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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빌미로 참여연대에 ‘종북몰이’, TV조선이 현충일을 추모하는 방법새 정부가 적폐 청산과 사회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집권한 만큼, 시민사회 각계에서 정책 제안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소통입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과 촛불개혁을 위해 추진해야 할 9대 분야 90개 입법・정책 개혁과제’를 제안했는데요. 여기에는 검찰 개혁, 세월호 진상규명,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 일자리 확대, 서민 주거 부담 완화, 경제 민주화 및 복지 확대, 한반도 평화 등 다채로운 입법 제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천안함을 북한과 재조사하자고 했다? TV조선의 비뚤어진 시각
그러나 TV조선은 이런 시민사회와 정부의 소통이 매우 불편한 모양입니다. TV조선은 5일, 참여연대가 정책 제안을 낸 지 4일이 지나서야 이를 보도하면서 제안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했습니다. TV조선 <“북과 함께 재조사 하자”…요구 봇물>(6/5 https://bit.ly/2sbOlo6)에서 윤정호 앵커는 “최근 일부 시민단체들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각종 정책제안을 쏟아내고 있”는데 “북한과 함께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하자는 요구까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신유만 기자는 참여연대가 국정기획위에 전달한 국정 개혁 요구안이 담긴 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재조사 요구와 함께 조사 주체에 북한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천안함 폭침 당시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폭침이라고 발표했고 법원도 지난해 판례를 통해 이를 인정”했다며 “북한과 천안함 재조사를 요구한 것은 다소 무리하다는 지적”을 덧붙였습니다.
TV조선은 여기다 참여연대 정책 제안과는 관련 없는 민주노총의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 요구”와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요구’도 소개했고 “전교조는 자신들의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달 발표한 자료집을 통해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추운 겨울 광장에 모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면서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치 참여연대, 민주노총, 전교조가 문재인 정부에게 대단히 무리한 요구를 하며 겁박한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 ‘참여연대가 북한과 천안함 재조사하자고 했다’ TV조선의 왜곡(6/5)
현충일 칼럼에서도 ‘참여연대 종북몰이’, TV조선의 비뚤어진 추모
TV조선은 현충일인 6일에도 참여연대를 문제 삼았습니다. 심지어 하루의 뉴스를 마무리하며 그날 가장 중대한 이슈에 논평을 남기는 <앵커칼럼>(6/6 https://bit.ly/2seLeLQ)에서 강한 어조로 참여연대의 천안함 재조사 제안을 비판했습니다. 그 내용은 5일 보도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참여연대를 ‘종북’으로 묘사한 수준입니다. 호국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한 현충일에 이런 칼럼을 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 ‘참여연대가 북한과 천안함 재조사하자고 했다’ TV조선의 왜곡(6/6)
TV조선 윤정호 앵커는 먼저 천안함 사건의 진실 규명이 이미 끝났다고 강조했습니다. 천안함 국제조사단이 북한 어뢰 추진축에서 ‘1번’이라는 글씨를 발견했고 이것이 “북한의 소행이란 점을 제시한 핵심 물증”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어뢰가 터지면 온도가 몇 백도까지 올라가는데 어떻게 잉크가 남아있나”라고 몇몇 학자와 단체가 주장했지만 ‘열전달 전문가인 카이스트 송태호 교수’가 “열역학 이론과 수치 해석법을 써서 1번 글씨 부분은 폭발 후 0.1도도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고도 했습니다. 이어서 “서해 어뢰 잔해에 동해에만 사는 붉은 멍게가 붙어 있다는 주장”에도 “유전자 분석 결과 어떤 생명체의 DNA도 나오지 않았”다고 일축했습니다. 천안함에 대한 이런 의문들을 “광우병 사태”, “KAL기 폭파”, “세월호”까지 묶어 “아니면 말고식 괴담”으로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의 핵심 주장은 이렇게 진실이 다 드러났는데도 “참여연대가 문재인 정부에 천안함 폭침은 미해결 사건이라며 재조사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TV조선은 “북한은 천안함 폭침이 모략 자작극이라고 해왔”다면서 북한이 “이 ‘번’자라는 것은 체육선수들에게 씁니다. 1번, 2번. 그렇다면 ‘이 추진체가 축구선수인가 아니면 농구선수인가’ 하는 겁니다”라고 우리 정부를 “비아냥”댔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참여연대는 그런 북한과 함께 천안함을 조사하고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정치와 이념이 과학과 진실을 흔들어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비판하면서 칼럼을 마무리했습니다.
참여연대 정책 제안은 ‘왜곡’, 천안함의 의문에는 ‘재갈’
일단 TV조선의 ‘참여연대가 북한과 함께 천안함 사건을 재조사하자고 했다’는 주장부터 사실과 다릅니다. 참여연대의 정책 과제 보고서 중 천안함 사건 관련 내용은 ‘평화인권과 외교안보권력의 민주화’ 분야 중 14번째 과제인 ‘천안함 침몰 진상 규명’에 있습니다. 여기서 참여연대는 “민군합동조사단은 선체 파손상태와 시뮬레이션, 흡착물질, ‘1번 어뢰’ 등을 근거로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정부의 공식 발표에 대한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핵심증거들에 대한 민간 전문가와 시민, 언론의 문제제기와 과학적 반박이 지속되어 왔”다면서 “재판 과정에서 폭침의 결정적 증거물로 여겨져 왔던 ‘1번 어뢰’에 잉크가 지워진 것”, “천안함 침몰사건의 경우 공적 조사기구와 과학적 조사는 논쟁적 상황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논문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당시 정부의 조사 결과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됩니다. 선체 아래의 스크래치, 함안정기 바닥의 깨짐 현상, 프로펠러 휨 현상 등 어뢰 폭발과 무관한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이중 북한이 언급된 내용은 “초정파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정조사를 통해 천안함 사건 진상에 대해 조사해야 함. 나아가 정부 조사결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관련 국가 및 북한의 참여까지 허용하는 국제적인 검증작업도 이루어져야 함”이라는 문장뿐입니다. 즉 참여연대는 ‘철저하고 투명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니 관련 국가 및 북한의 참여도 허용하는 검증 작업도 필수’라고 강조한 겁니다.
TV조선은 이를 ‘북한과 함께 재조사하라’는 요구로 곡해했습니다. 참여연대를 ‘종북’으로 몰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이는 참여연대 보고서가 “정부기관이 앞장서서 정부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을 싸잡아 ‘종북’ 또는 ‘비국민’으로 매도해왔”다고 비판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정당한 정책 제안을 ‘무리한 요구’로 묘사하면서 정권과 시민을 ‘갈라치기’하는 프레임이 TV조선의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TV조선이 5일 보도 말미에 덧붙인 민주노총의 요구 역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것입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추운 겨울 광장에 모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는 TV조선의 보도 내용도 ‘겁박’을 연상시키는데요. 그러나 TV조선이 인용한 전교조의 ‘5~6월 분회활동자료집’ 역시 “법외 노조 철회, 교원 평가 업무 거부, 성과급과 일제고사 폐지” 등 이전 정부에 꾸준히 요구했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5~6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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