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박근혜 혐의는 덮어두고 저급한 놀리기로 도배한 종편
등록 2017.05.29 14:00
조회 1119

5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있었습니다. 선거 기간 내내 박근혜 동정론으로 보수표를 결집시켜보려고 애썼던 종편들이 이젠 박근혜 카드를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 박근혜 씨를 두고 놀리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박 씨의 범죄 사실을 생각하면, 그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 비판이 혐의내용이 아닌 사적인 내용으로 채워진다면 문제입니다. 특히 전직 대통령인 박근혜 씨가 도대체 어떤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인지, 그의 구체적 혐의는 무엇이지에 대해서는 아예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저 박근혜 씨를 놀리는 데 집중한 종편의 저급한 발언들을 모아봤습니다.

 

영어사전 찾는 심리를 강조하는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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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5/16) 화면 갈무리


TV조선의 <보도본부 핫라인> (5/16)에서 진행자 김미선 앵커는 “박 전 대통령 재판 준비 전념하느라 신문도 TV도 안 본다는데 유일하게 보고 있는 게”있다고 하면서 박근혜 씨가 구치소에서 영한사전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방송은 뒤이어 문승진 앵커의 설명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 접견 시간을 빼고는 영한사전을 들여다보는데 시간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미선 씨는 이어 “재판 앞두고 언론은 제쳐두고 영어 공부만 매진하는 박 전 대통령의 심리는 뭘까요. 너무 궁금해서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라고 하며 정신과 의사의 인터뷰를 삽입했습니다. 박근혜 씨가 전 대통령이란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고, 구치소에서 개인의 사적인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지는 그 개인의 자유입니다. 이를 구태여 전문가 인터뷰까지 넣어 방송하는 것은 이와 관련된 법적 논쟁을 흐리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됩니다.


채널A의 <정치데스크> (5/16)에선 과거의 감성을 자극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앞선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 뒤, 강병규 기자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방금 말씀하셨지만 이게 영어사전을 지금 많이 보고 있다고 하잖아요. 박 전 대통령은 또 중국어를 잘한다고 해서 좀 이제 직접 중국어를 사용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그랬는데요. 중국어의 경우 독학을 했다고 하고 이제 외국어 같은 경우는 영애시절부터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한번 관련 영상을 보시겠습니다”라며 박근혜 씨의 과거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박근혜 씨의 재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사적인 부분만을 트집 잡는 것은 오히려 범법행위의 중대함을 가리는 처사입니다.

 

박근혜 놀리기에 푹 빠진 MBN의 김명준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청와대 안에 4면이 거울로 된 방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이 방은 박근혜 씨가 윤전추 전 행정관과 함께 요가 수업을 한 방으로 지목되었고, 그것이 세월호 7시간동안의 행적을 밝히는 과정 중 하나가 아닐까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MBN 김명준 앵커에게는 이 사안이 그저 ‘놀림거리’로만 치부되는 것 같습니다. MBN <뉴스파이터> (5/17)의 진행자인 김명준 씨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혹시 거울아 거울아하고 물은게 아니냐”는 우스개를 소개했습니다. 박근혜 씨와 이 거울방을 계속 연결지으려는 생각입니다. 해당 뉴스를 전하면서도 이런 ‘놀리기’는 지속됐습니다. 김명준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일 싫어했던 노래가 거울도 안 보는 여자였을까요?”라며 청와대 안 거울방을 비꼬았습니다. 뒤이어 박근혜 씨가 영어사전을 읽는 것과 관련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 안에서 TV와 신문을 끊고 영어공부에 매진중이라는데 어학연수 준비합니까?”라고 조롱했습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까지 김명준씨는 박근혜 놀리기에 매진했습니다. “백설공주의 계모가요.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라고 물었을 때 거울이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밖에 나가봤어야 알지”라고 조롱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씨가 분명 대통령의 자리에 있으면서 직무를 태만하고,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한 것은 맞습니다. 그에 대한 비판은 언론에서 충분히 나와야 하는 비판입니다. 하지만 거울방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조롱하는 것은 진행자로서 지켜야 할 태도가 아닙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3조 5항에는 ‘대담·토론 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 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전히 올림머리에 관심 쏟는 종편


박근혜 씨의 재판날까지 종편이 관심을 가진 건 올림머리입니다. 채널A <뉴스뱅크>(5/21)에 출연한 박지훈 변호사는 박근혜 씨가 재판에 나올 때의 모습을 설명하면서 “특히 이제 우리가 가장 궁금한 부분은 올림머리가 2시간 걸립니다. 하려면. 그리고 안에서 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올림머리한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보여집니다”라며 올림머리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같은 방송에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아마 앞에서는 핀 같은 걸 사실 철로 된 거 이걸 못 쓰기 때문에. 또 안에서도 머리를 해 주는 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아마 예전에 휴가 갔을 때 그런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올 것이라며 모습 이야기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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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뉴스&이슈>(5/23) 화면 갈무리


재판일에도 역시 올림머리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습니다. MBN <뉴스&이슈>(5/23)에서 진행자 김은혜 앵커는 “본인이 오늘 손수 올렸던 올림머리 자체도 스스로 자존, 마지막 남은 것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표현일까요?”라며 올림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에 추성남 기자는 원래 올림머리에 필요한 실핀이 반입이 안 된 상태에서 올림머리를 하고 와서 놀랐다는 말을 전하며“1660원짜리 집게핀으로 뒷머리를 집은 다음에 나머지 머리는 머리핀 3개로 고정을 했는데 개당 390원짜리라고 지금 교정당국에서 확인을 해줬고요. 저희 제작진이 한번 확인을 해봤더니 2830원 정도를 들여서 집게핀과 머리핀을 사서 이렇게 올림머리를 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머리 손질을 하고 온 것뿐인데,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죠.


게다가 같은 방송에서 출연자로 나온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좀 흥미로운 장면 중의 하나가 최순실 씨도 뒤로 머리를 묶었거든요. 최순실 씨가 묶을 때 사용했던 머리핀하고 집게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핀하고 똑같은 핀이었습니다”라며 최순실씨와도 연결하려 합니다. 그러나 뒤에 본인이 말하듯이 단순히 생각하면 “구치소에서 판매하는 게 그런 핀밖에 판매하지 않으니까 그걸 이제 영치금으로 사서 각자 그 핀을 하고 나온” 것입니다. 구태여 이런 이야기를 강조해야 할 이유는 없죠.

 

최순실의 억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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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뉴스특급>(5/22) 화면 갈무리


이 와중에 되려 법적인 주장은 최순실의 억지 주장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채널A의 <뉴스특급>(5/22)에서 진행자인 김종석 기자의 진행으로 ‘윤석열과 고영태의 기획’이라는 최순실 씨의 주장에 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최순실 씨와 그 변호사는 이 사건을 고영태 씨의 기획사건이라 주장하면서,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검사가 윤석열 검사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 주장은 근거가 없는 황당한 주장으로, 법정에서도 제지를 받았던 주장입니다. 검사 측에서 해당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고 재판부도 근거 없다고 일단락 한 주장이죠. 그렇기에 대부분의 패널들 역시 ‘황당한 주장’이라고 일축합니다. 그러나 이종근 데일리안 논설실장은 “시나리오는 완벽해요, 어떤 의미에서는. 왜냐하면 누군가를 검사를 끌어들여야 돼요”라면서 이 주장에 동조합니다. 이종근 씨는 “윤석열 검사한테는 이유가 있거든요. 왜? 좌천당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좌천당한 그런 원한”이 있다고 하면서 윤석열 검사와 연결 짓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선 어떤 물증도 제기되지 않고 있으며, ‘합리적 의심’마저 가능한 정황적 증거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설득력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검찰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씨는 대통령이란 위치에 있을 동안 사적인 목적으로 재단을 설립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법적인 죄악과 그동안의 근무에 대한 태만적인 태도는 지적해 마땅합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개인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희롱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영한사전과 올림머리는 죄가 아닙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 16일~5월 23일 TV조선, 채널A, MBN의 28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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