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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은 ‘박근혜 명예퇴진’의 꿈을 꾸는가
2017년 2월 25일~2월 28일
등록 2017.03.01 00:15
조회 802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의 집회 보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지난 2월 25일의 17차 촛불집회와 15차 친박 집회를 전후로 하여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선, 세력과 주장을 동등하게 배치하는 수준이었던 기존의 불공정한 기계적 중립 보도는, 친박 집회 측이 행하는 ‘폭력 사태와 내란 선동’ 행태에 대한 책임도 ‘기계적으로 나누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조중동은 ‘어떤 결정이 나와도 폭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해설을 빠짐없이 덧붙이고 있습니다. 


집회 참여 정치인들을 비난하며 헌재 결정 승복을 요구하는 보도는 ‘아직까지 헌재 결정 승복을 말하지 않는다면 결국 승복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중동이 이 같은 논리를 곧바로 ‘이런 상황에서 헌재의 판결이 나와도 되겠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해 보입니다. 

 

하나. 촛불시민과 극우를 허구적 대립으로 부각한 뒤, ‘내란선동’으로 싸잡아 모는 양비론
현재 공식적으로 헌재와 특검을 위협하고 내란 및 군사쿠데타 선동 주장을 펼치는 주체는 탄기국을 비롯한 친박 세력입니다. 이정미 재판관에 대한 살해 협박성 글을 올린 것도 박사모 회원이며, 집회 현장에서 취재진을 향해 태극기봉을 휘두르고, 집회에 참여한 여고생의 뺨을 때리는 등의 폭력적 행태를 이어가는 것 역시 친박 집회 참가자들입니다. 이는 ‘집회 참가자들이 폭력적이었다’는 ‘풍문’이 아닌, 모두 경찰 조사를 받거나 실제 목격자가 존재하는 ‘현실의 사건’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광장의 평화와 특검 및 헌재를 모두 위협하는 주체’로 ‘친박 단체’를 특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이런 순간에도, 똑같은 비중으로 문제 삼을 수 없는 사안을 억지로 나란히 붙여놓은 뒤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허구적 대립을 만드는 악직절 여론조작 행태를 반복하며 ‘진짜 가해 주체’를 뒤로 숨겼습니다. 

 

- 동아일보의 ‘허구적 대립’ 보도 예시들
먼저 동아일보는 <찬탄 vs 반탄… “할복” “사살” 주장 난무>(2/25 https://goo.gl/pAMS9f)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가오면서 찬반 측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그 대표적 예시로는 “온라인에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변호사를 살해해야 한다는 글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이정미 권한대행에 대한 살해 협박 글은 ‘박사모 카페’에 올라왔으며, 그 글을 올린 회원이 자수까지 한, 실체가 명백하게 드러난 실제 사건입니다. 반면 ‘김평우 변호사를 살해해야 한다’는 글은 ‘언제 누가 어디에다가’ 이런 주장을 펼쳤다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일종의 ‘풍문’이죠. 


“청년암살 살수단 모집” “할복 준비물은 30cm 회칼, 흰 장갑, 유언장” 등의 막말 게시물을 소개한 뒤 그 뒤에 곧바로 “탄핵 찬성 측의 발언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전봉준투쟁단 3차 궐기문인 “모든 것을 바치고 버려도 아깝지 않은 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 “전봉준 깃발을 높이 들고 청와대에 입성하자”를 소개한 것 역시 예시의 불균형함을 드러내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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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균형한 예시로 집회의 두 주체가 모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주장한 동아일보 보도들  


동아일보의 이런 보도 행태는 집회 이후 보도인 <“탄핵은 완전한 사기극” vs “종신형 열차에 태우자”>(2/27, https://goo.gl/LXjWL5)에서도 반복되는데요. 해당 보도에서 동아일보는 먼저 “촛불로 나라를 망치려는 빨간 무리를 때려잡아야 한다. 합동작전으로 이 붉은 무리를 하나도 남김없이 소탕하고자 한다”는 유관모 연세대 구국동지회장의 발언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는 그에 상응하는 발언으로 “백남기를 죽이고 한상균을 가둔 자, 이제 너희들이 죽을 것이고 너희들이 갇힐 것이다”라는 최종진 전국민노총연맹 위원장 직무대행의 발언을 가져다 붙였습니다. ‘박근혜 탄핵’을 요구하는 이들을 모두 ‘빨갱이’로 몰고, 이들을 ‘소탕해야 한다’하고 선동하는 발언과 정권과 공권력이 실제 자행한 폭력 행위를 강하게 지적하는 발언을 ‘같은 수준’인양 나열한 겁니다. 


동아일보의 <사설/탄핵 내전 속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2/25, https://goo.gl/S9Z03l)의 예시도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동아일보가 “자칫 충돌의 조짐마저 보인다”며 연이어 소개한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국회에 전시해 물의를 빚었던 박 대통령 누드화를 내건 진보 진영의 한 카페엔 보수 단체 회원들이 몰려가 항의하고, 보수 진영의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청년암살 살수단’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랐다”인데, 그저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가 한 번씩 들어가 있을 뿐, 두 사건에서 문제를 일으킨 주체는 모두 박사모 측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동아일보는 사설 말미 “정치권은 물론이고 촛불과 태극기 세력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훼손하는 불행한 유산을 미래 세대에 물려주지 않도록 자중자애할 필요가 있다”며 ‘법치 훼손’의 책임을 두 집단 모두에 ‘공평하게’ 돌렸습니다. 

 

- 조선·중앙의 허구적 대립도 뒤지지 않아

조선일보는 촛불집회를 다룬 <“끝까지 싸워 박 퇴진… 기각땐 폭동 일어날 것”>(2/27, https://goo.gl/04hUHn) 보도와 친박집회를 다룬 <“누명탄핵 원천무효… 탄핵땐 참극 일어날 것”>(2/27, https://goo.gl/dvSeBm) 보도를 여전히 한 면에 같은 크기, 같은 형태로 나열했는데요. 두 집회가 모두 문제라며 조선일보가 소개한 예시 역시 ‘균형’이 맞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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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찬반 세력의 주장이 모두 극단적이라는 주장을 담은 조선일보의 기사. 구조, 분량이 똑같다.
 


한 촛불집회 참가자의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기각 시엔 ‘민주 폭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발언과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의 “악마의 재판관 3명 때문에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 “문재인 씨가 혁명을 말했지만 우리는 혁명을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여줄 것” 등의 발언은 당사자의 직책, 발언의 수준과 의미 등을 따져보았을 때 나란히 놓일 이유가 없습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젠 끝내자” vs “태극기가 지킨다” 격렬해지는 토요 집회>(2/25, https://goo.gl/EL5lJ2)에서 중앙일보는 “광장에서 표출되는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기사 속 ‘갈등을 유발하는 주체’는 모두 친박 집회 참가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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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갈등을 일으키는 주체는 친박집회 참가자들임에도 
기사 제목 및 결론에서는 두 집회 참가자들을 모두 비판한 중앙일보 보도들


예를 들어 “100여 명이 시민들에게 주말 촛불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전단을 배포하면서 ‘민심에 의해 박근혜는 탄핵당했다’고 외치자 이를 지켜보던 몇몇 노인이 소리를 질렀다. ‘그럴 거면 이북에 가서 살아라’ ‘죽여버리겠다’는 거친 말이었다”는 중앙일보가 ‘갈등’의 한 예시로 제시한 상황인데요. ‘민심에 의해 탄핵당했다’는 말과 ‘죽여버리겠다’가 비교 가능한 수준의 발언일까요? 


이 뒤에 이어지는 ‘갈등 상황’ 역시 서울광장에서 만난 한 70대 남성의 “탄핵이 인용된다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피바람이 불 것이다”라는 발언과 박사모 회원의 이정미 권한대행 살해 예고 게시글 뿐입니다. 기사의 내용을 반영해 제목을 뽑았다면, <토요집회 속 갈등 유발하는 친박 세력>이 되었어야 하는 셈입니다. 


주말 집회 상황을 다룬 <광장에 인화물질·혈서·집단폭행… 3·1절에도 충돌 우려>(2/27, https://goo.gl/9b8W59)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한복판을 갈라놓는 광장의 집회가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고 운을 띄운 뒤 나열하는 사례는 “빨갱이를 잡기 위해 할복 자살 하러 왔다”고 소리치며 인화성 물질을 가지고 나타난 사람,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그를 쳐다본 시민에게 시비를 건 사람 등인데요. 실제 피해를 입힌 주체는 모두 ‘친박집회 참가자’들인 셈입니다. 


반면 촛불집회 측 문제행동이라고 제시된 것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너희들의 세상은 끝났다’는 내용의 혈서와 지난 7일 분신한 정원 스님의 사례 정도입니다. 분신의 경우 지양되어야 할 극단적 사례지만, 그 외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지만 강한 표현 수단’(혈서)을 사용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을 패고, 협박하는 것과 비교 가능한가요? 이 기사 내용대로라면 명백히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박사모’이니 기사 제목은 <폭력으로 물든 광장, 범인은 박사모> 정도가 되어야겠지요.

 

잔뜩 갈등을 부각한 후 세트로 나오는 것은 ‘파국 기정사실화’
이렇게 갈등을 부각한 뒤 헌재 선고 이후 심각한 후폭풍 및 파국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주요한 특징입니다. 동아일보는 <찬탄 vs 반탄… “할복” “사살” 주장 난무>에서 “전문가들은 현 갈등 상황을 미리 봉합하지 않을 경우 탄핵심판 선고 후 심각한 후폭풍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덧붙였으며, 중앙일보는 <사설/대선주자들이 먼저 헌재 결정 승복 밝혀라>에서 “헌재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지건 대규모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지적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시위 참여’ ‘헌재 불복’ 정치인들 대선 말고 시민단체 가야>에서 촛불과 친박 세력 “양측 다 멈출 분위기가 아니다. 정면충돌이 임박했는데 아무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그 결말이 무엇일지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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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의 주체를 친박 세력으로 특정한 경향신문(위)과 한겨레(아래) 보도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광장과 헌법기관을 위협하는 주체가 ‘친박 단체’임을 명시하고, 이들을 향해서만 ‘자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실제 경향신문 <친박단체, 도 넘은 헌재 특검 위협>(2/27 https://goo.gl/CPxpaK), 한겨레 <“특검 탄핵” 막 나가는 친박 강경파들>(2/27 https://goo.gl/mkuVHV), 한겨레 <사설/헌법기관 위협하고 유혈사태 선동하는 ‘태극기 집회’>(2/27 https://goo.gl/q03yIA)에서는 ‘촛불집회 참가자’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도 한쪽에서 명백하게 도발을 하는 상황에 ‘과열 분위기’의 책임을 양쪽 모두에 돌릴 수 없는 것이죠. 그러니 ‘기계적 양비론’이 아닌 이런 보도야 말로 공정하게 현실을 보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두 집회 참가 세력이 모두 문제’라 지적하고 있지만, 최소한 더 과격성을 띄는 것은 ‘탄핵 반대 세력’임을 명시하고는 있습니다. <“역적… 처단… 혁명…” 탄핵 찬반 발언 위험수위 넘었다>(2/25 https://goo.gl/XIuP0X)에서 한국일보는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해지면서 일부 탄핵 반대 세력의 집회와 시위 양상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고 “탄핵 찬성 측은 상대적으로 과격성이 덜하지만 탄핵기각 시 불복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둘. 대선 주자 향해 ‘승복 생각 없는 것’이라 단언
집회에 참석하거나, ‘승복’을 선언하지 않은 대선 주자를 향한 공세도 한층 거세졌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집회 당일 지면의 <사설/‘시위 참여’ ‘헌재 불복’ 정치인들 대선 말고 시민단체 가야>(2/25 https://goo.gl/J3hfJ6)를 통해 “기가 막힌 것은 명색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이 국가적 위기를 진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추기고 영합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아스팔트 위에 앉아 시위대 틈에 끼어 있는 것을 무슨 선거 유세로 알고 있다” “헌재 승복을 천명하지 않고 시위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이 가야 할 곳은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시민단체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에게 닥쳐올 불행을 막기 위해서 그렇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날 조선일보는 집회 참가자와 불참자 정보를 전달하는 <문재인·안희정·이재명·손학규는 촛불 참석, 안철수·홍준표·유승민·남경필은 집회 불참>(2/25 https://goo.gl/3g08ee) 보도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집회 참석 정치인들을 비난한 사설을 감안하면 해당 기사는 거의 ‘살생부’로 보일 지경입니다. 


집회 직후 내놓은 <사설/탄핵 찬반으로 두 쪽 난 사회, 꼭 끝을 봐야 하나>(2/27 https://goo.gl/iJCbDq)에서도 조선일보는 “격앙된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할 유력 대선 주자들은 시위대에 끼어 선동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력욕에 이성을 잃었다. 부끄러움도 모른다”며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대선주자들이 먼저 헌재 결정 승복 밝혀라>(2/25 https://goo.gl/1Rd713)에서 “정국을 수습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양쪽 집회에 참석해 증오를 부추기며 대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의 촉구대로 탄핵 결정이 나기 전에 여야와 각 당 대선주자들이 먼저 헌재 결정에 무조건 승복할 것을 천명하는 게 옳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집회 직후의 <사설/갈등만 부추기는 대선주자들, 파국 원하나>(2/27 https://goo.gl/GsDWWx)에서는 아예 비난의 공세를 ‘야당 대권주자’들로 특정하기도 했습니다. “야당 대권주자들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석해 ‘탄핵’ 구호를 외치며 헌재를 압박했다. 특히 이 시장은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지 않으면 승복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현직 지자체장 입에서 법치주의를 통째로 무시하는 발언이 나오다니 기가 막힐 뿐이이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들은 ‘기각은 상상도 어렵다’(문재인), ‘기각 자체를 상정하지 않겠다’(안희정)처럼 탄핵이 기각될 경우 승복하겠다는 말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 


반면 중앙일보는 더 심각한 주장을 쏟아내고 있는 친박집회 참석 친박 의원들과 대선주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적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도 <사설/오늘 탄핵 최종변론… ‘헌재 불복’ 오욕의 역사 물려줄 건가>(2/27 https://goo.gl/FKa5TV)에서 “작금의 대한민국에선 헌재 불복 기류가 무슨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탄핵 결정이 찬반 양측의 분열과 사생결단식 대립으로 치닫지 않도록 유력 대선 주자와 각 정당부터 헌재 선고에 앞서 무슨 결정이든 승복할 것을 명징하게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지지율이 가장 높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탄핵이 기각돼도 정치인들은 승복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에서, ‘왜 승복을 하지 않느냐’ ‘승복하지 않으면 파국을 맞을 것이다’는 식의 공세를 계속 쏟아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과장된 비판으로도 보입니다. 그렇다면 조중동은 ‘왜 이런 과장된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셋. ‘정치권의 새로운 합의 도출’ 혹은 ‘개헌’
이 질문에 답을 내기위해서는 조중동이 집회 참가자들과 주요 대선주자 및 정당의 ‘헌재 결정 불복’과 이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혼란’이라는 사안에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 ‘명예로운 퇴진’과 이를 위한 정치권의 합의를 종용하는 조선일보
먼저 조선일보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설/탄핵 찬반으로 두 쪽 난 사회, 꼭 끝을 봐야 하나>(2/27, https://goo.gl/iJCbDq)에서 조선일보는 “대통령 탄핵 여부를 헌법적 절차를 통해 마무리 짓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그것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탄핵 찬반 세력 모두가 깨끗이 승복한다는 전제에서 의미를 갖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지금 양쪽의 대선 주자들, 특히 유력한 주자들은 거의 대부분 헌재 결정 승복에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이고 “시위대에 ‘승복하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니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탄핵이든 기각이든 결정을 내리면 불복 투쟁으로 인한 소용돌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죠. 


이어 조선일보는 “그래서 정말 지금 가는 이 길 외에 다른 길은 전혀 없는 것이냐고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부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문장으로 해당 사설을 마무리합니다. 탄핵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정치적 결단이 사실상 ‘탄핵 전 하야’ 뿐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같은 주장은 대통령을 향해 사실상 ‘명예로운 퇴진’을 주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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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박 대통령의 결단 및 
정치권의 합의를 요구한 조선일보 사설 및 칼럼

 

조선일보가 ‘명예로운 퇴진’과 이를 위한 정치권의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는 것은 탄핵심판 최종변론 종결 이후 나온 <김대중 칼럼/탄핵의 역설>(2/28 https://goo.gl/IgkAUW)에서도 드러납니다. 김대중 고문은 “청와대와 정치권 특히 야권은 서로 말문을 터야 한다. 정치권과 민간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기각을 조건으로 타협의 기운을 타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자진 하야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논의는 논의 자체가 금기인 양 거리를 두고 있다. 그들에게 ‘애국’은 관심 밖이다”라고 지적했는데요.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기각을 조건으로 타협’하는 것을 ‘애국’이라 규정한 셈입니다. 해당 칼럼에서 김 고문은 이를 “국민의 분열과 나라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접점”이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중앙, 동아도 “박 대통령 즉각 하야를 전제로 탄핵과 사법처리를 중단시켜 파국 막자” 
중앙일보 역시 <사설/갈등만 부추기는 대선주자들, 파국 원하나>(2/27 https://goo.gl/GsDWWx)에서  “여야 대선후보들은 지금 당장 헌재 심판 이후 예상되는 국론 분열을 막을 대책 마련에 초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아예 “여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하야 결단과 정치권의 타협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전제로 탄핵과 사법처리를 중단시켜 파국을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야당 모두 부정적 입장을 보여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이제라도 여야 대선주자들은 헌재 결정 승복 약속은 물론 그에 앞서 파국을 막을 수 있는 타협안 도출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조선일보 주장의 반복인 셈입니다. 


동아일보는 <사설/탄핵 내전 속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통해 “개헌 등을 통해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손질하는 국가 대개조가 필요”하다며 개헌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했는데요. 여기에 더해 ‘명예로운 퇴진’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리는 보도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실제 동아일보 정용관 정치부장은 <정용관의 오늘과 내일/종착역 향해 가는 탄핵열차, 내리기가 두렵다>(2/28 https://goo.gl/Zg978V)에서 박 대통령이 “‘무조건 하야’ 선언 같은 정치적 해법을 내놓길 바랐”었다고 먼저 운을 띄우고는 “끝내 촛불 에너지와 태극기 에너지가 부딪쳐 국내외 안보 경제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내전으로 치닫는 걸까. 양쪽의 합리적 세력을 중심으로 엄청난 국가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질문했습니다. 돌려 말하고 있지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 이외의 해법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모범답안으로 ‘무조건 하야’라는 ‘명예로운 퇴진’을 이미 제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또한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의 주장과 결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즉, 조중동은 박 대통령에게는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하고, 정치권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면책 합의’을 요구하기 위해, 광장의 민심을 ‘어느 한 세력의 자중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분열상태’로 묘사하고, 정치권이 ‘이를 막기는커녕 헌재에 맞서고 있다’는 것을 부각해야 했던 셈입니다. 만일 친박 세력만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면, 해당 세력의 ‘자중’만을 요구하면 되는 것이지만, 두 세력이 다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 ‘훨씬 더 해결하기 어려운, 그렇기에 더 큰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라 지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정농단에 대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협조 약속을 어기고, 이미 밝혀진 혐의조차 부인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명예로운 퇴진’이라는 정치적 해법을 통해 ‘떠나보내는 것’이 정국 혼란을 봉합할 방안인지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