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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재조사’에 분노 못 숨긴 TV조선, ‘무리수’ 남발
등록 2017.05.23 19:51
조회 12622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감사 재검토를 지시했습니다.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는 모두 이를 톱보도로 다뤘습니다. JTBC는 세월호 유해 발견을 톱보도로 먼저 다루고 3번째 보도부터 4대강 사업 재감사를 다뤘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국책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은 수질 악화와 생태계 교란 등 환경 문제부터 예산 낭비와 같은 경제적 파급까지 얽혀 대표적인 ‘적폐’로 비판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문 대통령의 행보를 ‘과거 정권 지우기’라는 프레임으로 몰면서, ‘적폐청산’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독보적인 TV조선, 문 대통령 지시에 비판적 보도만 4건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문 대통령 지시 전달 2 1 2 2   1 2
과거 감사 결과 정리   1          
정치권 반응 전달 1 1 1 1   1 1
4대강 사업 문제점       4   2 1
4대강 사업 장단점     1   1    
문 대통령 지시 비판         4    
총 보도량 3 3 4 7 5 4 4

 △ 4대강 재감사 관련 7개 방송사 보도량 비교(5/22)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은 4대강 감사 지시가 떨어진 당일부터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낸 유일한 방송사입니다. 반면 JTBC가 4건, 채널A가 2건, MBN이 1건 보도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TV조선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사업의 효과와 대조한 보도를 1건 내놨습니다. 이처럼 4대강을 문제점을 정리하는 보도는 없이, 장단점 나열로 처리한 것은 SBS도 마찬가지입니다. 


4대강 사업 재감사 지시를 매우 부정적으로 부각하는 TV조선의 첫 번째 방식은 문 대통령 지시 사항 하나하나에 부당한 비판을 제기하는 겁니다. 이런 보도행태는 톱보도부터 확연이 드러납니다. TV조선 톱보도 <‘4대강 전면 재검토’…내달 수문 개방>(5/22 https://bit.ly/2qJx2c9)은 문 대통령의 “4대강 전면 재조사 지시”와 “수문 개방 조치 지시”를 내렸다고 전한 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조사 결과에 따라 4대강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22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만큼 이를 되돌리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비용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보를 철거하면 홍수 방지와 용수 공급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했습니다. 


TV조선 <4대강 감사 지시…MB측 강하게 반발>(5/22 https://bit.ly/2rbGzu8)은 제목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반발을 전하는 보도처럼 보이지만, 리포터는 톱보도와 같이 문 대통령 지시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TV조선은 “감사원은 직무상 독립적 지위를 가진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 등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명백히 법에 의해서 직무상 독립 기관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감사해라 마라 그렇게 지시할 수 없죠”라는 익명의 전 감사원 고위 관계자 인터뷰까지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엔 “정치적 시비거리를 만들지 말고 사업을 완결할 때”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 반발까지 이어 붙여서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주장에 힘을 더한 셈이 됐습니다. 


TV조선 <물관리 환경부로…개발사업도 포함>(5/22 https://bit.ly/2rvq4Zv)은 물 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다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문제 삼았습니다. “댐 건설 같은 개발사업도 포함되는데 환경부 성격과 맞는건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수자원정책엔 경제적 개발 목적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 환경을 중시하는 부처 성격과 안맞는다”는 겁니다.

 

조목조목 따져보면 모두 부당한 비판, TV조선의 납득하기 힘든 ‘트집’들
TV조선은 이처럼 총 3건에서 △4대강 사업을 되돌리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보를 철거하면 홍수 방지와 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감사 지시는 감사원의 독립성 침해이다 △물 관리 환경부 일원화는 부적절하다 등 4가지 비판을 내놨습니다. 이러한 비판이 정당한 근거를 동반했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같이 근거도 부실하고 특정 정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4대강 사업을 되돌리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아니다! 
4대강 사업의 유지관리 비용은 매년 5천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16개의 보를 모두 허무는 데에는 2016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오히려 ‘재자연화’, 즉 복원 비용이 유지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겁니다. 

 

△보를 철거하면 홍수 방지와 용수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아니다!
강을 가둬 생기는 치수의 효과 보다 강을 자연 그대로 흐르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은 매년 수십 개의 댐을 허물며 ‘재자연화’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각 ‘깨끗한 물법’과 ‘물관리 기본지침’을 통해 4대강 사업과 같은 대형 토목사업을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감사 지시는 감사원의 독립성 침해이다? 논란의 여지 있지만...
감사원 독립성 침해 논란은 과거에 있었던 3차례의 4대강 사업 감사마다 매번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역대 감사가 모두 정권의 눈치를 본 측면이 있고 후속조치가 없었다는 맹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면밀한 재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감사원은 헌법 97조에 따라 대통령 소속 하에 있으면서 감사원법에 따라 직무 독립성을 지닙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모호한 성격이 있지만, 지시를 내릴 수는 없어도 요청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 추진”이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 물 관리 환경부 일원화는 부적절하다? 아니다! 
지금까지 수질은 환경부, 수량은 국토부가 관리하는 식으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환경부와 국토부로 업무가 분산되어 있다 보니 그동안 공무원들이 영역 싸움을 하면서 조직이 비대해지고 예산이 낭비된다는 지적은 계속되어왔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수자원국을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면서 관련 책무를 일임했습니다. 4대강 조사위원회 단장이었던 박창근 가톨릭 관동대 교수는 “혁명적 사건”이라고 호평했습니다. 또한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환경부가 개발사업에는 맞지 않다’는 TV조선의 주장은 사안의 본질을 완전히 비껴간 것이고, ‘환경부는 개발사업을 못한다’는 자의적 편견에 사로잡힌 시각입니다. TV조선의 ‘생트집’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과거 정권 지우지 마라’ 겁박한 TV조선, 자유한국당 대변인인가!
이렇게 무리수에 가까운 비판을 늘어놓은 근본적인 의도는 TV조선 <앵커칼럼>(5/22 https://bit.ly/2qPHnnl)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TV조선은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을 ‘과거 정권 지우기’로 규정하기 위해 갖가지 논리를 동원했습니다. 먼저 “(10여년 전) 포퓰리즘 독재자 차베스가 말머리를 왼쪽으로 돌렸습니다”, “지폐를 화장실 휴지로 쓸 정도로 인플레가 심합니다”, “석유가 펑펑 나는 부자 나라인 베네수엘라를 거덜 낸 게 차베스의 15년 통치”라더니 “차베스를 대한민국 공영방송이 찬양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베네수엘라 경제파탄의 원인이 차베스의 좌파정책이며, 석유 국영화와 복지 포퓰리즘이는, 보수 진영의 오래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겁니다. TV조선은 이런 주장을 단정적으로 정리하더니 “공영방송이 이런 다큐를 만든 걸 놓고, 당시 노무현 정부가 역사 다시 쓰기를 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내세웠습니다.


이어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튼 프리드먼이 내세운 이론”인 ‘샤워실의 바보 이론’을 거론했고 “냉온탕을 왔다갔다 하다 결국 샤워를 못”한다는 의미라 설명하더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전 정권 부정과 일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래를 향해 할 일도 참 많은데, 과거를 놓고 문제점을 너무 찾다, 제자리걸음을 하는 일종의 전통 같기도” 하다는 비판도 덧붙였습니다. 결론에 이르러 TV조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재조사에 이어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을 감사하라고 지시”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역사는 과거를 극복하며 발전하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과거 지우기를 너무 지나치게 하면, 5년 뒤 또 누군가가 샤워꼭지를 반대로 틀지 모릅니다”라고 경고하면서 보도는 마무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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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조사 비판하기 위해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까지 동원한 TV조선(5/22)
 

요약하자면 ‘4대강 재조사 등 문재인 정부의 행보는 과거 정부 지우기이며, 이는 부적절하다’는 것인데, “모든 걸 뒤집어엎듯 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자유한국당 입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TV조선은 이 주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해서 베네수엘라 사례와 밀턴 프리드먼의 이론을 끌고 와 더 자극적으로 각색했을 뿐입니다.  


TV조선 <앵커칼럼>은 늘 이렇게 해외의 학문 이론이나 정치 상황, 심지어 문학 작품 속 표현까지 인용해 일련의 비판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논리는 전혀 매끄럽지 않습니다. 일단 TV조선은 ‘공영방송이 노무현 정부의 역사 다시 쓰기를 의식해 차베스를 찬양’한 것처럼 묘사했는데요. 이는 2006년 방송된 <KBS스페셜> ‘신자유주의를 넘어-차베스의 도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암시한 겁니다. 그러나 TV조선의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정연주 전 KBS사장은 오히려 정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방송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연주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로부터 전화 한 통 없었다”며 노무현 정부가 공영방송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죠. KBS가 2006년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를 편성한 것이 노무현 정부와 관련 있다는 주장 역시 TV조선의 상상일 뿐입니다. KBS가 10년 전에 베네수엘라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짚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무현 정부와의 유착 운운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TV조선이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을 ‘과거 정권 지우기’로 매도하기 위해 동원한 또 하나의 논리인 ‘샤워실의 바보 이론’의 경우, 아무런 학문적 이해 없이 무작정 갖다 붙인 것에 불과합니다.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가 시장에 절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설파하기 위해 이 이론을 만들어냈는데요. 이 이론의 정당성을 차치하더라도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론을 ‘4대강 사업‧국정농단 등 적폐청산’에 비유했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은 ‘정부의 시장 개입’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보 개방에 ‘기대와 걱정 엇갈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TV조선
TV조선은 4대강 사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4대강 사업에 긍정적 효과도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 <“녹조 피해 심각” VS “홍수 가뭄 예방”>(5/22 https://bit.ly/2qeWToR)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큰빗이끼벌레와 녹조 피해가 심각”하기도 하지만 “덕을 본 곳도 있”다면서 “금강 백제보는 충남 보령댐 사용량의 절반을 책임집니다. 홍수 예방 효과도 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다 “홍수 가뭄은 없어졌다니까요”라는 마을 주민의 인터뷰도 덧붙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앞서 ‘녹조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증언한 주민 인터뷰는 실명 인터뷰로 주민의 얼굴까지 전파를 탄 것과 달리, ‘홍수와 가뭄은 없어졌다’는 주민의 인터뷰는 익명으로 음성변조 처리되어 방송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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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에 효과도 있다는 TV조선(5/22)

 

그러나 4대강 사업이 치수와 홍수‧가뭄 예방 효과를 지닌다는 주장에도 이미 많은 반박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TV조선이 예시로 꺼내든 금강 백제보는 대표적인 ‘반례’에 해당합니다. 충청남도는 보령댐의 물 사용량 상당 부분을 백제보가 책임진다는 주장에 대해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더라도 평소 흐르는 금강 물로 취수할 수 있는 양(일 11만 5000t)으로, 백제보 물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의 대표적 명분으로 가뭄 지역 물 공급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물 공급 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미 오래 전에 드러났습니다. TV조선이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의 장점을 만들어줬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장단점을 같은 비중으로 나열한 보도는 SBS에서도 나왔습니다. 반면 채널A‧MBN은 심각한 녹조 문제를 1건씩 짚었고 JTBC는 총 4건의 보도로 녹조 문제, 생태계 교란, 예산 낭비, 4대강 설비의 내구성 및 안전성 문제, 4대강 사업 결정 시 부실한 의사결정 과정 등 총체적으로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5월 2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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