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청와대가 방송 장악 의도? MBC의 궤변과 ‘마법같은 왜곡’6일, 청와대가 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상임위원을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제2차관으로 임명하자 MBC가 매우 격렬하게 반응했습니다. 7일 다른 방송사들은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지만 MBC만 2건을 내면서 ‘꼼수’, ‘방송장악’이라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보도는 궤변과 왜곡으로 점철됐습니다.
도대체 어떤 자리, 어떤 인사이길래
김용수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난 4월 5일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부 몫’으로 ‘알박기 인사’를 강행해 그동안 계속 논란이 되어왔던 인물입니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2명,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임명하는 5인 체제로 운영됩니다. 지금까지 기존의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3기 상임위원 5명 중 4명은 3월 임기가 끝났고 민주당 추천의 고삼석 위원만 6월에 임기가 종료되는 데요. 자유한국당 추천의 김석진 위원은 이미 유임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2명을 임명하고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각 1명씩 추천을 해서 임명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은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이 맞물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대선 이후로 추천을 미뤘습니다. 이때 황교안 권한대행이 갑자기 김용수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이 때문에 새 정부는 난데없이 대통령 추천권 1석을 잃게 되었고 대통령 추천 1인, 더불어민주당 추천 1인, 자유한국당 추천 2인(김용수 위원 포함), 국민의당 추천 1인으로 정부‧여당 2명, 야당 3명이라는 기형적 상황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황 권한대행은 의결정족수를 채워 행정공백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에도 자유한국당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하려는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게다가 김용수 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을 축소하며 미래창조과학부 출범에 앞장섰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서 ‘언론 통제’를 담당한 ‘미래수석’으로 지목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김용수 위원을 똑같은 차관급인 미래부 제2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김 위원의 자리를 보전하면서도 방통위의 인적 구성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됩니다. 애초 김 상임위원이 미래부 출신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충분히 명분이 있는 인사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MBC는 이 모든 사실관계를 은폐한 채, ‘문재인 대통령이 1명을 더 추천하기 위해 김 위원을 빼냈다’는 식으로 몰았습니다.
‘알박기’ 없는 ‘알박기 인사’ 관련 보도
MBC <3년 임기 2달 만에…차관 임명 의도는?>(6/7 https://bit.ly/2qYPifj)에서 이상현 앵커는 “정부가 김용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으로 임명해 논란”이라며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정재윤 기자는 “방통위 상임위원이 임기 중, 다른 부처 차관으로 임명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방통위 설치법은 차관급인 상임위원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는데,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담당 부처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남은 김용수 위원을 차관으로 임명하면서 방통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MBC는 “지난 4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방통위 상임위원에 임명했을 때부터 논란”이라며 김 위원의 임명 과정을 거론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알박기 인사’라는 문제점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정권이 바뀌면 새 대통령이 임명할 몫이니 임기가 끝난 상임위원 자리를 비워두라고 요구했고, 김 위원이 임명되자 자진사퇴하라고 압박했”다고만 설명했습니다. 마치 민주당이 집권하기 전부터 사퇴를 요구한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황교안 전 대행의 기형적인 ‘알박기’ 과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MBC는 문 대통령의 차관 임명 의도를 “방통위 상임위원 자리를 내놓게 유도한 것”이라 분석했는데요. 여기서 심각한 왜곡이 나왔습니다. MBC는 “방통위는 대통령이 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을 임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1명씩을 추천해 5인 체제로 운영되는데 김용수 위원의 차관 임명으로 대통령이 상임위원 1명을 더 임명할 수 있게 돼, 보수성향의 상임위원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김석진 위원 1명만 남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이 1명을 더 임명할 수 있게 됐다? MBC의 궤변
문재인 대통령은 애초 2명을 임명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런데 황 권한대행이 그 자리에 박근혜 정권 사람을 ‘알박기’ 해 놓는 바람에 추천할 수 있는 위원이 1명으로 줄었죠. 사실상 임명권을 침해당한 겁니다. 그런데 MBC는 “김용수 위원 차관 임명으로 대통령이 상임위원을 1명을 더 임명”할 수 있게 되었고, “보수 성향은 1명만 남게 됐다”고 한탄했습니다. 본말을 전도시킨 심각한 왜곡입니다.
이런 왜곡된 설명을 하면서 MBC가 보여주는 화면은 더 황당합니다. 2명의 ‘대통령 임명’ 중 1명인 김용수 위원을 민주당 추천 위원과 함께 파란색으로 표시한 겁니다. 나머지 2석은 자유한국당 빨간색, 국민의당 초록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애초 그 자리가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이니 파란색으로 그리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김용수 위원은 사실상 박 대통령 측 인사 즉 자유한국당 인사입니다. 그럼 최소한 파란색 인사 자리에 빨간색 인물이 차지하고 앉았음을 보여줘야 하는데, 김용수 위원을 그냥 파란색으로만 버젓이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용수 위원 차관 임명으로 대통령이 상임위원 1명을 더 임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까지 곁들이니,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 밖의 사람을 1명 더 임명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박근혜 인사’를 ‘문재인 인사’로 표시한 MBC의 왜곡(6/7)
‘보수 위원 부족’만 외친 MBC, 방통위는 이념대결의 장이 아니다
MBC가 보도한 것처럼 방통위 상임위원은 다른 차관급 인사와 달리 ‘3년 임기’가 법으로 보장되고 이는 정권 교체 이후에도 차기 정부‧여당이 멋대로 과반을 점할 수 없게 방지하는 취지를 지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법 규정을 악용한 것은 황교안 전 총리입니다. 4월 당시 방통위원 5명 중 4명의 임기가 이미 끝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추천인 고삼석 위원만 임명이 조금 늦어 6월로 임기 만료가 예정되어 있었고 다른 4명은 3~4월에 규정된 임기가 종료됐습니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원래 자기 추천 몫이던 김석진 위원을 연임시켰죠. 당시 대선이 코앞이었기 때문에 공식이 상임위원을 차기 정부에서 구성하도록 기다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황 대행이 ‘알박기’ 인사를 강행한 것이죠.
‘알박기’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당시 대통령이 파면 당한 상태였기 때문에 황 전 대행의 차관급 인사 강행은 ‘월권’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탄핵된 정부’의 ‘권한대행’이 ‘파면된 대통령’의 인사권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에 황 전 대행도 부담을 느끼고 임명을 포기하려 했지만 청와대가 압박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MBC는 이런 문제점들을 외면하고 ‘임기가 남은 방통위 상임위원을 다른 부처 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처음’이라고만 애써 강조한 것입니다.
보도 말미에 “보수성향의 상임위원은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김석진 위원 1명만 남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MBC의 지적도 상황을 교묘하게 부정적으로 묘사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김용수 위원을 이동시키면서 본래 임명권한을 되찾았을 뿐이고 정부‧여당 3명, 야당 2명이라는 방통위 인적 구성 비율은 그대로입니다. 야당 2명 중 1명은 자유한국당이 이미 지난 4월 연임을 결정한 김석진 위원이고 아직 국민의당의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MBC는 ‘야당 2명’이 아닌 ‘보수성향 위원’이라는 자의적 기준으로 마치 인적 구성이 ‘보수세력’에 불리한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방송 생태계 망친 방통위…MBC는 ‘수혜자’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 대결의 장이 아닙니다. MBC가 말한대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지니고 건강한 방송통신 환경을 조성하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내내 방통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24일, 스스로 ‘낙제점’을 주고도 TV조선을 재승인하면서 ‘저질 종편과 한통속’이라는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방통위는 앞선 2번의 재승인 심사에서도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지탄을 받던 TV조선‧채널A‧MBN 등 종편 방송사에 ‘봐주기 심사’로 재승인을 허가했습니다. MBN의 경우 지난 2월 ‘미디어렙 영업일지’가 유출되어 불법 광고 영업 행태가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1천만 원 과태료 부과에 그쳤습니다. MBN의 광고 영업은 검찰 조사가 진행되어야 할 수준이었지만 방통위가 ‘솜방망이 조치’로 덮어줬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친박 방송’으로 전락하고 기자들을 탄압했던 공영방송 역시 문제가 심각했지만 방통위는 끝내 모른 척했죠.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는 박근혜 인사로 채워진 방송통신위원회의 정부‧여당 위원들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을 방통위가 앞장서서 호위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이제 막 정당한 인사권을 딱 한 번 행사했을 뿐입니다.
야권의 불만 장황하게 나열…MBC는 자유한국당 기관방송인가
MBC은 이 사안에 1건의 보도를 추가했습니다. 바로 야권의 비판을 나열한 보도입니다. 사실 MBC의 본심은 이 보도에 모두 담겨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MBC <“전례 없는 꼼수”…“방송 장악 의도”>(6/7 https://bit.ly/2r8k4Sk)는 이미 제목에서 문 대통령의 김용수 위원 인사를 ‘꼼수’와 ‘방송 장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리포트는 야권의 비판을 나열했는데 국민의당 1개, 바른정당 1개, 자유한국당 2개로 자유한국당 입장에 무게를 뒀습니다. 그 내용은 “‘신의 한수’라고 환호작약하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마는 꼼수 중의 꼼수”(바른정당), “문재인 정부가 또 다른 '언론장악'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지금 당장 ‘꼼수 인사’를 철회(해야)”(국민의당), “문재인 정부의 방송 장악에 대한 의도를 또 한번 명확하게 보여준 것”(자유한국당), “(방통위원 빼내기는) 직업공무원 자리에 정치꾼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꽂는 사상 유례없는 ‘꼼수’로 절대 용납할 수 없다”(자유한국당)입니다. MBC는 이런 비판을 인용하면서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을 '찍어내듯' 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코드에 맞는 낙하산 인사를 위한 ‘초법적 발상’”, “문재인 정부가 대선 전부터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를 ‘적폐 언론’로 지목”이라며 적극적으로 야권의 주장을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여당의 입장은 “해당 부처 최고 전문가의 차관 임명은 국정 안정화와 개혁 추진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만 짧게 덧붙이는 것으로 갈음했습니다.
△ 김용수 미래부 차관 임명에 ‘꼼수’ ‘방송장악’이라 비판한 MBC(6/7)
이렇듯 MBC는 기계적 중립도 내팽개친 채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야권의 입장을 최대한 부각했는데요. 그러나 ‘꼼수’와 ‘방송장악’이라는 비판은 오히려 구 여권 세력에 걸맞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임기 3년을 보장한 방통위 상임위원의 법적 성격을 악용해 ‘알박기 꼼수’를 강행한 것은 박근혜 정부 인사인 황교안 전 총리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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