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 방송보도 일일브리핑(D+2)

국민은 ‘적폐청산’이 아닌 ‘통합’을 요구했다? MBC와 TV조선의 ‘바람’
등록 2017.05.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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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첫 날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7개 방송사 모두 특집 뉴스를 구성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와 첫 일정, 총리 지명 및 비서실장 임명 등의 인사 단행을 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뉴스의 경향은 비슷했지만 구체적 사안별로 차이점은 있습니다. 일단 방송사들은 공통적으로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구호이자 많은 국민들이 지지한 ‘적폐 청산’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보도에서 이를 직접 언급한 방송사는 SBS와 JTBC뿐입니다. 타사는 ‘통합 및 협치’만 강조했고 그 방식도 가지각색입니다. MBC는 시민들의 바람을 직접 담은 리포트에서 국민들이 “통합과 소통”을 우선적으로 주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TV조선과 MBN은 “60%가 지지하지 않은 대통령”임을 부각했죠. 
임종석 전 의원이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전할 때도 MBC와 TV조선, MBN만 “주사파 임명에 강한 유감”이라는 자유한국당 입장까지 덧붙여 차이를 보였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퍼스트도그’, ‘방탄 의전차량’, ‘대통령의 패션’ 등 가십 보도에 열중하는 TV조선의 태도도 돋보입니다. 

 

1. 국민이 ‘적폐청산’이 아닌 ‘통합’을 원한다? MBC의 ‘여론 취사 선택’
41.1%를 득표해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구호는 ‘적폐 청산’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의 당선은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에서 폭발한 누적된 구태 및 비리에 염증을 느꼈음을 의미합니다. 


SBS는 이런 민심을 <‘과거 폐단 척결’ 열망이 낳은 결과>(5/10 https://bit.ly/2pzImnx)에서 “지상파 3사의 투표자 심층 면접 조사”로 풀어줬습니다. 이 조사에서 투표자의 74.3%가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나왔고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한 기준에 있어서도, 부패와 비리 청산 가능성이 20.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겁니다. “새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묻는 질문에도 심층조사 응답자의 45%가 과거 폐단 척결을 꼽았”다고 합니다. SBS는 “이런 결과는 적폐 청산과 정권 교체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이번 대선을 관통한 동력”이라 해석했습니다. 이와 같이 국민의 바람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고 볼 수 있는 ‘지상파 3사 심층 출구조사’를 어쩐 일인지 KBS와 MBC는 보도하지 않고, SBS만 1건으로 엮었습니다. 


JTBC도 <검찰 아닌 민정수석…조국 내정>(5/10 https://bit.ly/2qVSUlB)에서 조국 교수가 민정수석에 내정됐음을 전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드러난 각종 적폐를 키워온 장본인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바로 적폐 청산의 신호탄”이라 짚었습니다. 


그러나 타사에서는 ‘적폐청산’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반면 통합과 협치에 대한 강조만 눈에 띕니다. 특히 MBC는 아예 국민들의 주된 요구가 통합이라는 리포트를 냈습니다. MBC <“편 가르지 말고”…“안보 튼튼하게”>(5/10 https://bit.ly/2q7Jvoe)는 국민들의 바람을 정리한 리포트인데요. 이미 제목에 “편 가르지 말고”라는 요구를 명시해놨습니다. MBC는 “국민들은 우선 통합과 소통을 주문”했다면서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모든 사람에게 통합의 정신을 갖고”, “보수, 진보 편을 가르지 말고 꼭 통합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고” 등 2개의 시민 인터뷰를 보여줬습니다. 물론 MBC는 이 장면 이후에 ‘출산과 양육 문제 해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안보 문제 해결’ 등 시민들의 다른 요구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편 가르지 않는 통합 요구’에만 2개의 인터뷰를 인용했고 국민들이 통합을 ‘우선 요구했다’는 묘사는 분명 MBC가 여론의 향방을 ‘통합 요구’로 규정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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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당선’에 ‘적폐청산 열망’이란 해석한 SBS(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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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당선’에 ‘편 가르지 말기’ 강조한 MBC(5/10)

 

이날 ‘국민의 바람’을 인터뷰해서 보도한 방송사는 KBS‧MBC‧SBS‧채널A인데요. MBC 보도는 타사의 리포트와도 차이가 납니다. KBS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국민의 목소리>(5/10 https://bit.ly/2q7KQvr)는 아예 기자의 부연 설명 없이 “여성들이 좀 더 안전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고”라는 시민 인터뷰부터 ‘소상공인 배려’, ‘대학 등록금 인하’ 등 다양한 요구가 담긴 인터뷰만 차례로 보여줬습니다. 이중 ‘편 가르지 않는 통합’을 요구한 인터뷰는 아예 없습니다. 채널A의 경우 ‘청년의 바람’으로 주제를 구체화해서 ‘복지 및 일자리 확대’, ‘상식이 통하는 나라’ 등의 바람을 전했습니다. 채널A 보도에도 ‘통합 요구’는 없습니다. MBC만 국민들이 통합을 우선 원한다고 보도한 겁니다.

 

2. TV조선‧MBN은 “60%가 지지하지 않은 대통령” 
TV조선과 MBN이 ‘적폐청산’을 가리면서 ‘통합’을 강조하는 방식은 MBC보다 은밀합니다. TV조선과 MBN은 문 대통령의 득표율을 빌미로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더 많은 대통령’, ‘국민의 60%가 지지하지 않은 대통령’이라 묘사했습니다. 전체 투표율과 득표율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대선에서 지지하는 국민이 더 많았던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요. 유독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비지지층의 굴레’를 뒤집어씌운 겁니다. 

 

TV조선 <앵커칼럼>(5/10 https://bit.ly/2pmShBR)은 “난제들과 맞서 국민의 불안을 가라앉히려면 무엇보다 통합과 협치가 절실”하다면서 “숫자로만 보면,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더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50퍼센트 안팎으로 득표한 것과 꽤 차이”가 난다고도 설명했고, 이룰 “힘을 합쳐 다스려 나가라는 국민의 뜻이 투표로 나타난 것”이라 해석했습니다. 물론 TV조선은 “후보가 많기도 했습니다만”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요지는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더 많으니 통합과 협치에 힘쓰라’는 겁니다. 심지어 “분열과 갈등이 논란이 됐던 노무현 시대를 극복할지 많은 국민이 지켜봅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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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의 41.1% 득표율에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더 많다고 분석한 TV조선(5/10)
 

MBN <김주하의 뉴스초점>(5/10 https://bit.ly/2q85U4L)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김주하 앵커는 칼럼 형식의 보도에서 안보 위기의 해결을 촉구했고 보도 말미에서 “실리를 챙겨”달라며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나머지 우리 국민 60%의 마음을 얻는 건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잘 살기 위해서 말이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41.1%의 득표율을 얻었다는 이유로 ‘60%의 국민이 지지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비과학적일 뿐 아니라, 무의미합니다. 이번 대선은 이례적으로 5자 구도로 펼쳐졌고 ‘보수 대 진보’라는 이념 대결은 물론 지역구도 표심 차이도 흐렸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따라 오히려 문 대통령이 기록한 40%가 넘는 지지율은 압도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얻은 1342만 정도의 표는 양자 구도로 치러졌던 역대 대선에서 3번째로 많은 득표이고 2위와의 표차(557만 여 표)는 역대 최다입니다. 문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협치와 통합의 행보가 필수적이지만 그 이유가 ‘60%가 넘는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다’로 귀결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조선과 MBN이 ‘과반의 지지를 받지 못한 문재인’을 강조한 것은 대다수 국민이 ‘적폐청산’을 원한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3. ‘임종석은 주사파’ 자유한국당 논평 받아쓴 방송사는?
한편 문 대통령이 임기 첫날 단행한 인사에도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총리로 지명됐고 임종석 전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내정됐죠. 조국 교수의 민정수석 내정도 파격 인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임종석 전 의원의 경우 역대 가장 젊은 비서실장으로서 문 대통령은 유연한 소통을 이끌 인사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달랐죠. 자유한국당은 10일 바로 논평을 내고 “임 비서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냈으며, 주사파 출신으로 알려졌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재고해달라는 요청까지 했죠. 물론 임 비서실장이 11일 자유한국당을 예방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사태를 일단락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10일, 자유한국당의 논평을 굳이 받아쓴 방송사가 있습니다. MBC와 TV조선, MBN입니다. MBC가 가장 노골적인데요. MBC <전대협 의장 출신…운동권 ‘대표 선수’>(5/10 https://bit.ly/2quLkyI)는 아예 제목에서 임 실장을 ‘운동권 대표 선수’로 명명했습니다. 이상현 앵커 역시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운동권 그룹을 대표하는 재선 의원”이라 소개했고 육덕수 기자는 “과거 운동권 출신의 불법 전력은 새 정부에 부담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죠. “임 비서실장은 지난 1989년 온 국민을 놀라게 했던 임수경 평양 방북 사건을 기획했”고, “과거 김일성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이른바 주사파 출신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는 겁니다. MBC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형을 산 친북 인사의 등용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자유한국당 논평으로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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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석 비서실장을 ‘운동권 대표선수’로 명명한 MBC(5/10)
 

TV조선 <비서실장 ‘전대협의장 출신’>(5/10 https://bit.ly/2pBC6wl) 역시 제목에서 ‘전대협의장 출신’을 강조했고 보도 내용은 MBC와 대동소이합니다. MBN <젊은 비서실장>(5/10 https://bit.ly/2r4sTxC)의 경우 제목은 문제가 없지만 “임종석 신임 비서실장은 주사파 출신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입장을 담았습니다. 타사의 경우 KBS‧JTBC는 ‘주사파 출신’이나 ‘임수경 방북 사건’을 아예 거론하지 않았고 SBS와 채널A는 ‘임수경 방북사건을 주도했다가 수감됐다’는 이력만 소개했습니다. 

 

5. 대통령이 누구든 ‘가십 보도’는 기본? TV조선 불필요한 보도 너무 많아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탄생하면 대통령의 가족과 주변인 등 대통령 측근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방송사들도 이런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하기 마련이죠.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가족   2 1   1 1 1
공신   1 1   1    
고향   1 1     2  
퍼스트 도그         1    
패션         1    
의전차량         1 1  
북한 반응         1   1
총 보도량   4 3   6 4 2

△ 문 대통령 임기 첫날, 7개 방송사 가십 보도량 비교(5/10)

 

MBC가 부인 김정숙 여사 및 가족 관련 보도 2건과 ‘당선의 공신들’ 1건, 문 대통령 고향 분위기 1건을 전했습니다. SBS도 ‘대통령의 신변잡기’에 해당하는 소식을 3건 보도했고 채널A도 4건입니다. KBS와 JTBC는 보도가 없습니다. 유독 눈에 띄는 방송사는 고향 분위기를 빼놓고 모든 사안에 보도를 낸 TV조선입니다. 심지어 TV조선은 ‘대통령의 패션’과 ‘퍼스트 도그’, ‘북한의 반응’까지 조명했습니다. 이런 보도만 6건에 이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은 물론, 임기 내내 중요한 담화가 있을 때마다 보도했던 ‘가십’을 문 대통령 당선에도 빼놓지 않은 겁니다. 


TV조선 <취임식 의상에 담긴 뜻은?>(5/10 https://bit.ly/2r4wvQn)은 “평소 아내가 골라주는 대로 튀는 것보다 편하고 자연스러운 패션을 선호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면서 “회색과 파란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유독 자주 착용”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 협회장의 “대통령으로서의 어떤 강력한 힘을 가진 그런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분석을 덧붙였죠.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역대 영부인들과 달리 한복을 입지 않고 정장을 입어 “최신 꽃무늬 패션 트렌드로 패션 감각을 드러냈”다고도 했습니다. TV조선 <더하기뉴스>(5/10 https://bit.ly/2pC4bU8)는 “문재인 대통령의 첫 의전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S600 풀만가드'”라면서 “자동 소총과 폭탄 공격 등도 버텨내는 무적 방탄차”, “운전석과 VIP석이 벽으로 분리되고 침대형 시트 등받이가 43.5까지 기울어지는 초호화 리무진”라 소개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보도는 북한 관영매체도 아닌 매체까지 들먹이며 북한의 반응을 소개한 TV조선 <북 “촛불, 9년 보수정권에 종지부”>(5/10 https://bit.ly/2q7FS1F)입니다. TV조선은 “정권교체를 이뤄낸 민중의 힘”,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9년간의 보수정권에 종지부가 찍혔다”, “촛불이 적폐를 이겼다” 등의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보도를 소개하면서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이라 부각했습니다. “남북협력 개선 흐름에 역행하지 마”,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한 줄 기사에 그쳤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는 다른 반응이라고도 했죠. MBN에도 이런 보도가 1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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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반응 타진한 TV조선(5/10)
 

우리 언론이 외신의 반응을 타전할 수 있고 북한의 반응을 살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TV조선은 굳이 북한의 공식 입장도 아닌 조총련 기관지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보수정권과의 차이’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는 보도로 볼 수 없습니다. TV조선이 불필요한 ‘북한의 반응’을 동원해 특정 여론을 자극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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