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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오보까지 인용해 ‘사드 연내 배치’ 압박하는 TV조선
등록 2017.06.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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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한미 양국 실무진은 사드를 공식 의제로 다루지 않기로 했지만 돌발 발언이 많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드 얘기를 꺼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방부의 사드 관련 허위 보고로 불거졌던 ‘한미 사드 갈등설’은 22일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한국의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일단락되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가운데 24일, 일 아사히신문이 “미국이 연내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했고, 한국은 즉답을 피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청와대는 즉각 “아사히신문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5일에도 ‘한국 정부가 매케인 미 상원의원을 홀대해 방한 일정이 취소됐다’고 보도했지만 매케인 의원이 부인하면서 오보로 판명된 바 있습니다. 청와대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홀대 기사에 이어 섀넌 차관의 사실과 다른 오보를 게재한 해당 언론사에 유감을 표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일본 언론이 한미 갈등을 부추겨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데요. 이런 상황을 SBS·JTBC·TV조선·MBN 4개사가 보도했습니다. 그 중 TV조선은 아사히신문 보도가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단독 보도를 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8월 초까지 사드배치 확정 안하면 미국이 철회한다고 최후 통첩’?
TV조선 <단독/8월초까지 확정 안 되면 ‘사드 철수’>(6/24 https://bit.ly/2rRVNRO)는 “미 국방당국은 우리정부가 8월까지 사드 연내 배치를 확정하지 않으면 사드 배치 자체를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상목 앵커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내 사드 논란에 격노했다는 소식 전해드리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불편한 심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라며 ‘트럼프 격노’까지 거론했습니다. TV조선은 지난 19일 <“차라리 사드 빼라” 크게 화내>(https://bit.ly/2rL1ipm)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사드 배치 지연에 분노해 “차라리 사드 빼라”고 했다는 상세한 발언까지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다수 매체가 연합뉴스 발 ‘트럼프 격노’ 보도를 받아썼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도 없이 단지 ‘정부 관계자’의 전언만으로 보도를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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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사드 배치 8월 데드라인’ 통보했다는 TV조선 단독보도(6/24)
 

민감한 외교 사안에 반복되는 ‘익명 보도’, 이번에도 ‘미군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뿐
TV조선의 24일 단독 보도도 19일 보도의 연장선상에 있는데요. 이번에도 보도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송지욱 기자는 “우리 정부가 사드 1개 포대의 올해 내 배치를 오는 8월초까지 확정하지 않을 경우, 미 국방 당국은 사드 배치를 아예 철회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군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미 국방당국이 한국 정부의 조속한 사드 연내 배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TV조선이 주장한 미국의 ‘사드 배치 8월 데드라인’은 한미 관계에서 매우 민감한 내용입니다. 특히 그 내용이 ‘최후통첩’ 수준의 것이라면 누가 어떤 상황에서 말했고 TV조선은 어떤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는지 밝혀야 신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이 제시한 취재원은 “미군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뿐이고, 그 정통한 외교소식통이 전한 ‘최후통첩’ 발언의 당사자도 “미 국방당국”입니다. 모두 ‘익명’으로 가려 사실상 근거와 출처가 없는 겁니다. 


TV조선은 그동안 ‘사드 연내 배치’를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19일 ‘트럼프 격노’ 보도부터 24일 ‘사드 배치 8월 데드라인 통보’까지 모두 그 근거는 ‘익명의 취재원’입니다. 다른 정황이나 근거, 추가 증언도 없습니다. ‘카더라’ 보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방부의 허위 보고 사태부터 사드 환경영향평가 문제까지 일관적으로 우리 정부의 실책으로 몰아갔던 TV조선이, 근거도 없이 계속 ‘미국이 연내 배치를 원하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는 셈입니다. 

 

오보라는 ‘아사히신문’까지 근거로 댄 TV조선, ‘사드 연내 배치’에 ‘무리수’
부실 보도의 면면은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TV조선은 ‘익명’의 취재원을 근거로 미국의 ‘최후통첩’을 보도하면서, 심지어 청와대가 ‘오보’라고 공식 발표한 ‘아사히신문’의 보도까지 덧붙였습니다. 기자는 “일본 아사히신문도 토마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 14일 우리 정부에 ‘현재 가동 중인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나머지 4기도 올해 내에 가동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오늘 보도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일 청와대가 ‘아사히신문’의 이 보도가 오보라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미군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전한 미 국방당국’의 주장의 또 다른 근거로 아사히신문을 댄 것입니다. ‘오보를 인용한 오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입니다. 


물론 TV조선이 청와대 입장을 아예 전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TV조선은 ‘미국이 사드 배치를 8월까지 결정하라고 통보했다’는 단독 보도 바로 다음에 ‘아사히신문’ 보도가 오보라는 청와대 입장을 다룬 보도를 전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부적절한 보도 행태입니다. 

 

바로 앞 보도에선 주요 근거로 제시하더니 다음 보도에서는 ‘오보라더라’?
TV조선 <청와대 “연내 배치 요구 사실 아냐”>(6/24 https://bit.ly/2tcers3)은 “이런 상황에 섀넌 미 국무차관이 ‘사드 연내배치 요구’를 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나왔”다면서 “청와대는 곧바로 사실과 다른 오보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바로 이전 보도에서 미국이 ‘사드 배치 8월 데드라인’을 통보했다면서 버젓이 바로 그 ‘아사히신문’ 보도를 근거로 댔던 것을 감안하면 시청자를 기만하는 수준입니다. 앞선 보도에서는 오보라는 청와대 입장을 말하지 않고서, 바로 다음 보도를 시작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나왔지만 청와대는 오보라고 했다”라며 전혀 다른 사안을 다루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 보도에서 정부 입장은 “섀넌 차관이 사드의 연내배치를 요구했다는 아사히신문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인 의견 교환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는 두 마디가 전부입니다. TV조선은 여기다 “군통수권자로서 적절치 않은 태도”(자유한국당),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 한미 양국간 신뢰가 깨어질 우려”(국민의당), “(미국은)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그에 대한 답변을 확실히 줄 걸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바른정당) 등 야권의 비판을 화면으로 길게 보여줬습니다.

 

‘TV조선 보도→한국당 여론전→한국당 주장을 다시 받아쓰는 TV조선’…악순환의 고리
TV조선의 ‘사드 연내 배치’ 여론전은 25일에도 이어졌습니다. TV조선 <청 “사드 8월 데드라인 들은 바 없다”>(6/25 https://bit.ly/2u5ByRp)는 전날 자사 단독 보도에 청와대는 “들은 바 없다”고 했지만 야당은 반발했다면서 또 야권의 비판을 하나하나 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그 내용은 “미국은 문 정부의 본심을 사드배치 반대로 해석하고, 사드배치 철회 검토까지 이르게 된 것”(자유한국당),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국민의당),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을 이유로 사드배치를 지연시키면서 국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바른정당)입니다. 


특히 TV조선이 인용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보면 ‘미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며 근거가 부실한 TV조선의 보도를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TV조선 단독 보도가 나온 직후,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 국무차관이 사드 연내배치를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보도에 대해 허위보도라며 유감을 표명하던 청와대의 해명이 '뻥'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주장했죠. 즉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오보라는 청와대의 입장마저 거짓말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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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사 보도를 근거로 청와대 비판하는 자유한국당 받아쓴 TV조선(6/25)
 

한국 언론 TV조선이 자사의 단독보도만을 근거로 청와대가 ‘오보’라 밝힌 외신을 사실로 둔갑시키고, 우리 정부의 해명은 거짓말로 만드는 촌극이 벌어진 겁니다. 이를 자유한국당이 받아 정치권에서 유포시키면서 ‘오보의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TV조선 보도→자유한국당 여론전→자유한국당 주장을 다시 받아쓰는 TV조선’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이미 ‘매케인 홀대론 오보’에서도 드러났듯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국제적 여론전을 펼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제한(以美制韓, 미국을 이용해서 한국을 제압한다는 뜻)’으로 대표되는 아베 신조 총리의 전술을 대변한다는 겁니다. 무엇보다 오로지 ‘익명의 전언’만으로 민감한 외교 사안을 제멋대로 재단하는 TV조선의 행태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채널A도 ‘사드 쟁점화’, 송영길 의원이 뭘 잘못했나
‘아사히신문’ 보도 사태를 전한 SBS‧JTBC‧MBN은 ‘아사히신문’의 보도 내용과 오보라는 청와대 입장을 단순 전달했습니다. 정상회담이 다가온 만큼, 24일과 25일 양일 간 타사에서도 다른 내용의 사드 관련 보도는 나왔는데요. 대체로 사드 반대 집회와 한미 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북핵 공조 해법’를 보도했습니다. 이 중 채널A가 사드 반대 집회를 보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내부 혼선’을 부각해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채널A도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왜곡했습니다. 


채널A <대통령은 찬성 특사는 반대>(6/25 https://bit.ly/2scRUGe)는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놓고 이번 주 워싱턴에서 담판을 벌입니다”라면서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신으로 대통령 특사를 지낸 중진 정치인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는데요. 일단 ‘이번 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를 놓고 담판을 벌인다’는 설명 자체가 사실과 다릅니다. 청와대는 줄곧 사드가 공식 의제가 아니라고 밝혔고 이는 한미 실무진과도 협의가 끝난 겁니다. 사드 허위 보고 사태 관련 조사와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틸러슨 미 국무장관 등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 수장들은 ‘이해’와 ‘존중’을 표했고 문 대통령도 일관적으로 ‘철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죠. 다만 사드가 변수로 거론되는 이유는 국방부의 허위 보고로 인해 잡음이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행동이 잦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채널A는 사드 배치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것처럼 보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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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영길 의원 빌미로 ‘청와대 내부 균열’ 강조한 채널A(6/25)

 

이 보도에서 채널A가 지목한 ‘사드에 반대하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신’은 송영길 민주당 의원인데요. 채널A는 24일 있었던 사드 반대 집회엣 송영길 의원이 참석했다면서 ‘대선공신’이자 “당선 직후엔 대통령의 특사로 러시아에 다녀” 온 송 의원이 대통령과 다르게 사드를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정말로 사드를 배치하자는 것인지, 반대하는 것인지를 따져 물”은 자유한국당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결국 채널A는 개인적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송 의원의 소신까지 문제삼은 겁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신이자 민주당 의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통령과 같은 의견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심지어 송 의원은 특사로서 러시아만 다녀왔을 뿐, 문재인 정부 내각에는 포함되지도 않은 국회의원일 뿐입니다. 당연히 다양한 의견으로 정부와 토론하고 때론 정부를 비판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아이템을 선정해 보도로 만든 것 자체가 채널A의 편협한 시각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신자’나 ‘나쁜 사람’으로 몰아 무조건 내쳐야 한다는 것인지, 채널A에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24~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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