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웜비어 사태’ 빌미로 또 문 정부 대북정책 흔들기 나선 조선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 최근 의식불명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9일(현지시간) 끝내 사망했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 명의의 조전(弔電)을 외교부와 주미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웜비어 유족에게 전달하고, 문 대통령이 지난 19일 워싱턴포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인류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음을 공개했습니다. 다만 청와대는 20일 “웜비어군의 사망과 북한에 대한 대화-압박 병행 기조는 별개의 문제”라며 대북기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6개 일간지는 한 목소리로 북한 정권을 규탄하는 한편, 이번 사태가 한·미 정상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기사를 쏟아냈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나 대북기조 등과 관련해서는 매체별로 입장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와도 구분’되는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조선 ‘문 정권, 대화고 뭐고 그간 소홀했던 북한 주민 인권에나 신경써라’
조선일보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운운할 시간에 그간 소홀했던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먼저 <사설/美·北은 위험, 韓·美는 불안 속 열리는 文·트럼프 회담>(6/21 https://goo.gl/bSs7wG)에서 조선일보는 “북이 핵을 없앤다는 어떤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것만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지난 20여년 동안 북에 속아온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준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재차 우려를 표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조선일보는 이 과정에서 “일본 아사히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사드 배치 연기에 대해 ‘한국은 은혜를 모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심각한 일이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부각하거나 “미·북 사이는 위험하고 한·미 사이는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방미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낙관할 수 없다”며 불안감을 조장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불편한 심기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 비판한 조선일보 사설(6/21)
또 <사설/웜비어 사망, 문 정부 북 인권 인식 바뀌어야>(6/21 https://goo.gl/KYWubY)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말로만 ‘북의 잔인한 행동을 규탄’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 걸맞는 노력을 국제사회에서 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노무현 정부는 김정일이 화낼까 봐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을 11년간 막았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대화를 위해선 북 인권 문제를 외면할 수 있다는 인식을 그대로 갖고 있는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실질적 인권 개선 효과가 없어 일종의 ‘자기만족성 선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다가, 북의 체제 비판 근거로 활용되거나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법으로 악용되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법안인데요. 이런 법안 통과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민주당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또 노무현 정부의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기권 문제를 당시의 상황적 맥락을 제거한 채 단순히 ‘김정은이 화낼까 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 치부하는 것은 사실상 종북몰이에 가까운 부적절한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경향·한겨레, ‘사과하고 진상규명하라’ 북한 책임론 부각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비판의 타겟을 문재인 정부가 아닌 북한으로 특정했습니다. 두 매체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사안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도 별다른 지적 없이, ‘문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개탄을 표했다’는 정도의 설명을 붙이고 있을 뿐입니다.
실제 경향신문은 <사설/미국 대학생 사망, 북한의 야만적 행태를 규탄한다>(6/21 https://goo.gl/Gzx7gL)에서 “이런 비인도적 행태는 북한 정권의 폭력성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며 북한의 진상규명과 사죄를 요구했고, 한겨레는 <사설/북한, ‘웜비어 사태’ 진상 밝히고 유족에게 사과하라>(6/21 https://goo.gl/h2F5Tm)에서 “국제사회 규범에 걸맞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는데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웜비어 가족에게 조의 전보를 보내 위로하면서 ‘북한이 인류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경향)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이 ‘인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개탄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전향적 자세로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한겨레)고 전달하는 선에 그쳤습니다.
한국, ‘문 정부 더 빠른 대응 필요했다…정치적 셈법은 경계’
한국일보는 <사설/웜비어의 죽음,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6/21 https://goo.gl/wh5691)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웜비어 죽음의 실체다. 북미ㆍ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그 다음 문제여서 우선은 정치적 셈법을 경계한다”라며, 이번 사태의 ‘부정적 효과’를 따지기보다 사안 자체의 진상규명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에 더해 한국일보는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와는 달리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유가족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지만, 앞서 웜비어가 혼수 상태로 송환됐을 때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는 게 나았다”며 좀 더 빨리 입장을 표명했었어야 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동아․중앙, ‘북과 대화 말할 때인가…분위기 살펴라’
그렇다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어떤 보도를 내놓았을까요? 이 두 매체는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타이밍’은 좀 더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동아일보는 <사설/대학생 죽음에 분노한 美… ‘연내 남북정상회담’ 기대한 文>(6/21 https://goo.gl/QQMLkW)에서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일관된 신념은 평가하지만, 과연 지금이 북과의 대화를 말할 때인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 안보의 보루인 한미동맹의 굳건한 미래를 위해 미국의 아픔에 동참할 때”라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동아일보보다 비판의 강도가 높았는데요. <사설/웜비어 사망… 대북 관계 복원 속도 조절해야>(6/21 https://goo.gl/xcuAGP)에서 중앙일보는 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피력하려 한다는 것을 이유로 “웜비어 사망 이후 흘러나오는 청와대 측 발언을 들어보면 제대로 상황 파악이 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지경”이라 지적한 뒤, “원칙적으로 미 대학생 사망 때문에 대북 기조를 흔들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국제적 분위기를 읽고 남북관계의 강약을 조절하는 게 슬기로운 일이다. 가뜩이나 북한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관계 개선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하는 게 옳은지 당국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2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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