재인 코드 인사’, ‘김동연은 코드 인사에 주도권을 뺏긴 인사’로 규정했습니다. 증세 논의를 이끌었다는 이유만으로 김부겸 장관을 ‘코드 인사’로 매도하고, 여기에 동조했다는 이유만으로 김동연 부총리를 ‘체면 구긴 인사’로 폄훼한 겁니다. 근거 없고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시각에는 ‘경제 문제는 경제부총리 등 경제 부처 장관들만이 주도할 수 있다’는 매우 조야한 전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세 정의와 복지 등 국민의 기본권이 달린 증세 문제를 행정부 내의 ‘세력 대결’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본질을 흐릴 위험도 있습니다.
두 방송사가 과장한 것과 달리 김동연 부총리는 증세에 부정적이지도 않았습니다. 20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부겸 장관이 처음 증세론을 꺼내들었을 때 김동연 부총리의 발언은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 “재정당국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고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있으니 같이 얘기해보는 걸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 끝에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24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를 시작으로 증세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착수됩니다. 정부가 다양한 논의를 거쳐 증세를 결정하자 일단 ‘갈라치기’부터 하고 보는 일부 언론들의 왜곡으로 인해, 증세라는 중대한 사안이 본질적 의미를 잃을 위험에 처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21~2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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