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D-33) 방송보도 일일브리핑

벌써 양자대결? 단일화 잊은 방송사들
등록 2017.04.0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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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문재인 후보 측 반론 지운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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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4/5) ⓒ민주언론시민연합

 

오늘도 방송에서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의혹을 받아쓰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KBS‧MBC․SBS는 노 전 대통령의 사돈의 음주운전을 문 후보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은폐했느냐는 의혹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제기한 문재인 후보 아들 필적 위조 의혹을 한 꼭지에 담아 전했습니다. TV조선은 두 사안을 나눠 1건씩 총 2건을 보도했고 채널A는 필적 위조 의혹은 빼고 음주사고 은폐 의혹만 보도했습니다. 


그중 MBC <또 의혹…‘친인척 비리’ 은폐했나>(4/5 https://bit.ly/2oHCdqh)보도는 제목에서부터 악의성이 엿보입니다. 제목만 보면 문 후보가 자신의 친척 비리를 은폐했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타사 제목과 비교해보겠습니다. KBS <“아들 원서 위조 음주사고 은페” VS “공세 목적”>, SBS <아들 의혹 이어 음주사고 은폐 논란>, TV조선 <“노 사돈 음주 은폐” VS “보고 안돼”>입니다. 제목만 봐서는 TV조선 제목이 가장 사안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고, MBC가 가장 상황을 오해하기 쉽게 뽑았습니다. 보도내용에서는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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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친인척 비리 은폐한 듯 제목 뽑은 MBC(4/5)

 

2. 이번엔 ‘필체 조작 의혹’, 또 검증 없이 일단 받아쓰는 방송사들
“문 후보 아들이 2006년 당시 제출한 응시원서의 필적 감정을 의뢰해 분석한 결과, 날짜와 서명 등의 위조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추가적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은 KBS‧MBC․SBS‧TV조선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MBC만 또 타사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MBC <또 의혹…‘친인척 비리’ 은폐했나>(4/5 https://bit.ly/2oHCdqh)는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타사는 모두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불명의 문서를 가지고, 의혹 제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진실 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문 후보에 대한 공세가 목적”이라는 반박을 전했습니다. MBC가 보기에 문 후보 측의 이런 반응이 공식입장으로 보이지 않았나봅니다. 


한편 이 문제를 검증한 방송사는 없었습니다. 선거 보도에서 대선 후보에 대한 폭로성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보도해야합니다. 근거 없는 네거티브 보도일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개 방송사 모두 이를 공방으로 처리했으며 사실 관계 규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KBS <“아들 원서 위조·음주사고 은폐” vs “공세 목적”>(4/5 https://bit.ly/2oEbT3C)은 “날짜 가필, 서명 위조 등의 의혹이 있었다면 이는 권력 실세의 지시를 통한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갖게 합니다”는 심재철 의원 주장을 받아쓴 후 문 후보 측의 반박을 덧붙였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불명의 문서를 가지고, 의혹 제기를 하는 상황이라며 진실 규명이 목적이 아니라 문 후보에 대한 공세가 목적이라고 반박”했다는 겁니다. 


KBS의 대통령 선거 보도준칙에는 “경력·학력·재산·병역·전과 등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과 자질 검증에 관한 사항을 보도할 경우 확인된 사실을 기초로 보도해야 한다”라는 규정과 “사실 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폭로성 주장이나 단순한 인신 공격성 비방 또는 명예훼손이 확실시되는 경우에는 보도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의혹 제기는 무조건 보도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방송사들도 모두 똑같은 공방 보도에 그쳤습니다. 

 

3. 단일화 배경 생략된 여론조사, 과연 합당한가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면서 각종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방송사들도 자체 여론조사나 여론조사기관의 자료를 가져와 보도하는데 TV조선과 MBN은 특히 가상 양자대결 조사 결과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꾸준히 단일화와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이 이처럼 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만 대선에 출마하는 ‘양자대결’을 가정한 질문을 하고, 이 결과를 부각하는 것은 사실상 비문연대 또는 반문연대로 여론을 몰아가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날 TV조선과 MBN을 제외한 다른 방송사들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고 이런 상황을 볼 때 양자 구도로 가고 있다는 식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했습니다. 반면 MBN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접전’>(4/5 https://bit.ly/2o08BnO)은 “양자대결에서의 격차는 더 줄어”든다며 ‘양자대결’을 구분해서 부각했습니다. “두 후보간 격차가 6.8%p에서 3.5%p까지 줄며 문 후보가 안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는 겁니다. 

 

MBN의 이 보도는 선거방송에 관한 특별규정 제18조 (여론조사의 보도)도 위반했습니다. 해당 규정은 여론조사를 보도할 때 조사 의뢰자, 조사기관·단체명, 조사대상, 조사일시, 조사방법, 표본오차, 질문내용, 응답률을 시청자가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자막 또는 음성으로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MBN만 보도 화면과 음성에서 질문내용을 생략했습니다. 그리고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사진을 띄워놓고 지지율 변화만 비교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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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 보도하면서 질문내용 누락한 MBN과 명시한 TV조선(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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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 보도하면서 질문내용 누락한 MBN과 명시한 TV조선(4/5)
 

그나마 TV조선은 <정치속보기> (4/5 https://bit.ly/2o01Dzj)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만 출마했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 내용을 자막으로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양자 대결을 전제한다는 점에서는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이하원 논설위원은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언론에서 양자 가상 대결 이런 보도는 옳지 않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실언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근거로 “돌이켜 보면 2002년도에도 노무현, 이회창, 정몽준 3명”을 두고 “이회창·노무현, 이회창·정몽준 이런 단일화 양자 조사가 있었”고 “5년 전에도 박근혜·문재인, 박근혜·안철수 이런 선례가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 상황에서는 진보 진영 내의 후보 단일화라는 상황이어서 안철수 후보가 노선이 다른 자유한국당‧바른정당과 연대해야 하는 ‘문재인·안철수 양자 대결’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삼각구도도 아니며 정당, 이념이 완전히 다른 후보들이 반문연대라는 이름으로 단일화를 할 가능성은 과거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TV조선의 이런 태도는 지지율이 높은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이른바 ‘반문연대’로 합쳐지길 원하는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TV조선은 양자 대결 여론조사를 무려 3개나 보여줬습니다. 모두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제친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이런 여론조사들은 기본적인 전제에 오류가 있습니다. 질문에서 소속정당과 단일화, 연대의 파트너 설명이 모두 빠지고 이름만 제시하게 되면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과 단일화를 해야 양자대결이 가능하다는 중요한 사실이 은폐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날 TV조선이 나열한 3개의 여론조사 모두 질문이 “만약 이번 대선이 문재인 안철수 양자 대결이 된다면 어느 후보를 지지하시겠습니까?”(디오피니언), 이며 다른 두 여론조사도 “문재인과 안철수 두사람만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조원씨앤아이), “지지하는 대선후보”(엠브레인)로 이름만 호명되어 있습니다. 대선 후보가 양자 대결로 가려면 안철수 후보를 중심으로 모든 정당의 후보가 단일화를 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질문 자체가 왜곡된 겁니다.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처음부터 배제한 여론조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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