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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이재용 구치소 생활 리바이벌, 걱정일까 장삿속일까
2017.02.17~18
등록 2017.02.23 21:05
조회 886

17~18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선 ‘이재용 걱정’이 가장 큰 화두였습니다. 특히 TV조선은 이 부회장 의식주 걱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신통방통>(2/18) 출연진들은 전날 저녁뉴스에서 보도한 ‘고난의 구치소 생활’을 전하더니 <고성국 라이브 쇼>(2/17)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의 주장인데, 범죄자가 증거를 인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1. TV조선의 단골 아이템, 이재용 구치소 생활 걱정

 

 종편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치소 생활에 관심이 높습니다. TV조선 <윤슬기의 시사Q>(2/17)에 출연한 손정혜 변호사는 “(일반인들도) 정신적 공황이 올 정도로 굉장히 새로운 환경(구치소)에 적응을 잘 못하는데, 하물며 300평인 호화저택에 살던 이재용 부회장이 이제는 1.9평, 1.9평이 사실 성인 딱 누우면 조금 움직일만한 공간도 없는 공간”이라며 이 부회장의 심리를 우려했습니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다행인 것은 열선 깔려 있는 독방, 그리고 제일 큰 독방에 갔고요. 특혜라면 특혜일 수 있는 게 온수를 많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그 독방에 지금 감금이 되어있답니다. 그래서 또. 그런 면에서는 또 좀 마음이 놓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윤슬기 앵커는 “또 반대편에서는 특혜논란이 나올 수 있겠네요”라고 수습을 했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2/18)은 아예 이 부회장의 일과를 시간표로 보여주고, 독방 입체 삽화, 평소 생활과 구치소 생활을 비교하는 수치까지 전했습니다. 대담 내용은 전날 TV조선의 저녁종합뉴스(뉴스판)의 <1.9평 독방 생활… 1400원짜리 ‘혼밥’>(2/17 https://bit.ly/2lu5lTa)과 똑같습니다. 뉴스에서 채현식 기자는 입체 삽화와 함께 “수감된 6.56 제곱미터, 1.9평 독방엔 접이식 매트리스와  관물대, TV, 그리고 책상 겸 밥상이 있습니다”, “992㎡ 넘는 한남동 집과 비교하면 150분의 1 수준”, “저택 가격이 40여억 원, 공시지가에 따른 독방 가격은 260만원으로 1500분의 1에 불과”, “이 부회장이 먹는 밥 한 끼에 배당된 예산은 1414원으로 밥과 국을 포함한 서너 가지 반찬이 제공”, “밥은 방에서 혼자”, “식판과 숟가락은 직접 닦아서 반납” “구치소 수용자들은 보통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8시쯤 잠들지만, 이 부회장은 내일부터 특검에 불려 다니며 밤낮 없이 조사를 받게”된다는 점 등을 조목조목 전했습니다. 

 

 TV조선 <신통방통>(2/18)에선 진행자 장원준 씨와 김태현 변호사,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기자를 대신합니다. 말하는 사람만 바뀌었지 내용은 거의 베껴쓰기 수준입니다. 장 씨가 “지금 이 시간에 뭐하고 있을까요”라 질문하자 이 씨는 “2시에 출정” “오전 6시 되면 기상을 합니다. 아무래도 아침식사를”, “아침식사를 하면 식판은 개인이 씻어야 됩니다” 등의 답변을 내어놓았습니다. TV조선은 아예 ‘서울구치소 24시… ‘수감자’ 이재용의 일상’이란 제목으로 원형 시간표까지 만들어 보여주었습니다. 전 날 보도에서 사용했던 독방 입체 삽화도 다시 한 번 등장했습니다. 이어 김 씨와 진행자 장 씨는 “300평에서 1.9평이니까 150분의 1보다 더 작은 면적”, “시가는 40억에서 260만 원 정도로 줄어든 것”, “수의하고 흰색 운동화 3만 6000원”, “구치소에서 주는 밥은 한 끼에 1400원 정도 원가” 등 지난 밤 보도내용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제작진은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게 ‘이재용 ‘구속’… 180도 달라진 일상’이란 표까지 만들었습니다. “콩국수+고기 위주 식사 즐겨”, “황태자 패션 195만~495만원대 최고급 원단 사용” 등의 추가 내용도 덧붙여, ‘재벌3세’와 ‘수감자’ 생활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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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부회장의 구치소 일과 시간표와 달라진 일상 비교 <신통방통>(2/18) 화면 갈무리

 

구치소 생활은 모든 피의자들이 겪는 일입니다. 이 부회장 역시 고난을 감내하는 ‘피해자’가 아닌 뇌물 혐의에 의해 구속된 명백한 ‘피의자’입니다. 오히려 최양오 씨의 말대로 ‘독방’을 쓰고 온수를 맘껏 쓸 수 있다니 이것만으로도 특혜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구치소 생활은 법적 절차에 따른 당연한 처분입니다. 

 

 TV조선의 이와 같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 걱정은 단순히 이 부회장이 이런 고생을 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만, 한편으론 재벌3세의 구치소 생활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통한 시청률 장삿속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2. 이재용 구속은 이재용에 대한 역차별!

 

 이 부회장의 구속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TV조선 <고성국 라이브 쇼>(2/17)에 출연한 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의 주장입니다. 류 씨는 “(원칙은)불구속 원칙이 맞습니다. 그래서 제1원칙이요. 도망, 도주의 우려. 그리고 두 번째가 거소지. 주소가 없을 때. 그런데 완벽하게 있죠. 이제 세 번째가 증거인멸. 그 부분은요. 제 생각에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어느 누구라도 본능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싶을 거예요. (중략) 저라도 숨기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조그마한 것. 콩알 하나라도 내가 숨기고 싶을 건데 증거인멸을 만약에 이유로 해서 다 구속을 한다면요. 우리가 불구속 원칙을 세울 수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요. 이건 꼭 제가 이재용 부회장을 편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이재용 부회장이기 때문에 이번에 역차별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출연자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류 씨 발언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최 씨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서민들. 정말 힘없는 분들한테 먼저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거든요”라며 류 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은 구속의 사유로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를 들고 있습니다. 증거인멸은 그 자체로 중대한 범죄입니다. 이 부회장은 여러 차례 말 바꾸기와 위증을 한데다가 기업조직을 동원한 은폐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바로 다음에 있는 제2항은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류 씨는 이 부회장의 구속 사유가 된 ‘증거 인멸’은 인간의 본능이라면서, 이재용 부회장이기 때문에 이번에 역차별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특히 불구속 수사의 원칙은 이 부회장 같은 재계 거물이 아닌 일반인에게는 오히려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광철 변호사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판례를 찾아보면 일반인들은 상관에게 잘 봐달라는 말과 돈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대가성이 인정됐다. 일반인들은 몇 백만 원만 주고받아도 대가성이 인정되고 구속 수사 받는다. 왜 우리 법원은 형사소송에서의 불구속 원칙을 힘 있는 사람 앞에서만 충실하게 고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오히려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대우를 지적했습니다. 

 

 류 씨는 “꼭 제가 이재용 부회장을 편들겠다는 것이 아니라”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류 씨의 주장은 누가 봐도 이재용 부회장 편을 드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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