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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추정 비행체, 왜 그냥 북한 무인기로 보도하나지난 8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인근 주민에 의해 소형 비행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은 13일 발견된 비행체에 장착된 카메라에 성주 사드기지 주변 사진 100장, 사드기지 사진 10장이 촬영되어 있었으며, 촬영된 사진은 구글 위성 지도와 비슷한 형태로 촬영됐고, 사드 포대 위치가 식별이 가능할 정도로 높은 해상도였으며, 성주 지역을 촬영한 뒤 군사분계선을 향해 가다가 연료가 떨어져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은 중간 분석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덧붙여 군 당국은 지난 2014년 3월 31일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소형 무인기와 크기와 형태가 유사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해당 비행체가 북한에 의해 의도된 도발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 무인기 추정 비행체’와 ‘북한 무인기’는 다르다
우선 현 시점에 해당 비행체를 ‘북한에서 보낸 무인기’라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정확한 사실은 군 당국이 무인기 발진기지와 복귀 지점 등에 대한 정밀분석을 마친 뒤에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이며, 그 전까지 언론은 ‘명백한 사실’과 ‘추정’을 구분해 전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6개 일간지는 하나같이 관련 보도에 ‘북한 무인기’와 ‘북한 무인기 추정 비행체’라는 용어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아․조선, 1면 보도에는 ‘북한 무인기’, 그 외 지면에는 ‘북한 무인기 추정’
우선 이날 관련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한 매체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한국일보입니다. 이 중 동아일보는 총 5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사설을 포함한 4건의 보도 제목에서 ‘북무인기’라는 표현을 별도의 인용 부호 없이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특히 1면 머리기사 <성주 사드기지까지 북무인기에 뚫렸다>(6/14 손효주 기자 https://goo.gl/i3kx2u)에서는 기사 본문에서조차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북한 무인기가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를 공중 촬영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3면 머리기사 본문에서는 같은 비행체를 “북한 무인기 추정 비행체”라 표현하고 있으며, 같은 3면의 <북무인기 300여대…레이더 포착안돼 추락해야 발견>에서는 “9일 발견된 소형 비행체가 북한에서 보낸 무인기로 확정되면”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당 비행체의 정체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동아일보는 사설 <사설/북무인기의 사드 촬영... 군, 더 뚫려야 정신 차리나>(6/14 https://goo.gl/qpX60h)에서는 또 “강원 인제에서 최근 발견된 북한 무인 정찰기가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를 정찰하고 사진까지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 북한 무인기 추정 비행체 관련 보도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한 동아일보(왼쪽), 조선일보(가운데), 한국일보(오른쪽)(6/14)
조선일보는 총 4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팔면봉을 제외한 3건의 보도 제목에서 ‘해당 비행체는 북한이 보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아예 <우리가 사드 논쟁할 때, 북은 사드 찍고있었다>(6/14 이용수 기자 https://goo.gl/DvoC65)이고 3면 머리기사는 <사드 압박감 느낀 북, 무인기 500km 날려 사진 수백장 촬영>(6/14 이용수김진영 기자 https://goo.gl/NhP8A8)입니다. 사설 제목 역시 <사설/성주 사드 포대 상공 휘젓고 간 북 무인기>(6/14 https://goo.gl/75kqSD)입니다.
조선일보 역시 동아일보와 마찬가지로 1면 머리기사에서는 기사 본문에서도 “북한군 무인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그 외 기사 본문에는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 “북한 무인기 추정 소형 비행체”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 팔면봉에서는 “북, 무인기 270km 비행시켜 사드 기지 촬영. 배치 반대가 북 도와주는 일이란 건 확실해짐”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총 두 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기사 본문에는 “북한 무인기 추정 소형 비행기”라 명시하고 있으나 해당 보도의 제목은 <영공 500km 휘저은 북한 무인기, 성주 사드기지까지 촬영>(6/14 이철재 기자 https://goo.gl/OVCelx)입니다. 또 <사설/문 대통령 한미연합사 방문, 동맹 다지는 계기로>(6/14 https://goo.gl/nUe4tc)에서는 “9일 발견된 북한 무인기”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습니다.
한국은 아예 ‘북 무인기 왜 띄웠나’
한국일보는 제목 뿐 아니라 기사 본문에서도 ‘북한 무인기’라는 표현을 거리낌없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를테면 1면 <북 무인기 사드 촬영, 한반도 휘젓다>(6/14 김광수 기자 https://goo.gl/iBytbL)나 3면 <사드 레이더 방향 정탐… 방어시스템 무력화 ‘사전 작업’>(6/14 김광수 기자 https://goo.gl/2ZMGw8) 등에서는 아예 ‘북한 무인기 추정 비행체’라는 표현 자체가 없습니다. 3면 기사의 부제는 아예 <북 무인기 왜 띄웠나>입니다.
경향․한겨레도 제목에는 모두 ‘북한 무인기’ 표현 사용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달랐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경향신문은 총 2건의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6면의 <북한 무인기, 성주 남쪽까지 내려와 사드 기지 촬영>(6/14 박성진 기자 https://goo.gl/QoA5W1)나 <사설/북한 무인기의 사드 촬영, 경각심 갖되 과잉 대응은 금물>(6/14 https://goo.gl/Q4Hlt9) 제목에 모두 ‘북한 무인기’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중 6면 보도의 경우 해당 비행체를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무인기”라 설명하고 있지만, 사설에서는 “북한의 무인정찰기에 대한 조사 결과”를 운운하며 해당 비행체의 정체를 ‘북한 무인기’로 확정지어 말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관련 보도가 1건 뿐이었는데요. 어김없이 제목은 <북 무인기에 성주 사드기지 찍혔다>(6/14 이경미·정인환 기자 https://goo.gl/imiQXL)입니다. 본문에는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소형 비행체”로 제대로 설명하고 있긴 합니다.
물론 한겨레처럼 제목에만 한정적으로 이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경우, 제목의 길이를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도 있을텐데요. 그렇다 해도 제목이 사실상 기사의 인상을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인용 부호조차 없이 그대로 ‘북 무인기’라 쓰는 것은 신중한 태도라 할 수 없습니다.
무인기 빌미로 ‘사드배치 반대=북한 좋은 일’ 주장 펼치는 동아‧조선
이 와중 조선일보는 해당 비행체 발견을 빌미로 ‘북한이 사드 배치 지역을 촬영했다’→‘북한이 사드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사드는 북한을 두렵게 하는 무기다’→‘북한이 사드 배치를 싫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북한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다’라는 논리를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조선일보 <사설/성주 사드 포대 상공 휘젓고 간 북 무인기>(6/14 https://goo.gl/75kqSD)는 “사드를 둘러싸고 이 나라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마치 희극 같다. 군사 기지를 세상에 공개했다. ‘사드 참외’라는 등 웃지 못할 괴담이 횡행했다. 주민들은 사드 유류 반입을 막는다면서 길을 막고 ‘검문’을 하고 있다. 경찰은 보고만 있다. 중국이 반대하는 것은 레이더인데 부속물에 불과한 발사대를 붙잡고 늘어져 중국을 달랜다고 한다. 정부는 일부러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는 환경평가를 한다고 머리를 짜낸다. 심지어 군사 무기를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로 반입한 것은 큰 비리라고 난리다. 여당은 ‘밀반입’이라고 한다. 이 와중에 김정은은 무인기로 사드 소란 중인 우리를 농락했다. 희극이 아니면 무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는 결국 ‘북한 무인기’를 빌미로 새 정부를 향해 환경영향평가를 포기하고 예정대로 사드를 빨리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북무인기의 사드 촬영... 군, 더 뚫려야 정신 차리나>(6/14 https://goo.gl/qpX60h)에서 “북한은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듯 기술적 개선을 거듭했다. 그렇다면 언제 생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장착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사드까지 파괴할지 모를 일”이라며 공포심을 부추긴 뒤 “중국이 강력히 반발할 만큼 성능이 뛰어난 레이더가 있는 사드 부지를 북이 싸구려 무인기로 엿봐도 모른다는 것은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무인기에도 허둥대면서 핵과 미사일은 도대체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국민은 불안하다” “김정은이 미국만 아니면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오판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북, 무인기 270km 비행시켜 사드 기지 촬영. 배치 반대가 북 도와주는 일이란 건 확실해짐”이라는 조선일보의 망상적 추론이나 ‘중국이 반발할 만큼 성능이 뛰어나다’는 동아일보의 논리적 비약과는 무관하게 사드 배치 여부는 단순히 북한이나 중국의 ‘호오’ 따위로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애초 북한이 무인기를 보냈다거나,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는 상황이 사드의 실제 성능과 가치를 모두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이라면 보다 철저하게 사드가 우리 안보에 필요한 체계인지 여부를 따져보고, 그 결과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통해 추진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