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최저임금 상승, 총공세에 나선 방송사들 지난 1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는 2018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최저임금이 평년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자 방송 뉴스 역시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방송사들도 17일, 2~4건에 보도를 내놨는데요. TV조선과 채널A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무시한 채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 증가 등 오로지 부정적인 예상만 쏟아냈습니다.
자영업자 내세워 ‘최저임금 상승’ 매도하는 방송사들
17일 최저임금 관련 방송 보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자영업자들의 우려’를 조명하며 부정적인 결과를 부각한 보도입니다. KBS‧SBS‧TV조선‧채널A가 이런 보도를 1건씩 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는 단 1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조명하는 방식도 다양했습니다. 채널A <“김밥 값도 올릴 수밖에”>(7/17 https://bit.ly/2tlrqIb)는 “신림동에서 3천 원 짜리 컵밥을 팔고 있는 48세 전 모 씨”를 보여주며 “직원 2명의 월급을 올려주면 가뜩 적은 마진이 더 줄기 때문”에 “컵밥 가격을 올려야 할지 고민”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 사례를 들어 “최저임금이 서민물가 상승에 직격탄이 되는 셈”이라 못 박았습니다. 심지어 “최저임금이 이런 추세로 오르면 2019년에는 사장 연봉보다 종업원 연봉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비현실적인 예측까지 내놨습니다. 결론은 이런 이유로 “당장에 직원을 줄이겠다는 자영업자가 많”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 시애틀, 독일 등 2014년 이후로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한국 원화 기준)으로 대폭 올린 사례들의 경우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이 소비 지출 확대로 이어지면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나누기 등 순기능을 보였습니다. 2015년부터 시간당 1만 1000원 정도의 최저임금제를 실시한 독일에서도 경영 악화로 인한 폐업, 종업원 고용 감소 등 부작용 우려가 강했지만 현재 실업률은 감소하고 가계 수입 및 구매 욕구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서민들의 구매력을 증진시켜 전체 경기를 활성화시킨다는 긍정적인 기대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채널A는 이런 사례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취업자의 월급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라는 TV조선
TV조선은 <최저시급 7350원…변화는?>(7/17 https://bit.ly/2vciCBC)는 △편의점주가 ‘알바생’ 고용을 줄여 밤에는 편의점이 문을 닫을 것 △슈퍼마켓 운영주는 직원을 쓸 수 없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릴 것 △맞벌이 부부는 앞으로 육아 및 가사 도우미를 쓰지 못해 난처할 것 등 각종 부정적 예상을 늘어놨습니다. 다른 변수들은 모두 지워버리고 오로지 ‘인건비가 올라 발생할 역기능’들만 주목한 겁니다.
△ 최저임금 상승의 수혜자는 외국인 노동자라며 이를 문제점으로 보도한 TV조선(7/17)
특히 TV조선이 마지막에 덧붙인 사례는 황당한 수준입니다. TV조선은 “외국인 취업자는 96만명. 이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돈은 연간 6조 8천억원”이라면서 “이들의 최저임금이 오르면, 국내 소비보다는 해외송금이 늘 것”이라 예상했고 이 소식을 전할 때 “땡큐 코리아!”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이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겁니다.
이는 TV조선이 최저임금 상승을 보는 시각이 저주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저임금 노동에 대부분 종사하면서 만연한 차별과 임금 체불 및 폭행 등 사용자의 각종 횡포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취약 계층입니다. 법망을 피해 최저임금은커녕 그 어떤 노동의 대가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상당합니다. TV조선은 이런 현실은 외면한 채 ‘최저임금이 오르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도 오른다’며 ‘우려’한 겁니다.
SBS <인건비 줄이려고..‘무인 결제’ 증가>(7/17 https://bit.ly/2uug3gU)도 무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자영업체의 사례를 보도하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자영업자 내세우면서 자영업자의 현실 외면하는 방송사들
그나마 균형 잡힌 보도를 낸 것은 KBS입니다. KBS <‘최저임금’ 후폭풍…한숨 쉬는 자영업자>(7/17 ttp://bit.ly/2tAxtUI)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조명하면서도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준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 다양한 지원대책”을 언급하며 정부의 대응책을 짚었고 “업주들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큰 틀에는 동의하”고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KBS도 짚지 않은 본질이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당장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3조원의 예산을 투여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피해를 보전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은 자영업자들을 옥죄는 근본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겁니다. 방송사들과 주요 보수지, 경제지들이 일제히 자영업자를 내세워 최저임금 상승을 터부시하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위기는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등 '갑'으로 대표되는 시장 생태계 강자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영업자들의 점주인 가맹본부가 폭리를 취하고 유통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갈취하는 등 전횡이 심각하다는 겁니다. 정부는 여기에도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사업 폐단 근절을 위한 대책을 발표해 가맹본부 필수물품 상세 내역 및 마진 공개, 마진율 인하 및 인건비 지원 등 상생 노력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표준가맹계약서 개정 등에 착수했습니다. 비싼 임대료 역시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입니다. 정부는 임대료 인상 한도를 하향 조정하면서 이 부분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죠. 이렇듯 소상공인의 위기는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고 정부는 다각도로 피해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오로지 ‘최저임금 상승’을 폄훼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을 동원하고 있는 겁니다. ‘언론이 갑의 횡포를 은폐하기 위해 을들의 싸움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9급 공무원이 2018년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다?
한편 채널A <최저임금도 못 받는 ‘9급’>(7/17 이은후 기자 https://bit.ly/2uxINoI)는 9급 공무원의 기본급이 2018년 최저임금 수준보다 낮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자는 “군복무 경력을 인정받아 9급 3호봉인 A씨가 받는 기본급”이 “153만700원으로 월 평균 근로시간인 209시간으로 단순 계산하면 시간당 7324원 꼴” “일단 기본급만 비교하면 내년 최저임금인 7530원 보다 200원 정도 낮”다고 전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공무원 임금도 오를 전망이라면서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직급의 임금인상을 계획”,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공무원 임금의 상향 조정으로 이어질 지 관심” 등 마치 공무원 임금 인상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이 역시 교묘한 왜곡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의미를 폄훼한 겁니다. 먼저 이 보도는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서 심지어 공무원 월급보다 올라버렸다고 묘사했습니다.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2015년 공무원연금 납부액을 근거로 산출해보면, 9급 공무원의 각종 수당을 모두 더한 세전 월급은 199만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반면 2018년의 최저임금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 원이 됩니다. 즉 최저임금으로 총 급여가 결정되는 대다수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내년부터 157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게 됩니다. 단순 수치만으로도 최저임금이 인상되어도 9급 공무원만큼의 월급을 받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9급 공무원의 경우 은퇴 후 평생 받게 될 공무원연금까지 고려한다면 모든 수입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 9급 공무원이 최저임금도 못 받는다는 채널A(7/10) 화면 갈무리
물론 채널A는 최저임금과 비교한 금액이 ‘기본급’이라고 언급했으며, “공무원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닌데다, 다양한 수당을 받고 있어 단순한 비교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당연히 공무원의 기본급만으로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받게 될 최저임금 환산 월급을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알면서도 굳이 보도한 것은 채널A가 특정한 의도를 지녔음을 방증할 뿐입니다.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MBN의 경우 “물론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통상적으로 초임 9급 공무원은 월 200만원 이상을 받는다”, “또 수당이 많기 때문에 실제 받는 보수는 최저임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등 구체적인 비교 기준을 언급했습니다.
임금 인상에 거부감 보인 채널A
채널A 보도의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하위직 공무원 임금의 인상이 비정상적인 상황인 것처럼 바라본다는 겁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제도의 입법 취지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일을 방지하고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가가 적정 임금을 강제한다는 겁니다. 즉 최저임금 상승이 9급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임금 수준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야말로 법적 취지가 현실화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입니다. 채널A는 제도적 의미까지 폄훼하면서 ‘9급 공무원과 최저임금의 수준’을 비교하며 민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특히 채널A는 보도 중에 ‘최저임금 상승으로 공무원의 박탈감이 커졌다’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대목이 채널A의 뒤틀린 시각을 잘 보여줍니다. 기자는 “상대적 박탈감도 좀 있었고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들였는데 정부에서 이렇게 쳐주지 않는다 그런 생각”라는 9급 공무원 A씨의 인터뷰와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준비하는 게 힘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라는 공무원 준비생의 감정적 인터뷰를 담았습니다. 일부의 사례로 최저임금의 부정적 측면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겁니다. 이럴 시간이 있었다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이에 기대되는 순기능, OECD국가 중에서도 최악의 노동환경을 지닌 한국의 현실을 짚었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1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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