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6‧10민주항쟁 보도 0건, 중앙일보의 황당한 침묵지난 10일은 군부독재에 맞서 직선제 개헌을 요구했던 6‧10민주항쟁 3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이한열 열사를 비롯한 민주열사들을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는데요.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기념사도 했습니다.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6개 일간지는 이 뜻깊은 날을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보도량 0건, 중앙일보의 납득하기 어려운 침묵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보도량 격차입니다. 30주년 당일인 10일자 지면과 10일 행사를 보도했을 12일자 지면을 통틀어 가장 많은 보도를 내놓은 곳은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입니다. 두 매체는 이틀간 각각 18건에 달하는 행사 소개 보도와 기획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그 뒤를 이은 한겨레도 15건의 관련 보도를 지면에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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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
동아 |
조선 |
중앙 |
한겨레 |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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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
총 보도량 |
9건 |
3건 |
3건 |
0건 |
8건 |
13건 |
1면 보도량 |
1건(머리) |
0건 |
0건 |
0건 |
1건(머리) |
2건(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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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
총 보도량 |
9건 |
3건 |
5건 |
0건 |
7건 |
5건 |
1면 보도량 |
1건 |
0건 |
2건 |
0건 |
1건 |
1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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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보도량 |
18건 |
6건 |
8건 |
0건 |
15건 |
18건 |
△ 6‧10민주항쟁 관련 보도량 (6/10~6/12)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일보는 10일 12면과 13면에 걸쳐 내놓은 ‘민주화 30년-각계 30인의 기억과 바람’이라는 기획보도를 30건의 개별 기사로 치지 않고, 한 면을 한 건의 기사로 집계)
반면 동아일보(6건)와 조선일보(8건)의 관련 보도량은 그 절반 수준입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관련 보도를 단 한 번도 1면에 배치하지 않았는데요.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가 양일 모두 관련 보도를 1면에 배치하고, 10일에는 관련 보도를 모두 1면 머리기사로 내놓기까지 했다는 점과 크게 비교되는 모습입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 기념사 관련 보도만을 12일 1면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보도 행태를 보인 것은 중앙일보였습니다. 이 양일간 중앙일보는 단 한건의 6.10 민주항쟁 보도도 지면에 내놓지 않았는데요. 이는 6.10민주항쟁의 의의를 기리는 ‘기획 보도’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6‧10민주항쟁 관련 행사나 열사를 언급한 보도 자체가 아예 없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경제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6.10민주항쟁 기념식 기념사 발언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입니다.
그나마 기념일 당일인 10일자 문화면에는 6월 항쟁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소개’한 <6월 항쟁 30주년,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는?>(6/10 노진호 기자)이라는 기사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를 ‘관련 보도’라 말하기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미리’ 관련 기획보도를 내놓았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6월 들어 중앙일보가 6.10민주항쟁을 언급한 지면 보도는 앞의 방송 프로그램 소개 보도를 제외하면 총 2건인데요. 그 중 한 건은 부산 지역의 관련 행사 일정을 소개한 지역면의 <6월 항쟁 30돌… 문화로 되새기는 그날의 함성>(6/2 황선윤 기자)이고, 다른 한 건은 6월항쟁과 87년 체제를 조명한 책들을 묶어 소개한 문화면의 <“2017 촛불은 87체제의 최고 성과”>(6/9 이지영 기자)입니다. 즉 중앙일보는 6.10민주항쟁을 일종의 ‘문화행사’ 혹은 ‘문화 컨텐츠’로만 소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 외 이한열 열사나 김종철 열사, 혹은 항쟁 그 자체의 의의를 짚은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 많은 일정 중에서도 유독 ‘이철성 경찰청장 행보’ 부각한 동아
보도를 내놓았다고 그 보도가 다 상식에 부합하는 보도였던 것도 아닙니다. 이를테면 동아일보의 경우 기념일 당일인 10일자 지면에 <30년전 ‘뜨거웠던 6월’을 기억한다>(6/10 최지연․황태호 기자 https://goo.gl/mBMfEg)를 내놓았는데요. 사설과 사진기사를 제외하면 이 기사는 이날 동아일보가 내놓은 유일한 6.10민주항쟁 관련 보도입니다.
△이철성 경찰청장 ‘인권 행보’ 부각한 동아(6/10)
그런데 총 4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진 이 기사의 앞의 두 단락은 이철성 경찰청장이 ‘비공개’로 경찰청 인권센터를 찾아 꽃바구니를 헌화하고 박종철 열사 영정 앞에서 묵념을 했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현직 경찰청장이 다른 공식 행사 참석차 이곳을 찾은 적은 있지만 6월 민주항쟁과 맞물려 방문한 전례는 없었다”고 평하며 익명의 한 경찰 간부의 “‘인권 경찰’이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고민을 전 경찰이 해보자는 취지”라는 발언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주요 책임자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사건 당시 현장 상황속보는 파기해 남아있지 않다’는 위증을 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동아일보는 이런 인물의 ‘비공개’ 행보를 마치 대단한 인권 행보라도 되는 양 부각한 것이지요.
이날 동아일보는 <사설/6월 항쟁 30년… ‘2017년 체제’ 완성하는 개헌 1년 남았다>(6/10 https://goo.gl/mJzJRd)에서는 “6월 민주항쟁은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화이트칼라 중산층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당시 넥타이 부대는 지금 60, 70대인 이른바 ‘산업화 세대’다. 이들 중 상당수는 86세대가 주도하는 개혁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개혁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세대 갈등과 분열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적폐청산으로 촛불혁명 완성’이라는 86세대의 개혁이 대체 왜 불안감을 자아낸다는 것인지, 실제 그럴만한 내용인지. 심지어 이 ‘산업화 세대’가 이 같은 개혁에 실제로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는 한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물론 어디에도 없는데요. 이 사설을 쓴 인물이 느끼는 불안감을 특정 세대 전반에 투영해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입니다. 해당 사설은 “이제 수명이 다한 ‘87년 체제’는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함께 실시되는 개헌 국민투표에서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라는 표현과 함께 ‘개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문 대통령 ‘경제민주주의’ 발언에 발끈한 동아․조선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새로운 시대적 과제로 제시한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반응도 매체별로 크게 갈렸습니다.
우선 한국일보는 <“일자리 추경 협력해달라” 문대통령 오늘 첫 시정연설>(6/12 이동현 기자 https://goo.gl/Wr0aD3) 등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 그 자체를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렀는데요. 이와 달리 경향신문은 <사설/문 대통령의 ‘경제민주주의론’과 김동연 부총리의 책무>(6/12 https://goo.gl/G9DGgM)를 통해 “경제에서도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는 국정 화두를 던진 문 대통령의 인식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한겨레와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모두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우려를 표했는데요. 우려를 표한 이유는 모두 달랐습니다.
한겨레의 경우 <문 대통령, 일자리 해법으로 ‘사회적 대타협’ 제시>(6/12 이세영․박태우 기자 https://goo.gl/4n14KB) 등을 통해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중앙 차원에서 이뤄지는 ‘원샷형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런 방식에 “매몰돼선 과거 노사정위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동아일보는 기업의 입장에 서서 우려를 쏟아냈는데요. 실제 <사설/새 국정 화두 ‘경제 민주주의’는 또 뭔가>(6/12 https://goo.gl/MiHDDs)에서 동아일보는 “경제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을 몰아세우는 식으로는 노사가 타협하지 못한 채 평행선만 달릴 것”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는 범위에서 모든 경제 주체와 열린 대화를 하는 것이 경제 민주주의로 가는 새 기준이 돼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경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기업을 몰아세우는 행태로 규정해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경제민주주의’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를테면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주의…재벌개혁보단 일자리 타협>(6/12 김아진 기자 https://goo.gl/UBXyQY)에서는 “경제민주주의가 기존의 ‘경제민주화’와 어떻게 다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일각에선 경제민주화가 문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가 주도해온 것이라서 용어를 바꿨다는 해석도 나왔다”고 지적하고, 1면의 <팔면봉>(6/12 https://goo.gl/9bpTMk)에서는 “문 대통령, ‘경제민주주의’ 개념 제시. 민주주의 앞에 뭔가 수식어 붙으면 늘 시끄러워졌는데”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0일~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