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지상파 3사 대선 후보 검증 프로그램 분석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MBC의 대선후보 검증 프로그램을 검증해야 할 판
등록 2017.03.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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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한 달 앞두고 있던 2월, 지상파 3사는 일제히 대선 후보 검증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KBS가 가장 발 빠르게 조기대선을 준비했다.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이하 KBS)는 1월 18일부터 2월 3일까지, 지금은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포함해 총 11명의 대선 후보를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이하 SBS)은 2월 12일부터 16일까지 5명의 후보를, MBC <대선주자를 검증한다>(이하 MBC)는 2월 6일부터 2월 15일까지 8명의 후보를 검증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대선일까지 확정된 시점에서 앞으로도 이어질 대선주자 검증 프로그램의 경향과 지향점을 살펴보기 위해 지상파 3사 대선 후보 검증프로그램을 분석했다. 지상파와 비교 대상이 될 만 한 JTBC <썰전>의 ‘차기 대선주자 릴레이 썰전’(이하 JTBC)까지 총 4개 프로그램을 모니터 했다. 대상 후보는 현재 대선주자 지지율 순위대로 선정했으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수로 분류되는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를 포함하였다. 이에 따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4회 방송분을 분석했다. KBS의 경우 출연을 거부한 문재인 후보를 제외하고 3편을 모니터링 했다. 


프로그램 비평의 기준은 후보의 정책 및 공약, 가치관 및 비전을 묻는 ‘검증질문’과, 개인신상 및 논란, 지지율 및 타후보 관련 등 후보 검증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적은 ‘비검증 질문’으로 구분하였다. 오프닝 및 브릿지 화면을 제외한 순수 질문 시간을 이렇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눠 산정했다. 또한 진행자 및 패널의 적절성도 점검했다. 

 

검증 대 비검증이 반반, 독보적인 MBC
후보 검증 프로그램의 적실성은 당연히 후보를 잘 검증했는지 여부로 결정된다. 4개 방송사 프로그램의 검증 질문 및 비검증 질문의 비중을 평균적으로 따져본 결과 MBC에서 비검증 질문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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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파 3사 및 JTBC 대선 후보 검증 프로그램 질문 시간 비교(4회 방송 평균치) ⓒ민주언론시민연합

 

전체 순수 질문 시간은 KBS가 평균 55.4분으로 가장 길었고 MBC와 SBS, JTBC는 46~48분을 비슷했다. 이중 MBC는 전체 질문 중 무려 44%에 해당하는 20.25분을 비검증 질문에 할애했다. 사실상 방송의 절반에서 타후보 관련 질문, 지지율 질문, 가십성 질문을 던졌다는 의미이다. KBS와 SBS는 검증질문이 70%를 상회했고 JTBC도 63%로 준수한 비율을 보였다.  


검증질문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다. KBS와 JTBC는 검증질문 중 공약을 안보, 경제, 복지 등 영역별로 구분해 각 후보에게 질문을 던졌다. KBS의 경우 아예 개헌의 방향, 재벌개혁(법인세 인상),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가동을 모든 후보에게 공통적으로 물어봤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각 후보의 정책 방향과 비전을 쉽게 비교할 수 있었다. MBC와 SBS는 후보마다 집중되는 질문이 달라지고 패널의 성향에 따라 질문의 질도 크게 차이가 나, 후보 간 정책 비교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박용찬 앵커, 홍성걸 국민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로 진행자 및 패널을 꾸린 MBC는 가히 최악의 프로그램이었다.

 

한마디로 ‘자질 부족’, MBC <대선주자를 검증한다>를 검증해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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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대선주자를 검증한다> 질문 구성 비율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최악은 단연 MBC였다. 검증질문보다 비검증질문이 더 많은 방송이 나온 것은 MBC뿐이다. MBC는 문재인 편과 유승민 편에서 타 후보 및 지지율 관련 질문을 5~6분 가량 더 많이 했다. 특히 문재인 후보의 경우 지지율 관련 질문만 약 23분이었다. 이는 전체 방송분에서 약 46%정도 되는 비중이다. 대선후보주자들을 통틀어 지지율 1위를 하고 있는 후보이니 지지율 관련 질문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체 방송 중 절반 가까이를 지지율에 할애하는 것은 프로그램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비검증 질문 중에는 후보자의 해명을 듣는 시간도 있었다. 안희정 후보의 경우 ‘대연정’ 논란에 질문이 쏟아졌다. 후보의 뚜렷한 가치관을 검증하는데 필요한 주제일 수 있으나 MBC는 이것만 또 약 13분이나 물어봤다. 안희정 후보 전체 방송분에서 약 26%에 해당한다. 후보검증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해명의 창구로 쓰인 것이다. 


MBC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진행자와 일부 패널의 자질도 의심스러웠다. MBC 진행자였던 박용찬 시사제작국장은 보수와 진보 두 패널 사이에서 진행자로써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 자신의 가치 판단을 전제한 질문을 던졌다. 이를테면 안철수 후보에게는 사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하면서 굳이 “사드 배치와 같이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라고 운을 뗐다. 사드에 국가 존망이 걸렸다는 것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입장일 뿐 야권은 오히려 사드가 효용성이 없으며 동북아 평화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 진행자가 보수권의 주장을 사실처럼 전제한 것이다.

 

박용찬 앵커는 안희정 후보의 대표 공약인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계획에 대해 물을 때도, “수도를 옮기는 사안이 메가톤급 사안”라고 말했다. 이에 안희정 후보가 ‘메가톤급’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전제하는 것이라고 반박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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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대선주자를 검증한다>의 홍성걸 교수
 

보수 패널로 등장한 홍성걸 교수는 더 심각하다. 공정성 부족 및 도 넘은 자기진영 옹호발언이 넘쳐났다. 홍성걸 교수는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이 북한 무기개발의 자금창구로 쓰일 수 있다며 사실관계조차 파악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나서야 개성공단을 확장할 것인지 물었다. 문재인 후보는 “개성공단 때문에 핵개발이 이뤄졌다면, 개성공단 폐쇄(2016년 2월 10일) 이후에도 이뤄진 지속적인 핵개발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홍 교수에게 반문했다. 이에 홍 교수는 “직접적으로 핵개발에 쓰였냐 아니냐는 핵심적인 문제가 아니”라며 본인이 제기한 의혹을 스스로 부정하는 황당한 태도를 취했다. 논리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되자 말을 바꾼 것으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홍 교수의 자질문제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안철수 후보에게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면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나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은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박근혜 게이트 사건에 대해) 보수 성향의 모든 사람을 나라 말아먹은 것처럼 말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촛불집회와 맞불집회가 열리는 현실에서 어떤 판단을 하시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문제점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난감한 수준이다. 우선 전제가 틀렸다. 탄핵반대 집회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때문에 무고하게 책임을 지고 있다고 주장했고 ‘탄핵 불복’까지 외친 집단이다. 탄핵 집회에서는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구호가 파다하다. 홍 교수 생각과 달리 탄핵 반대 집회는 박근혜 씨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홍 교수 질문에는 ‘보수’를 박근혜 씨와 선을 그으며 ‘박근혜 정부 부역’의 책임을 지우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후보자별 비교분석 수월했던 KBS, 문제는 역시 ‘편향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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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질문 구성 비율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KBS는 정책 및 공약, 가치관 및 비전을 묻는 검증질문이 비율이 평균적으로 70%에 이르러 준수한 편이었다. 또한 경제/안보/외교/노동/개헌 등의 주제로 후보자의 정책 및 공약을 체계적으로 물었다. 유권자가 후보별 정책적 비전을 비교할 수 있는 구성이다.  


하지만 KBS에서도 MBC처럼 진행자의 문제가 두드러졌다. 진행자인 박영환 앵커는 안희정 후보에게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질문을 약 10분가량이나 물어봤다. 이는 전체 방송분 중 18%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후보 공약을 검증하기도 바쁜 시간에 타후보 질문으로 시간을 소비한 것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보자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결국 안희정 후보가 직접 “문재인 후보에 대한 평가성 질문을 그만해달라”고 이야기하고 나서야 겨우 다음 주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박영환 앵커의 도를 넘는 진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에게는 노동과 관련, 편향된 질문을 반복했다. “‘쉬운 해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대표적이다. 안철수 후보는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국가가 나서서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진행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해고가 유연하게 이루어져야 고용부분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며, 이는 유럽에서도 확인된 사실이 아니냐”며 안 후보에게 답변을 종용하다시피 했다. ‘노동 유연화가 일자리 창출의 답’이라는 대답을 원한 것이다. 


또한 박영환 앵커는 노사문제를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규직 노동자 간 문제로 한정시키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에게 “정규직 노조를 귀족노조라고 비판적으로 보는 분도 있다”며 “노조와 노조 간 양보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정규직 노조=귀족노조’라는 일부 보수 언론의 반노동적 관점을 그대로 차용한 질문이다.  

 

예능 접목시킨 SBS, 문제는 ‘중구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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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 질문 구성 비율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SBS는 유력 대선 후보자들이 직접 ‘대선 출마 이력서’를 작성하여 5인의 ‘국민 면접관’에게 평가를 받는 독특한 콘셉트였다. 후보자가 면접을 준비하는 영상부터, 악플 읽기는 물론, 후보의 순발력과 문제해결방식을 알아보기 위해 미래상황을 가정한 코너를 편성하는 등 ‘예능 검증’을 선보였다. 압권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시작하는 ‘가상의 위기상황’이라는 코너이다. 가상 상황을 설정해 후보의 문제해결 능력, 위기대처 능력을 검증한다는 취지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질문의 자체도 검증에 걸맞았다. 가령 문재인 후보에게는 지하철 1호선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테러의 위험이 있는 긴박한 상황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물었다. 안희정 후보에게는 평창올림픽 한 달 전 창궐한 메르스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정부는 정보공개를 축소할 것인지 확장할 것인지 물었다. SBS의 ‘가상의 위기상황’은 예능의 참신함과 시사교양의 무게감을 동시에 살린 구성이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예능 요소에 치중하다 보니 후보 정책 및 공약과는 전혀 관련 없는 대담들에 시간을 소요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중반에 3~4분 정도 ‘악플 읽기’라는 코너를 편성해 대선후보가 자신을 겨냥한 악플을 읽도록 했다. 후보자별 검증시간이 평균 50분이면 사실상 후보자 한 명, 공약 하나 제대로 검증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굳이 악플을 읽게 한 의도를 납득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공약을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열띤 토론을 더 많이 했어야 한다. 


주요 공약과 정책을 검증하는 과정에서도 깊이가 부족했다. KBS처럼 분야를 나눠 체계적이고 공통적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아 ‘중구난방’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질문은 2개, 소요시간 1분 52초에 그쳤다. 악플 읽기에 3분 가까이 할애했던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분량이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탈원전 문제는 56초밖에 들어볼 수 없었다. 교육, 언론개혁검〮찰개혁 등 주요 사안들이 ‘적폐청산’이라는 항목에 묶여져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마무리되기도 했다. 

 

예능과 시사 잘 접목한 JTBC, 재미와 정보 모두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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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썰전> 질문 구성 비율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재미는 있었지만 깊이가 부족한 SBS,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후보를 검증했으나 진행자가 편향됐던 KBS. 두 방송사의 장점만 잘 섞어 놓은 방송이 있으니 JTBC였다. 특히 JTBC에서는 패널인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의 활약이 빛났다. 후보들의 핵심 공약을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물론, 부족한 점을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제언까지 덧붙여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전원책 변호사는 안희정 후보에게 육아휴직급여와 아동의료비 등의 재원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비용은 얼마인지 물어봤다. 또한 정부의 재정능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후보의 복지 공약은 선심성 공약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에 안희정 후보는 “재정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설정하지는 않았으나, 지금보다 더 확실한 복지국가로 갈 자신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유시민 작가는 “재정지출에 대한 계획과 세입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을 못 세우는 것은 대통령 후보로서 문제”라며 안희정 후보에게 일침을 가했다. 안 후보의 복지 정책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식의 진행이다. 안 후보 역시 동감했다. 이런 장면은 JTBC에서만 나왔다.  


또한 JTBC는 KBS처럼 후보자 공약의 구분을 안보, 복지, 경제 등으로 크게 범주화한 뒤 세밀하게 점검했다. 후보자별로 분야별 비전과 정책을 쉽게 비교할 수 있었다. JTBC는 공약 점검 뿐 아니라 공약에 대한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재미있는 CG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예능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부분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출연자별 방송시간 격차가 컸다. 각 후보별 방송시간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약 29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약 35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약 45분,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약 37분이었다. 방송시간이 가장 적은 유승민 후보와 가장 긴 안철수 후보는 약 16분 가까이 차이가 났다. 유승민 후보의 경우 방송시간이 가장 짧았으나 가족, 타후보, 지지율 관련 부분에서의 대담이 약 14분이나 할애돼 전체 방송의 48%를 차지했다. 유독 유승민 후보에게만 본질적은 검증에 소홀했던 것이다. 유 후보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KBS <대선주자에게 듣는다>(1월 19일, 24일, 25일, 26일 방송분), MBC <대선주자를 검증한다>(2월 6일, 8일, 9일, 10일 방송분),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2월 12일, 13일, 15일, 16일 방송분), JTBC <썰전>(2월 2일, 9일, 23일, 3월 2일 방송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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