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연일 ‘한반도 전쟁’ 외치는 TV조선, 어느 나라 방송사인가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시청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고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남북군사회담을 제안하기도 했고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한편 4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매우 실망스럽고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며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기존의 노선을 더 현실적으로 가다듬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북한의 ICBM 도발 이틀 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베를린 구상’을 비판했습니다. 방송사 중에서는 MBC와 TV조선이 돋보입니다. 이 두 방송사는 보수신문과는 다른 방식으로 ‘베를린 구상’을 부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TV조선은 또 근거도 없이 ‘미국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거론해 전쟁 공포를 부추겼습니다.
5일부터 나온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 TV조선 보도에선 7일 발표로 둔갑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6일 발표됐기 때문에 방송사들은 6일 관련 보도를 냈고 7일에는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주로 보도했는데요. KBS와 SBS가 적십자 회담 정례화 제안 등 정부의 후속조치를 1건씩 보도했습니다. JTBC도 1건의 보도로 문 대통령의 협상 제안에 북한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채널A와 MBN은 7일 ‘베를린 구상’ 관련 보도가 없었습니다. MBC와 TV조선은 ‘베를린 구상’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했는데요. 그 근거도 각양각색입니다.
특히 2건을 보도한 TV조선은 심각한 왜곡을 보도 곳곳에 노출했습니다. 먼저 TV조선 <“핵은 미국과의 문제”…대화 ‘거부’>(7/7 https://bit.ly/2sXpyAa)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북한이 ‘핵미사일은 북미 간 문제이니 남쪽은 빠지라’며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원책 앵커는 “통미봉남, 남쪽과는 얘기하지 않고 미국과 얘기하겠다”라고 북한의 전략을 소개한 뒤 “북한의 이 전략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어째서 절대 바뀌지 않는지는 말하지 않고, 대뜸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사실상 걷어찬 것”이라 규정했습니다. 북한이 문 대통령 제안을 거부했다는 근거를 제시한 리포트는 뒤죽박죽입니다. 이채현 기자는 “북한 외무성은 오늘(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의 심장부를 마음먹은 대로 타격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는데요. 이 발언 뒤로 이어진 화면은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4일 “핵무기와 함께 세계 그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한 모습입니다. 또 TV조선은 북한 외무성이 “핵과 미사일은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청산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는데 날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신 베를린 구상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 ‘북한이 문 대통령 베를린 구상 거부했다’고 보도한 TV조선(7/7)
이는 사실상 시청자를 기만한 겁니다. TV조선이 6일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성을 거부한 북한 입장으로 내놓은 것은 이미 북한이 5일 내놓은 것입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5일 관영매체를 통해 “핵과 미사일은 다른 어느 나라도 아닌 미국과 북한 사이의 문제”,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청산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TV조선은 북한이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보기도 전에 그 제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겁니다. TV조선이 북한을 인터뷰해 정확한 정보를 전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날짜를 속여 왜곡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미국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보도한 TV조선, 전쟁 도발을 멈춰라
TV조선은 미국이 한반도 전쟁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식의 ‘전쟁 도발 보도’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은 이미 지난 4일과 5일에도 ‘북한 선제타격’, ‘김정은 암살’, ‘핵미사일 발사’ 등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근거도 없이 사실처럼 보도한 바 있습니다. 7일에도 이런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TV조선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까지>(7/7 https://bit.ly/2uUIYr4)는 이미 제목에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내세웠습니다. 전원책 앵커는 “미국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면서 미국에서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이후,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근거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미국의 언론보도입니다. 이미지 기자는 “미국이 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하면, 최악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도 ‘끝장내기 전쟁’임을 알기 때문에 일단 발발하면 멈추기 어렵다”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매티스 국방장관은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겠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는데요. 이상하게도 여기에 그 근거로 덧붙인 화면에서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동맹국은 물론 중국과도 협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전쟁 노력은 굉장히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기자가 말한 ‘필요한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언급은 아예 나오지도 않고 ‘북한의 전쟁 노력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경고 수준의 발언뿐입니다.
△ 근거도 없이 또 ‘한반도 전쟁’ 거론한 TV조선(7/7)
근거 제시하지 못한 TV조선, ‘외교적‧경제적 조치’를 ‘한반도 전쟁’으로 둔갑시켜
결국 TV조선은 스스로의 주장을 스스로의 리포트로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 겁니다.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라며 소개한 뉴욕타임스 보도 내용도 ‘한반도의 전쟁이 일어나면 참혹한 결과가 따른다’는 정도의 내용일 뿐이고 매티스 국방장관 발언 역시 ‘미국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와는 거리가 멉니다. 사실 4일 북한의 ICBM 도발 이후 미국 정부에서 나온 입장들을 보면 연일 전쟁 가능성을 부각하는 TV조선의 보도는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TV조선이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의 근거로 한 메티스 미 국방장관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티스 장관은 6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전쟁을 촉발할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경제적 노력을 주도할 것”이라고도 했죠. TV조선이 보도한 “북한의 전쟁 노력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발언은 이런 발언 직후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TV조선은 전체 발언 중 군사적 충돌을 배제한 핵심 내용을 의도적으로 잘라내고 그나마 북한을 경고한 발언만 갖다 붙여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의 근거로 왜곡한 겁니다. 어떻게 해서든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부각하려는 TV조선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전쟁보다 싫은 문재인 정부? 안보 위협하는 TV조선의 왜곡 보도
TV조선의 이런 왜곡 보도는 우리 안보와 남북문제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시청자들의 혼란과 공포를 부추길 뿐입니다. 이는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보수언론의 통상적인 주장보다 훨씬 더 악의적입니다. 어째서 이렇게 초보적인 왜곡 방식까지 동원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 대북 외교를 부정적으로 그리려는지, 굳이 ‘한반도 전쟁’까지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오로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이런 보도를 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MBC도 ‘베를린 구상’ 왜곡, TV조선 보다는 덜하지만…
MBC 역시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비판적으로 보도했습니다. MBC <김정은과의 첫 회담…실현 가능성은?>(7/7 https://bit.ly/2tSDPmz)은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많은 제안과 협상 방식 중 오로지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는 발언에만 집중해 비판한 보도입니다. 심지어 해당 발언을 왜곡하기도 했습니다. MBC는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조건부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면서 “예측 불허의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국제 사회가 대북 제재 강도를 높이는 국면에서 정세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제안이라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근거를 보여주기 위해 문 대통령의 연설 중 해당 발언을 화면에 띄웠는데요. MBC가 편집한 화면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문 대통령의 연설, 입맛대로 편집한 MBC(7/7)
그러나 이 대목의 전체 발언은 “올바른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라는 겁니다. MBC가 ‘올바른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선결 조건을 밝힌 부분만 날려버린 겁니다. 이렇게 되면 마치 문 대통령이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수만 있다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말한 것처럼 보입니다. MBC는 시청자들이 이런 오해를 하도록 유도한 것이라면 심각한 보도 윤리 위반입니다. 또한 MBC는 “이틀 전(4일) 미사일 도발은 매우 실망스럽고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라며 북한을 비판한 발언이나 ‘북한의 결단을 기다린다’며 북한에 공을 넘긴 대목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이 북한에 ‘매달린다’는 인상을 주면서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협상 가능성’ 주목한 JTBC, ‘북한 의지에 달렸다’
TV조선과 MBC의 어깃장과 달리 JTBC는 이번 ‘베를린 구상’이 북한과의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JTBC <북한, 협상테이블로 나올까?>(7/7 https://bit.ly/2szeiux)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6일) 베를린 구상을 통해서 구체적인 대화 방법 구체적으로 제시가 됐고 북한으로 공이 넘어간 상태”라면서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을 타진했습니다. 이지은 기자는 “북한의 경우, 협상을 하더라도 ICBM 개발 이후 우리가 아닌 미국과 직접 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어제(6일) (베를린)제안 가운데는 북한이 당장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도 있기는 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을 계기로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 그러니까 대남·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 등을 중단하자”고 한 문 대통령 제안이, “확성기 방송 등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던 북한에게도 “현실적으로 와닿는 내용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JTBC는 난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이 “작년 4월에 탈북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을 송환하라”고 선결조건을 내밀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JTBC는 “적대행위 금지 등이라도 합의가 이뤄지면 일단 대화의 물꼬는 트인다는 점에서 이런 제안들이 개별적인 부분이 아니라 다른 부분까지 연동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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