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 방송보도 일일브리핑(D-28)

KBS ‘대선 후보 검증’, 검증인가 공세인가
등록 2017.04.11 20:42
조회 493

10일 방송 저녁뉴스는 어김없이 ‘문이브닝’이었습니다. 국민의당 불법 경선 의혹이 시간이 갈수록 사실로 밝혀지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딸과 부인 관련 의혹도 제기하고 있지만 방송사들은 유독 문재인 후보 관련 의혹만 집중 보도했습니다. 안철수 후보 의혹은 문 후보와의 ‘네거티브 공방’을 전하면서 끼워 넣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날 국민의당 불법 경선을 따로 1건의 보도로 전달한 방송사는 JTBC와 MBN뿐입니다. 나머지 방송사들은 안 후보 관련 의혹 보도가 아예 없는 가운데, 특히 TV조선은 문 후보 의혹만 3건을 보도하면서 또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의혹 제기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대선후보 검증”이라는 코너를 선보인 KBS는 첫 순서로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다뤘는데 ‘의혹 검증’이 아닌 ‘새로운 의혹 제기’나 다름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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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4/10) ⓒ민주언론시민연합

 

1. 뒤늦게 ‘대선후보 검증’ 선보인 KBS, 첫 순서는 ‘문재인 아들 의혹’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각 후보의 의혹과 자질을 검증하는 정기적 코너를 따로 마련한 방송사는 SBS와 JTBC뿐이었습니다. SBS는 <사실은>이라는 코너로, JTBC는 기존의 <팩트체크>에 <대선 팩트체크>를 추가했죠. 다른 방송사에서 이런 보도가 없는 와중에 KBS가 뒤늦게 <대선후보 검증/문재인 아들 휴직 과정도 특혜 의혹>(4/10 https://bit.ly/2oY3FQu)을 선보였습니다. 첫 순서로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을 다룬 겁니다. SBS <사실은>은 이를 이미 3월 25일과 4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짚어줬고 JTBC <팩트체크>도 5일 다뤘습니다. 꽤나 늦은 KBS의 보도는 의혹과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관계 및 해명을 비교 분석하며 검증을 한 것이 아닙니다. 자체적인 취재로 문 후보에게 새로운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KBS는 채용 공고 및 채용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휴직 및 퇴직금에 다른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KBS는 “석사 과정 전 단계로 6개월 간 어학 연수 프로그램에 등록한 상태라는 말에 (고용정보원 인사위원회)위원 전원이 휴직에 찬성”했지만 “KBS가 확보한 어학연수 증빙서류엔 연수 기간이 2008년 3월 3일부터 28일까지 단 4주로 돼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입사 1년 차가 막 지난 직원이 한 달 짜리 연수계획으로 6개월의 휴직을 받아낸 것”이라 공세를 펴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휴직 신청 당시 파슨스 입학이 연기돼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면서 “휴직 당시 입학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고 “고용정보원 측은 회사 발전에 문 씨의 큰 역할이 기대된다며 휴직을 허가해줬지만, 문 씨는 파슨스를 졸업하고 바로 퇴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고용정보원은 13개월 다닌 문 씨에게 유학 휴직 기간을 전부 포함시킨 37개월 치 퇴직금을 지급”했다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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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 검증 앞세워 다른 의혹 제기한 KBS(4/10)

 

2. 검증 대신 ‘네거티브 프레임’ 짜는 KBS, 반론도 부실
요컨대 문준용 씨 휴직의 이유가 파슨스 디자인학교 석사 과정에 필요한 6개월 어학연수라고 했지만 1개월짜리로 드러나 사실과 다르고, 파슨스 디자인학교 석사과정 입학도 ‘연기된 상태’가 아니라 ‘입학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KBS는 이런 이유로 휴직 과정도 특혜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보도 과정에서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KBS는 반론 차원으로 “그 당시 6개월 어학과정에 등록을 하고 휴직 신청을 하니까 아직까지 석사과정에서 어드미션(입학허가서)이 안 왔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연장해 주기로 하고 일단 6개월 선휴직(을 줬다)”는 2012년 국정감사에서의 정철균 당시 고용정보원장의 발언을 덧붙였는데요. 이는 당시에도 KBS와 같은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시 고용정보원장이 해명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KBS의 의혹 제기가 정당하려면 파슨스 입학 자체에 문제가 있어야 하지만 문준용 씨는 휴직 후 파슨스 석사 과정을 정상적으로 졸업했습니다. 결국 파슨스 석사 과정을 위해 휴직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KBS는 “입사 1년 차가 막 지난 직원이 한 달 짜리 연수계획으로 6개월의 휴직을 받아냈다”며 마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KBS는 문 후보 측의 해명도 거의 싣지 않았습니다. 다만 보도 말미에 “휴직 과정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허가를 받았으며, 파슨스로부터 입학 연기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관련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딱 한 마디 언급했습니다. 이는 문 후보가 무언가 숨긴다는 듯 또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의 내용일 뿐입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지난 7일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무급 인턴쉽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던 것으로 ‘인턴 취업’은 불법이라는 주장은 거짓” “고용정보원 인사규정 42조와 22조 규정에 따라 고용정보원 원장의 허가를 받은 후,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는 무급 인턴쉽 프로그램을 이수했다”고 해당 의혹을 반박했습니다. KBS가 은근슬쩍 덧붙인 퇴직금 특혜 의혹 역시 “우리 법원 판례에도 휴직기간을 퇴직금 산정을 위한 근속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KBS는 누락했습니다. 

 

3. 또 자유한국당 받아쓰는 TV조선, ‘네거티브 대변인’?
TV조선은 ‘문재인 아들 의혹’을 포함, 무려 3건을 ‘문재인 의혹’에 할애했습니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에서 문 후보를 공격하는 ‘네거티브’를 선보일 때마다 꼬박꼬박 받아쓰는 고질병이 또 노출됐습니다. TV조선 <바다이야기 상품권 대량 폐기 의혹>(4/10 https://bit.ly/2ougXqj)은 “노무현 정부 시절 검찰이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몰수한 상품권을 규정과 어긋나게 전량 폐기했다”, “이 때문에 상품권 발행업자들이 엄청난 부당이득을 거뒀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전했습니다. 문 후보 측의 반박은 “이미 지난 일, 대응할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것만 덧붙였습니다. ‘바다이야기 의혹’은 ‘아들 특혜 채용 의혹’과 함께 자유한국당이 지난 3월부터 열중하고 있는 ‘문재인 때리기’의 레퍼토리입니다. 자유한국당 주장의 요지는 당시 바다이야기 검찰 수사를 노무현 정부가 막았고 이는 바다이야기의 막대한 이익금이 당시 청와대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TV조선은 이런 내용까지 보도하지는 않았고 이날 제기된 의혹만 받아썼습니다. 


그러나 2006년, 당시 이 사건 때문에 이뤄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현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사행성 게임과 상품권 발행을 둘러싸고 전국 조직폭력배들이 개입해 수익의 70~80% 이상을 가지고 가, 조직재건과 활동비로 충당하고 있다는 국정원 보고서도 지금 나와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수익의 대부분을 청와대가 아닌 조폭이 수취했고 이 내용이 국정원 보고서에도 있다는 겁니다. 당시 바다이야기 후반부 수사를 지휘했던 특수통 전직 고위 검사도 “금시초문”이라고 하는 등 관련자들의 반론도 나와있죠. TV조선은 이런 내용은 전혀 언급치 않고 오로지 자유한국당 주장만 받아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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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때리기’ 꼬박꼬박 받아쓰는 TV조선(4/10)

 

TV조선 <“문 아들 채용한 인사 담당자 징계”>(4/10 https://bit.ly/2nZFdNV)는 2007년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 관련 노동부 감사 최종보고서를 입수했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을 대변했습니다. “2007년 5월 보고서에는 ‘특혜 채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부적격자를 채용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있”지만 “한 달 후 보고서에는 이 문장이 모두 빠졌”있다는 겁니다. 언론의 역할은 대선 후보 검증이지, 특정 후보와 경쟁 관계에 있는 정당의 주장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TV조선은 의혹 내용과 관계없이, 이 점에서 이미 낙제점입니다. 


또한 유독 문재인 후보 논란만 집중 보도하는 편파성도 문제입니다. 이날 JTBC는 2건의 보도로 국민의당 광주 경선에서 대학생을 버스로 불법 동원한 사실을 보도했고 MBN도 1건의 보도가 있습니다. 다른 방송사들은 보도가 없는데 문 후보 의혹만 3건 보도한 TV조선은 독보적입니다.

 

4. 홍준표의 눈물? ‘꼼수 사퇴’는 뒷전인 TV조선‧채널A‧MBN
한편 10일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한 홍준표 후보에게도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홍 후보는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막기 위해 사퇴 시한 3분 전인 9일 밤 11시 57분에 사임통지서를 도의회에 보냈는데요. 선관위에는 10일 오전에 통보되면서 도지사 보궐선거가 무산됐습니다. 이 때문에 ‘꼼수 사퇴’라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지역민들의 투표권을 홍 후보가 제한했다는 겁니다. 


이 상황을 전하는 방송사들의 시각은 엇갈렸습니다. KBS‧SBS‧JTBC는 ‘홍준표의 꼼수 사퇴 논란’에 초점을 맞췄지만 MBC‧TV조선‧채널A‧MBN은 ‘홍준표의 눈물’을 부각한 겁니다. KBS <시한 3분 전 사퇴…경남, 보궐선거 무산>(4/10 https://bit.ly/2o2PGYK)은 “지사직 사퇴로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도지사 보궐선거는 무산”됐다면서 “1년 2개월 이상 도지사 권한대행체제로 갈 수밖에 없어 지방자치제도의 정신이 훼손된다는 비판”을 전했습니다. 홍 후보의 눈물은 언급도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MBN <스트롱맨의 눈물>(4/10 https://bit.ly/2plfuzx)은 제목부터 황당합니다. 홍 후보의 별명인 ‘스트롱맨’과 눈물을 대조시켜 극적인 효과를 준 겁니다. 리포트에서는 ‘꼼수 사퇴’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김주하 앵커는 “스스로를 '스트롱맨'이라고 자처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오늘은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눈물 까지 보이면서요”라고 ‘눈물의 퇴임식’을 소개했고 기자 역시 “홍 후보가 경남도지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에 보인 건 거침없는 입담이 아닌 눈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꼼수 사퇴’는 “퇴임식을 마치고 나오는 홍 후보를 기다린 건 다름 아닌 소금세례”라며 시민들의 반발을 전하는 장면에서 스치듯 언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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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표 사퇴, ‘꼼수’로 보도한 KBS와 ‘스트롱맨의 눈물’로 보도한 MBN(4/10)
 

TV조선 <지사 퇴임 눈물…소금 세례 받기도>(4/10 https://bit.ly/2nZLfxO)도 보도 제목에 ‘눈물’을 명시했습니다. TV조선 윤정호 앵커는 “경남지사 퇴임식에서 왈칵 눈물을 쏟은 홍 후보는 국가 대개혁과 강한 리더십을 강조”했다고 전했고 이유경 기자는 “홍준표 후보는 눈물을 쏟았”다는 설명과 함께 화면도 보여줬죠. 나머지 보도 내용은 “강성노조와 전교조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요구는 거부” 등 홍 지사의 노선과 의지를 소개한 것입니다. TV조선은 보도 말미에 가서야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것은 논란을 일으켰”다고 딱 한 마디 언급했고 ‘지역민들의 소금 세례’를 덧붙였습니다. 


채널A <‘꼼수’ 논란 속 눈물의 퇴임식>(4/10 https://bit.ly/2oupGbX)도 비슷한 보도입니다. MBC는 홍 후보의 눈물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역전 자신”, “문재인 안철수에 적극 공세”, “문재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이 있는 고용정보원이 자료 제공에 비협조적이라고 항의” 등 홍 후보의 행보에만 집중했습니다. 

 

5. ‘부동층’이 ‘샤이 보수’? 개인적 바람을 보도로 둔갑시킨 TV조선
판세를 분석하는 보도도 부쩍 늘고 있습니다. 10일, TV조선은 판세를 대담 형식으로 전한 TV조선 <정치속보기/표심은 어디로?>(4/10 https://bit.ly/2p0bgRD)는 자사 기자의 개인적인 바람을 보도로 둔갑시켰습니다. 바로 ‘부동층이 샤이 보수’라는 겁니다. 이하원 논설위원은 보수 유권자들이 “15%라도 둘이 합쳐서 넘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면서 “보수 유권자들의 정서를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곳”으로 TK를 지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가 의뢰하고 칸타퍼블릭이 조사한 대통령 적합도 다자 대결 그래프를 두고 “TK 지역의 여론조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정말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르겠다’ 아니면 ‘난 응답하지 않겠다’라고 한 비율이 24%”라며 “자기의 속마음을 밝히지 않는 TK 지역의 유권자가 4명 중에 1명”이라는 겁니다.


이어서 이 위원은 “이 네명 중에 1명은 상당히 높은 수치고 다른 지역보다도 좀 높게 나왔는데 이게 지금 보수적인 유권자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동정적인 유권자의 마음을 보여준 게 아닌가”라며 갑자기 ‘부동층’을 ‘보수’로 규정했습니다. 윤정호 앵커가 “이른바 샤이보수 이런건가요?”라고 맞장구치자, 이하원 논설위원은 “그렇죠, 아직 숨어있는 거고 아직 내 마음을 누구에게 주기에는 정하지 않았는데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맘에 들지 않는다. 이런 유권자들”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끝으로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지에 거의 한 25% 육박하는 이 자기 마음을 밝히지 않는 보수 유권자들의 향배가 5월 9일 대선에 가장 큰 변수가 아니겠는가”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하원 논설위원의 해석은 잘못된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의 모름/무응답 비율은 24.7%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의 모름/무응답 비율은 25%, 강원/제주의 모름/무응답 비율은 31.3%입니다. 대전·충남·충북의 모름/무응답 비율은 24.2%로 TK지역의 모름/무응답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치고 다른 지역보다 높은 수치”가 결코 아닙니다. 이하원 논설위원이 조선일보의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겁니다. 단순히 TK지역에 보수 유권자가 많고 그 중 24,7%가 모름/무응답이니 유권자 4명 중 1명이 ‘샤이보수’라는 조악한 논리도 뉴스로 둔갑해버렸습니다. ‘샤이보수’가 있길 바라는 TV조선의 ‘무리수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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