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12

김정남만 보도하는 KBS와 자사 청문회 막기 바쁜 MBC
2017년 2월 20일
등록 2017.02.21 17:49
조회 659

20일 저녁 방송뉴스에서는 숨 가쁘게 흘러가는 국정농단 사태 관련 소식이 많았습니다. 헌법재판소 15차 탄핵심판 변론에서 재판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출석을 최종변론기일인 24일 이전으로 못 박고 박 대통령 측이 요구한 추가 증인 및 증거 채택도 거부하면서 3월 13일 이전 선고 의지를 확실시했습니다. 19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도 이목이 쏠렸고 활동 기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여부도 귀추고 주목됐죠. 그러나 KBS‧MBC‧TV조선‧채널A는 여전히 ‘김정남 피살 사건’을 톱보도로 다루고 보도량도 더 많이 할애하면서 국정농단 사태를 외면했습니다. MBC는 또 ‘고영태 녹음파일’을 물고 늘어졌으며 특검 연장을 두고 벌어진 여야 공방에 자사 청문회 얘기를 끼워 넣기도 했습니다. 

 

1. 김평우 변호사 난동도, 재판관 신문도 없는 KBS‧MBC의 반쪽짜리 탄핵심판 보도
20일 있었던 15차 변론기일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가 논란이 됐습니다. 김 변호사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재판을 마무리하려던 무렵, 갑자기 발언권을 요구하더니 “당뇨가 있다. 어지럼증이 있어 음식을 조금 먹어야 하니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요구가 거부되자 이번엔 “점심을 못 먹더라도 지금부터 변론을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재차 거부당하자 재판장의 허가도 없이 막무가내로 연단에 올랐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소송지휘권을 발동해 직권으로 변론을 중지시키고는 퇴장했습니다. 이에 김 변호사는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느냐.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고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까지 했습니다. 당초 증인으로 채택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나오지 않아 이미 양측의 증인신문과 진술권 부여가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오후 변론의 의미가 없는데 굳이 시간을 끌려다 추태를 보인 겁니다. 심각한 재판부 모독이며, 변호사를 감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일 KBS와 MBC의 탄핵심판 변론기일 관련 보도는 고작 1건입니다. SBS‧채널A 3건, JTBC 7건, TV조선 2건, MBN 4건과 차이가 납니다. 특히 JTBC‧채널A‧MBN은 아예 김평우 변호사의 기행에 따로 1건을 할애했습니다. 그러나 KBS는 아예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MBC <“변론일 늦춰달라”…헌재의 결정은?>(2/20 https://bit.ly/2lyCeOf)은 “변론이 끝나기 직전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요구한 추가 변론을 재판부가 다음 변론 일에 진행하라고 하면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며 ‘설전’으로 갈음해버렸습니다. MBC 보도만 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KBS와 MBC가 빼놓은 사실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박 대통령 측의 지연 전략, 그리고 증인들로부터 귀중한 증언을 끌어낸 강일원 주심 재판관의 ‘송곳 질문’도 없습니다. KBS <증거‧증인 거부…“최종 변론일 모레 결정”>(2/20 https://bit.ly/2lCCig4)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대리인단의 요구를 대부분 거부해 다음 달 13일 이전에 선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내용만 단순 전달했습니다. 이는 MBC <“변론일 늦춰달라”…헌재의 결정은?>(2/20)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사의 경우 SBS는 2건을 박 대통령 지연 전략을 지적했고 JTBC는 2건의 지연 전략 관련 보도와 1건의 재판부 ‘송곳 질문’ 보도를 냈습니다. TV조선‧채널A‧MBN은 지연 전략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강일원 재판관의 증인 신문에 1건을 할애했습니다. 

 

2. 우병우도 없는 공영방송 보도…대체 뭘 보도하는 걸까
공영방송에 없는 보도가 또 있습니다. 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 관련 보도입니다. 특검이 소환 조사 하루 만에 영장을 청구하면서 SBS는 3건, JTBC 2건, TV조선 1건, MBN 1건 등 타사는 보도를 냈습니다. 모두 다음날(21일) 시작되는 영장실질 심사와 우 전 수석의 혐의점을 짚는 보도입니다. SBS(2건)와 JTBC(1건)는 특검이 발견한 우 전 수석의 국정농단 개입 및 부당 인사 개입 정황을 단독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내용을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는 공영방송 KBS, MBC와 채널A뿐입니다. 


한편 20일 이규철 특검보가 직접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호소하면서 특검 활동기간 연장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됐는데요. KBS는 이것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SBS와 채널A도 보도가 없었습니다. JTBC는 3건을 할애해 아직 다른 대기업의 뇌물죄, 문고리 3인방의 국정농단 혐의, 최순실의 해외자금도피 및 재산은닉 관련 수사를 시작도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TV조선‧MBN도 1건의 보도를 냈죠. 


그렇다면 도대체 공영방송 KBS는 뉴스 절반을 차지한 김정남 피살 사건과 1건의 ‘고영태 녹음파일’, 1건의 탄핵심판 보도 이외에 뭘 보도하고 있는 걸까요? 나머지 보도는 △어린이집 화상 사고 1건 △국회 인턴의 열악한 노동조건 1건 △아시아나 항공 보안사고 1건 및 제주공항 강풍 결항 1건 △날씨 1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논란 2건 △빈 병 보증금 환불 거부 꼼수 1건 △핀란드 한국산 자주포 도입 외 단신 모음 1건 △기부 미담 1건입니다. KBS가 보도한 것들이 과연 혼란의 정국과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뉴스일까요?

 

3. 특검 연장 다룬 보도에서 자사 청문회 끼워 넣은 MBC, ‘해도 너무 한다’
MBC는 KBS와 달리 특검 연장 관련 보도를 1건 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이상합니다. MBC <정상화했지만…특검 연장 놓고 또 갈등>(2/20 https://bit.ly/2lyobrI)은 “야당 주도로 MBC 청문회 등이 의결되면서 멈춰 섰던 국회가 오늘 가까스로 정상화”됐지만 “특검의 기간 연장 문제를 놓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전했습니다. 특검 연장 여부가 아닌 ‘MBC청문회로 야기된 여야 갈등’에 방점을 찍은 겁니다. 류병수 기자는 “특검 연장은 전적으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결정할 문제라며 특검법 개정 등 일방적인 특검 연장 시도는 정치공세라고 일축”,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습니다” 등 특검 연장을 반대하는 여당 입장을 먼저 전했고 “(황 대행이 특검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 동업자를 옹호한다는 맹목적인 방패가 된다는 지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민주당 측 반박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자사 청문회 얘기를 꺼냅니다. “국회 파행의 진원지인 환경노동위원회는 여야 4당 간사 회동을 갖고 MBC 청문회 철회 등에 대한 재협의에 나섰”다는 겁니다. “그러나 결론은 내지 못한 채 일단 법안소위 등은 진행하고, 내일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사과 등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K-003.jpg

△ ‘특검 연장’ 관련 보도에 자사 청문회 끼워 넣은 MBC(2/20)

 

결국 MBC의 결론은 특검 연장을 두고 벌어진 여야 대립도 “국회 파행의 진원지인 환경노동위원회”, 즉 MBC 청문회를 의결한 야당 때문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두 사안은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MBC 청문회를 두고 벌어진 갈등이 아니더라도 자유한국당은 애초에 특검 연장을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 탄핵조차 반대하며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탄핵을 촉구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모는 일부 여당 의원들도 있습니다. MBC는 이렇게 상식적으로 별개인 사안을 억지로 이어 붙여 마치 모든 파행의 원인이 MBC 청문회 때문인 것처럼 왜곡했습니다. 

 

4. 또 ‘고영태 게이트’ 물고 늘어진 MBC
지난 8일부터 박 대통령 측이 들고 나온 ‘고영태 녹음파일’을 열성적으로 보도했던 MBC는 20일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날 최순실 씨 재판에서 검찰 측과 최순실 측이 녹음파일을 공개했기 때문인데요. MBC는 2건의 보도를 냈는데 이번에도 ‘최순실 국정농단’은 빼고 ‘고영태 게이트’만 부각했습니다. 


MBC <‘고영태 파일’ 법정 재생…치열한 공방>(2/20 https://bit.ly/2kQ4JCL)은 제목만 보면 기계적 중립을 취한 보도 같지만 내용은 전혀 아닙니다. 김수근 기자는 리포트를 시작하자마자 “(고영태 씨)측근들은 정부 사업예산을 나눠 먹자고 이야기”, “대통령이 최순실 씨로부터 재단 보고를 받고 만족해했다는 이야기”, “정부 공직자 인사와도 관련된 대화” 등 고영태 씨의 사익추구 및 인사 개입과 관련된 녹취를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녹취 내용만 30초 간 전파를 탔습니다. 이후 기자는 “검찰은 녹음 내용이 최순실 씨의 불법 행위 지시나 개입을 입증하는 대화라고 강조한 반면, 최순실 씨 측은 고영태 씨와 그 측근들이 최 씨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려 모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짧게 양측의 공방을 언급했습니다.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편파 보도입니다.

 

K-004.jpg

△ 또 ‘고영태 게이트’ 집중 조명한 MBC(2/20)

 

MBC가 이렇게 연일 ‘고영태 게이트’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고영태 녹음파일’로 전세를 뒤집으려던 박근혜 대통령 측의 전략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16일 공개 청취 거부, 20일 공개 검증 거부 및 증거 채택 거부로 ‘고영태 녹음파일’을 이용한 대통령 측 공세를 차단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태도가 MBC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겁니다. KBS도 비슷한 태도입니다. KBS는 20일 김정남 피살 사건만 무려 14.5건을 보도하면서 전체 뉴스의 절반을 ‘북한 소식’으로 채웠습니다. 반면 국정농단 관련 보도는 고작 2건인데 그 중 하나가 ‘고영태 녹음파일’입니다. 그나마 KBS <‘고영태 파일’ 공개…김수현 증인 채택>(2/20 https://bit.ly/2kDUfeH)은 ‘최순실 국정농단’ 정황과 ‘고영태 사익추구’를 같은 비중으로 나열한 기게적 중립 보도입니다. 한편 그동안 ‘고영태 녹음파일’을 주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보도하던 MBN도 이날은 ‘고영태 게이트’로만 2건을 보도했고 TV조선은 ‘최순실 국정농단’ 1건, ‘고영태 사익추구’ 1건을 냈습니다. SBS‧JTBC‧채널A는 보도가 없습니다.


5. ‘TV조선 기자의 최순실 게이트 폭로 기획설’ 꺼내든 MBC
MBC가 ‘고영태 녹음파일’로 최근 연일 이슈화하고 있는 사안이 하나 더 있습니다. TV조선 이진동 기자가 국정농단 사태의 폭로를 기획하는 데 일조했다는 주장입니다. 이 역시 사태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고 박 대통령 측의 일관성 없는 ‘지연 전략’ 중 하나입니다. 지난 14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이진동이라는 존재는 ‘김수현 녹취파일’에 보면 핵심인물들을 훤히 들여다보는 빅브라더같은 존재이고 이 사건이 세상에 나오게끔, 대통령 입장에서는 기습적인 언론보도를 나오게 한 배후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박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이진동은 트로이의 목마처럼 김수현을 최순실과 고영태에게 보낸 사람”이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인지 보수 인터넷 매체인 ‘미래한국’도 <‘박근혜 죽이기’ 설계자는 TV조선 이진동? 증폭되는 의혹들>(2/20) 등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방송사 중에서는 MBC가 유일하게 이 ‘가설’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MBC <‘녹음 당사자’ 김수현…“습관적으로 녹음”>(2/20 https://bit.ly/2ldfrqu)은 “18대 국회의원 선거 때 안산 지역구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는 김수현 씨 증언을 언급하더니 “여기서 언급된 한나라당 후보는 모 언론사 이 모 기자로 고영태 씨와 측근들의 대화에 꽤 등장합니다”라고 전합니다. 여기다 지난해 7월 4일 녹음된 “그 사람이 기자였어요. 공천을 받았어요. 낙하산 공천을 받았어요. 그 사람이 뭔가를 쥐고 받았던 것으로 저는 보는 거예요”라는 김수현 씨의 발언도 녹취 인용했습니다. 김태윤 기자는 김수현 씨가 검찰 조사에서 “고영태 씨와 함께 의상실 CCTV 영상 등 최순실 씨에 대한 자료를 이 모 기자한테 넘겼다”고 진술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MBC의 보도에서는 직접적으로 ‘고영태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언론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지만, ‘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안산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였던 ‘모 언론사 이 모 기자’는 TV조선 이진동 기자로 특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MBC는 이틀 전에도 <언론 폭로 준비…증거 인멸 정황>(2/18 https://bit.ly/2kVN3qt)에서 ‘최순실 게이트를 첫 보도한’ ‘이 모 기자’로 언급하며, 그가 고영태  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언론 폭로를 기획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K-005.jpg

△  TV조선 이진동 기자 겨냥한 MBC(2/20)


17일과 19일, 오히려 고영태 씨가 사익을 취하려다 TV조선의 지난해 7월 미르재단 보도로 계획이 틀어졌다고 반박했던 TV조선은, 20일에는 이 사안에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이진동 기자의 ‘폭로기획설’은 일부 극우매체와 MBC만 보도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 측의 논리라면 무엇이든 홍보하려는 MBC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monitor_20170221_112.hwp