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2017 5·18 관련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

노골적 폄훼는 줄었지만, ‘전두환 자서전’ 무비판적으로 홍보
등록 2017.05.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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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 막말 중 국민의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있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폄훼발언이다. 2013년 5월 1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한 임천용 자유북한군인연합 대표는 “‘광주사태’ 당시 북한 특수부대 1개 대대가 광주에 대거 침투했다”고 주장했고, 5월 15일 채널A <김광현의 탕탕탕>에 출연한 김명국 씨(가명)은 “당시 시민군은 실제로 북한군이었다”고 발언했다. 국민의 비판에 직면한 종편이 사과방송을 내기는 했지만, 종편의 종편에 대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가해자의 변명을 길게 들려주고, 비판하지 않으며, 여전히 편들어주는 논객을 출연시켜왔다. 


민언련은 매년 5·18을 즈음해서 <종편의 5․18 왜곡 폄훼방송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그 일환으로 올해에도 TV조선, 채널A, MBN 시사토크쇼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보도하였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2013년에 비해서 3사 모두 최근 광주민주화운동을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폄훼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시기적으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을 가질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광주 정신 훼손 방송은 4월부터 광주 폄훼에 대한 ‘군불 떼기’가 시작되어 5·18 당일에 정점을 이뤘다. 그런데 올해는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종편사들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었다. 

 

두 번째는 종편 재승인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일단 지난 3월 종편 재승인 과정에서 TV조선이 재승인 불합격점을 받고도 구사일생으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게 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오보·막말·편파방송로 인한 법정제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시사토크쇼 자체도 이전에 비해서 줄어들었다. 이러다보니 TV조선에서 이전에 비해서 노골적인 문제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TV조선에 비해서 높은 점수가 나왔지만, 채널A에 대한 평가 역시 좋지 않았으며, MBN은 올 11월 재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민주화운동 폄훼발언은 국민 누구에게나 비판의 뭇매를 받을 수 있는 명백한 막말이다보니 아무래도 이전처럼 강경한 발언을 하는 데는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2017년 방송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바람직한 내용을 방송한 것은 아니었다. 종편은 전두환 씨의 회고록 출간을 전후로 이에 대해 과도한 시간을 할애하여 보도했으며, 전두환 씨와 이순자 씨가 주장하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된 발언을 여러 차례 방송에 노출했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는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에도 삐딱한 시선을 견지했다.

 

전두환 회고록 ‘홍보’한 종편, 막말은 줄었지만 전두환 감싸기는 여전

 

종편은 회고록 발간을 전후로 거의 3주 동안 꾸준히 전두환 씨를 방송에서 언급했다. 3월 24일부터 4월 12일까지 열 차례 이상 관련 보도가 이루어졌다.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광주정신 훼손을 하는 발언은 줄어들었지만, 범법자인 전두환 씨 내외가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여과 없이 이렇게 여러 차례 전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또한 회고록 홍보 효과를 줄 뿐이라는 지적도 많다.

 

날짜 방송사 프로그램 명 보도 내용
3/25 TV조선 뉴스특급 이순자 씨 자서전과 지역주의 보도
3/31 MBN 아침&매일경제 회고록 속 박 전 대통령 이야기
3/31 MBN 뉴스특보 회고록 속 박 전 대통령 이야기 / 이진곤 문제 발언
3/31 TV조선 신통방통 회고록 속 박 전 대통령 이야기
4/1 MBN 아침&매일경제 회고록 발간 소식 / 회고록 속 박 전 대통령 이야기
4/3 채널A 정치데스크 

회고록 속 박 전 대통령 이야기 /

이순자 씨 부관참시 발언 인터뷰 영상

4/3 MBN 뉴스파이터 회고록 관련 토론 / 정군기 문제 발언
4/3 MBN 뉴스BIG5 회고록 내용 비판
4/4 MBN 아침&매일경제 전두환 언급 / 회고록 내용 인용, 비판
4/4 MBN 뉴스BIG5 회고록 속 박 전 대통령 이야기 / 회고록 내용
4/4 TV조선 신통방통

회고록 내용 비판

4/10 MBN 뉴스파이터  회고록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관련 토론 / 정군기 문제 발언
4/14 MBN 뉴스&이슈 회고록 내용 인용

△ <표1> 종편 보도 중 전두환 회고록이 언급된 프로그램들 ⓒ민주언론시민연합

 

정군기, 광주사태라는 표현은 괄호로 처리하면 된다는 식


전두환 씨는 회고록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양민에 대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행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광주사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이 원죄가 됨으로써 그 십자가는 내가 지게 됐다”, “상처와 분노가 남아 있는 한 그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에 내놓을 제물이 없을 수 없다”, “나를 비난하고 모욕 주고 저주함으로써 상처와 분노가 사그라진다면 나로서는 감내하는 것이 미덕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기록했다. 학살의 책임자가 아닌,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뻔뻔하게 역사를 왜곡하여 묘사한 것이다.

 

그런데 MBN <뉴스파이터>(4/10)에 출연한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회고록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에 관하여 토론하던 중 “우리가 냉정하게 바라보면 회고록에 허위사실이라고 뚜렷하게 규정할 만한 그런 부분은 없다”, “표현과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는 쓰레기 같은 의견이라도 다 나오게 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패널들도 ‘역사 왜곡’이며 ‘명예 훼손’이라며 반박했다. 게다가 정군기 씨는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7시간’과 산케이 신문의 사례를 들며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역사를 작위적으로 곡해하고 거짓말을 일삼은 전두환 씨의 회고록을 옹호하기 위해 아무런 상관이 없는 표현의 자유를 들먹인 셈이다. 관련 단체에서 출판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 역시 조대진 변호사가 “이게 뿌려지면 마치 사실이 아닌 부분들이 진실로 오인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는 부분들 때문에 가처분을 한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라며 신청의 정당성을 입증했다. 

 

전두환 회고록.jpg

△ MBN <뉴스파이터>(04/10) 화면 갈무리

 

정군기 씨는 문제 발언 일주일 전에도 MBN <뉴스파이터>(4/3)에 출연하여 “저 회고록을 보면 전두환 전 대통령님이 직접 썼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라며 책임의 소재를 피하려 했다. 그러나 진행자가 “어쨌든 의중, 본인의 의중이 담겼다고 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반박하자 “그렇죠, 그래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많다”면서 말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기록이라고 하면 뭐 인정을 하자는 그런 측면에서는 한 번 또 읽어볼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듭니다”라며 이를 인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휘 교수가 뒤이어 반박하듯이 “97년도 대법원에서 살인죄로 인정이 됬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 역사적 사실을 회고록에서 본인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라 평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와 관련해서는 같은 프로그램에서 박상병 교수가 이어 말했듯이 “이런 내용들을 가능하면 방송이나 언론에서 안 다뤘으면”하는 것이 좋다. ‘정치학자로서 논평할 가치가 없는’ 이런 주장을 “일반 국민들은 몰랐을 텐데 MBN같은 큰 방송사에서 광고를 대신해 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루고 있었다. 

 

채널 프로그램(일자) 발언 내용
MBN <뉴스파이터>
(4/3)
사실인지 아닌지 우리가 알 길은 없지만 기록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회고록의 가치는 좀 있다고 보고 다만 광주사태라는 표현 자체는 괄호를 연다든가 본인 입장에서 표시를 하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말이죠. (중략) 한 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MBN <뉴스파이터>
(4/10)
우리가 냉정하게 바라보면요. 지금 그 회고록, 자서전에 보면 허위사실이라고 우리가 뚜렷하게 규정할 만한 그런 부분은 없습니다.

△ <표2> 정군기 홍익대 교수가 종편에 출연해서 전두환 씨를 감싼 발언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진곤, ‘강력한 리더십을 가졌던 전두환 전 대통령’


MBN <아침&매일경제>(3/31)에 출연한 이진곤 경희대 객원교수는 전두환 씨에 대해 “대통령직에 대한 이해가 다른 누구보다 앞선다”라고 주장하며 그를 두고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으나 누구도 문제 삼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사회자는 이에 동조할 뿐이었다. 


2016년에도 TV조선 <이슈본색> (5/16)에 출연하여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두고, “국가 행사에 그런 원한이 가득한, 그런 투쟁적인 노래를 꼭 불러야겠냐”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는 이진곤 씨는 MBN <뉴스BIG5>(4/3)에 출연하여 “저분(전두환)이 하나 인상적인 거는 아래 사람은 잘 거느렸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점을 본받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널 프로그램(일자) 발언 내용
MBN <아침&매일경제>
(3/31)
그런 경험이라면 누구보다도 대통령직에 대해선 그 이해는 다른 누구보다도 앞설 겁니다. 뭐냐 하면 정상적으로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이 됐던 사람하고는 또 다른 경우거든요. 그렇게 강력한 리더십을 가졌던 전두환 대통령으로서 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르는 사이가 아니잖아요.
MBN <뉴스특보>
(3/31)
그런 점에서 볼 때 저분은 대통령직의 속성에 대해서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을 거거든요. 그런 입장에서 볼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저 역량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을 수가 있죠. 그 점을 우리가 아마도 신뢰할 만한 말이다.
MBN <뉴스BIG5>
(4/3)
그러니까 저분이 하나 인상적인 거는 저분이 사람은 아래 사람은 잘 거느렸어요. 그 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좀 본받으셨더라면.

△ <표3> 이진곤 경희대 교수가 종편에 출연해서 전두환 씨를 감싼 발언내용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 전두환 미화발언 받아쓰기 보도 여전 -종편, ‘땡전뉴스’ 부활시키나


종편은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가는 대신 전두환과 이순자를 미화하는 발언들을 가감 없이 내보냈다. 채널A <정치 데스크>(3/24)는 단독 타이틀을 내걸고 이순자 씨 관련 보도에 30분 이상을 할애하여 전두환 내외의 과거 사진과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순자 씨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권력을 다 내놓고 시효도 없이 치고 또 치고 구족을 멸하는 식으로 부관참시까지 당했잖아요”라며 자신들의 잘못은 간과한 채 억울함을 토로했으나 진행자는 이에 대해서 비판적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국민묘지에 헌장 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이지만, 옹졸해서 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달리 아무런 힘도 없고 방법이 없다”라는 이순자 씨의 계속된 어불성설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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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정치 데스크>(3/24) 화면 갈무리

 

신빙성 없는 회고록... 적극 보도하는 종편


종편은 전두환 씨의 회고록 출간 전후로 이를 적극적으로 인용했다. 특히 전두환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평가한 대목을 빈번하게 언급했다. 

 

MBN <뉴스특보>(3/31)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보도하며 “2002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권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거절했다. 국정이 실패했을 때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욕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전두환 씨의 회고록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보도했다. 

 

전두환 박근헤.jpg

△ MBN <아침&매일경제>(3/31) 화면 갈무리

 

MBN <아침&매일경제>(3/31)에 출연한 이상훈 씨는 전 씨의 회고록을 두고 “1년 전쯤에 출간됐다고 보면 대단한 예측력이다. 사람을 보는 눈, 정치를 보는 눈이 있다”라고 평했는데, 사회자는 이상훈 씨의 말에 “어쨌든 나름 정치를 보는 눈, 사람을 보는 눈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동조했다. 광주 학살의 책임자인 사람을 두고 ‘정치를 보는 눈이 있다’라고 평하는 모습에 냉소를 금할 수 없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3/31) 역시 “회고록 내용 중 일부가 공개됐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관심을 끈다”라는 말로 회고록 발간 소식을 전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대목을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공식기구에서 발표한 증거들이 넘쳐나는데, 굳이 학살자의 입을 빌려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대단한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전해 전두환 씨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광주 학살의 책임자 전두환 씨 부인 단독 인터뷰 4건 보도한 채널A 

 

채널A는 24일,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 씨가 자서전을 출간했다며 그의 단독 인터뷰를 4건이나 보도했다. 그 내용은 참담하기 그지없는데 해당 첫 보도인 이 보도에서는 “난 왜 백담사에 가서 고3 짜리 아들 뒷바라지도 못 하고 그렇게 지내야 했습니까? 법에 없는 벌을 우리는 받은 거잖아요?”라는 이순자 씨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가감 없이 전파를 탔다. 이 외에도 이순자 씨의 “여자인데, 개인 프라이버시니까 눈 감아줘도 되지 않을까… 국회의원 보세요. 눈썹 문신 안 한 사람 있나”라며 박근혜 씨의 비선진료 의혹을 두둔했는데, 이 또한 보도에 담겼다. 


“우리도 5‧18 피해자”라는 자서전 내용 때문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채널A는 정작 이건 보도하지 않았다. 언뜻 이 보도는 대선과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자칭 보수 세력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한다는 점, 자칭 보수 세력의 또 다른 상징인 전두환을 강하게 옹호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부적절한 보도이다. 더군다나 이순자 씨의 자서전은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 씨가 발행인으로서 주도한 ‘셀프 출판 자서전’이다. 자기 가족을 옹호하기 위해 출판사까지 만들어 책을 낸다는 비판이 나오는 마당에 채널A는 단독 인터뷰를 실어준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삐딱한 태도를 지닌 종편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이들의 삐딱한 시선이 바뀌진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못 하도록 하였으나, 올 해부터는 제창할 수 있도록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채널A <토요랭킹쇼>(5/13)에서 “저는 실질적으로는 합창과 제창이 별 차이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라며 이번 결정의 의미를 폄하했다. 이어서 “그런데 이제 관련된 분들이 워낙 이걸 자꾸 뭐는 격화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 이 의도를 의심하다 보니까 저런 논란을 빚고 있는데, 아주 실용적으로 생각한다면 저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라며 그간 제창을 요구한 사람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기가 막힌 발언이다. 지난 두 정권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 차원에서 제창하지 못하게 했다. 그렇다면 그때는 왜 ‘제창이냐 합창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을까. 국가가 역사적 맥락이 담긴 의미 있는 노래 하나를 부르지 못하게 해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던 것을,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발언으로 읽힌다. 


기념식 이후,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기념식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자 종편에선 어김없이 이를 ‘국론분열’로 내세웠다. MBN <뉴스파이터>(5/19)에 출연한 정용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정우택 대표나 이은재 정책의장은 같이 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국민들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정용기 씨는 “제1야당 내지는 제1야당을 지지하는 지지층 국민들까지 화합하는 이게 진정한 화합일텐데”라면서 “협치를 위한 노력에는 정말로 점수를 드릴 수가 없습니다”라고 평가했다. 뒤이어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박하듯이 “임을 위한 행진곡에 여가 있고 야가 있고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는게 아니거든요”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합창으로 바꾼 식순을 제창으로 바꿨을 뿐인데, 이를 “대통령이 혼자 포퓰리즘적으로 인기 있어 보일만한 것들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처럼 묘사했다. 


게다가 기자를 통해서도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5/19)에 나온 김정우 TV조선 정치부 기자는 “제창을 하게끔 지시를 했는데 본인이 정치권에 대해서 협조를 구한 게 없기 때문에 좀 더 합의가 있으면, 합의가 없어서 부르지 않았다”라고 했다. 국민적 합의가 없어서 부르지 않았다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대변한 발언을 한 뒤에는 이 문제를 단순히 ‘정치 쟁점화’한다. 김정우 씨는 “저걸 또 합창으로 다시 돌리니 마니 그렇게 하면 계속 갈등의 끈이 있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를 하든 어떻게 해서 좀 마무리를 지었으면”이라며 이 문제가 단순한 정치적 갈등의 문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평가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행사 안에서 당연히 불러야 하는 노래를 불렀을 뿐이다. 이를 ‘합의’, ‘협조’등을 이유로 부르지 않는 행위는 몽니일 뿐이다.
 

헌법 속 광주 정신이 들어가는 것이 두려운 종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밝혔다. 이는 선거 전 공약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종편은 여전히 이에 대해 괜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만 내고 있다. MBN <뉴스특보>(5/18)에 출연한 변환봉 자유한국당 수석 부대변인은 “분명히 5‧18자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있어서 한 가지 중요한 기폭점”이었다고 말하면서도 “그동안 5‧18사건이라든가 5‧18유가족들에 대해서 지나치게 좀 배려가 되지 않았습니까”라며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이 과도한 편의를 받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이동형 시사평론가가 같은 프로그램에서  “그러니까 모든 국가적인 행사에 대해 동등하게 예우하는걸 다 찬성하고 반대하는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왜 제창을 못하게 했느냐는 말이죠”라고 반박했듯이 유가족들은 노래 하나 제대로 부르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지나친 배려’를 받았다고 말 할 수 있을까? 


TV조선의 <이것이 정치다>(5/18)에서도 5‧18정신의 헌법 전문 삽입에 대해서 다뤘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인 전원책 변호사는 “5‧18 정신 헌법 전문에 담겠다. 이게 문재인 대통령의 워딩입니다. 오늘 많은 사람들이 그전에 어제, 그제부터 흘러나온 얘기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어요. 우리 헌법 개헌을 하는 데 헌법 전문에 또 5‧18을 집어넣는다. 물론 그 민주화운동 입장만 보면 그게 전혀 거부하거나 반대할 입장은 아닙니다마는 또 한편 5‧18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지금 이번에도 대통령이 얘기했지 않습니까? 조사를 해 봐야 되겠다. 전두환 회고록이 나오고 나서 또 일부 논란이 벌어졌습니다”라며 “5‧18의 어떤 격을 과연 우리가 3.1운동이라든지 그리고 4‧19혁명과 동격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국론 통일이 안 된 것 같아요”라며 말했다. 진행자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여전히 논란이 많다고 말한 것이고, 헌법에 광주정신을 담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의견을 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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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18) 화면 갈무리

 

그러자 출연자 류여해 자유한국당 수석부대변인은 “절대 한 지역의 대통령도 아니고 한 부분의 대통령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며 이 정신을 지역의 문제로 한정지었다. 그나마 같이 출연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국회의원이 5‧18은 “호남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면서, 광주는 특정 지역의 문제로만 바라보아설 사안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뒤이어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극단적인 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자서전에서 평가를 했죠. 심지어 폭동이라고까지 했습니다”라며 “이 문제가 헌법 전문에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루어지고 또 일종의 국론분열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라며 정치적인 논쟁처럼 평가했다. 결국 이 광주민주화운동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강석진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이 평가했듯이 “광주민주화운동 같은 경우에는 시민들이 독재에 항거해서, 군부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다대한 희생을 치르면서 지켜낸 사건”이다. 

 

북한군 개입설 아직도 말하는 종편

 

무엇보다 아직도 이를 ‘북한군의 참여’와 같은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태도가 문제다. MBN <뉴스특보>(5/19)에 출연한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여러 쟁점을 조사해보자는 이야기를 하며 “보수의 일각에서는 북한군의 참여, 이런 얘기도 아직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세요”라며 또 다시 유언비어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바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을 했지만, 사회자의 별다른 저지 없었다.  


TV조선의 <이것이정치다>(5/19)에서 전원책 씨는 진행자가 스스로 북한군 개입 의혹을 제시하기도 했다. 위에서 언급한 발언을 하기 전에 정우택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저 문제는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다 나름대로 판단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반대의 입장에서 보면 참 옹졸한 태도인 것으로 보이고 지난 정부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그리고 또 반대 입장에서 보면 왜 그것 몇 마디로 나는 김일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얘기를 한 번도 못 하는지 그것도 또한 답답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가장 피해를 입는 쪽은 5‧18 영령들이라는 것을 전부 다 좀 알았으면 합니다”라며 마치 이 문제가 북한과 관련이 있는 것과 같은 어조를 보인다. 그 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과 관련 있다는 유언비어를 유포한 주체자가 종편이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여전히 반성 없는 태도라고 보여진다.

 

오월 광주 정신으로 

 

예전에 비하여 나아졌다고는 하나, 종편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의의를 격하시키는 방송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은 여전히 학살의 책임자인 전두환에 대한 옹호 발언을 비판 없이 내보내고, 적극적으로 문제 삼지 않는다. 선거 시기에는 지역주의를 조장하기 위해 광주민주화운동을 재료로 삼기도 한다.  종편은 광주 학살의 책임을 부정하는 인물의 주장을 반복해서 내보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하며, ‘개인의 의견’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뒤에 숨어 곡해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을 출연시키지 말아야 한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조차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리지 못하는 동안 종편은 시민군을 ‘북한군’이라 일컫거나, ‘폭도’로 폄훼하며 광주 때리기에 앞장섰다. 이제 종편은 더는 ‘광주사태’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역사를 부정하고 미화하려는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추운 겨울에 함께 든 촛불로 일구어낸 성과 뒤에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이 남아있듯이, ‘광주사태’라는 말이 사라진 후에도 진실을 왜곡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인권을 유린한 국가권력에 시민들이 대항한 일이었다. 스러져간 사람들이 지키고 세운 이 역사를 폄훼하려는 시도에 맞서야 한다. 왜곡보도가 사라지는 날까지 우리는 오월 광주에서 끝까지 도청에 남아있던 사람들을 기억할 것이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2월 28일 ~ 5월 19일까지 TV조선, 채널A, MBN의 시사토크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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