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정유라의 마일리지와 서클렌즈… 계속되는 종편의 가십성 보도정유라 씨가 드디어 한국으로 강제송환 되자, 종편 시사토크쇼의 관심도 높았는데요. 간혹 정유라 씨의 구속 여부와 혐의에 대해 법률적 토론을 나누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내용이 가십성에 그쳤습니다. 특히 입국 당시 정유라 씨가 입고 있던 티셔츠 위에 그려진 스마일 하나로 온갖 추측을 쏟아내는가 하면, ‘살이 쪘다’는 것을 반복해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정유라 씨가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은 이화여대 학사비리 연관여부와 재산 국외 도피 등 그가 받는 혐의에 대한 부분이지, 어떤 옷을 입었느냐가 아닙니다. 공공성도 없는 주제에 전파를 낭비한 종편의 가십성 방송을 짚어봤습니다.
TV조선의 관심은 정유라의 항공사 마일리지?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30)에서는 정유라 씨의 송환과정에 대해 보도하면서 “‘승마공주’ 정유라, 고비용 송환작전”이라는 꼭지에서 정 씨의 이코노미석 탑승에 대해 논하기도 했습니다.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화면 갈무리 (5/30)
김미선 앵커는 “10억짜리 말 탔던 정유라”가 “이코노미 아마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걸 텐데요. 자기 돈을 내고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이럴 수는 없을까요?”라며 황당한 질문을 던졌고, 백대우 정치부 기자가 ‘상황에 따라 돈을 내는 주체가 다르다’며 범죄인도법 제46조를 설명했습니다. 강제송환되면서 자기 돈을 내고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황당한 데, TV조선은 익명의 항공사 관계자와 마일리지 적립에 대해서 묻는 인터뷰를 합니다. 익명의 항공사 관계자는 “보통 범죄인 인도 시 항공기 비용은 정부가 지불하거든요. 정유라 씨 역시 정부 돈으로 비행기를 타고 오게 될 것 같습니다. 정유라 이름으로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건 맞지만 범죄인 인도라면 정부가 아예 마일리지 신청 안 할 거예요”라고 설명했습니다. TV조선은 정유라 씨가 비행기 마일리지라도 적립할까 걱정이 많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 화면 갈무리 (5/30)
티셔츠로 마음 읽기 / 관상, 심상의 뒤를 잇는 ‘티셔츠상’?
종편은 정유라 씨의 ‘스마일 티셔츠’에 깊은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5/31)에서는 티셔츠에 담긴 정유라 씨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정연아 이미지테크 연구소장과 인터뷰까지 진행했습니다. 정연아 씨는 ‘두 가지 의도로 볼 수 있다’며 “첫 번째 무개념. 개념 없이 그냥 입고 싶은 대로 입었다. 후자는 뭐냐. 후자는 뭐냐. 의도적으로 입었다. 야유하는 거죠. 정유라의 표정이 어둡지 않고 미소 짓고 있어요. 이건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라며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같은 날 MBN <뉴스특보>(5/31)에서도 티셔츠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패널로 출연한 김상민 바른정당 수원갑 조직위원장은 “오늘도 몇몇 언론에 나왔지만 스마일 티셔츠를 굉장히 과장되고 큰 티셔츠를 입고, 그냥 오래간만에 한국에 들어오는 것처럼 이렇게 들어왔다는 말이에요 아무 일 없듯이”라며 “저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일까”라고 발언했습니다.
채널A <뉴스특급>(5/31) 또한 정유라 씨의 강제송환을 보도하면서 스마일 티셔츠로 마음상태를 진단했습니다. 스마일 티셔츠에 대한 이수희 변호사의 발언 이후, 진행자 김종석 씨는 “살도 좀 붙고 스마일 티셔츠로 여러 가지 저희가 속내도 짚어봤고”라고 말하며 티셔츠로 속내를 짚어봤다고 친절히 정리해주기도 했습니다.
채널A “정유라 씨가 서클렌즈를 쓰고 있었다”
가십성 보도는 티셔츠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6/1)에서는 서클렌즈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정유라 씨의 검찰 조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현수 정치부 기자는 “정유라 씨가 미용 목적으로 쓰는 서클렌즈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며 뜬금없이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진행자 홍성규 씨도 “(서클렌즈의) 눈동자를 커 보이게 하는 기능은 아는데 이걸 검문할 때 체포할 때 검문에서 빼게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며 정치 사안과 무관한 대화를 계속했습니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채널A는 자료화면으로 송환 당시 찍은 정유라 씨의 사진을 내보냈는데,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사진만 골라서 내보내는 저열한 보도행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서클렌즈뿐만 아니라, 정유라 씨가 차 안에서 다리를 꼬고 있었다는 사실도 다뤘습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6/1)에서 진행자 김광일 씨는 “정유라 씨가 어제 공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다리를 포개고 있었다는 사진이 하나 찍혔습니다”라며 “저게 정유라 씨의 지금 마음의 상태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있었어요”라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양은경 TV법조전문기자는 “정유라 씨가 평생 누구한테 어떤 통제라든지 간섭이라든지 이런 것을 거의 받지 않고 살아온 모습들이 드러나는 한 장면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라고 대답하며 ‘다리 꼬기’를 통해 정유라 씨의 삶을 유추해냈습니다. 정유라 씨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노력한 티가 역력한 장면이었습니다.
‘살’에 집착하는 종편
한편, 정유라 씨의 ‘살’도 수차례 언급되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31)에서 김미선 씨는 잔뜩 궁금한 표정으로 “(정유라 씨가) 살이 부쩍 찐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지난 1월 1일에는 버짐도 피고 얼굴도 쏙 들어가서 도망 다니면서 고생 좀 한 것 같았는데”라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사실 최순실 씨 살 빠지는 거 눈에 쫙쫙 보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유라 씨는 정말 좀 몸무게가 많이 증가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거든요”라고 둘을 비교하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였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6/1)에서는 정유라 씨의 과거 사진과 인천공항 도착 당시 찍힌 사진을 비교하는 자료화면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치 성형외과 비포&애프터 사진을 방불케 하는 가십성 방송편집이었는데요, 진행자 김형오 씨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전하겠다며 “얼굴에 살도 좀 통통하게 쪘고”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어서 박원석 전 국회의원과 정유라 씨가 왜 살이 쪘는지에 대해 진중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박원석 씨는 “오히려 덴마크에 가서 구치소에 구금된 이후에는 마음이 편해졌을 수 있고, 그리고 감옥 안에서 움직임이 적게 되면 살이 찝니다”라고 의견을 내놨습니다.
△ MBN <아침&매일경제> 화면 갈무리 (6/1)
가십이 아니라 정유라 혐의와 귀국의 의미를 짚어야
이처럼 종편이 내놓은 정유라 씨 관련 소식은 궁금하지도 않을뿐 아니라, 정답 자체도 없는 그야말로 카더라성, 또는 그러던지 말던지 하는 수준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정작 방송에서 지적했듯이 거금을 들여 정유라 씨를 강제 송환한 것이라면, 이에 걸맞는 혐의내용과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 들을 논의했어야 마땅합니다. 종편이 그야말로 아무말 대잔치로 전파를 낭비하고 있다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5월 28일~6월 2일 TV조선, 채널A, MBN의 10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