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 방송 토론‧시사 프로그램 모니터보고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토론 없는 MBC <100분토론>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본격적인 대선 기간을 맞아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의 토론‧시사 프로그램 22개를 모니터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선거 관련 아이템으로 다룬 경우,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분석하겠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4월 4일부터 4월 10일까지 일주일간의 선거 관련 방송에 대한 비평입니다.
‘안철수 현상’ 분석을 넘어선 안철수 띄우기
4월 2주차(4월 4일~10일)에는 채널A <외부자들>(4/4), TV조선 <강적들>(4/5), MBC <100분토론>(4/6), MBN <판도라>(4/6), JTBC <썰전>(4/6), MBC <이슈를 말한다>(4/9)가 대선을 주제로 한 방송이었습니다. MBC <100분토론>(4/6)에서는 홍성걸 교수가 합리적인 근거 없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방이 심했는데요. 다른 패널들은 이런 발언에 대해 비판도 토론도 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강적들>(4/5), MBC <이슈를 말한다>(4/9)는 패널의 ‘안철수 띄우기’가 심각했습니다. 일부 패널들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에 대한 분석을 뛰어넘어 편파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토론 없는 MBC <100분토론>
특히 MBC <100분토론>은 ‘토론 없는 토론 방송’이었습니다. 패널로 나온 김만흠 한국 정치아카데미 원장과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형준 동아대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 간의 입장 차이가 전무했습니다. 또 사회자조차 이미 안철수 띄우기를 전제로 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예를 들어 진행자인 박용찬 씨는 “안철수 후보의 급상승, 대약진의 비결은 무엇이며 과연 안철수 후보의 대약진이 지속가능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대약진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비결’이라는 프레임을 전제하고 있는 겁니다.
홍성걸 교수는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면서 안철수 후보를 띄웠습니다. 홍교수는 “문재인 후보는 본인이 스스로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본인이 그 적폐의 일부였”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안 후보에 대해서는 “안철수는 그런 점에서 자유롭고 상승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요”라고만 진단했습니다. 별 다른 근거도 없이 문재인 후보에 대해 비방을 하며 안철수 후보를 띄운 겁니다. 이에 대한 다른 패널들의 반박은 없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적폐로 규정한 MBC <100분 토론> 홍성걸 교수(4/6)
오히려 김만흠 교수는 “안철수 후보 같은 경우에는 중간에 매개체가 없이 즉 유승민 후보나 홍준표 지사와의 단일화를 통해서 지지를 갖고 온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가지고 오고 있단 말이죠. 만약 본인이 성공한다면 그동안에 못했던 지역을 넘어서 이념을 넘어서는 포괄적, 포용적인 리더로서 성공할 수 있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성공하지 못했을 때의 불안감이 있다”고 말한 것이 그나마 ‘지적’의 전부입니다. 홍성걸 교수의 문재인 비방은 전혀 비판하지 않았고 안철수 후보에 대한 칭찬만 덧붙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형준 교수는 “제가 조금 말씀을 드리겠는 게 오늘 여론조사 보셨듯이 2자 구도가 되면 안철수 후보 확실히 이기잖아요”라며 실현가능성 없는 양자구도를 언급하면서 관련 토론을 정리했습니다. 토론은 전혀 없고 이구동성으로 ‘안철수 띄우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홍성걸 교수가 문재인 후보를 “적폐의 일부”라고 꼬집는 이유도 허술합니다. 홍 교수는 “더불어 민주당이 사당화”돼 “패권”을 보이면서 “거기에 속했던 의원들이 탈당하여 나갈 정도로 경선후유증이 심각하다”고 했습니다. 또 “노무현 정부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한미 FTA에 대해서 문재인 후보가 나중에 스스로가 민주당이 반대를 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고, “제주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사업”, “대학 교수들 포섭해서 1300명 넘게 줄 세우고 있다”는 문제를 적폐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시킨 촛불 집회가 외쳤던 ‘적폐청산’의 의미를 홍 교수는 들어본 적이 없는 모양입니다. 시민들은 세월호·백남기·성과퇴출제·사드·언론장악·국정역사교과서를 박근혜 정권의 적폐로 지목했고 이를 청산하자고 요구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개인적인 결정도 아닌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나 한미 FTA를 모두 문 후보의 탓으로 돌린 것도 문제입니다. 증명되지 않은 친문패권주의, 폴리페서(대학교수이면서 정치인인 사람) 논란도 모두 홍 교수의 주관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시민들이 요구한 ‘적폐청산’과 거리가 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홍성걸 교수의 문제발언에 대해서 제재를 하거나 지적하는 패널은 없었습니다.
MBC <100토론>이 가장 큰 문제인 이유는 패널입니다. 다른 방송의 일부 출연진도 안철수 현상 분석을 넘어 ‘안철수 띄우기’를 하고 있지만 다른 패널들이 제지를 하면서 최소한의 균형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김태일 교수는 안철수 현상에 대한 분석이 많았지만 김태일 교수도 홍성걸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혀 반박이 없었습니다. 결국 MBC <100분 토론>은 토론이라고 이름 붙이기 민망할 정도였고 ‘안철수 띄우기’ 방송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MBC <이슈를 말한다>과 TV조선 <강적들>, 문제는 정미경 패널
MBC <이슈를 말한다>와 TV조선 <강적들>에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두 프로그램에서 모두 정미경 전 새누리당 의원이 출연해 문제적인 발언을 쏟아냈다는 겁니다. MBC <이슈를 말한다>에서는 “이번 대선 30일은 문재인 후보가 잘해서 혹은 못해서 결정나는 것이 아니”고 “안철수 후보가 얼마나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대선판이 결정”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자구도 혹은 양강구도로 갈지를 물었을 때 정미경 씨는 “양자 구도는 안철수에게 달려있다”며 “안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정치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보수는 빈정상할 것”이라며 단일화를 종용했습니다. 후보들의 검증 문제를 말할 때 “문재인 후보가 무슨 행동을 하면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시키게 한다”며 다짜고자 문 후보를 박 전 대통령과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정미경씨는 TV조선 <강적들>에서도 이런 발언을 쏟아냅니다. “그래서 만약에 그 양자 구도로만 가게 되면 제가 볼 때는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될 가능성이 되게 높아 보인다 라고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을 계속 지금 보면 박스권 안에 갇혀 있어요”라는 겁니다. 양자구도를 강조하면서 문 후보가 박스권에 갇혔다고 말하는데요. 문재인 후보의 박스권 이야기는 지지율이 20%일 때도 30%일 때도 끊임없이 나왔습니다. 당선가능성을 예측하기에는 너무 부실한 근거입니다.
또 “우리가 성향이 좀 달라도 사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된다”며 “우리 국민들께서는 이제는 이 가운데 있는 사람들, 극단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한번 이 대한민국을 정상화 시켜봐라라는 이 흐름이 커진다면 안철수 후보에게 굉장히 기회가 온지 않을까” 라고 추측했습니다. 이 발언은 문제가 아주 많은 데요. 중도에 있는 사람들을 합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칭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시키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안 후보에게 기회라는 겁니다. 정미경씨의 말은 보수나 진보는 극단적이며 타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상화되는 흐름이 아닌건가하는 궁금증이 들게 만듭니다. 역시 주관적인 판단에 의거한 ‘안철수 띄우기’입니다.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양자 구도로 갔을 때만이 안철수 후보에게 기회가 오기 때문에 보수층을 향해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바른정당하고 국민의당이 먼저 단일화”하는 것을 고려해보라는 제안까지 합니다. 안 후보에게 당선을 위해 단일화 하라고 사실상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또 “지금 전혀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대선판이 아주 싫”기 때문이라며 “양자구도로 갔을 때” “안철수 후보의 가능성이 되게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태극기 집회에 나가신 분들이 두 층으로 나뉘어”진다며 박사모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대부분 문재인 전 대표 싫어서 나가신 분들”이라고도 했습니다. “양자구도로 갔을 때 사실은 이분들은 나가서 찍을 겁니다”라는 대목에서는 ‘관심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어서 유승민 후보에게는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되지도 않을 대통령 선거를 나가가지고 자폭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될 만 한 쪽에 붙어가지고 그나마 좀 보수의 불씨를 살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대선의 모든 향방을 안철수 후보 당선에 맞추고 예측과 충고를 하는 정미경 씨는 중립성도 객관성도 내팽개쳤습니다.
TV조선 <강적들>, 프로그램 구성 대부분이 ‘안철수’
TV조선 <강적들>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177회의 큰 주제는 [장미대선: 강철수의 역습]이었습니다. 소주제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재인 대세론! 이대로 본선까지? △강철수가 돌아왔다 △‘비문의 제왕’ 안철수로 대동단결? △이유 있는 안철수의 변신 △안철수 숨은 지지율의 비밀 △文vs安 양자대결 승자는? △중도보수 개편은 유승민의 숙제? 입니다. 7개의 주제 중 무려 4개의 주제가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를 다룬 겁니다.
괜찮았던 채널A<외부자들>·JTBC <썰전>, ‘후보 희화화’는 자제해야
채널A의 <외부자들>과 JTBC <썰전>은 앞서 말한 방송보다 ‘안철수 띄우기’보다는 ‘안철수 현상’을 분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채널A <외부자들>에서는 정봉주 전의원이 안철수 후보 지지율 상승을 안희정 후보 지지율로부터 나왔다고 설명했고 국민의당 흥행 영향으로 인한 밴드웨건 효과 및 적은 비토층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JTBC <썰전>도 TV조선 <강적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주제로 다각도로 대선을 분석했습니다. JTBC <썰전>의 소주제는 △안희정&이재명 지지층은 어디로 움직일까? △안철수 의원 지지율 급상승의 원인은? △국회 밖 비문연대 3인 △홍준표 지사&유승민 의원 보수 적자 자리다툼 △양강구도 신경전 △목소리부터 강해진 안철수 의원 △한줄 평으로 이뤄졌습니다. 또한 타 방송과는 다르게 자료화면이 충실히 들어갔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지지율 추이 그래프뿐만 아니라 안랩 주가 그래프, 후보 발언 화면 등 방송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자료화면이 적절하게 들어갔습니다.
다만 채널A <외부자들>과 JTBC <썰전> 모두 안철수 후보의 목소리 변화에 대해 평하는 부분에서 후보를 ‘놀리는 식’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채널A <외부자들>에서는 전여옥 씨가 “어떤 분은 좀 속된 말로 분 냄새가 난다. 철수는 철수다”라고 과거 안철수 후보의 목소리를 표현했는데요. 안형환 씨도 덧붙여 “안철수 의원은 분유냄새가 난다는 거죠. 목소리가 굉장히 유아틱하기 때문에 그랬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분유냄새’, ‘유아틱’ 모두 특정 후보에 대한 비하에 가깝습니다. JTBC <썰전>에서도 유시민 씨와 전원책 씨가 안 후보의 달라진 목소리를 계속 따라하면서 놀리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안 후보의 달라진 목소리를 극찬할 필요도 없지만 과도하게 놀리는 것도 적당치 않습니다.
지난주에는 MBN의 <판도라>가 편파적인 방송으로 눈에 띄었습니다만 이번 주에는 별다른 편파발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청래의 ‘판도라’, ‘스왓분석’에서 각 후보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했고 정두언의 ‘판도라’에서는 대선 레이스 ‘쩐의 전쟁’이라는 주제로 선거자금 문제를 다뤘는데요. 선거자금 보전과 관련된 내용, 이와 관련한 단일화 가능성 및 선거자금 상한액 변화, 대선자금 문제의 해결책 등 ‘선거자금 문제’를 소개했습니다. 정치자금 문제가 대통령 선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각 패널이 내놓은 해답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시청자들에게 관련 논의에 대해 제공한 건 좋은 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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