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인권감수성 떨어지는 종편의 사건사고 토크지난 8일에는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 외벽에서 작업하던 작업자가 가자에 의해 밧줄이 잘려 추락해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12일에 용의자를 긴급 체포하였고, 이후 구속되었습니다. 13일에는 연세대학교에서 사제 폭탄이 발견되었고 피해자가 크게 다쳐 문제가 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최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은 이런 사건 사고 관련한 아이템을 부쩍 많이 전하고 있는데요. 이를 전하는 종편 방송 중 가해자의 장애 또는 정신과 치료 이력을 강조하거나, 사고 상황을 불필요하게 자세하게 묘사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상세하게 폭탄 제조법 설명하는 <보도본부 핫라인>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연구실에서 ‘못 폭탄’이라 불리는 사제 폭발물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연구실 문 앞에 있던 종이 박스 안에 텀블러 형태로 못 폭탄이 있었고, 피해자가 이 텀블러를 열면서 다치게 된 사건이었죠. 다행히 조직적인 테러 행위는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한국에서도 배달물 형식의 폭탄이 처음 발견된 사건이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13)에서도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문승진 앵커는 사건을 설명하면서 “보온용 텀블러로 만든 사제 폭발물인데 수십 개의 나사못들과 화약으로 건전지 4개하고 전선이 연결이 돼서 만든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폭탄의 구조를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엄성섭 앵커는 더 나아가 “폭탄을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하면 너무 쉽게 찾을 수가 있습니다. 콜라캔으로 강력한 폭탄 만들기, 시한폭탄 제조법, 집에서 폭탄 만들기. 이런 것들을 입력하게 되면 동영상만 1280만 개가 나옵니다. 일명 못 폭탄도 인터넷 검색 몇 번만으로 바로 설계도까지 상세한 사진이 첨부된 제조법을 찾을 수가 있으니까 꼭 공대생으로 특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보도본부 핫라인>은 다음날(6/14)에도 그래픽을 통해 폭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어떤 그래픽이었는지 보여드리는 것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 민언련은 화면 갈무리를 하지 않겠습니다.
사건들을 보도하면서 언론이 제일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모방범죄’입니다. 방송에서 범죄 기법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할 경우 해당 기법을 보고 범죄를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 ②항은 “방송은 범죄의 수단과 흉기의 사용방법 또는 약물사용의 묘사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이 같은 방법이 모방되거나 동기가 유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도본부 핫라인>과 같이 사제 폭탄을 만들려면 어떤 검색어로 검색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말해주고, 폭탄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그래픽까지 처리해서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제44조(수용수준) ①항 “초인적인 행위, 심령술, 위험한 행위 등 어린이와 청소년이 모방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다룰 때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그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사전에 취해야 한다”에도 위반되는 내용입니다.
우울증 경력 강조하는 종편들
경남 양산에서 아파트 외벽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던 작업자의 밧줄을 끊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용의자가 아침에 술을 먹은 상태에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창 밖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자 ‘휴대폰을 끄라’고 항의 했으나, 멀리서 작업을 해 항의를 듣지 못한 피해자가 여전히 음악을 틀고 작업을 하자 옥상에 올라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습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6/13)에 출연한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사안을 설명하면서 “너무나 황당해서 제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하고 찾아봤는데 이 사람이 지금 정신적으로 정상인 사람은 아닌 걸로 나오고 있네요”라며 정신병을 사고의 원인으로 진단했습니다. 뒤이어 김지예 변호사 역시 “이웃 중에 저런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살고 있구나. 이것만으로도 굉장히 주민들의 불안이 고조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요”라며 “어떻게 이렇게 정신병 있는 분들 있잖아요. 이런 분들에 대한 국가적 조치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TV조선 <뉴스를쏘다>(6/13)에 출연한 하재근 문화평론가 역시 용의자가 이런 일을 벌이게 된 심리상태를 설명하면서 “과거에 정신적인 치료를 받은 전력도 있었다고 하니까 약간 불안정한 측면도 있는 것 같고”라고 말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13)에서도 이런 분석이 이어집니다. 진행자 김미선 앵커는 “가해자 서 씨, 조울증 진단 받았다고 주장 중인데, 맞다면 알고도 자기 병 치료 안 해서 이렇게 사고낸 것 아닌가 더 속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보도본부 핫라인>은 다음 날(6/14)에도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최우정 기자가 “일각에서는 서 씨의 행동이 과거 진단받은 조울증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는데요. 경찰은 서 씨가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은 내역을 면밀히 검토해 범죄 관련성 유무를 확인하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6/16)에 출연한 소종섭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계속 자르려면 시간도 걸리는데 그런 걸 보면 뭔가 정신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있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MBN <뉴스 BIG5>(6/15) 화면 갈무리
이런 끔찍하고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누구나 안타까운 마음에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럴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방송에서 정신 질환자와 연관성을 강조하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정신 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게 되고, 이런 이유로 우리 사회는 정신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실제 정신적 문제가 있더라도 병원을 찾지 않고 적극적 치료도 회피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결국 사회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죠.
지나치게 ‘엽기’ 강조하는 종편
지난 3월 인천에선 미성년자인 가해자가 초등학생을 유인 후 살해하고 시체를 훼손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민언련은 신문모니터보고서를 통해서 현재 가해자 측 변호인이 ‘아스퍼거 증후군 등 정신병으로 인한 우발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근거로 특정장애와 범죄를 부각하는 보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14) 화면 갈무리
종편에서도 아스퍼거 증후군과 다중인격 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14)에선 이 사건을 ‘엽기 소녀, 죽인건 내가 아냐?’라는 제목으로 설명했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6/14)와 TV조선 <신통방통>(6/16)에서 해당 주제를 다뤘습니다. 두 방송은 변호인이 주장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수준에서 방송은 마쳤는데 채널A <뉴스뱅크>(6/18)는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김정안 기자가 SNS상의 ‘캐릭터 커뮤니티’를 소개하면서 10대들의 SNS 문화를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한 뒤, “그런데 조현병이라든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현실과 가상을 더 분간을 못 할 텐데 그런 사람들이 이런 게임에 빠지고 심취하면 사실상 걸어 다니는 폭탄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한 것입니다.
조현병 환자를 ‘걸어 다니는 폭탄’, 잠재적 범죄자로 강조한 것인데요. 이처럼 범죄 용의자가 특정 장애나 질환경력이 있다고 하여서, 이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닙니다. 실제 뉴시스 <장애인의 날/‘예비 범죄자’ 낙인찍히는 정신장애인들>(2017/4/19 https://bit.ly/2sJPYKa)에선 2014년 경찰통계연보를 근거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범죄자 중 정신장애인의 비율이 0.3%에 불과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의 논문에 나온 조사에선 응답자들이 ‘정신질환자는 대부분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항목에 7점 만점에 4.6점으로 동의했다고 밝힙니다. 정신 질환자들이 실제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에 비해서 사람들이 가진 편견이 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이런 이유를 ‘근래 사회적 이목을 끈 정신장애 관련 범죄가 종종 발생하면서 확대된 것으로 분석’하면서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에서 신석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이런 강력범죄자들은 정신장애가 아니라 인격장애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면서 “비장애인들이 정신장애인을 접할 기회는 매스컴뿐”이기에 “인식 개선을 위해 미디어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미지를 왜곡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이처럼 함부로 조현병과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할 것이라면, 차라리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만 건조하게 뉴스에서 다루고, 이런 주제는 토크의 소재로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2일 ~ 18일 TV조선, 채널A, MBN의 28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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