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32
특검 비난하면서 ‘고영태 게이트’ 여론전…친박 집회와 하나 된 MBC2017년 2월 28일~3월 2일
28일과 1일 저녁 방송뉴스에서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거부로 수사 연장이 불발된 특검에 보도가 쏠렸습니다. 28일, KBS 2건, MBC 5건, SBS‧채널A 6건, JTBC‧TV조선‧MBN 7건으로 관련 보도량이 많았습니다. 방송사들은 공통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피의자 입건과 특검의 성과와 한계를 짚었고 야권의 황 대행 비판 등 특검 연장 무산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유독 공영방송이 눈에 띕니다. MBC는 특검을 엉뚱한 이유를 들어 비난했고 황교안 대행의 책임을 묻는 야권도 폄훼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MBC는 아무도 보도하지 않는 고영태 녹음파일을 또 물고 늘어졌고 3월 1일에는 ‘태극기 집회’만 주구장창 보도하면서 그 규모와 의미를 미화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박 대통령을 비호하겠다는 MBC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1. 특검이 인권 침해? MBC만의 비뚤어진 시각
28일, KBS를 제외한 6개 방송사가 특검의 성과와 한계를 보도했습니다. 7개 방송사는 공통적으로 문형표‧조윤선 등 현직 장관과 ‘왕실장’ 김기춘 등 권력실세를 포함해 총 30명을 재판에 넘긴 특검의 기록을 성과로 꼽았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최순실 차명재산, 박근혜 대통령 공모 혐의를 입증한 것도 성과로 거론됐습니다. 특검의 한계는 SBS <기자들 박수 받은 특검 “평가는 국민이”>(2/28 https://bit.ly/2l7EtsO)가 언급한 것처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 실패”,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 실패”등이 지적됩니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특검에 갈채를 보내면서도 아쉬워하는 부분입니다. TV조선‧채널A‧MBN도 1건의 보도로 똑같은 한계를 언급했습니다. JTBC는 특검의 70일 여정을 다룬 보도 <숨 가빴던 특검 70일>(2/28 https://bit.ly/2lRMsHi)에서 ‘특검의 유감’ 사례로만 언급했습니다.
공영방송 KBS‧MBC는 어떨까요? KBS는 타사보다 하루 앞선 27일, 이미 특검을 비난했습니다. 한계점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비난만 했습니다. KBS <‘핵심 수사’ 미완성…피의사실 공표 논란도>(2/27 https://bit.ly/2m2ebI0)는 “수사의 핵심인 대통령 조사를 하지 못했고, 또 삼성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기업 수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거나 “청와대를 강제 압수수색하려던 시도 역시 기싸움으로 끝났”다며 청와대와 대통령의 거짓말은 외면한 채 특검만 탓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타사의 관점과는 너무도 다른데요.
28일에는 MBC가 바통을 이어 받아 특검을 겨냥했습니다. MBC <여론‧시간에 쫓겨 수사 원칙 소홀>(2/28 https://bit.ly/2moENn8)은 이미 제목에서 특검이 여론에 휩쓸렸다는 비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연일 탄핵 기각을 주장하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광장의 민중혁명세력과 야당 및 특검의 마녀사냥”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합니다. 리포트도 마찬가지입니다. MBC의 주장을 먼저 요약해드리자면, 특검이 밤샘조사 남발로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했고 피의사실 공표죄도 저질렀으며 구속남발로 ‘사법부의 원칙’까지 깼다는 겁니다. 박성원 기자는 “특검에 소환된 주요 피의자들 상당수는 밤샘 조사를 받고 이튿날 새벽에야 돌아갔”다면서 “밤샘조사는 과도한 압박감을 주거나 건강문제를 유발해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을 전했습니다. 여기다 “주요 피의자들의 혐의를 여러 차례 구체적으로 언급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지적”도 덧붙였고 “특검이 직접 재판에 넘긴 30명 가운데 40%가 넘는 13명이 특검에 구속됐”다면서 “특검의 구속은 마치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것인 양 인식이 되었고 구속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정착시켜온 사법부의 노력을 퇴색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 특검 끝나자 특검 비난에 나선 MBC(2/28)
2. 스스로 이유 알면서도 비난을 위한 비난…MBC의 편파성만 노출
이렇게 특검을 비난한 MBC 보도는 비난 속에 변명거리를 하나씩 끼워 넣어서 객관적인 척, 구색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MBC는 특검이 밤샘조사를 남발해 피의자 인권을 침해했다면서 “심야조사를 위해서는 통상 자정에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특검도 이런 절차를 거쳤”다고 말했습니다. 특검이 구속도 남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물론 법원이 영장에 적시된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나름 객관적인 모양새를 갖추는 척 하지만, 결론은 다시 비난의 멘트로 끝나곤 합니다. 밤샘조사의 경우 “검찰이나 경찰도 지금은 밤샘조사를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특검을 비난했고, 구속 남발에 대해서도 “구속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을 정착시켜온 사법부의 노력을 퇴색시켰다”라고 다시 비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특검은 절차를 모두 지켰고 피의자들의 구속 필요성도 모두 인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MBC는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특검을 비난했습니다. 특히 특검이 피의사실 공표죄를 저질렀다는 지적은 박근혜 대통령 측과 자유한국당만 내세우는 일방적 주장에 불과합니다. 특검은 “특검법 12조에 따라 언론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라는 반박 외에 별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고 언론에서는 이슈도 안됐습니다.
MBC가 내세운 ‘구속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원칙’이라는 근거도 뜯어보면 오히려 특검의 성과를 반증할 뿐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006년 1월 공개한 피의자의 구속 최소화를 골자로 한 구속영장 발부기준을 보면 “실형선고가 예상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 등 세부적인 판단을 통해 영장을 발부, 구속하는 반면 처벌 및 단속 효과 등을 위한 구속은 축소”, “구속으로 인해 피의자나 피의자 가족의 생계가 위협 받을 경우 여러 상황을 고려, 불구속 수사 할 것을 원칙”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문형표‧이재용‧김기춘‧조윤선‧최순실‧차은택 등 특검이 구속한 피의자들은 모두 헌정을 유린하고 혈세를 사익에 퍼부은 ‘국정농단 사범’입니다. ‘사안의 경중’을 따져볼 때 상당히 중대한 사안임이 자명하고, 피의자 중 그 누구도 그 가족의 생계를 걱정할 사람이 없습니다. MBC가 과연 이런 구체적인 내용을 따져보고 비판을 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3. ‘황교안 탄핵’에 펄쩍 뛴 MBC, 황교안도 ‘특급 비호 대상’?
MBC는 황교안 권한대행 탄핵을 거론한 야권에도 강경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MBC <황 대행 탄핵‧새 특검법…실현 가능성은?>(2/28 https://bit.ly/2l7KPZd)은 황 대행 탄핵과 특검법 개정안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본 보도 같지만 실상은 야권을 비난한 보도입니다. 장재용 기자는 “헌법에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관련 규정은 없”다면서 “대통령이라는 신분으로서 (특검 연장 거부를) 한 것으로 봐야 되기 때문에 탄핵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탄핵)의 정족수를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김상겸 동국대 교수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또한 “특검법에 수사기간 연장 여부를 대통령이 승인하도록 규정해 놓고서 승인을 안 했다고 탄핵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란 지적”도 언급하더니 “(특검 연장은) 재량의 의미로 이해되는 것이지 법적인 의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장 거부가) 법 위반이고 따라서 탄핵소추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라는 장영수 고려대 교수 인터뷰도 보여줬습니다.
황 대행 탄핵에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방송사는 MBC뿐입니다. 나머지 방송사들은 야3당의 황 대행 탄핵 추진과 그 과정에서 나온 ‘추미애-박지원 갈등’만 조명했습니다. JTBC에 따르면 “야당의 한 의원은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 더 크다’고 말”할 정도로 황 대행 탄핵의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 어느 방송사도 따지지 않은 ‘황 대행 탄핵의 부당성’을 MBC만 설파하고 나선 것인데요. 그런데 그 근거가 매우 부실합니다. MBC는 “특검법에 수사기간 연장 여부를 대통령이 승인하도록 규정해 놓고서 승인을 안 했다고 탄핵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라 지적했지만 특검법은 대통령에게 특검 연장에 대한 ‘거부권’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JTBC <팩트체크>(2/21 https://bit.ly/2lxK5sx)은 특검법의 첫 문장인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는 특별검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목적”에 따르면 “특검은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기간 연장 여부도 스스로 판단”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검법 제9조 3항은 “특검은 기간 이내에 수사완료를 못하거나 공소제기 결정이 어려운 경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 한해 30일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도 연장의 판단은 특검이 하고 대통령은 그 판단을 승인할 뿐 연장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법리상 “~할 수 있다”는 표현은 담당자의 재량에 맡기는 행위를 의미하고 “~해야 한다”는 판단의 여지가 없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속 행위”를 의미하는데, 특검법 9조 3항에서 “연장할 수 있다”는 특검의 ‘재량행위’로, “1회 한해”를 특검의 ‘기속행위’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습니다. 요컨대 특검법 상 특검이 판단하는 수사 연장을 대통령이 무조건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겁니다. 물론 법리 해석은 전문가마다, 매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MBC가 과연 이러한 고민과 해석을 보여주지도 않고서 무조건 ‘야권이 모순’이라고만 지적한 것은, 분명 반저널리즘적인 행태입니다.
4. 이 판국에 또 ‘고영태 녹음파일’…MBC ‘보도참사’는 어디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황교안 대행까지 일방적으로 편드는 MBC. 그 만행은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MBC <‘폭로 계기’ 담고 있는 고영태 파일>(2/28 https://bit.ly/2lu0pui)은 국민도, 헌재도, 특검도, 대다수 언론도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고영태 게이트’에 또 열을 올렸습니다. 이상현 앵커의 첫 멘트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는 “대통령 탄핵심리를 놓고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게 된 중심엔 뒤늦게 나타난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이 있습니다. 어제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서도 이 녹음파일이 언급됐는데, 최순실 게이트가 어떻게 터져 나왔는지가 담겨있어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영태 녹음파일’이 너무 늦게 등장해서 이미 여론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조성됐지만 그 녹음파일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는 주장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 또 ‘고영태 게이트’ 주장한 MBC(2/28)
리포트는 “고 씨와 측근들이 최 씨와의 관계를 이용해 사익을 챙기려 한 정황”, “(고영태 일당이)최 씨 몰래 재단은 물론 해외 사업까지 욕심을 낸 것”, ‘고 씨의 언론 제보 기획 정황’을 보여준다며 총 5개의 녹취를 인용했습니다. 박철현 기자는 이에 “대통령 측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이 사건의 발단인 만큼 증거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헌재는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국회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해 마치 헌재가 일방적인 판단을 한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보도는 MBC에서만 나오고 있습니다.
5. ‘최대 규모 태극기 집회’ 보도만 3건…‘극우방송’ MBC
MBC의 전횡은 3월 1일이 되자 더 기승을 부렸습니다. MBC는 친박 집회를 3건이나 조명했습니다. 이제는 기계적 중립조차 지키지 않습니다.
△ 3월 1일, 7개 방송사 집회 관련 보도 상세 비교(3/1)
1일, KBS‧SBS‧MBN은 촛불 집회와 친박 집회를 정확히 같은 비중으로 다뤘고 JTBC는 친박 집회를 아예 다루지 않은 채 친박 집회의 황당 논리와 막말을 비판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반면 MBC‧TV조선‧채널A는 친박 집회 보도량이 더 많았는데요. 이날 주최 측이 500만이라는 황당한 규모를 내놓았고 실제로 그간의 친박 집회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이목이 집중된 탓입니다. 이 중에서도 MBC가 친박 집회만 3건으로 보도량이 가장 많았고 그 내용은 차마 설명하기 민망할 정도로 편파적입니다.
6. 규모 과장에 ‘친박 인터뷰’만 8개 인용한 MBC, 노골적인 ‘친박 미화’
MBC의 친박 집회 보도는 왜곡과 편파성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일단 보도 내내 그 규모를 강조해줍니다. MBC <탄핵 심판 앞두고…“최대 인원 참가”>(3/1 https://bit.ly/2mE6ogK)는 이미 보도 제목에서 “최대 인원 참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 제목은 타사에 없습니다. 타사는 모두 KBS <태극기집회 “탄핵심판 졸속…국민 저항”>(3/1 https://bit.ly/2lWg86m)처럼 친박 집회에서 나온 주장만 제목에 담았습니다. 리포트에서도 MBC의 ‘최대 규모’ 선전은 계속됩니다. 이상현 앵커는 “태극기집회에선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컸”다며 “오늘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모였다”는 주최 측 주장을 전했고 정동훈 기자는 “태극기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세종로 사거리의 동쪽과 남쪽에 걸친 4km 구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지난해 11월 첫 집회 당시 자체 추산 6만 명이 참가했으나 참가자가 계속 늘어 오늘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라며 두 차례나 규모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 노골적인 ‘친박 집회 선전’ 선보인 MBC(3/1)
MBC <젊은층‧교포도 참가…“거짓 밝혀야”>(3/1 https://bit.ly/2lSQvon)는 아예 ‘더 커진 규모’만을 다룬 보도입니다. 이상현 앵커는 “태극기집회는 최근 들어 그 규모가 커지면서, 참가자의 연령이나 사연이 다양해지고 있는데요. 왜 집회에 나오는지 물어보면, 무엇보다 거짓을 밝히기 위해 태극기를 들고 나섰다는 답이 많다고 합니다”라며 운을 뗐습니다. “거짓을 밝히기 위해” 더 많은 시민들이 친박 집회에 참석한다는 묘사입니다. 친박 집회 참가자들 일부의 주장을 ‘더 커진 규모의 이유’로 갖다 붙였으니 당연히 편파적 묘사이기도 합니다.
리포트에서는 무려 4명의 ‘친박 집회 참가자’ 인터뷰가 전파를 탔습니다. △일반 시민의 “이건 박근혜 대통령을 떠나서 고영태-최순실 사건이에요. 억울한 건 정말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는 발언 △자원봉사자의 “주말에는 여기 태극기 물결에서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발언 △독립운동가 정재용선생 손자의 “만약 지금 이 상황을 선조들이 지하에서 본다면 얼마나 통탄하시고 피눈물을 흘리시겠습니까”라는 발언 △해외 동포의 “대한민국 소식을 들어보니까 너무 분통이 터지고 이 나라가 이렇게 가면 안 되겠다 싶어서 왔습니다”라는 발언 등이 그 내용입니다. MBC가 3건의 친박 집회 보도에 걸쳐 이런 식으로 인용한 인터뷰만 8개입니다. 기자는 이런 인터뷰를 전하면서 “1919년 선열들이 일제의 폭압에 맞서 태극기를 들었듯이 정의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왔다고 말합니다”, “태극기 집회가 회차를 거듭하면서 참가자들은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등 낯 뜨거운 찬사도 덧붙였습니다. 집회 보도에 시민 인터뷰가 1~2개씩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인터뷰만으로 보도를 채우면서, 그걸 또 ‘규모 확대’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수 중의 무리수, 비약 중의 비약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렇게 친박 집회의 ‘세력 확대’를 연신 강조하지만 MBC는 자꾸 ‘처음엔 6만 명 규모로 시작한 태극기 집회’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정작 3월 1일, 스스로 500만이라며 상식에서 벗어난 추산 규모를 내놓은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 주장은 언급하지를 않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MBC의 모든 보도를 통틀어 촛불 집회의 규모를 언급하는 대목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날 타사는 그 어느 쪽의 규모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MBC만 ‘500만’이라는 황당한 탄기국 측 주장은 숨겨주면서 ‘어쨌든 세력은 커졌다’고 강조한 겁니다.
7. 친박 집회 막말과 촛불집회 인터뷰는 보도 안 한 MBC
MBC가 이렇게 친박 집회를 선전해주면서 보도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친박집회에서 나온 막말 및 억지 논리입니다. JTBC는 이날 친박 집회를 단순 전달하는 대신 친박 집회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만 5건을 할애했습니다. JTBC <친박 집회 ‘헌재 불복’ 여론전>(3/1 https://bit.ly/2mbnvsK)은 “연좌제를 적용해 최순실 일당의 잘못을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으로 덮어씌운 것”, “(촛불집회 참가자들은)복면을 쓰고 나타나 붉은 기를 흔드는 어둠의 자식들”, “탄핵심판 결과에 승복하는 사람들은 북한 인민들일 것” 등 김평우 변호사의 집회 연설을 전하면서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 “인용될 경우, 집회를 열자고 유도하는 말”, “시민들을 종북이라고 몰아세운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조(원룡) 변호사는 김평우 변호사가 대독했어야했다면서 변론재개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주장해 대리인단 내부의 입장차를 또 다시 노출시켰”다면서 대리인단 내부의 균열도 짚었습니다. 모두 MBC가 보도하지 않은 사실입니다. MBC처럼 친박 집회 보도가 더 많았던 TV조선과 채널A도 친박 집회의 ‘천태만상’을 전했습니다.
TV조선 <모금함도 등장…버스에 올라타기도>(3/1 https://bit.ly/2lVTOtv)는 “탄핵 반대 집회에는 대통령을 위한 모금함이 등장하는가 하면 트럼프 미 대통령을 사랑한다는 펼침막도 나왔습니다. 버스에 올라타 경찰과 대치하고,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쓴 뒤 집회에 나온 참가자도 있었”다고 전했죠. 채널A도 똑같은 내용을 1건으로 다뤘습니다. JTBC처럼 비판적 관점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친박집회가 어떤 추태를 부리고 있는지 시청자에게 똑똑히 전달한 겁니다. MBC는 이런 내용도 없습니다.
MBC가 보도하지 않은 것이 또 있습니다. 친박 집회 보도에서는 무려 8명의 시민 인터뷰를 땄지만 2건의 촛불집회에서 인용한 시민 인터뷰는 “주권을 가진 국민이 이렇게 말을 하면 정부에서도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된다는 거예요”라는 내용 딱 하나입니다. 친박 집회의 여론만 적극 전달하겠다는 강력한 편파보도 의지가 엿보입니다.
8. 타사도 여전한 ‘침묵의 기계적 균형’…TV조선은 ‘MBC 따라잡기’
물론 이날 다른 방송사들의 집회 보도도 그리 적절치는 않습니다.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 모두 ‘친박 집회’의 부당성을 전혀 다루지 않고 양측 집회를 고루 스케치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특히 JTBC는 <‘불복 프레임’ 주거니 받거니>(3/1 https://bit.ly/2mgLy9V)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25일 정규재TV인터뷰에서 “오해와 허구와 거짓말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는 걸…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도 지울 수 없어요”라며 만들어낸 ‘불복‧불공정 프레임’을 “대리인단과 친박계 의원, 친박 단체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키워왔”다고 짚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다른 방송사에서 볼 수 없습니다.
TV조선의 경우 노골적인 ‘친박 노선’을 택한 MBC에 뒤질세라, ‘색깔론’ 보도를 냈습니다. TV조선 <규모 커진 태극기 집회>(3/1 https://bit.ly/2mDTEH4)는 MBC처럼 ‘거짓을 밝히겠다는 시민들의 참여’와 같이 황당한 이유를 대진 않았지만 주제는 똑같이 ‘태극기 집회의 규모 확대’입니다. 이날 TV조선과 채널A만 MBC와 같이 친박 집회 보도량이 더 많았는데, 이렇게 ‘규모 확대’ 보도를 더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TV조선의 이 보도 역시 MBC 못지않은 억지 논리로 점철됐습니다. 서주민 기자는 “집회 신고 자체도 태극기 단체가 먼저 했었고, 청와대 방향 행진 신고도 한 달 전부터 계획을 했었다”는 이유로 “이번엔 사실상 촛불집회가 태극기 집회의 맞불집회 양상이 됐”다고 규정했습니다. 애초에 국회의 탄핵 소추안 통과 이후 이미 3차례 진행된 촛불 집회에 맞서 시작된 것이 친박 집회입니다. 단 하루의 집회 신고 순서만으로 ‘이번엔 촛불집회가 맞불집회’라고 규정하는 건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또한 서 기자는 ‘태극기 집회 규모 확대의 이유’를 설명하던 중,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보수 진영이 크게 위축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라고 합리적인 태도로 이야기를 꺼내더니 “탄핵이 되면 대한민국 체제가 위험스런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은 것”, “촛불집회 일부 참가자들이 구호로 내세웠던 '혁명정권 이뤄내자'라든지 '이석기를 석방하라'라든지, '문제는 자본주의다' 이런 구호들을 보고 위기 의식을 느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라는 ‘색깔론’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이미 공감하고 있듯이 탄핵국면 자체가 국민이 이끌어낸 ‘명예혁명’의 결과이고 이석기 석방과 자본주의 비판은 여러 민의가 터져나오는 집회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합리적 문제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