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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는 CCTV 영상, 좌파단체 욕설 증거로 들이민 조선2017년 3월 3일
3월 3일 신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좌파 세력의 교육 독재로 문명고 졸업식이 파행에 이르렀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좌파단체를 욕보이느라 정말 애쓰고 있습니다. 1일, 서울시가 박사모와 탄기국 관계자 등을 경찰에 고발하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했습니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과 태극기 천막은 둘 다 문제’인데 ‘태극기 천막만 문제 삼는 것은 이념에 따른 편파 행정’이라네요.
1. 오늘의 유감 보도 ① 문명고 사태, 조선은 아직도 ‘좌파 교육 독재’ 주장만
지난 2일 열린 문명고의 입학식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부모 등의 항의 시위로 취소됐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를 1면 기사와 사설을 포함해 무려 4건이나 할애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 조선일보 1면(왼쪽), 3면(가운데), 39면(오른쪽)의 문명고 입학식 관련 보도(3/3)
같은 날 한겨레가 사진 기사를 포함해 2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가 각각 1건, 동아일보가 사진기사만 1건, 중앙일보가 단신 1건으로 해당 이슈를 다룬 것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관심을 기울인 셈입니다. 물론 이렇게 쏟아낸 기사는 ‘모든 문제가 외부세력의 교육 독재 때문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라는 기존의 논리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습니다.
교장의 일방 주장만 듣고 “철회해라, XX야”라고 욕했다고 대문짝만한 제목 뽑은 조선일보
가장 황당한 보도는 조선일보 <학교 무단침입한 좌파단체, 교장·이사장에 “철회해라, XX야”>(3/3, https://goo.gl/2kcib5)입니다. 3면에 실린 이 보도의 리드문은 이렇습니다.
“지난달 16일 경북 경산 문명고 1층 교장실에 10여 명의 외부 인사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국정 역사 교과서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나무 피켓을 들고 있었다. 민노총·전교조 등 좌파 단체들이 문명고의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러 학교에 들어온 것이다. 이들은 이날 이 학교 김태동 교장과 홍택정 이사장에게 “XX새끼야” “앉으라고 하지도 않네. 예의가 없다”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고 학교 측은 2일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문명고 신입생 입학식이 전격 취소되기까지 지난달 초부터 약 한 달간 좌파 단체의 집요한 공격이 이어졌다”며 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의 목적이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 좌파단체들이 학교에 들이닥쳐서 학교 교장과 이사장에게 XX새끼야, 앉으라고 하지도 않네, 예의가 없다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메시지만 잘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더 이상의 내용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3면 전체를 차지할 만큼 크게 달아놓은 기사의 제목 <학교 무단침입한 좌파단체, 교장·이사장에 “철회해라, XX야”>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 사건이 벌어진 듯 보이는 두 장의 사진, 그리고 이 리드문이면 이 보도는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대대적으로 욕설을 했다고 제목을 걸어 보도하려면, 최소한 양측이 그 사실을 인정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전교조 역시 “협박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선일보도 “하지만 전교조 등은 이에 대해 “문명고 교장에게 협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최소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찾아봤어야 합니다. 그러나 없습니다. 온라인 보도에는 CCTV 기록을 조합해 만든 1분 55초짜리 동영상이 첨부되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음악이 배경으로 깔려 현장 소리가 전혀 담기지 않은 영상이라서, 학교 측이 주장한 “XX새끼야. 네가 뭔데 그러냐”는 욕설과 협박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결국 조선일보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한데도 교장 측 주장만을 담아 “욕설을 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이쯤되면 조선일보 보도는 반기문 전 총장이 말했던 ‘가짜뉴스’보다 백배는 더 ‘가짜뉴스’에 가까워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보도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내놓을 수 없다면, 당장 전교조에 사과하고 정정 보도를 내놔야합니다. 기자는 기사 내용에서는 “학교 측이 주장했다”고 표현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발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신문은 보도내용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사 제목을 이따위로 뽑아놓으면 누구나 좌파단체가 교장과 이사장에게 “XX새끼야”라고 욕을 했다고 단정적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따라서 편집부의 이러한 무책임한 제목뽑기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좌파 단체의 협박’만을 부각하는 이런 태도는, 연구학교 신청과정과 졸업식 등에서 벌어진 반대 시위의 주체가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라는 점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무조건 선동을 당한 것이라 주장하는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국정교과서에 오류가 수백 개다”라는 것은 그냥 ‘일부 과격 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교과서를 직접 살펴본 이들이 밝혀낸 사실’이니까요.
불리한 사실은 절대로 말하지 않는, 정말 편향적인 조선일보식 기사쓰기
관련 보도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날 1면 상단에 배치된 <5566교중 단 1곳도 그냥두지 않았다>(3/3, https://goo.gl/Bn6kck)는 “교육의 다양성을 내세우며 국정화를 반대한 이들이 연구학교 운영조차 막는 것은 다양성을 짓누르는 자기모순” “상당수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감은 교과서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민노총·전교조가 나쁜 교과서라고 낙인을 찍자 불안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익명의 교육계 관계자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학생·학부모들은 외부단체에서 ‘최순실 교과서’라고 주장하는 것이 언론에 많이 나오니까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김태동 문명고 교장의 발언도 전했습니다. 외부 단체가 “학생·교사·학부모 간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홍택정 문명고 이사장을 인터뷰한 <“교사 73%가 동의하고 민주적 절차로 교과서 선택”>(3/3, https://goo.gl/MGL88a)에서는 “우리 문명고 교사의 73%가 동의했고, 지난달 열린 학교운영위에서 연구학교 신청 안건을 가결시켰다. 아무리 작은 학교지만 합법적 절차에 따라 선택한 것”이라는 발언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나 당초 연구학교 지정공모 제한규정에 ‘교원 동의율이 80% 미만인 학교는 공모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문명고의 교원 동의율이 73%에 불과하자 경북교육청이 ‘교원 동의율 80% 미만 학교 연구학교 공모 제외’ 지침을 바꿔 문명고가 신청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랍니다. 이런 상황에서 ‘합법적 절차’라는 표현은 참으로 초라한 변명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런 배경을 부연 설명할 의도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문명고 운영위에서 연구학교 지정에 대해 2대 7로 반대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자 정회한 뒤 문명고 교장이 학부모위원들을 설득해 5대 4로 통과시켰다는 사실 역시 조선일보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불리한 사실은 절대로 말하지 않는 ‘조선일보 식’ 기사인 셈이죠.
<사설/이념 교과서 지키려 입학식마저 훼방 놓은 좌파 교육독재>(3/3, https://goo.gl/fGg1Lv)에서도 조선일보는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이 “학내 갈등을 부추겼다”며 “좌파 이념 교과서를 지키려 학생들에게 가장 축복스러운 자리가 돼야 할 입학식을 볼모로 삼”았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이 “외부 단체”이자 “좌파 단체”가 “편향을 바로잡으려는 새 교과서에 대해” “낙인을 찍고 거부를 선동했다”며, “좌파의 폭력적 교육 독재가 계속되는 한 한국 교육의 앞날은 깜깜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문명고 내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외부세력” 탓이 아니라, 재단과 교장이 대다수 당사자들의 반대를 거스르고 국정 교과서 도입을 강행한 탓입니다. 왜곡보도로 정부와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도입 강행을 감싸는 조선일보 때문에 한국 교육과 언론의 앞날이 깜깜해지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2. 오늘의 유감 보도 ② 서울시 향해 세월호 천막도 같이 걷으라는 동아․조선
지난 1월 31일, 서울시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측이 시의 불법 농성 텐트 퇴거 요청을 무시하자 이미 강제 철거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그 뒤 한 달 간 불법 점유가 계속되자 3월 1일, 서울시는 박사모와 탄기국 관계자 등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제히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과 태극기 천막은 둘 다 문제’인데 ‘태극기 천막만 문제 삼는 것은 이념에 따른 편파 행정’이라는 것이죠.
조선일보 <사설/세월호 천막은 합법, 태극기 천막은 불법이라는 박 시장>(3/3, https://goo.gl/92aqCt)은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불법적인 것은 태극기 천막이나 세월호·촛불 천막이나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굳이 따지면 960일 동안 70개 천막을 쳐놓은 쪽이 40일 동안 40개 천막을 쳐놓은 쪽보다 더 심할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그리고는 “편파적인 행정을 펴면서 극단적 갈등을 유발하는 곳은 ‘서울시장실’”이고 “법과 형평을 따져 일을 하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월호 천막 역시 “무단”이자 “불법”이므로 함께 철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아일보 <사설/광장의 탄핵반대 천막도, 세월호 천막도 철거해야>(3/3, https://goo.gl/MvtTSJ)도 “광화문광장 역시 시민 모두의 공간임에도 2년 8개월째 세월호 천막이 늘어서 있다” “서울광장이 시민의 공간이라면 광화문광장 역시 세월호 천막만의 공간일 수 없다”고 강조하며 박사모 천막과 세월호 천막을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린 뒤, “박 시장의 개인감정 때문에 탄핵 반대 텐트를 철거하려는 것이라면 ‘외눈박이 행정’”이라며 서울시가 “시장의 정치적 야망과 이념에 따라 굴러가”선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천막은 서울시의 요청으로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것이며, 지금은 서울시의 요구에 따라 광장 남쪽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반면 탄기국 측은 광장 이용신청서 조차 제출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무단 점거’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행정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악의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애도를 표하는 세월호 천막과 헌법의 가치를 파괴하고 실정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감싸고 있을 뿐인 탄핵 반대 천막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지속적으로 무시하며 탄기국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야말로 ‘이념’에 따른 ‘편파’ 보도로 ‘극단적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죠.
3. 오늘의 비교, 중국 사드 보복 현실화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한 중국의 ‘보복’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6개 일간지는 입을 모아 ‘도 넘은 사드 보복’이라 지적했는데요.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여기에 더해 우리 정부가 이 와중 ‘사드 알박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드 보복의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 ‘야권의 중국에 대한 굴종적 태도’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중국의 도 넘은 사드 보복. 정부는 사드 알박기 꼼수”
동아일보 : “무차별 사드 보복. 정부는 무대응 전략 펼치고 있다”
조선일보 : “중국에 대한 야권의 굴종적 태도 때문에 협박당하는 것. 중국 의존도 줄이고 냉정하게 대응하라”
중앙일보 : “한국경제 타격 노린 사드 보복. 더 나빠지지 않도록 설득과 소통 통해 마찰 줄일 수 밖에”
한겨레 : “사드 보복 노골화”
한국일보 : “도 넘은 전방위 사드 보복. 국방부 차기 정부 출범 전 사드 알박기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