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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왜 효순양 아버지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나
등록 2017.06.15 17:04
조회 496

중앙일보가 15일 ‘단독’을 붙여 출고한 <효순양 아버지 “딸 추모행사, 반미로 흐르는 건 반대”>(6/15 전익진 기자 https://goo.gl/rnCRiz)는 미군 궤도차량에 희생된 여중생 신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 씨를 인터뷰한 기사입니다. 

 

지워진 ‘미선양 아버지’의 존재
해당 보도의 가장 이상한 지점은, 미선 양 아버지 심수보 씨의 존재가 완전히 지워져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제 중앙일보 전익진 기자는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에서 치러진 ‘효순·미선양 15주기 추모제’는 특별했다”며 그 이유를 “효순양의 아버지 신현수 씨가 14년 만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찾고 있는데요. 전 기자는 이 구절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심수보 씨를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애초 신효순양의 아버지 신현수 씨만을 인터뷰 대상으로 설정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 씨도 신현수 씨와 마찬가지로 이번 추모행사에 14년 만에 참석했으며,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추모제에 ‘함께’ 찾아와, 발언 등을 할 때 행동을 거의 같이 했던 만큼 중앙일보가 심수보 씨를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대신 그 자리 채운 것은 ‘반미 걱정’
중앙일보가 신현수 씨만을 인터뷰 대상으로 설정하고, 심수보 씨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기본적으로 심수보 씨가 이번 추모제에서 “이 자리가 불평등한 한-미 소파 개정의 밑거름이 돼 떳떳한 대한민국의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중앙일보 ‘입맛’에 맞지 않는 발언을 내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심 씨의 이 같은 발언은 해당 기사 뿐 아니라 그 외 중앙일보 지면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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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 씨를 인터뷰한 중앙일보 단독기사(6/15)

 


반면 “반미운동에는 반대한다”는 신현수 씨의 발언은 기사 제목과 본문을 통해 반복적으로 부각되었는데요. 기사 속에 ‘반미’라는 단어는 제목을 포함해 총 5번. 한․미 공조라는 단어는 부제를 포함해 3번 등장합니다.

 

이는 중앙일보가 신 씨의 “행사가 반미 등 정치적으로 흐를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집에서 가족과 조용히 추모했다” “반미운동에는 반대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한·미 공조는 중요하다. 앞으로 추모행사가 반미 쪽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과의 대결은 우리 힘만으로는 힘들다. 어차피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는 한·미 공조가 중요한 만큼 앞으로 추모행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비슷비슷한 발언을 ‘반복적’으로 인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보도는 중앙일보가 최근 일주일간 효순·미선양 15주기 추모제과 관련해 내놓은 유일한 보도이기도 한데요. 그 유일한 보도에서 중앙일보는 효순·미선양 사건의 본질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추모’ 그 자차에 집중하는 대신, 이 사건이 ‘반미 정서’와 결합하게 될 것만을 우려했던 셈입니다. 불행한 사건과 그 피해자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용하는 것이 누구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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