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껍데기만 ‘뉴스’인 채널A 뉴스 프로그램종편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는 프로그램 내에서 자정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의 소지가 분명한 발언임에도 출연자의 언행을 제지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진행자가 질문을 빙자해 막말에 가까운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채널A의 <뉴스뱅크>와 <뉴스특급>에서 이러한 모습의 전형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어떤 말들이 있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궁예 놀이’에 재미 붙인 채널A
△ 채널A <뉴스특급>(6/6) 화면 갈무리
유독 종편은 특정인의 ‘심리’를 분석하려는 시도를 자주 하는데요, 관심법이라도 쓰는 걸까요? 지난번 정유라 씨의 티셔츠 분석에 이어, 이번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분석에 나섰습니다. 채널A <뉴스특급>(6/6)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재판 도중 쓴 낙서에 대해 말하던 중,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실장은 “메모에 대한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첩도 많고 수첩에 무엇인가를 늘 적고 그리고 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특징 하나를 말씀을 드리면 연필이에요. 언제나 연필로 하지 볼펜으로 하지 않습니다”, “쓰고 나서 지우는 습관은 보안 때문에 그렇다지만 저는 또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게 뭐냐 하면, 자기애가 굉장히 강하다. 내가 굉장히 나를 사랑한다는 뜻이에요”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어 이종근 씨는 “(볼펜으로 쓰면) 마음에 안 들면 북북 긋거나 가위표를 해야 돼요. 그러면 그 부분이 지저분해지거든요. 그런 상황이 싫은 거예요. 지우는 습관은 깨끗하고 예쁘게 메모를 하고 싶어 해요. 그러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글씨를 보면 아마 아실 거예요. 굉장히 예쁘게 써요. 예쁘고 보기 좋아요. 그러니까 예쁘고 보기 좋고 한 이 기록 자체를 자기가 사랑하는 거예요”라며 낙서 하나로 참 많은 추측을 내놨습니다.
△ 채널A <뉴스특급>(6/14) 화면 갈무리
채널A <뉴스특급>(6/14)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중에 웃음을 띤 에피소드를 두고 의견이 오갔습니다. 황수현 진행자는 “그런데 가장 의아한 장면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 이렇게 설전이 오가는 와중에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웃음기를 띠었다는 거예요. 저희가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될까요?”라고 물으며 웃음에 담긴 의미를 물었습니다. 출연자들이 저마다 웃음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김종석 진행자가 “이 웃음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저희가 심리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같이 들어보시죠”라고 말했고, 채널A는 최명기 정신과 전문의와의 전화 인터뷰를 내보냈습니다. 최 전문의는 “본인의 이런 상황을 영화의 하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거리를 둘 수 있거든요”,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복이고, 박 전 대통령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재판하고 있잖아요. 유 변호사가 그러는 걸 보면서 ‘참 잘하는구나’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라며 의견을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웃음’을 분석하는 일에 이렇게 긴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현종, ‘아베처럼 트럼프한테 모든 걸 다 주어야 한다’
채널A <뉴스뱅크>(6/11)에서 한오섭 전 청와대 선임 국장은 강경화 후보자의 ‘위안부’ 만남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특히 저는 위안부 할머니 방문하는 것도 사실 문제였다고 보는데 총리라든가 여성부 장관의 경우에는 충분히 방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과도 대화를 해야 되고 대통령의 정책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대일관계가 가지 않도록 조율해야 할 책임도 외교부 장관이 담당해야 된다.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 움직였어야 되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과 대화를 해야 하니까 ‘위안부’를 만나지 말라는 논리,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채널A <뉴스특급>(6/14)에 출연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의 발언은 더 심각했습니다. 사드문제의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이 씨는 “이건 어떤 면에서 보면 한미동맹이 정말 필요하다, 확고하다, 이건 걱정하지 마라 이런 식의 안정감을 줘야 되는 것이 아닌가”, “아베 보시지 않습니까? 아베는 트럼프한테 가서 모든 걸 다 주지 않습니까?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외교는 결국 어쩔 수 없습니다. 강대국한테 우리가 가는 것이기 때문에. 뭔가 우리가 좀 더 확실한 입장을 가지고 가야 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됩니다”라고 답하며 강대국인 미국에 모든 걸 다 주어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언제부터 외교가 그런 의미를 가졌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인데요, 진행자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억측 내놓는 채널A 진행자들
진행자들의 문제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채널A <뉴스뱅크>(6/11)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기준을 두고 김정안 진행자가 ‘총론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다’며 “사실은 청와대가 인사청문회 전에 ‘이런 흠결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먼저 얘기하는 것. 이런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일종의 선제공격이랄까. 그러니까 엄청난 국민들의 지지가 뒤에 있지 않습니까? 그걸 어떻게 보면 포문 내지는 어떤 포탄을 가득 안고 이렇게 선제공격한다, 받아들여라, 이렇게 얘기하는 것. 이것도 일종의 정치겠죠?”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치를 전쟁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정치혐오를 유발할 수도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는데요, 여론을 ‘포탄’에 비유하는 행태도 적절치 않습니다.
△ 채널A <뉴스뱅크>(6/11) 화면 갈무리
한편, 김태현 진행자는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패널에게 질문했는데요,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가서 ‘자, 우리 추경 잘 부탁드립니다’ 의원 여러분과 하는 소통과 협치의 의미는 당연히 있는 건데. 이게 국회, 특히 야당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가능성 없지 않을까요?”, “야, 내가 이렇게 국회까지 찾아가서 추경을 해달라고 야당한테 고개까지 수그리면서 부탁을 하고 내 지지도가 80%가 넘는데. 야당이 ‘못 해’라고 하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라며 한껏 과장된 몸짓을 동원해 질문인지 주장인지 모를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소수의견 내는 사람은 헌재 소장에 적합하지 않다?
종편은 문재인 정부의 인선을 통합진보당 사건과 연관시키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채널A <뉴스특급>(6/7)에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김이수 후보자를 ‘통진당 해산 과정에서 8:1 할 때 그때 1에 섰던 분’이라고 설명하며, “헌법재판소에 소수의견 내는 분이 분명히 있어야 됩니다. 또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소장은 저는 다른 기준이라고 봐요. 소장의 어떤 의미라고 본다면 그중에서 어떤 (majority), 즉 다수를 차지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 지금 김이수 재판관 같은 경우는 매 재판마다 상당히 소수 편에 많이 섰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류적 시각을 가진 사람만이 헌법재판소 소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으로 편협하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습니다.
△ 채널A <뉴스특급>(6/7) 화면 갈무리
이현종 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군다나 통진당과 관련해서는 사실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의 의견들이 있는 상황에서 그걸 이유로 정부가 (김이수 후보자가) 소장이 되어야 된다고 하는 거 자체는 통진당 해산에 대해서 과연 이 정부는 지금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을 지금 간접적으로 의사를 내비친 것이거든요”라고 말하며 통진당 해산 사건과 문재인 정부의 인선을 애써 엮으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뉴스’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가십과 추측이 난무하는 종편의 뉴스에 전파가 낭비되는 것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5일~6월 14일 채널A <뉴스뱅크>, <뉴스특급>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