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김정은 암살’에 이어 ‘핵전쟁 가능성’…전쟁을 부르는 TV조선북한은 4일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를 공개한데 이어 5일엔 각각 다른 각도에서 찍은 이 미사일의 발사장면과 1단 추진체가 분리되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자체 기술로 ICBM을 완성했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한미 연합 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시했습니다. 대화의 길을 열어 놓고 있지만 무분별한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방송사들 역시 5일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와 문 대통령의 미사일 훈련 지시를 톱뉴스로 다루면서 상당한 비중을 할애했습니다. 그런데 TV조선은 타사 보도 전체를 통틀어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인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바로 전쟁 공포를 부추기는 ‘선제 타격’과 ‘핵전쟁 가능성’입니다. TV조선은 4일에도 7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선제 타격’과 ‘김정은 암살’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바 있습니다.
“미국은 핵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TV조선 <‘집무실 정조준’…‘참수 작전’ 영상 공개>(7/5 안형영 기자 https://bit.ly/2trYNpo)는 한·미연합 미사일 훈련에 사용된 전력과 재원을 소개한 보도입니다. 이런 보도는 타사에서도 나왔지만 TV조선은 유독 ‘북한 선제타격’을 강조했는데요. 심지어 ‘핵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보도를 시작하자마자 전원책 앵커는 “한미 두 나라가 오늘 쏜 현무2A와 에이테킴스 미사일은 유사시 북한 거점을 선제타격하고, 김정은 등을 제거하는 응징보복 핵심 전력입니다. 한미는 지상과 공중, 해상에서 북한을 초토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정밀 유도 무기도 공개했습니다”라며 ‘북한 선제타격, 김정은 제거, 북한 초토화’ 등 상당히 극단적인 묘사를 동원했습니다.
안형영 기자는 “미군의 지대지 미사일 에이테킴스가 하늘로 치솟습니다. 곧바로 우리군의 현무-2A 탄도미사일도 불을 뿜습니다”라며 미사일 발사 장면을 보여준 후 “우리의 현무-3 순항미사일은 북한 주석궁 창문도 맞힐 수 있는 정확도를 자랑”, “F-15K에 장착해 대전에서 평양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도 전력화” 등 ‘북한 타격 능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더니 보도 말미에 이르러 느닷없이 “최악의 경우 미국은 서부 해안에 배치된 대륙간 핵탄도미사일 미니트맨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 전력을 소개하는 보도의 결론을 ‘미국이 북한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라고 내린 겁니다. 이는 너무 위험한 상상이며 자극적인 선동입니다. TV조선의 보도대로 미니트맨을 발사한다면, 한반도는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이어 인류 역사상 3번째로 핵폭탄이 투하되는 참사를 맞는 것입니다. 게다가 미니트맨에 탑재된 핵은 히로시마의 원자폭탄보다 위력이 20배나 강력한 300 킬로톤 이상의 핵탄두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상상’하고 겁박하는 것은 한국 언론으로서 매우 무책임한 것입니다.
△ ‘미군의 핵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언급한 TV조선(7/5)
도대체 누가 ‘핵탄도 미사일 발사’를 말했나
TV조선은 이렇게 무시무시한 ‘미국의 핵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공식화했지만, 그 근거나 출처는 밝히지 못했습니다. 실제 한미 정부가 ‘핵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말한 적도 없습니다. 5일, 북한의 ICBM 발사 성공을 공식 확인한 미국 정부는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 강력한 조치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 “북한 노동자를 초청하거나 북한 정권에 경제·군사적 이익을 주는 나라들은 북한 정권을 돕고 방조하는 것” 정도의 입장입니다.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성공 선언 이후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긴급회의를 소집해 논의한 ‘신중한 대응’ 역시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증파하는 것에서부터 대북 원유제재 등 경제제재 방안 등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어디에도 ‘선제 타격’이나 ‘핵미사일 발사’와 같은 내용은 없습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일관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했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북한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 행동도 한반도에 재앙적(disastrous) 결과를 가져올 것”, “한반도에서 군사충돌이 일어난다면 한국전 이후 최악의 전쟁이 될 것”이라며 “필요한 수준의 군사력으로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연이틀 근거도 없이 ‘선제타격’, ‘김정은 암살’, ‘핵미사일 발사’를 운운하며 ‘전쟁 공포’를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초미의 관심사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KBS만 북한의 주장 ‘따옴표 보도’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실험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과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는지 여부입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신형 미사일이 사거리 8000Km이상의 ICBM급 미사일이라는 사실은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ICBM으로서 실질적인 위력을 갖기 위해서는 탄두가 대기권으로 안정적으로 재진입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한미 당국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리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재진입 기술을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ICBM의 말단에 재진입체가 있고,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불안정하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증거가 더 있어야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방송사들도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와 관련해 1건씩 보도를 냈는데요. 이중 KBS만이 성공을 주장한 북한 입장을 인용해 ‘재진입 기술 확보’에 무게를 뒀습니다. 우선 보도제목에서부터 KBS만 <北 “ICBM 재진입 기술·단 분리 성공” 주장>(7/5 임종빈 기자 https://bit.ly/2sPlIsV)으로 북한의 주장을 따옴표 처리해서 전했습니다.
방송사 | 북한 ICBM의 재진입 기술 완성 여부 보도 |
KBS | <北 “ICBM 재진입 기술·단 분리 성공” 주장>(7/5 임종빈 기자 https://bit.ly/2sPlIsV) |
MBC | <재진입 기술 확보?‥추가 발사에 촉각>(7/5 구경근 기자 https://bit.ly/2tLbvSU) |
SBS | <“속도 못 미쳐..재진입 단정 어렵다”>(7/5 김흥수 기자 https://bit.ly/2tOBDvO) |
JTBC | <팩트체크/북한, ‘ICBM 재진입’ 기술 확보했다?>(7/5 김진일 기자 https://bit.ly/2tjH2dv) |
TV조선 | <“대기권 재진입·중량 핵탄두 탑재”>(7/5 이채현 기자 https://bit.ly/2sIXh58) |
채널A | <“사거리만 ICBM급” 축소 급급>(7/5 김도형 기자 https://bit.ly/2tLfQ8P) |
MBN | <뾰족해진 탄두…관건은 소재>(7/5 김근희 기자 https://bit.ly/2tP5owi) |
△ 7개 방송사의 북한 ICBM의 재진입 기술 완성 여부 보도 제목(7/5)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때 그때 받아쓰는 KBS, ‘무성의’
보도 내용에서도 KBS는 재진입 기술 확보를 선언한 북한 조선중앙TV의 성명, “(북한은)열과 압력에 버틸 수 있는 탄두와 또한 원하는 시기에 낙하하게 하는 후추진 기술에 관하여 여러 차례 입증을 한바 있기 때문에”라는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의 인터뷰, “북한이 이번 화성-14형에서 단분리와 재진입 기술을 완성하고 실질적인 ICBM 개발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나열했습니다. ‘재진입 기술 확보를 단정할 수 없다’는 우리 국방부의 입장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그 외 다른 반론도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KBS는 북한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완성했다는 분석만 전한 겁니다. 아직 북한 ICBM의 재진입 기술에 대한 물리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만큼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일부 전문가의 의견과 북한의 주장만으로 ‘재진입 기술 확보’를 예단한 KBS의 태도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북한 주장과 일부 전문가 의견으로 ‘재진입 기술 성공’ 강조한 KBS(7/5)
그나마 KBS의 이어진 국회 관련 보도 <‘北 규탄’ 결의안…국방장관 “사드가 최선”>(7/5 최문종 기자 https://bit.ly/2uNdnHy)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재진입 기술은, 현재까지 저희들이 판단한 건 아마 시간이 지나도 이것은 성공했다고 분석되기가 어려운 그런 상황”라고 말한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당연히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분석한 앞의 보도에서 반론으로서 소개되었어야 합리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6일, 미국 국방부가 “완전한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발표하자 KBS는 또 이 주장만 전달했다는 사실입니다. KBS <북 ICBM 재진입 성공?…미 “증거 없다”>(7/6 https://bit.ly/2svCcqP)는 앞선 5일 보도와 똑같이 재진입 성공 여부를 다룬 보도인데, 이번엔 “북한이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능력과 완전한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미 국방부 입장만 받아썼습니다. 5일엔 재진입 기술이 확보됐다는 북한의 주장에만 힘을 싣더니, 6일엔 그렇지 않다는 미국의 입장만 또 강조한 겁니다. 이렇게 특정 당사국의 입장이 나올 때마다 받아쓰기만 하는 보도 행태는 시청자를 혼란스럽게 할 뿐입니다.
판단을 유보한 SBS‧JTBC
타사는 북한의 성공 주장이 나왔던 5일에도 모두 판단을 유보하거나 아직 재진입 기술이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SBS <“속도 못 미쳐..재진입 단정 어렵다”>(7/5 김흥수 기자 https://bit.ly/2tOBDvO)는 △국방부의 재진입 기술에 대한 회의적 보고, △군 당국이 사용 가능한 자료는 탄두의 속도 뿐, △현실적으로 직접 관찰·탄두 수거와 같은 확인이 불가능 하다는 점, △탄두의 정확한 속도와 온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등 여러 가지 근거를 들어 “현실적으로 북한의 재진입 기술 확보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아니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JTBC 역시 <[팩트체크] 북한, ‘ICBM 재진입’ 기술 확보했다?>(7/5 김진일 기자 https://bit.ly/2tjH2dv)에서 SBS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MBC와 MBN의 보도도 ‘객관적 증거가 없어 기술 확보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전문가 지적을 차용했습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회의적 입장에 초점 맞춘 TV조선, 채널A
TV조선과 채널A는 회의적 입장을 드러낸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TV조선은 <“대기권 재진입·중량 핵탄두 탑재”>(7/5 이채현 기자 https://bit.ly/2sIXh58)에서, 채널A는 <“사거리만 ICBM급” 축소 급급>(7/5 김도형 기자 https://bit.ly/2tLfQ8P)에서 각각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국제사회에 입증을 하려면 최소한 7000~8000℃의 열을 견딜 수 잇는 탄두부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든지…”, “재진입 기술은 아마 시간이 지나도 성공했다고 분석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라는 발언을 전달했습니다. 이중 채널A는 보도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러한 국방부의 태도를 ‘사태 축소’로 규정하면서 ‘우리 군도 ICBM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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