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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걱정’ 앞세워 부적절한 편견 유포하는 동아동아일보의 <야방북녀… 낯선땅 쉬운 돈벌이 유혹>(6/23 신규진․이호재 기자 https://goo.gl/TtYThd) 보도는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젊은 탈북 여성 이 모씨가 생활비를 얻기 위해 성인방송에 출연했다가 적발된 사례’를 상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 동아일보의 ‘야한 방송하는 탈북 여성’ 관련 보도와 삽화 갈무리 (6/23)
음란방송 BJ가 모두 탈북 여성이 아님에도 ‘야방북녀’란 별칭 붙인 것은 부적절
보도는 열악한 경제 상황으로 범죄에 내몰리는 탈북자 문제를 의제화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탈북여성의 대부분이 야한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근거도 통계도 없다는 점에서 이 보도는 오히려 탈북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편견을 주입․강화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역시 인터넷 기사 <성관계 인터넷 중계한 여성 BJ 무더기 적발…탈북여성 BJ도>(6/21 https://goo.gl/wQedDK)를 통해 유사한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이 보도도 제목에 ‘탈북여성 BJ도’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탈북여성인 BJ C(26·여)씨는 연간 1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려 고급 외제승용차를 끌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해왔다”라고 언급하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최소한 ‘여성 BJ 10명이 불구속 입건되었으며, 연예기획사를 차려 놓고 소속 BJ에게 음란방송을 시킨 기획사 대표 B(42)씨와 인터넷 방송업체 관계자 등도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실질적으로 불구속 입건 된 10명의 BJ 중 탈북여성은 C(26·여)씨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동아일보 보도는 음란방송 BJ 10명 중 탈북여성이 있는 것에 착안해서 사안을 침소봉대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야방북녀’(야한 방송을 하는 탈북 여성)라는 자극적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성인방송 업계에 ‘진출’한 젊은 탈북 여성의 일부 사례를 부각한 것은 부주의한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흥미 위주의 가십성 서술도 문제
실제 포털에 송고된 해당 기사에는 기사 속 탈북 여성 이 씨 뿐 아니라, 탈북 여성 전반, 나아가 여성 전반을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도 적지 않게 달렸습니다. 독자들의 이 같은 반응은 동아일보가 ‘자본주의’를 운운하며 ‘구조적 문제로 범죄에 내몰린’ 탈북 여성의 문제를 다룬다 하면서도, 서술에서는 이들이 ‘범죄를 통해 쉽고 즐겁게 수입을 올렸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실제 동아일보 기사에는 “갈수록 수위는 높아졌다. 1만 원을 낸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방송에서는 유사 성행위까지 했다. 수입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 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한 달에 300만 원을 보냈다. 그러고도 수중에 400만 원가량이 남았다. 고급 외제차와 명품 의류를 사들였다. 대한민국은 그에게 천국이었다”는 등의 가십성 서술이 있었습니다.
△ 네이버와 다음에 송고된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들(6/23)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동아일보는 기사에 야한 방송을 통해 ‘가상 화폐’를 벌어들이는 탈북 여성의 모습을 그린 삽화를 붙여놓기도 했는데요. 이쯤 되면 동아일보가 ‘탈북자 경제 문제’보다 ‘탈북 여성의 성인방송 출연 경험에 대한 증언을 전달하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지경입니다.
탈북여성의 인권에 대한 구조적 접근은 생색내기만
반면 이 같은 ‘탈선’을 유발한 구조적 원인에 대한 실질적인 ‘해설’은 기사 말미에 붙은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자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국내 정착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라며 ‘탈북자에게 맞는 적성별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공백 제외 1200자가 넘는 기사에서 제대로 문제의 방향을 짚은 내용은 100여자였던 셈이지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 제 9장(북한이탈주민 및 북한 주민 인권) 나항에서는 다항에는 “사회 부적응 등 부정적 사례를 보도할 경우,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관점에서 살펴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사고에는 소수자들이 당연히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소수자의 인권과 그들에 대한 사회적 고찰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개인의 문제로 국한시키거나 선정적 흥미위주의 접근으로 몰아갈 때는 해당 소수자에 대한 혐오만 남길 우려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아일보의 이 보도는 탈북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강화시킬 수 있는 구성이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2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