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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어떤 결정 내리던 사회 혼란’이라는 조선, 속내는?2017년 2월 24일
2월 24일 신문에서 조선일보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놔도 혼란이 예상된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그런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혼란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같은 주장은 사실상 ‘국정 혼란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박 대통령이 ‘탄핵 선고 전 자진사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어떤 결정을 내리던 사회 혼란이 올 것이라는 조선일보 예언
친박계 의원들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을 중심으로 탄핵심판 불복 및 원천무효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탄핵 선고 불복을 시사한 직후인 24일, 조선일보는 1면(머리기사 포함)과 3면, 사설이 실린 35면 등 주요 지면에 ‘탄핵 선고에 승복해야 한다’는 주장과 ‘탄핵 선고에 각 집단이 승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연달아 배치했습니다.
△ 2월24일 조선일보 탄핵 승복 요구 및 탄핵 선고 이후 혼란상 부각 기사
조선일보 1면(왼쪽), 3면(가운데), 35면(오른쪽)
헌재 선고로 인한 사회 혼란을 부각하려는 조선일보의 태도는, 이날 1면 머리기사인 <시한폭탄이 돼가는 ‘탄핵 시계’>(2/24 https://goo.gl/LfNI4C)의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탄핵 찬반 세력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탄핵 찬반 세력들은 ‘기각되면 혁명’ ‘인용되면 내란’ 등의 말을 하며 주말과 3·1절 대규모 집회를 예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과 헌재에선 23일 유력 정치인과 헌재재판관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청와대의 부인에도 ‘탄핵 전 대통령 하야설’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첫 문단에서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3면의 <25일과 3․1절 총동원령… 태극기․촛불 ‘일촉즉발 세싸움’>(2/24 https://goo.gl/TaUE7c) 역시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세력과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촛불 집회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양측 모두(…) 자신들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지 않을 태세다”라며,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의 혼란상을 부각하는 기사입니다. 해당 기사는 탄기국 회원들의 “오늘도 우리는 피 흘릴 각오를 하고 있다” “기각이든 인용이든 양분으로 갈라져 폭동도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과 탄기국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의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탄핵이 인용될 경우엔 훨씬 더 강력한 정도로 대한민국을 뒤흔들 혁명이 올 것”이라는 발언 역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부 극우 단체 회원들 중심으로 ‘청년암살 살수단 지원자 모집’ ‘할복단 모집’이란 제목의 메시지”가 돌았다는 것도 빼먹지 않았죠.
조선일보는 여기에 덧붙여 “탄핵 기각은 천만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에 또다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퇴진행동 측 관계자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실제 공식적으로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탄기국 등을 비롯한 친박 집회 참가자들임에도, ‘혁명’이라는 말을 빌미로 촛불 집회 참가자들 역시 헌재의 결정에 불복해 사회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 지적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보도 태도는 앞서 지적했듯 이번 사안을 ‘사회 정의’의 차원이 아닌, 그저 두 세력의 대립으로 해석하며 ‘대통령의 국정 농단’과 ‘이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민심’이라는 이번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날 무려 이런 유형의 관련 사설 두 개를 내놨습니다. 논리는 거의 같습니다. 먼저 <사설/변협·헌정회 “대선 주자들 헌재 결정 승복 천명하라”>(2/24 https://goo.gl/Szn7zW)에서는 “촛불 집회 측은 ‘기각되면 혁명’이란 말을 행동으로 옮길 사람들이다. 태극기 집회 측도 ‘지금까지는 평화 투쟁을 고수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사회 혼란이 예정되어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대선 주자들에게 ‘헌재 결정 승복을 호소해야 한다’고 종용하고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지지율이 가장 높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아무도 깨끗한 승복을 천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굳이 ‘민주당 대선 주자들’을 도마에 올리기도 했지요.
같은 날 또 다른 사설 <사설/헌재서 벌어진 광경, 파국 예고편일 수 있다>(2/24 https://goo.gl/zam783)에서도 “시위대는 자신들 뜻과 다른 결정이 나오면 승복하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누군가 불쏘시개라도 던지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든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대로면 탄핵 열차와 반대 열차는 정면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며 불안감을 조성하고는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갈등 조정과 협상은 팽개치고 아스팔트에서 시위대 꽁무니나 쫓아다니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나 친박 집단이 내놓는 주장에 은근슬쩍 힘을 싣는 이 같은 보도 행태를 보고 있자면, 조선일보가 ‘적폐 청산’과 ‘정의 확립’이라는 우리 사회의 요구보다, ‘박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을 통한 정권 재창출 기회 얻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래서야 ‘친박 신문’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는 것 아닐까요.
2. 조선일보의 친박 의원․박 대통령 대리인단 주장에 동조하는 사설
이렇게 헌재 권위를 훼손하고 사회 혼란과 갈등을 극대화하는 주장은 24일에만 두드러진 것이 아닙니다. 조선일보는 2월 1일부터 24일까지, 조선일보는 ‘촛불집회와 친박 집회가 모두 헌재 판결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놔도 혼란이 예상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담은 사설만 무려 10건을 내놨습니다. 유사한 주장을 담은 기사나 칼럼까지 더하면 최소 이틀에 한 번은 ‘혼란이 예상된다’고 선전하고 있는 셈입니다.
△ 탄핵 선고 이후 심각한 혼란이 예상된다 주장한 조선일보 사설(2/1~2/23)
이 같은 주장은 일차적으로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촛불’과 ‘친박’이라는 두 입장의 대립, 각 진영의 승패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악의적입니다. 무엇보다 이들 사설의 꼼수는 ‘국정 혼란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박 대통령이 ‘탄핵 선고 전 자진사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과 ‘셋트’처럼 함께 나오는 것이 ‘상황이 이러니 대선 주자들이 집회에 참석하거나 집회 참석을 독려하지 말고,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선언을 해야 하는데 하질 않아서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런 주장 역시 표면적으로는 ‘승복’ ‘법치주의’를 부각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는 ‘우리는 경고했지만, (주로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대선주자들이 승복을 거부하며 사회 분열과 갈등을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정된 혼란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것은 다 야권 탓이다 이런 식인거죠. 진정한 불복 선언을 해야 할 것은 조선일보사 본인 아닐까요?
3. 오늘의 미보도, 외교부 부산 소녀상 이전 공문 발송, 동아·조선 미보도
외교부가 부산시와 동구청에 소녀상 이전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동구청은 “외교부가 직접하라”며 거부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해당 사실을 지면에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 외교부 부산 소녀상 이전 공문 발송 보도 유무(2/24) ⓒ민주언론시민연합
4. 오늘의 비교 ① 박 대통령 자진하차설 및 자유한국당 탄핵 불복 시사
탄핵심판 선고일 이전에 박 대통령이 하야할 것이라는 ‘설’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가운데, 23일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 7명이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불복을 시사했습니다. 박 대통령 측 법률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가 전날 “헌재가 국회 쪽에 쏠려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막말을 쏟아낸 데 이어 등장한 ‘탄핵 원천무효’ 주장입니다.
이에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두 사건이 모두 자진사퇴를 끌어내려는 꼼수라 지적했습니다. 두 매체는 자진사퇴설 자체에 대해서도 '사퇴 후 무죄를 주장할 것이 뻔하다'며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친박계 의원들의 주장은 탄핵 찬반 갈등의 한 양태라며 양비론을 펼치며, 비판의 초점을 슬쩍 민주당 대선 주자들에 맞췄습니다. 자진하차설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그저 ‘그런 설이 돌고 있다’고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중앙일보는 관련 사안을 일체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친박계 탄핵심판 결과 불복 시사
경향신문 : “국정농단 세력이 ‘탄핵 선고 전 자진사퇴’와 사법처리 모면 위해 펼치는 막장극.”
동아일보 : “김평우 변호사 발언은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일탈이자 협박”
조선일보 : “양측이 갈등 조정과 협상에 나서야.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깨끗한 승복을 천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중앙일보 : 관련 보도 없음
한겨레 : “자유한국당, 탄핵 확실시되자 정치적 해법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노릇”
한국일보 : “보수 진영 탄핵 불복 행보와 야당 정치인의 공개 압박이 극단적 여론 부추긴다. 정치권부터 헌재 결정 승복 분위기를 만들어야”
박 대통령 자진사퇴설
경향신문 : “자진사퇴 길 터주면 죄가 없다고 주장할 것. 탄핵 후 책임질일이 있으면 져야 한다. ”
동아일보 : (정치부 기자 11명 설문) “자진사퇴 가능성 정당팀 기자 4명은 가능성 있다고 봤고, 7명은 없다에 걸었다”
조선일보 : “여야서 하야설 돌고 있다”
중앙일보 : 관련 보도 없음
한겨레 : “법리 논쟁으로 탄핵을 피해보겠다는 얕은 꾀. 마지막 꼼수. 용납할 수 없다”
한국일보 : “진사퇴 대비 설에 헌재, 플랜B 구상 중”
5. 오늘의 비교 ② 정부 내수활성화 대책 발표
정부가 23일 87개에 달하는 정책과제를 담은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6개 일간지는 일제히 해당 정책의 샐행 가능성과 효과를 의심하고 나섰는데요. 동아일보는 유독 청탁금지법에서의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향 조정방안’이 빠져서 문제라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한겨레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정치 행보의 일환으로 나온 대책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아래는 각 매체의 입장을 대표 코멘트로 정리한 것입니다.
경향신문 : “가짓수만 많지 영양가도 없고 맛도 없는 메뉴판이라는 평가”
동아일보 : “청탁금지법의 식사, 선물, 경조사비 상향 조정방안 빠지면서 ‘앙꼬 없는 찐빵’ 평가 나와”
조선일보 : “과거 대책 재탕하거나 일본 정책 어설프게 흉내. 실효성 떨어진다”
중앙일보 : “실효성 의문. 30분 추가 후 조기퇴근 등의 방안은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도”
한겨레 : “황교안 경제 앞세워 보여주기식 정치 행보하나”
한국일보 : “소비진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실효성도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