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타는 농심’ 앞세워 4대강 사업 감싸는 조선내달 1일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한 6개 보의 상시 개방을 앞두고 조선일보가 정부의 보 수문 개방 결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나섰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인근 농민들의 농업용수 확보 문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순기능이 많았던 4대강 사업에 딴지를 거는 문재인 정부’에 불만을 표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가 이날 보 수문 개방과 관련해 내놓은 5건의 기사는 모두 제목과 기사 본문을 통해 가뭄을 걱정하는 농민의 목소리와 입장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1면 머리기사인 <“가뭄인데… 이제 물 어디서 끌어오나”>(5/26 김석모 기자 https://goo.gl/jl2DRb)는 아예 농업용수 확보 문제를 걱정하는 농민의 발언을 그대로 제목에 인용하고 있는데요. 해당 기사는 부제 역시 <금강 물 끌어다쓰던 농민 “공주보 개방은 농사 짓지 말라는 얘기”> <보와 거리 먼 곳이 큰 문제… 가뭄 계속땐 공업용수 공급도 차질>입니다.
△ 조선일보 1면‧3면 6개보 수문개방 관련 보도(5/26)
‘농촌 주민 생계에 위협이 될 것’ 우려
3면 머리기사 <“공주보 수위 25cm 내려가면 일부 양수장 스톱”… 속타는 농심>(5/26 박원수·조홍복 기자 https://goo.gl/jl2DRb)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기사는 “보의 수문 개방으로 ‘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4대강 사업 이후 가뭄 걱정 없이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녹조를 없애기 위해 보를 개방한다니 어이가 없다” “보를 개방할 경우 농업용수 취수가 어려워져 농촌 주민 생계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등의 인근 농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세종시 금남면 원봉리에서 한 농부가 금강 공주보 상류에서 끌어올린 물을 논에 대고 있”는 모습을 담은 3면 사진기사 <“이 물이 공주보에서 끌어올린 금강 물”>에 조선일보는 “원래 금강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었던 농민들은 ‘보가 열려 양수장 수위가 낮아지면 더 이상 물을 끌어다 쓸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는 설명을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즉 조선일보가 1면부터 3면에 걸쳐 반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은 ‘수문 개방으로 보 수위가 낮아져 농업용 양수장 가동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농민들의 우려’인 셈인 것이지요.
정부 대책은 확인 후 숨기기? 편집으로 기우만 부추기는 조선
이런 조선일보의 관련 기사만 보고 있자면 마치 정부가 농민들의 ‘수문 개방으로 보 수위가 낮아져 농업용 양수장 가동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는 실질적 고민을 외면하고 ‘녹조 해결’만을 앞세워 ‘무작정 보 개방’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22일 해당 방침을 밝히면서 “수문 개방은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을 고려하고,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계획안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조선일보의 취재 결과에도 제대로 담겨있습니다. 이날 3면 하단 기사인 <정부 “농업용수 문제없을 정도까지만 수위 낮출 것”>(5/26 홍준기 기자 https://goo.gl/nRBYai)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상시 개방한다는 6개 보 수위를 양수장 취수에 지장을 주지 않는 ‘양수장 제약 수위’ 아래로는 내려가게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해당 기사를 제외한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와 3면 머리기사에는 농민들의 우려만 나열되어 있을 뿐, 정부의 입장이 전혀 소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조선일보의 기사가 종이지면보다는 포털 등 온라인을 통해 별개의 기사로 유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편집인 셈입니다.
‘농심’ 앞세우면서도 4대강 피해지역인 중부 지역 농심은 외면
농심을 앞세워 농업용수 공급 문제를 대대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정작 4대강 사업의 결과로 불거진 중부 지역의 가뭄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날 한겨레의 <“가뭄 걱정 말라더니… ‘4대강 탓’ 물 말라 농사꾼만 죽어나”>(5/26 김기성 기자 https://goo.gl/wxDflL)에 따르면 경기도 남부 청미천 인근 농민들은 현재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청미천과 이어지는 본류인 남한강 바닥을 마구잡이로 파헤치며 준설해 농민의 젖줄인 청미천이 사막화 되어 버렸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말 ‘타는 농심’이 걱정됐다면, 정부가 인지하고 나름의 대안을 내놓은 금강 지역 양수장 가동 문제보다 4대강 사업 이후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여타 지역의 문제부터 살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환경 문제는 의도적으로 축소해 전달
환경 문제를 의도적으로 축소해 전달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실제 이날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에서는 녹조 등 환경 문제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는데요. 3면 머리기사에서도 “가둬둔 물을 흐르게 해 ‘녹조 라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된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라는 단 한 문장으로만 관련 문제를 전달했을 뿐입니다. 그 외 기사에서도 정부의 결정을 단순 전달하는 차원에서 ‘녹조’라는 단어를 건조하게 언급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2016년 12월 발표된 금강 수 환경 모니터링 2단계 1차년도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결과에 따르면 금강의 수질 및 수생태는 4대강 사업 이후 꾸준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수문 개방 대상에 포함된 공주보의 경우, 하류 수질이 4대강 사업 이전엔 연평균 BOD 2.8㎎/ℓ 수준이었으나 2016년 9월 말까지 평균 BOD는 3.7㎎/ℓ로 상승했을 뿐 아니라, 클로로필-a와 남조류가 번성할 때 발령되는 ‘수질예보제 관심이상 단계’의 최초 발령시기가 해마다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보고회에서도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는데요. 농업용수 조달만을 앞세워 내버려 두기엔 심각한 상황인 셈입니다.
또한 낙동강에서 이뤄진 4차례 펄스 방류의 효과를 분석한 한국수자원공사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녹조를 막기 위해서는 상시 방류 등을 통해 물을 꾸준히 흐르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녹조를 없애기 위해 보를 개방한다니 어이가 없다” “굳이 녹조 때문이라면 다른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일부 지역 주민 및 방문객들의 주장만을 무책임하게 늘어놓고 있을 뿐입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곳곳에’
반면 4대강 사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기사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4대강 사업 이후 가뭄 걱정 없이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녹조를 없애기 위해 보를 개방한다니 어이가 없다”라는 농민의 주장 뿐 아니라 <백제보 도수로 없었다면 이미 주민 48만명 ‘물비상’>(5/26 홍준기 기자 https://goo.gl/Bmek9g)에서는 “현재 이 지역(보령댐에서 물을 공급받는 충남 지역)은 가뭄으로 물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4대강 공사로 풍족해진 금강 물을 끌어와 생활공업용수 공급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정부 보고서 결과를 인용해 전하기도 했는데요.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도 금강 물을 도수로를 통해 끌어다 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는 측면에서 이는 견강부회일 뿐입니다. 조선일보가 농업용수 공급 문제를 앞세워, 문재인 정부의 보 개방 결정을 폄훼하고 4대강 사업의 부정적 효과를 축소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 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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