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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요’, ‘급식대란’…노동자의 권리 왜곡하는 방송사들
등록 2017.06.30 18:36
조회 716

학교 비정규직노동자의 상당수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어 정년보장을 받게 된 것은 2007년의 일입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 노동자는 기간제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아, 임금 등과 관련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적 보호망은 없는 상황입니다. 학교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정규직 임금의 약 60%만 받고 일하며 임금 차별에 시달리거나, 적절한 휴게시설도 없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어있습니다. 


지난 6월 29일, 이런 사안의 개선과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면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했는데요. 방송사들은 이 파업을 보도하면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게 된 배경은 무시한 채, ‘급식 대란’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민폐’만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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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방송사의 학교 비정규직노조 파업 보도 제목(6/29) 화면 갈무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MBN <뉴스8>, MBC <뉴스데스크>,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노동자 파업 전하는 보도 제목이 “배고파요”? 
방송사들의 편협한 태도는 보도 제목에서부터 드러났습니다.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 모두 학교 비정규직이 처한 상황이 아닌 ‘급식 중단’에만 초점을 맞춘 겁니다. ‘급식 대란’, ‘급식 중단 사태’ 등 한껏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여 파업 때문에 학생들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상황을 묘사했습니다. 6개 방송사 중 JTBC만 <“차별 그만” 내일까지 총파업>이라는 제목을 달아, 노동조합의 견해를 전달했습니다.

 

방송사 보도 제목
KBS <비정규직 파업에 학교급식‧수업 차질>
<학교 비정규직 파업…급식 중단‧단축 수업>
MBC <학교에도 총파업급식 중단 사태>
SBS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일부 급식 중단>
JTBC <“차별 그만내일까지 총파업>
TV조선 <곳곳 집회 잇따라… 급식 대신 빵과 도시락>
<도시락과 빵으로 점심>
채널A <1900여 곳 급식 중단>
<‘도시락 어쩌나급식 대란>
MBN <배고파요>

△ 각 방송사의 학교 비정규직노조 파업 보도 제목(6/29)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과 KBS, 노동조합의 입장과 관련된 자막은 내보내지도 않아 
보도 내용도 노조에 상당히 부정적이었습니다. SBS와 JTBC를 제외한 5개 모든 방송사가 파업의 이유는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한 문장으로 짤막하게 전달했고, 급식이 중단된 것을 두고는 ‘급식 대란’이라 부르며 ‘민폐’를 부각했습니다. 이러한 보도행태는 사용된 자막만 보아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MBC‧SBS‧JTBC만 노동조합의 상황을 대변하는 자막을 한 두 차례 내보냈을 뿐, 나머지 방송사들은 관련 자막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채널A <도시락 어쩌나’ 급식 대란>(6/29 https://bit.ly/2st0xwO)는 “도시락이 사라진 시대, 학교 식당이 문을 닫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면서 파업에 동참한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의 집에 직접 찾아가 도시락 싸는 장면을 촬영해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방송사 자막
KBS 급식 조리원·교무 보조원 등 17,000여 명 참가
전국 국공립 학교 17% 급식 중단
MBC 학교 비정규직노조 파업2천개교 급식 중단… 도시락 싸왔어요
학교에도 총파업… 급식 중단 사태
조리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정규직 전환·근속수당 인상 등 요구 
SBS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조 파업 돌입
전국 1900여 학교 급식 중단
무기계약직 정규직화‧근속수당 지급요구
JTBC 근속수당 인상 요구 수용 안 돼…서로 예산 탓
2007년 무기계약직 전환…법적 보호망 없어
TV조선 영양사·조리사 파업으로 급식대란
학교 측에서 빵·음료 준비하기도
전국 1,900여개 학교 급식중단…전국 평균 16%
채널A '밥 대신 빵' 급식대란(어깨걸이 자막)
조리사 영양사 파업동참... 1900여 개 학교 급식 중단
빵 떡 등으로 대체하거나 단축 수업
학교‧유치원 급식중단 도시락 대란
도시락 재료 동났다… 학부모 하소연 잇따라
MBN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초중고 급식 중단

△ 학교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을 보도하며 내보낸 자막(6/29) Ⓒ민주언론시민연합 
 

“학부모님들이 ‘올해도 또 하는구나’ 많이 호소를 하세요”

보도에 포함된 인터뷰마저 편파적이었습니다. 채널A <도시락 어쩌나’ 급식 대란>(6/29)에서 한 초등학교 조리원을 인터뷰한 것을 제외하면 종편에서는 노동조합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터뷰가 한 건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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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종합뉴스>(6/29) 화면 갈무리 
 

반면에 파업으로 인한 불편사항을 인터뷰한 횟수는 MBN이 4건으로 가장 많았고, 채널A와 TV조선이 3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TV조선과 MBN의 경우 노조를 대변하는 인터뷰가 아예 없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주로 학생들의 ‘배고픔’과 도시락을 챙겨야 하는 학부모들의 ‘불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불편사항

인터뷰

2 1 0 0 3 3 4

노동조합

쪽 인터뷰

1 1 3 3 0 1 0

△ 파업을 둘러싼 입장 인터뷰 횟수(6/29)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보도 제목 자체가 ‘배고파요’인 MBN <“배고파요”>(6/29 https://bit.ly/2u5EKNB)는 편파성이 심각합니다. MBN은 “도시락 배달 업체는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였다”며 도시락을 배달하는 기사에게 “오늘 좀 배달이 많았나요?”라고 물어 “지금 여러 군데에서 (주문이) 많이 오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파업으로 도시락 업체가 바빠졌다는 묘사입니다. 그러나 파업의 당사자인 학교 비정규직노동조합에 파업의 이유 혹은 입장을 묻는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SBS와 JTBC가 노조 측을 대변하는 인터뷰를 충실히 다뤘습니다. SBS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일부 급식 중단>(6/29 https://bit.ly/2snUr5x)은 “불편하긴 한데 그분들도 힘드신 부분도 있으실 거고. 그렇다고 급여가 센 것도 아닐 거고”라는 학부모 인터뷰와 “배고파요. 그동안 저희 때문에 힘드셨으니까 별 상관없는 것 같아요”라는 학생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TV조선, 서울보다 파업률이 높은 “이재정 교육감 지역의 경기도”?

심지어 TV조선 <도시락과 빵으로 점심>(6/29 https://bit.ly/2sY0CMq)에서는 근거도 없는 지역 비방이 나왔습니다. TV조선은 “조리사와 돌봄 전담사 등 학교 비정규직 1만 4,000여 명의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1,900여 곳에 달했습니다. 전국 학교의 16%입니다. 서울의 급식 파행 학교는 68곳으로 6%대에 머물렀지만,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주장한 이재정 교육감 지역의 경기도는 548곳의 학교가 파업으로 급식을 중단했습니다”라며 급식 중단이 된 학교의 비율을 서울과 경기도로 나누어 비교했습니다. 학교 파업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인 ‘외고와 자사고 폐지 문제’를 끼워 넣더니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주장한 이재정 교육감 지역의 경기도”라고 부각한 겁니다.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주장한 경기도는 파업 참여율이 높고, 그렇지 않은 서울은 낮다는 황당한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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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뉴스판>(6/29) 화면 갈무리 
 

편파 보도에서 벗어나 ‘파업의 이유’를 보도해야  
SBS와 JTBC를 제외한 방송사들이 일제히 ‘학교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때문에 아이들이 굶었다’는 식을 보도를 냈지만 이는 사실과도 다를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외면한 행태입니다. 학교 비정규직의 파업은 29일 시작되어 30일까지 단 이틀 진행됐을 뿐이고 비정규직 노동자 중 급식 종사자의 비율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급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충남 지역은 파업 참여 급식 종사자가 18%에 불과해 급식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전남 역시 상경 투쟁이 이뤄진 30일에 파업 참여자가 급감해 급식이 완전 정상화됐습니다. 


급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일부의 불편이 있더라도 학교 비정규직이 우리 사회의 약자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노동조합은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며 파업은 정당한 쟁의행위입니다. 학교 비정규직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조한 임금, 극심한 차별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심지어 인터뷰도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1~2일에 불과한 ‘급식 불편’만 부각하는 행태는 반민주주의에 가깝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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