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D-41) 방송보도 일일브리핑
‘호남 목장의 결투’…TV조선의 정치혐오 조장 보도28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계속해서 세월호 인양이 톱보도로 타전됐습니다. 7개 방송사 모두 이날 선체에서 흘러나온 유해를 톱보도로 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날 밤 9시 경 해양수산부는 이 유해가 동물뼈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뉴스 시간대가 밤 9시인 KBS와 축구중계로 뉴스가 늦어진 JTBC만 이 소식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KBS는 사망한 세월호 조타수의 침몰 원인 관련 양심 고백, 정부가 중단한 천공 작업의 문제점, 유실 우려 등 주요한 쟁점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인양 초기인 23일부터 논란이 된 선체 절단 문제도 이제와 뒤늦게 보도하면서 정부와 유가족 입장을 병렬시키는 기계적 중립에 그쳤습니다. 무보도의 문제는 타사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KBS가 특히 심각합니다.
한편 대선 보도에서는 이날 유독 ‘정치혐오 보도’가 눈에 띕니다. TV조선은 연신 ‘안철수 대세론’에 힘을 주면서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을 자극적인 언어로 부각했습니다. 현실성이 낮은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에 어떻게든 군불을 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1. ‘문재인‧안철수 호남 목장의 결투’…TV조선의 정치혐오 조장 보도
△ 7개 방송사 대선 보도 상세 비교(3/28) ⓒ민주언론시민연합
28일 대선 보도에서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만 야당 관련 논란을 유독 많이 다뤘습니다. 이는 이들 방송사의 일관된 경향입니다. 물론 야권에 유력한 후보가 몰려 있고 경선도 치열한 만큼 보도의 편중은 불가피합니다. 채널A는 국민의당 호남 경선의 조작 동원 정황을 단독 보도했고 MBN은 ‘문재인 아들 특혜 채용 의혹’과 민주당 경선 기권표 논란을 전했습니다.
경선 보도와 후보 행보 보도 역시 대부분이 야당 후보 관련 보도들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선정적 보도가 나왔다는 겁니다. 특히 TV조선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TV조선의 이날 대선 관련 첫 보도인 <“보조 타이어” VS “펑크 날 것”>(3/28 https://bit.ly/2o8T5cm)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안철수 설전’을 전했습니다. “오늘은 ‘타이어 논쟁’”이라면서 “문 전 대표 측이 안 전 대표를 겨냥해 ‘호남의 보조타이어’라고 부르자, 안 전 대표 측은 곧바로 ‘문 전 대표는 펑크난 타이어’라고 맞받아쳤”다는 것이 보도 내용의 전부입니다. 이날 이렇게 ‘타이어 설전’만 따로 떼어 보도한 건 TV조선이 유일합니다.
TV조선 <정치속보기>(3/28 https://bit.ly/2o9bHco)는 더 심각합니다. 보도가 시작되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외나무다리 위에서 큰 권투 글러브를 들고 싸우고 있는 그래픽 화면이 먼저 나타납니다. 이에 배성규 기자는 경쾌한 목소리로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호남 목장에서 맞닥뜨립니다. 안 전 대표가 당내 경선에서 64% 득표로 기세를 올리자 문 전 대표도 질세라 60%로 응수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 삽화는 안철수 후보가 ‘65% 6만표’라고 쓰인 권투 글로브로 문 후보를 때리고, 또 문 후보가 ‘60% 14만표’라고 쓰인 글로브로 안 후보를 때리는 장면으로 바뀝니다. 배 기자는 “안 후보는 보조타이어라고 강펀치도 날립니다. 안 후보는 문재인이 펑크 날 것이라 맞받아 칩니다”라고 했고 삽화에서는 또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서로를 때립니다. 후보 간 대결만을 자극적인 언어와 삽화로 그려내는 전형적인 ‘경마 보도’입니다. ‘타이어 설전’만 부각해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부적절한 보도이기도 합니다.
△ 전형적인 ‘정치혐오 보도’ 선보인 TV조선(3/28)
MBN 역시 <“상대방 뺨 때리기”>(3/28 https://bit.ly/2o9aaTB)라는 보도로 민주당 안희정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의 말다툼만 조명해 정치혐오 보도를 선보였습니다.
2. TV조선의 ‘정치 혐오 보도’…목표는 ‘안철수 띄우기’?
28일 ‘정치 혐오 보도’를 낸 TV조선과 MBN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TV조선은 2건 모두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을 다뤘고 MBN은 ‘민주당 내 안희정-문재인 대결’을 보도했다는 겁니다. TV조선은 이날 유독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가능성’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TV조선 <정치속보기>(3/28)는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을 바라는 국민의당 입장을 대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배성규 기자는 “양자대결 조사, 쿠키뉴스와 조원씨앤아이가 조사했는데 가상 양자대결로 갈 경우 44%대 40%으로 3.5%정도로 굉장히 좁혀졌다”면서 “양자대결로 갈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래서 안이 항상 주장해온 양자대결로 가면 이길 수 있다”는 국민의당 주장을 전했습니다.
이날 쿠키뉴스가 의뢰한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설문조사를 보도한 건 TV조선뿐입니다. 그러나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를 TV조선도 모르지는 않습니다. 배 기자는 “다자대결에서는 어떤 조사를 해도 20 안팎으로 차이가 있다. 호남에서도 각 조사 보면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런걸 보면 문 대세론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짚는가 하면, “(국민의당이) 정체성도 노선도 다른 바른정당, 한국당과 연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제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문재인 후보 측 주장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보도 말미에 가면 “쉽진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게 국민의당 주장”이라면서 다시 국민의당 관점을 풀어줍니다. 국민의당이 “자강론을 내놓고 안철수 후보에 의한 더 나은 정권교체론 내놓으면 호남표가 우리 쪽(국민의당)으로 다져질 것이다”라고 보고 있다는 겁니다. 다음 내용은 또 정치혐오를 조장합니다. 배 기자는 “느슨한 개헌 연대, 대선 후 연정 내세워서 단일화하면 안철수 후보가 정권교체론에서 자유로워서 (표를) 먹을 수 있고, 이게 연대론에 의한 표 갈라먹기, 권력 갈라먹기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며 국민의당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표를 먹는다’, ‘표 갈라먹기’, ‘권력 갈라먹기’ 등 부적절한 용어를 가감 없이 사용한 겁니다. 이런 표현은 민주주의의 꽃이자 국민의 주권 행사인 선거를 비하하는 동시에, 정치혐오를 조장합니다. TV조선이 보도 내내 ‘안철수 띄우기’에 매진하는 국민의당 입장을 내세운 끝에 이런 정치혐오 발언까지 했다는 점도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3. 조타수의 양심고백, SBS와 TV조선만 보도
세월호 인양 관련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 스케치’와 ‘정부 발표 받아쓰기’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인양 과정의 문제점과 진상규명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먼저 세월호 조타수였던 오용석 씨가 옥중에서 쓴 양심고백을 보겠습니다. 오 씨는 “물이 어디로 유입 되었는가 상세히 조사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뒤에 그림으로 보”낸다며 세월호 화물칸 C데크의 부분이 “천막으로 되어있고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되었을 것으로 본”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는 세월호 선체 외벽의 일부가 천막으로 ‘땜질’되어 있었다는 충격적인 증언입니다. 세월호처럼 큰 규모의 배가 101분 만에 침몰한 배경에 강한 의혹에 제기돼 왔는데요. 결정적인 단서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SBS와 TV조선만 1건씩 보도했을 뿐 타사는 보도가 없습니다.
△7개 방송사 세월호 인양 보도량 비교(3/28) ⓒ민주언론시민연합
4. 미수습자 가족의 희망 걸린 ‘유실 문제’, KBS‧MBN은 언급도 없어
인양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유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해수부는 유실 방지망을 설치해 유실될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인양 후 드러난 선체는 100여개의 천공에 유실 방지망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이 사안을 보도한 것은 MBC‧SBS‧JTBC뿐입니다.
특히 JTBC는 2건을 보도하며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JTBC <3중의 조치? 헐거웠던 2.5cm>(3/28 https://bit.ly/2mOyo5k)는 “동물의 뼈가 배 밖에서 발견돼 유실 가능성이 현실로 확인되기 전까지 해양수산부는 유실 방지 대책이 충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배를 끌어 올리거나 물을 빼기 전에 방지망을 다시 보강해야 한단 요구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고 “구멍 지름이 2.5cm인 방지망으로는 유실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는 겁니다. 이어진 JTBC <곳곳 구멍…유출 경로도 몰라>(3/28 https://bit.ly/2nyKBdc)에서도 “전문가들은 유해가 이런 구멍에서 이미 빠져나왔거나, 빠져 나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해수부는 확률이 낮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SBS와 MBC도 유실 우려에 대해 각각 한 건을 보도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는 유실 우려를 따로 다루지 않았고 다만 미수습자 가족들의 반응을 1~2건 전하면서 유실 우려 입장을 전달하기만 했습니다.
KBS와 MBN의 경우 아무런 미수습자 가족 입장을 보도하면서도, 유실 우려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KBS <가족들 ‘술렁’…“거치 전까지 수습 계획 마련”>(3/28 https://bit.ly/2nyU9ol)은 “미수습자 수습계획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에둘러 표현했을 뿐 ‘유실 우려’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수습계획’은 유실 우려라는 의미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걱정한 건 다른 유골들도 유실될 위험성이었습니다. KBS는 이에 대해 명확히 표현하지 않고 ‘수습 계획’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갈음했습니다. MBN도 마찬가지입니다.
5. ‘빠른 수습과 선체 보존이 충돌’? ‘선체 절단 논란’ 왜곡하는 KBS
KBS <“통째로”-“객실만”…세월호 직립 수색 논란> (3/28 https://bit.ly/2owEALp)은 세월호 절단 논란에 대해 기계적 중립으로 보도했습니다. 선체가 진상규명의 핵심 증거이기 때문에 선체 절단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인데요. 그동안 선체 절단에 대해 보도하지 않다가 그나마 내놓은 보도가 단지 정부 입장과 미수습자 가족 입장을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 ‘세월호 절단 논란’ 기계적 중립으로 처리한 KBS(3/28)
KBS는 먼저 선체를 세우는 방식에 “미수습자가 있을 걸로 추정되는 객실 등 3개 층만 떼어 직립”하는 객실 직립 방식과 “선체를 통째로 일으켜 세”우는 육상 직립 방식이 있다며 비교했습니다. 이어서 객실 직립 방식이 “선체 훼손 논란을 우려해 절단을 최소화하면서도 미수습자 가족들의 뜻대로 남은 희생자들에 대한 수색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고 육상 직립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절단을 통한 빠른 수습이냐, 선체 보존을 통한 진상 규명이냐, 두 가치가 충돌”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왜곡입니다. 수습과 진상규명은 결코 충돌하는 가치가 아닙니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 모두 원하는 것은 꼼꼼한 미수습자 수색과 철저한 진상규명입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절단을 통한 빠른 수습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미수습자를 철저히 수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정부의 절단 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높지만 KBS는 홀로 빠른 ‘빠른 수습’에 방점을 찍어 선체 절단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겁니다.
KBS가 보도하기 5일 전 JTBC가 이미 선체 절단 논란에 대해 다뤘습니다. ‘선체 절단 논란’을 구체적으로 조명한 방송사는 JTBC뿐입니다. JTBC <선체 절단 ‘엇갈린 시선’>(3/23 https://bit.ly/2ndDy7P)은“절단 과정에서 선체의 주요 시설과 부속물 등이 훼손될 우려가 있”어 “‘증거 인멸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JTBC <‘인양 1단계’ 진행…남은 최대 과제는?>(3/23 https://bit.ly/2mOsMYF)는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를 인터뷰 했습니다. 공 교수는 “상부 구조물을 잘라버리는 순간 그 갑판에 실려 있는 화물이 앞으로 쏟아져버”려 “갑판에 실린 화물의 양을 하중을 할 수가 없”고 “화물의 배치를 알아야 제대로 복원성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절단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KBS가 비용문제를 따지는 동안 JTBC는 절단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점을 상세히 짚은 겁니다.
6. 또 ‘세월호 괴담’ 프레임, 이틀연속 보도한 MBN
MBN은 27일 <김주하의 뉴스초점/‘소문’, 의혹과 진실>(3/27 https://bit.ly/2ot1UtB)에서 “세월호 역시 지난 3년 동안 잠수함 충돌설, 국가정보원 개입설, 제주 해군기자용 철근 과다 탑재설로 엄청난 소문이 돌았었”다며 세월호 관련 의혹 제기를 ‘괴담’으로 규정했습니다. 광우병 파동까지 묶어 “근거 없는 말을 퍼뜨리고 다니는 이들은 사라져야”한다고 열을 올리기도 했죠. 28일에는 똑같은 내용의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MBN <‘잠수함 충돌’ 진실은>(3/28 https://bit.ly/2mOvWf7)은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만든 ‘세월 X’를 예시로 들며 “이 동영상 하나로 국민은 갑론을박을 벌이며 분열됐지만, 당사자들은 단지 가설이었을 뿐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고 전했습니다. 또 “정확하고 투명한 사고 원인 조사를 통해 무책임한 괴담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정확하고 투명한 사고 원인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세월호가 물 위로 올라오면서 많은 논란들이 가라 앉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줄곧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며 진상규명을 막은 정부, 인양 과정에서도 처음부터 인양 의지를 보이지 않았던 정부가 그 많은 논란을 자초했다는 사실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MBN의 ‘괴담 프레임’은 이런 문제를 간과합니다. 또한 아직 진실이 드러난 것이 아닌데 시민들의 의혹제기를 괴담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결국 모든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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