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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검찰 구형보다 조윤선 부부의 ‘러브스토리’에 관심
등록 2017.07.0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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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관된 공직자에 대한 결심 공판이 지난 3일 이루어졌습니다.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7년, 징역 6년을 구형했는데요, 종편들도 저마다 이 사안을 보도했습니다. 종편은 검찰의 구형 소식보다 조윤선 전 장관의 남편이 변호인으로 나와 ‘눈물의 최후변론’을 했다며, 부부의 ‘러브스토리’를 소개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죄는 인정하지 않은 채 감정에만 호소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안타깝다’고 말하는 패널도 있었습니다. 

 

MBN, <‘아내’ 조윤선 향한 눈물의 ‘사부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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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뉴스BIG5>(7/4) 화면 갈무리

 

MBN <뉴스BIG5>(7/4)는 보도 자막을 이용해서 조윤선 부부의 ‘사연’을 쏟아냈습니다. 심지어는 부부의 과거 사진까지 등장했습니다. 최후변론을 둘러싼 패널들의 의견이 오고 간 뒤, 한성원 진행자가 “선고가 이제 어떻게 될지를 봐야 하는데 사실 이 두 사람이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소위 잘나갔던 사람, 분들이에요”라고 말을 던지자,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위원은 “아, 그렇죠. 박성엽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부인인 조윤선 전 장관은 서울대 외교학과. 이제 한 5년 선후배 사이인데 7년 동안을 열애했다는 거죠. 아마도 이제 박성엽 변호사가 조윤선 전 장관을 좀 쫓아다닌 것 같고”라고 말하며 조 씨 부부가 ‘캠퍼스 커플’이었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종근 씨는 이어서, “또 이제 사법고시를 봐라. 사법시험을 보라고 강권을 하면서 함께 공부하며… 왜 캠퍼스 커플이 그렇지 않습니까?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도 하고 같은 목표를 갖고 공부를 하면서 또 더 가까워지는 그런 어떤 과정이었을 때니까. 7년 열애에 되게 유명했습니다. 어찌 됐든 그런 어떤 열애 끝에 이제 결혼을 했고 사실 김앤장에서 맡은 게 형사 재판을 맡아본 적이 없어요. 아마도 자신이 스스로도 이야기했습니다. 형사재판이 사실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야기했고 자신이 생각했던, 가장 부인을 구명할 수 있는 방법이 감성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 이런 판단을 했을 것 같아요”라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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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정치데스크>(7/4) 화면 갈무리

 

채널A, ‘법정 순애보’ 조윤선·박성엽 부부… “러브 스토리”

채널A <정치데스크>(7/4)는 검찰의 구형 소식보다는 박성엽 변호사의 최후변론에 보도 초점을 맞췄습니다. 제작진은 박 씨의 최후변론을 음성대역으로 재연까지 하는 꼼꼼함을 보였습니다. 홍성규 진행자는 “사건을 떠나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 이런 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고, 강병규 기자가 “그렇습니다. 지금 여기 있는 사진, 두 사람의 사진이 이렇게 나와 있는데요”라고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강병규 씨는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냐면 우선 서울대학교 1학년 시절에 도서관에서 만났습니다. 당시에 조 전 장관은 외교학 그리고 박성엽 변호사는 법학을 전공하고 있었는데. 박성엽 변호사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난 뒤에 그리고 추천을 하게 됩니다. 같이 사법고시를 좀 보자 해서 조윤선 장관도 사법고시를 봤고 1차가 합격한 이후 1990년 7년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두 딸을 낳아서 좀 살고 있었고 그리고 이제 조윤선 전 장관이 아까 방금 말씀드렸듯이 신혼 때 2차, 3차 사법고시를 합격을 하게 되면서 유명 로펌의 스타 부부, 스타 변호사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여러 공직 생활을 하다가 이번에 블랙리스트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구형까지 나온 상태이지 않습니까? 지금은 피고인과 자신의 아내를 변호하는 그 변호인의 관계로 좀 추락을 하게 되었습니다”라며 재판과 무관한 부부의 ‘러브스토리’를 자세하게 전달했습니다.

 

홍성규, “이번 정부 인사분들도 명심하시길…”

뿐만 아니라, 이날 방송에서 홍성규 씨는 보도를 마무리하며 “저희가 지금 이 두 부부 어제 심금을 울렸던 재판 얘기를 전해 드리는 이유는 참 권력의 무상함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도 좀 전해 드리고 싶어서 그런데요. 조윤선 전 장관 그러면 지난 정부 때 얼마나 기세등등하게 잘나갔습니다. 소위 꽃길만 걸었던 전 장관이었는데 지금 두 부부의 운명이 이렇게 법정에서 저희가 이렇게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다. 구구절절한 소식이라고 전해 드릴 정도로 이런 신세가 됐다는 것. 부디 이번 정부 인사 분들도 꼭 명심하시고 책임 있는 국정운영 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라고 ‘보도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구구절절하게 ‘러브스토리’를 전달한 이유가 현 정부 인사들에게 일종의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구차한 변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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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정치데스크>(7/4) 화면 갈무리

 

‘인간적 안타까움’ 강조하는 패널들

그나마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7/4)는 다른 보도에 비하면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는 소식과 그것이 갖는 의미에 집중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박성엽 변호사가 직접 나서서 변론을 맡은 것을 두고 김지예 변호사는 “아내 사건을 보통 남편이 직접 변론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변론 과정이 상당히 정말 감정적으로 힘겹습니다. 다른 사람의 사건을 의뢰인의 사건을 하는 것과는 좀 더 별도로 내 일이 되면 감성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서”라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이 발언까지는 변호사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의 공감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만 김지예 씨는 이어, “조윤선 전 장관 같은 경우에는 이제 본인이 낙인이 찍히는 거 있잖아요. 블랙리스트 주범이라는 낙인에 굉장히 괴로워한다고 했는데, 조윤선 장관 같은 경우에 굉장히 문화계 쪽에 조예가 깊고 그쪽을 즐기면서 그렇게 살아왔던 사람이고, 문체부 장관이 된 것도 역시 그 문화계 관련 책을 써서 그렇게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본인의 아이덴티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그런 결과인 것 같아서 저도 조금 안타깝게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조윤선 전 장관과 이혜훈 의원을 비교하는 발언도 등장했습니다. 김진 진행자는 “이혜훈, 조윤선. 이 두 사람이 서초에서 서초대첩을 벌입니다. 한 분은 서초의 딸, 한 분은 서초의 며느리. 서초의 딸이 졌고 서초의 며느리가 이겨서 이혜훈 의원은 지금 깜짝 당 대표까지 됐고 조윤선 전 장관은 애석하게도 구속의 몸이 됐는데. 그때의 서초 출마 선택과 그 결과에 따라서 크게 좀 뒤바뀌었다”며, “만약에 그때 용산으로 갔었더라면”이라고 말하며 무의미한 가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은 이에 “(총선 때 용산으로 갔으면 문체부 장관이)안 됐죠. 그렇게 되면 사실 정무수석 시절에 몰랐다고 하는 것이 계속 본인의 주장인데. 정말 당시에 일순간의… ‘슬라이딩 도어스’라는 영화를 보면 지하철에 타느냐 안타느냐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지잖아요. 만약에 그런 것처럼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수감 생활을 안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7/4)에서는 김광일 진행자가 관련 소식을 전하며 “어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징역 6년이라는 중형을 구형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남편 박성협 변호사가 눈물로 최후의 변론을 했다고 합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아요”라고 하자 양은경 TV조선 법조전문기자가 “그렇습니다. 어제 정말 사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보기 힘든 가슴 찡한 장면이 조금 연출이 됐습니다”라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김광일 씨는 “찡하다고 해도 될까요”라며 의문을 표했지만 양은경 씨는 계속해서 “저는 순전히 개인적인 인연에서 보자면 부부가 법정의 한 사람은 피고인으로 한 사람은 그것을 변호하는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남편이 아내를 위해서 변호를 하고 아내가 눈물을 흘리고 그런 상황 아닙니까?”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권력으로 짓누른 사건인데, 왜 자꾸만 사건 외적인 이야기를 끌고 와서 ‘개인적인 인연’, ‘인간적 안타까움’을 말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검찰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두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린 죄’라며 중형을 구형했습니다만, 종편은 사안의 중요성과 중형 구형이 갖는 의미보다는 변호인의 ‘눈물 최후변론’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켜주겠단 약속 못 지켜”… ‘연약한’ 조윤선을 묘사하는 종편

보도에 사용된 자막도 문제성이 다분했습니다. 종편은 조윤선 씨의 주장 혹은 검찰의 구형과 관련된 자막을 내보내기 보다는 조 씨의 ‘지켜주겠다’는 발언과 같은 절절한 사연에 주목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채널A <정치데스크>(7/4)는 무려 25개의 자막을 띄웠지만 이중 두 개를 제외하면 모두 조윤선 남편의 발언 혹은 청문회 문자코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조윤선의 청문회를 언급하며 조 씨가 남편의 코치를 받아 ‘앵무새 답변’을 했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종편이 사용한 자막을 보면, 블랙리스트 사건의 주범격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조윤선 씨를 표현하지 않고,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남편의 변론에 눈물만 뚝뚝 흘리는 유약한 부인이라는 존재로 조 씨를 묘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BN <뉴스BIG5>(7/4) 역시 조윤선 씨가 말한 ‘블랙리스트 주범 주장, 참기 힘들다’는 주장은 두 차례만 내보낸 반면, 남편이 풀어낸 ‘절절한 사연’과 관련된 자막은 일곱 차례나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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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선 씨 재판 관련 방송 중 종편 화면에 나온 자막 Ⓒ민주언론시민연합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4일 채널A, MBN, TV조선의 8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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