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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때문에 프리터 증가? 시급 만원이면 조선일보 그만 둘 건가?
등록 2017.07.21 16:52
조회 1629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찾아내려 고군분투중인 조선일보가, 이번엔 ‘최저임금 인상이 프리터족 증가에 기여할 것’이라는 괴상한 논리를 꺼내들었습니다. 


21일 조선일보 2면의 <최저임금 오른다는데… 그냥 알바로 살까봐요>(7/21 이슬비 윤수정 기자 류영욱 황지윤 인턴기자 https://goo.gl/V5ouDT)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알바만으로도 월 200만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으니 정규직과 ‘임금 출발선’이 비슷”해 사람들이 아르바이트에만 몰려 “고용시장뿐 아니라 사회·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주장일까요? 경제 불황으로 취업난이 계속될 경우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비자발적 프리터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최저임금이 그나마 오를 경우 고용한파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구직 활동 포기자’가 되어버린 일부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에 다시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프리터족이 늘 것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최근 거듭되는 ‘억지’의 연장선에 가깝습니다.

 

 

최저임금 올라 알바로 몰린다? 조선일보 그만두고 알바할건가?
이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기자에게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은, 최저임금이 시간당 만원까지 오른다면 조선일보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로 ‘자유롭게’ 생계를 꾸릴 생각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최저임금은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일 뿐입니다. 고용 안정성도 보장되지 않고, 연금도 나오지 않는데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일한 결과로 유급 주휴수당을 포함해 월 157만원을 받는 조건이 마음에 들어 ‘취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만 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하는 구직자들이 대체 얼마나 될까요? 


특히 조선일보는 이 157만원이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 152만880원(직급 보조비 12만5000원 포함·각종 수당은 제외)보다 많다”며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주민센터에 온종일 앉아서 민원 업무 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알바하고 사는 게 더 낫지 않으냐’는 말이 나온다”고 하는데요.

 

일단 수당과 연금을 죄다 무시하는 것도 황당하지만,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157만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와 152만원을 받는 9급 공무원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한 뒤 둘 중 한 곳을 골라 바로 일할 수 있다고 하면, 어떤 대답이 더 많이 나올지 자명하다는 측면에서도 이는 우스운 주장일 뿐입니다. 생계가 이미 보장된 사람들이나 다른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취업준비생이 굳이 공무원을 거부하고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이들이 ‘자유’의 가치를 소홀하게 여겨서가 아니라,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가 보장하는 삶의 조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에서 만약 최저임금이 올라 ‘정규직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케이스가 다수 발생한다면, 올라간 ‘최저임금의 문제’라기보다는 포괄임금제 등을 앞세워 아르바이트만도 못한 급여 및 처우를 제공하는, 다시말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지 않는 정규직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리터 문제로 국가 노동력 손실이 발생한다면, 무식하게 최저임금을 인상률을 물고 늘어질 것이 아니라 근본적 대책 마련을 고심해야 할 겁니다. 


때문에 최저임금과 프리터 증가 문제를 엮어 말하고 싶다면 ‘최저임금 인상과 취업난으로 프리터가 증가할 것이다’가 아니라, ‘취업난으로 프리터가 증가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져서 이들의 삶의 조건이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거나 ‘취업난으로 아예 구직 활동 전반을 포기했던 인력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 시장에라도 유입되고 있다’는 해설을 붙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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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인상으로 프리터족이 증가해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주장한 조선(7/21)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일본 청년 노동시장 진단: 프리터(freeter)를 둘러싼 쟁점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꼽은 프리터 증가 원인은 △부가가치가 높은 노동의 수요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기술이나 경험 면에서 젊거나 혹은 학력이 낮은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와 △장기 고용을 전제로 한 채용을 자제하고 정사원 이외의 고용자를 확대하고 있는 기업의 태도 변화 △학생 전반에 대한 직업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젊은이들의 일에 대한 태도가 변화한 것 등이었습니다.


다시 조선일보의 기자들에게 묻습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만원으로 오르면 프리터가 되실건가요? 배우자나 자녀가 최저임금을 이유로 ‘비자발적 프리터’가 아닌 ‘취업을 스스로 걷어찬 자발적 프리터’가 된다고 해도 ‘공무원보다 돈을 많이 받아 좋을 것’이라 말하시겠습니까?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2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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