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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블랙리스트’보다 일선 판사 ‘말투’에 집착한 조선27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원 고위 간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윤리위는 이번 결과 발표를 통해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를 연기·축소하기 위해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윤리위는 이에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징계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 현 대법관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다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주의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윤리위는 정작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다음날인 28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부 내부통신망 등을 통해 △윤리위의 권고대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책임자 문책 등 후속 조치는 하겠지만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추가조사 요구는 수용할 수 없으며 △다만 법관회의 상설화 요구는 적극 수용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29일 성명을 내고 “시민사회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가장 중요한 요구사항이 바로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라며 양 대법원장의 이 같은 입장은 “추가 조사를 요구한 법관들과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아울러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에 대해서도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는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견제하고 사법행정권 분산 등 법원 개혁의 일부분으로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현재로선) 설치된다 하더라도 단순 자문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경향, ‘문제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대법원의 판사 블랙리스트 운용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경향신문은 윤리위 심의 결과 발표와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을 다룬 보도에서 모두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를 크게 부각했습니다. 경향신문은 두 사안에 대해 이틀간 총 4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이 중 3건의 보도 제목에서 ‘블랙리스트’를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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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동아일보 |
조선일보 |
중앙일보 |
한겨레 |
한국일보 |
윤리위 심의결과 |
2건 |
1건 |
1건 |
1건 |
2건 |
1건 |
양승태 대법원장 입장 |
2건 |
1건 |
1건 |
3건 |
2건 |
2건 |
1면 보도량 |
2건 |
0건 |
0건 |
1건 |
1건 |
1건 |
기사 제목 ‘블랙리스트’ 언급 횟수 |
3건 |
0건 |
0건 |
0건 |
2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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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리위 심의결과 및 양승태 대법원장 입장 관련 보도 양상 비교(6/29) ⓒ민주언론시민연합
특히 29일에는 1면에 <양승태 대법원장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거부>(6/29 이범준‧이혜리 기자 https://goo.gl/h1SLXj)라는 제목의 양 대법원장의 입장을 전한 보도를 배치하기도 했는데요. 해당 보도는 첫 문장이 아예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개혁 저지 의혹의 핵심인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 조사 요구를 거부했다”입니다.
이어지는 6면 보도 <일선 판사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오히려 증폭>(6/29 이범준 기자 https://goo.gl/Z2teiz)에서도 경향신문은 “사법개혁 저지 의혹의 핵심인 ‘판사 블랙리스트’ 조사를 거부하면서 법원 일각에서는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며 “다시 보고서를 믿으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핵심은 추가조사인데 제한적 조사 허용도 아닌 전면 거부를 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만 짙어졌다”는 등의 익명의 법원 관계자 발언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블랙리스트 조사 거부, 일선 판사들이 받아들일지 의문’
한겨레는 먼저 윤리위 심의 결과 발표에 대해서는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을 내놓았습니다. 실제 28일에는 이번 사안을 다룬 별도의 사설 <개혁 가로막은 ‘사법권 남용’, 대법원장이 책임져야>(6/28 https://goo.gl/drnHbp)에서 “아랫사람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대법원장 등 고위층의 책임은 실종됐으니 ‘꼬리 자르기’란 지적이 나올 만하다. 블랙리스트는 아예 언급을 피했고 행정처 실장들의 직무·신분상 의무 위반도 없었다고 선을 긋는 등 법관대표회의 요구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을 전한 기사에서는 온도차는 있지만 경향신문과 마찬가지로 양 대법원장이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조사를 거부했음을 부각했는데요. 1면에 배치된 관련 보도 제목 역시 <양승태, ‘판사 블랙리스트’ 추가조사 거부>입니다.
이어지는 10면 관련 보도 <개혁요구 ‘절반의 수용’… 대법원장 권한 분산될까>(6/29 여연호‧현소은 기자 https://goo.gl/gjLWRL)에서는 양 대법원장이 ‘법관회의 상설화’ 요구만을 수용한 것을 “법원 안팎의 개혁 요구에 대한 나름의 ‘궁여지책’”이라 평가하며 “그러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와 관련자 문책 등 다른 요구를 모두 거부한 대법원장의 해법이 법관회의 등 일선 판사들의 동의를 얻어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동아, 윤리위․양승태 발언 받아쓰기 집중
반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블랙리스트 문제보다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수용 결정 등을 부각해 보도했습니다.
이 중 동아일보는 따옴표 보도를 통해 사실관계를 단순 전달하는데 집중했는데요. 윤리위 조사 결과를 전한 <대법 윤리위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 징계” 권고>(6/28 배석준 기자 https://goo.gl/XBqDvp)나 양 대법원장의 입장을 담은 <양승태 대법원장 “법관회의 상설화 수용”>(6/29 배석준 기자 https://goo.gl/juF6Lr)에서나 동아일보는 발언 주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양승태 대법원장 “법관회의 상설화 수용”>의 경우 첫 문장부터 “양승태 대법원장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요구한 회의 상설화를 수용했다. 전국 단위 상설 판사회의체가 생기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임을 전하며 양 대법원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윤리위) ‘조사 요구를 거부했다’(양승태 대법원장)고 건조하게 전달하는데 그쳤습니다.
조선, ‘법원 내홍은 일부 판사 원색적 비난 탓?’
양승태 대법원장의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수용을 높게 평가한 것은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 판사회의 상설화 받아들이겠다>(6/29 조백건‧최연진 기자 https://goo.gl/QLJ5WW)도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첫 문장부터 “28일 대법원 규칙 등을 개정해 법관대표회의를 법원의 상설 기구화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단위의 상설 법관 회의체가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양 대법원장 결정의 ‘의의’를 부각했습니다.
반면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문제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익명의 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의 “블랙리스트 재조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아쉽지만 대표회의 상설화를 수용한 것은 고무적” “대표회의가 본격적으로 사법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발언을 전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이 주장을 전달한 이유는 이후 양 대법원장의 입장에 반발하는 일선 판사들을 ‘개혁의 걸림돌’로 치부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같은 ‘의심’이 드는 이유는, 조선일보가 윤리위 조사결과 발표와 관련한 보도에서 이미 논란의 책임을 ‘문제를 제기한 판사들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세미나 축소하라고 부당 지시 법원행정처 간부 징계하라”>(6/28 조백건‧김아사 기자 https://goo.gl/iNXG6g)에서 조선일보는 “양 대법원장은 일부 판사들이 조사 결과에 계속 의문을 제기하자 지난 4월 24일 공직자윤리위에 ‘진상조사위 조사에 대한 검증’을 맡겼고, 5월 중순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판사 대표 100명으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9일 회의를 열고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를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며 조사권을 달라고 양 대법원장에게 요구했다. 이 회의가 일방적으로 진행됐고, 일부 판사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서 양 대법원장에게 '양승태씨 물러나세요'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일로 법원의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고 서술했습니다. 이는 마치 양 대법원장은 ‘할 만큼 했는데’ 일부 일선 판사들이 ‘도리에 맞지 않는 억지를 부리며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는 서술인 셈입니다.
양 대법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한 판사들이 오히려 문제라는 식의 논리는 지난 27일 <만물상/“양승태씨!”>(최원규 논설위원 https://goo.gl/UgwPej)에서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해당 칼럼은 “전국법관대표회의 이후 판사 전용 게시판에 인신공격성 글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어느 고법부장 판사는 회의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비아냥대는 후배 판사들에게 글로 뭇매를 맞았다. 급기야 양승태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양승태씨’라고 부른 글까지 올라왔다” “판사들이 그 익명의 그늘에 숨어 할 말 못할 말 다 한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한 판사를 향해 ‘꼴통 새X’라고 욕설 퍼붓는 네티즌들과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판사 블랙리스트 사태보다 ‘양승태씨!’라는 일선 판사의 일갈이 더 충격적이었던 모양입니다.
△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문제제기한 일선 판사들의 ‘무례함’을 지적한 조선일보 칼럼(6/27)
중앙, ‘판사 노조 지적 의식해야…블랙리스트 재조사 불발은 유감’
중앙일보는 판사 블랙리스트 관련 재조사 요구가 거절된 것과 관련해서는 일정부분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판사 노조’를 운운하고 법관회의 구성원들의 ‘성향’을 문제 삼기도 했는데요.
이를테면 <사설/절반 양보한 대법원장… 이제 판사들이 접점 찾아야>(6/29 https://goo.gl/7pnQmT)에서 중앙일보는 양 대법원장의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 거부 입장에 대해 “숨길 게 없다면 조사에 적극 응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긴 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벌써부터 '판사 노조'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회의를 주도할 판사 상당수가 과거 '우리법 연구회'의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진보 성향 판사들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또 <‘사법개혁’ 외부 압력에… 양승태, 내부 봉합 고육책>(6/29 유길용 기자 https://goo.gl/VYazAm)에서는 “법원 안팎에선 양 대법원장의 이번 결정이 외부의 사법 개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타협책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한다며 익명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내부 구성원들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고 무기력해진 상황에서 정치권 등 외부 개혁 압력에 끌려가는 건 법원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 “헌법에 보장된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해 사법부 개혁 역시 법관 스스로 논의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법부 내홍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가 궁금’
한국일보는 다른 무엇보다 ‘사법부 내홍이 계속 이어질지’ 여부에 주목했습니다.
이를테면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에 대법 윤리위, 징계·주의 권고>(6/28 박지연 기자 https://goo.gl/eHnCZ8)에서는 “양 대법원장의 입장표명에 사법부 내홍 지속 여부가 달렸다는 관측”을 내놓더니, 그 다음날 <양승태 대법원장 “전국법관회의 상설화 수용”>(6/29 박지연 기자 https://goo.gl/PDv9jE)에서도 또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조사 권한 위임 등 전국법관회의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거부함에 따라 사법부 내홍의 진화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하는 식입니다.
한국일보는 <“대법원장 미래지향적 결단” 대다수 판사들 수긍 분위기>(6/29 박지연 기자 https://goo.gl/9rmX78)에서는 “대다수 판사는 ‘양 대법원장이 미래지향적인 결단을 했다’며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일부 판사는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한 추가조사 없이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침해된 법관 권리를 회복할 수 없다’는 불만을 드러냈다”며 불만을 가진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28~2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