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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검문으로 성주가 ‘사드 무법지대’ 됐다는 조선
등록 2017.07.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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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새벽, 국방부는 경찰 8천여 명을 대동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 사드 레이더, 통제소, 발사대 2기를 배치했습니다. 이에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이하 성주투쟁위)는 이 같은 배치 강행이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한국 내 법절차를 무시한 것일 뿐 아니라, 주민 공청회를 비롯해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도 없이 추진된 것이라 강력하게 비판하고, 정부가 성주골프장에 설치한 사드를 철회한 뒤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사드 배치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사드 보고 누락 사태를 계기로 추진된 청와대 조사 결과, 국방부가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법적 기준에 미달하도록 성주 사드 부지를 ‘쪼개’ 주한미군에 제공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국방부의 발사대 배치 강행 이후, 성주 주민들은 사드 관련 장비가 다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경북 성주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차량을 세우고 검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성주 주민들이 검문을 실시한 이래, 해당 행위에 대해 “어이없는 장면”, “해방구” 운운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애초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 등 국내법에 따른 정상적 절차를 거쳤다면 주민들이 이렇게 거리에 나와 검문을 진행할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게다가 국방부가 날치기 사드 배치를 강행한 뒤 비정상적인 사드의 ‘임시 가동’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주 주민의 행동은 생존을 위한 당연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보고 누락 사태부터 날치기 사드 배치까지 국방부의 숱한 꼼수와 편법 행태에는 ‘북한 위협’을 들먹이며 모조리 면죄부를 부여하고, 성주 주민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불법’을 운운하며, ‘비정상과 탈법의 결과물’인 현재의 사드 운용 상황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을 ‘반미 불법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미2사단 콘서트․무인기․ICBM까지… 빌미만 있으면 등장하는 사설
그동안 조선일보는 주한미국이나 북한과 관련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성주 주민들의 차량 검문을 비난하는 사설을 내놨습니다. 6월에는 <사설/성주와 의정부에서 벌어진 어이없는 장면들>(6/13 https://goo.gl/o6Dnez)에서 의정부시가 ‘효순․미선 추모주간’에 추진했던 미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파행된 것을 문제 삼는 와중에, 성주 주민들의 차량 검문과 비교하며 “망동”이라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비난의 근거로 주한미군과 그 주한미군을 보호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들은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이들이라는 비약에 가까운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사설/성주 사드 포대 상공 휘젓고 간 북 무인기>(6/14 https://goo.gl/xYiq9S)에서는 사드 포대를 정찰한 북 추정 무인기를 언급하며 “주민들은 사드 유류 반입을 막는다면서 길을 막고 ‘검문’을 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김정은은 무인기로 사드 소란 중인 우리를 농락했다”며 이를 “희극”이라 비아냥댔습니다. 


북한이 ICBM이라 주장하는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인 지난 8일에는 <사설/사드 시위대가 경찰차 검문하다니 성주는 해방구인가>(7/8 https://goo.gl/zy8jFM)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사설은 첫 문장부터 “반미 시민단체와 일부 성주 주민이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 기지 앞에서 도로를 막고 석 달째 통과 차량들을 불법 검문해왔다”로 시작됩니다. 이어 “민간인이 도로를 점거하고 차량 통행을 통제하는 불법행위가 법치국가라는 이 나라에서 몇 달째 벌어지고 있다”고 규탄한 뒤 경찰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경찰이 생각만 있다면 얼마든지 이들을 밀어낼 수 있었을 것” “(경찰이) 얼마나 대충대충 하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좌파 세력들의 말도 안 되는 불법 검문 작태를 방치하고 있는 경찰 책임자를 당장 인사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한 것이죠. 지난 6월 시도된 바 있던 경찰의 성주 주민들의 검문 관련 시설 철거 행위를, 재차 ‘독려’하기 위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 ICMB 발사와 사드 배치, ‘억지’ 연결
사설만 문제였던 것이 아닙니다. 그 전날인 7일 조선일보는 1면 팔면봉에서는 “북 ICBM 쏘는데… 불법 검문에 유조차 못 들어가 헬기로 연료 공급받는 사드. 이게 나라냐?”라고 한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인 ICBM을 발사한 것과 현재 탈법적 과정을 거쳐 운용되고 있는 단ㆍ중거리 탄도미사일 요격 체계인 사드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도입․운용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 대체 어떤 논리적 연관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날 2면 머리기사 <원정 시위대, 경찰 차량도 검문… 석달째 ‘사드 무법지대’>(7/7 권광순․이준우 기자 https://goo.gl/u4jt7w)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보도는 사설에서와 마찬가지로 “반미 단체 회원과 성주 주민 일부”가 “기지로 향하는 도로 위에 허가 없이 간이 검문소를 설치”했는데 경찰은 “불법 검문 활동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또한 “5월 21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쐈을 때 사드 가동을 위한 발전용 기름이 일시 바닥나 레이더를 작동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정치권 등에서 ‘경찰은 왜 손을 놓고 있는가’라는 비난이 일었”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주장을 <불법 검문소에 봉쇄된 사드><기름 없어 북 미사일 탐지 실패도> 등의 소제목으로 강조했습니다. 기름이 있거나 없거나, 환경영향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현 시점, 졸속 꼼수 배치가 이뤄진 사드 레이더가 가동되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상식적 의문은 물론 기사 내에 어디에서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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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가 사드 반대 시위대들로 ‘무법지대’가 되어가고 있다 주장한 조선(7/7)

 

즉 조선일보는 사드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온갖 초법적 꼼수를 인지한 새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해 ‘정상적 절차’를 밟아 사드 배치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불법이고 뭐고 일단 들어온 사드는 무조건 운용되어야 한다’는 막무가내성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국방부의 편법 사드 배치 및 운용보다 이를 막기 위해 거리에 나선 성주 주민들의 도로교통법 위반이 더 국익을 해치는 행위라는 판단도 어이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성주를 ‘사드 무법지대’로 만든 것은 성주 주민들이 아닌 국방부라는 것을, 조선일보가 정말 몰라서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아니겠지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7일~1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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